[천자춘추] 쓰레기 무단투기와 선진 시민의식

얼마 전 화홍문 근처를 지나게 됐다. 그 일대는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주위의 자연경관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시민들도,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그날도 역시 많은 외국인들이 단체관광을 와서 안내자의 해설을 들으며 화홍문과 방화수류정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고 지나가던 중 한 외국인이 관광을 하는 동안 먹고 남은 듯한 간식을 검은 봉지에 싸서 버리는 것을 보았다. 버리시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미 쌓여있는 검은 봉지더미들을 보니 필자는 차마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새 것으로 갈아 끼우지 않고 방치해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 건물의 관리를 포기한 건물로 판단하고 쓰레기를 버리거나 돌을 던져 나머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고, 나아가 그 건물에서는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인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발표했다.

 

즉 버려야 할 쓰레기가 있을 때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한 거리에서는 버릴지 말지를 심리적으로 갈등을 겪게 되지만, 이미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쓰레기를 투기하거나, 낙서 등 무질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 외국인도 먼저 버려놓은 쓰레기더미에 안심하고 쓰레기를 버렸을 터이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어느 지자체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다. 우리 팔달구에서도 상습적인 무단투기를 예방하기 위해 CCTV 설치, 단속을 알리는 경고문이나 양심에 호소하는 현수막 부착, 무단투기 신고포상금 지급, 그리고 상습 무단투기지역에 꽃박스, 양심텃밭을 설치하거나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투기지역이라는 인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무단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있으며, 이러한 무단투기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아직도 많은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고 있는 형편이다.

깨끗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무단투기 방지대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선진화된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팔달구의 ‘깨진 유리창’이 되어 누구나 쉽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도록, 더 나아가 수원을 찾은 관광객에게 깨끗한 수원의 이미지를 남길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하겠다.

윤건모 수원시 팔달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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