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사료작물 재배 선택이 아닌 필수

지구촌의 기상악화로 국제 곡물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물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제 곡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서민가계는 물론 수입 사료에 의존도가 높은 축산농가에도 부담이 된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에서 사료작물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소가 좋아하는 겨울철 사료작물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경우 2005년 재배면적은 약 1만3천㏊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1년에는 약 6만㏊를 넘어섰으며 2014년에는 7만㏊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경우 사료가치가 우수하고 한우나 젖소에 급여하면 매우 잘 먹는다. 잘 먹으니 성장도 그 만큼 좋다. 한우의 경우 육질이 좋아지고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량이 늘어난다. 과거에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가 추위에 약해 대전 이남의 따뜻한 남부지역에서만 주로 재배됐다. 하지만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서 1995년부터 추위에 강한 품종 개발에 착수해 지금은 중부 이북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또한 재배농가가 재배형태에 알맞은 품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수확시기가 다양한 품종들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특히 벼 이앙시기가 빠른 중부지방을 위해서는 4월 하순부터 수확이 가능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벼 재배면적은 약 85만4천㏊이다. 그 중 70% 정도인 60만㏊는 동계사료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동계사료작물 재배에 이용하는 면적은 17만5천㏊로 이용가능한 면적의 30% 정도만 재배를 하고 있다. 나머지 42만5천㏊ 정도에 동계사료작물을 재배한다면 약 340만톤의 조사료가 생산되는 것이다. 이는 약 250만톤의 배합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양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1600만톤에서 1700만톤 정도의 배합사료를 수입하고 있으며 그 중 한우나 젖소, 육우 등 소 사료에 이용하는 배합사료는 550만톤 정도임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양이 아닌 것이다.

서천에서 한우를 키우는 한 축산농가는 겨울철 노는 땅을 보면 마음이 아프단다. 저 땅에 사료작물을 심으면 다 돈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란다.

곡물가격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고공행진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다. 축산농가의 생산비 대부분이 사료비임을 감안하면 축산농가의 부담도 장기화 될 수 있다. 다행히 아직 우리가 동계사료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들이 있다. 이것이 바로 축산농가에서 동계사료작물을 꼭 재배해야만 하는 이유다. 전국에 푸른 물결이 넘실거릴 그 날을 기대해본다.

장원경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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