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나눔-중추절 의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나이를 더하면서 새롭게 다가온다. 변변치 않던 입성과 끼니로 허기를 느끼던 어린 시절엔 새 옷이 생기고 특별한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손을 꼽으며 그날을 기다렸다.

어른이 되어 맞는 추석은 기대보다 의무감에 해야할 성묘, 친척 어르신 찾아뵙기 등의 일을 꼽게 된다. 그러면서도 바쁜 일정에 허둥대다 마음만 먹고 도리를 다 하지 못한 채 중추절은 끝나고 만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명절음식을 하면 거기에 양말 한 켤레라도 곁들여, 홀로 명절을 지내야 하는 동네 어른들을 챙겨드리곤 했다. 허나 그러한 미풍양속은 요즘 희미해졌다. 번거롭다는 이유일 수도 있고 하찮게 여겨 반기지 않는 시대 탓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음마저 식어가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제 이웃은 담을 공유하거나 가까이 살던 이들을 넘어 외국까지 아우르고 있다. 우리 가까이에도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어려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웃도 120만을 넘기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갈 곳이 못 되는 곳으로 대한민국을 꼽는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또한 같은 국민이면서도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 우리는 온고지정(溫故之情)을 잃고 차가운 민족이 되어가고 있을까. 이들에게 한국 명절의 따뜻한 느낌만이라도 온전히 전해줘야 하지 않을까.

공동모금회는 365일 모금을 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특히 추석, 연말연시, 특별재해 시에는 집중적으로 언론이나 자치단체 등과 연합모금을 진행하고, 성금을 모아준 분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전해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이 시기에 마음이 더 쓰이게 된다. 크고 작음을 떠나 베풀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과 도움을 받아야하는 이들의 간절함을 대신해야한다는 것도 쉽지가 않다. 물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엔 일을 하는 마음이 덩달아 가난해지기도 한다.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경제활동을 나타내는 지수들을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학자들도 있다. 사회적 분위기는 대선에 몰려있고, 뉴스는 흉흉한 성폭행, 하우스 푸어, 음주폭행 등으로 점철되다시피 한다.

그럴수록 힘든 이웃은 많아지고 사람들은 자신을 챙기기에 급급해진다. 그러나 배를 곯던 때에도 나눌 것을 찾았던 선조들의 후손이 아닌가. 생면부지의 이웃일지언정 단 한 사람에게라도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가위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이 명절에 자신이 꼭 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정한 다음 스스로 실천해보는 것도 좋겠다.

강학봉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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