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동물복지의 시작

신석기 이후부터 인류는 다양한 동물을 가축화해 고기, 가죽 등 축산물을 얻었으며 운송수단으로 이용했다. 그러다 보니 최소의 투자로 최대 두수의 사육을 통해 최대 이윤을 창출하는 공장식 축산이 성행하게 됐다.

하지만 사회와 문화가 발달하면서 동물학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의 보호와 복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1964년 러스 해리슨의 ‘Animal Machines’ 라는 책이 영국에서 동물복지에 대해 대중적 반응을 일으켰다.

이후 1993년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위원회에서는 동물에게 5대 자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배고픔, 영양불량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 할 수 있는 자유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 최초의 동물보호법을 제정했으며 이후 두 번의 개정을 통해 반려동물, 실험동물, 농장동물의 보호·복지 및 관리에 관한 구체적인 법적 기틀을 마련했다.

 

올 3월부터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시행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란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을 국가가 공인해주는 제도로 인증농장에서 생산한 축산물에는 인증마크가 표시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는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육우와 젖소 등 전 축종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동물 복지형 축산물에 대해 기혼여성 5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62%가 농장동물 사육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또한 이들 중 78%는 동물 복지형 축산물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고품질 안전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며 동물복지형 축산물에 대한 요구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몇몇 언론매체들의 동물복지에 대한 잘못된 보도로 인해 일부에선 채식을 해야 한다, 혹은 방목사육만이 동물복지형 축산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복지는 실험동물, 전시동물 및 농장동물들의 사육을 금지하거나 채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사육목적에 따라 동물을 야생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반려동물, 전시동물 등 5가지로 구분하고 각 동물의 사육목적을 인정하되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시켜 주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여건 상 동물복지를 고려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현재 여건을 탓하기 보단 우선 내가 키우고 있는 가축들의 입장에서 가축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자. 그것이 바로 동물복지의 시작이다.

장원경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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