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시설 부족한 고속도로

추운 날씨가 풀리면서 증가한 고속도로 운행 차량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이용을 불안하게 여기고 있다면 심히 우려되는 교통상황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주원인을 고속도로의 안전시설 및 관리부족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운전자들이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를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잇따르고 있고 이에 대하여 도로공사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소송사건은 노면장애물, 사람·동물의 무단횡단, 공사구간에서의 안전관리 소홀, 노면관리 및 도로시설물 설치 잘못, 갓길 주·정차 계도 소홀 등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고속도로상에 흩어져 있는 장애물로 인한 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교통문화운동본부가 고속도로 이용주체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운전자의 81.5%가 고속도로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고속도로 이용이 불안한 이유는 안전시설관리부재(24.2%)와 운전자들의 과속·추월 및 난폭운전(20.6%), 그리고 공사구간이 많고(18.4%), 커브구간 등 도로구조에 문제가 많다(16%)고 나타났다. 교통문화운동본부의 이러한 조사보고는 한국도로공사가 분석한 고속도로에서의 사고원인과는 그 양상이 아주 대조적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98년 전국의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4천3백64건의 교통사고 주원인을 운전자 과실(80.1%)과 차량결함(14.8%)등 대부분 운전자 과실로 돌려 발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두가지 분석에 대해 우리는 한국도로공사측의 분석보다는 교통문화운동본부의 조사결과에 무게를 더 두고자 한다. 고속도로 휴게실이 부족하여 휴게소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원인이긴 하지만 도로공사와 당국은 앞으로 고속도로 갓길주차와 진출입로에서의 불법주차, 과속·난폭운전을 철저히 단속하여야 한다. 특히 내용이 미흡한 안내표지판도 개선, 증가, 설치하고 도로의 선형이나 각종 안전시설 등을 수시로 진단하여 운전자들의 고속도로 이용 불안감을 없애는 데 주력하기를 바란다.

한나라당 공천 후유증

재야세력을 망라하여 결집하지 못한 것이 야당의 전통적 취약점이었다. 한나라당의 공천분열은 기존의 결집세력마저 이탈하고 있어 매우 주목된다. 공천에 대한 불만세력의 탈당은 탈당하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물론 있지만 탈당케 만든 사람 역시 책임이 있다.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의 이회창 총재 지도노선이 수권정당을 자임하는 공당의 포용력있는 처사일 수는 없다. 일본의 자민당은 우리보다 더 복잡한 계파 속에 얽혀있어도 조화로써 힘의 균형을 잘 유지해가고 있다. 민주정치에서 정당의 계파는 의당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오히려 계파를 부정하는 것은 오직 총재계파의 충성만이 인정코자 하는 여당의 독선행태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할 것이다. 김윤환 이기택 고문, 신상우 국회부의장, 김광일씨등 영남권의 중진이 잇따라 탈당을 선언한데 이어 조순 명예총재가 종로구 공천을 반납하고 나선 것은 특정지역에 국한한 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전반적 전열과 이회창 총재의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는 실책으로 보인다. 이회창 총재가 민주당의 물갈이론에 말려 당의 중진들을 대거 토사구팽한 것이라면 그의 상황판단력이 의심된다. 정치는 젊은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의 역할이 다 있다. 공천에 간여하려드는 것은 아니다. 당내 중진들을 공천하고 안하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한나라당 일이다. 우려하는 것은 공천이 어떻든간에 당내 불화가 없어야 하는 것이 총재의 지도역량이라고 보는데 있다. 이회창 총재가 아직도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면 당내 화합하나 이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차기를 다짐 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된다. 벌써부터 영남권 중심의 신당설이 무성하다. 그렇지않아도 호남지방에서는 맥을 못쓰는 한나라당이 영남세까지 기반을 잃으면 비좁은 국토가 지역당으로 삼분사열할 판이다. 이회창 총재가 이에대해 책임을 갖는다면 더이상의 이탈을 막는 진화에 나서 당내화합을 이룩해 보여야 한다. 아울러 이미 탈당한 중진들과도 접촉을 갖는 도량이 요구된다. 거대 여당에 대한 응분의 견제세력을 갖는 야당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같은 충고를 해두는 것이다.

연산군

요즘 KBS 1-TV 사극 ‘王과 妃’의 주역으로 나와서 생모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연산군(燕山君)은 조선의 제10대 왕이다. 성종의 뒤를 이어 1494년 12월 즉위하여 1506년 ‘중종반정’으로 폐위돼 그해 11월 타계했다. 1498년의 ‘무오사화’와 1504년 ‘갑자사화’를 일으켜 많은 사류(士類)를 희생시키는 참극을 벌였고, 중전이던 생모가 폐비되고 사약을 받고 죽을 당시 성종의 후궁이었던 두 숙의(淑儀)를 타살했으며 할머니인 인수대비도 구타, 치사케 하는 등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 생모를 폐비할 때 동조했던 윤필상·김굉필을 사형시키고, 한명회·정여창을 부관참시한 연산군을 사가들은 폭군으로 기록했다. 그러한 연산군이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금전(金殿)에 아지랑이/둘러 떠 있네/잔치를 자주 여니/우애(友愛)좋은데/넌지시 사람 끄는 고운 얼굴/그 몇이뇨” “비나니 어진 정승들이여/나의 잘못을 살펴주고/복령(茯笭)과 대춘(大椿)처럼/오래 오래 사시오” 125편의 한시를 남긴 연산군의 시 구절들이다. 초기시는 평온한 성정(性情)을 담고 있어 폭정을 예감할 수 없을 정도이나 생모의 폐비·사사(賜死)사건을 알고난 뒤에는 “임금을 가벼이 여기면/그는 간신이라/어찌 망령되이/제 몸 중함을 생각하랴/(…)/부월(斧鉞·작은 도끼와 큰 도끼)이 우레처럼 진노함을/면하기 어려우리”라고 써 섬뜩해진다. 연산군의 폭정 동기를 주로 생모를 잃었던 사실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시적인 감수성을 풍부하게 가진 인간이었으며, 그런 감수성에 바탕을 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복수심이 그의 성품을 포악하게 이끌었다는 것이다. TV드라마 ‘왕과 비’의 인기 탓인가. 양주군 해등촌, 지금의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연산군의 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이 예사롭지가 않다. /청하

선거판 벌써 왜 이러나

선거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싹이 노랗다. 세상이 꽤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각당이 4월 총선에 내보낼 후보 공천작업을 일부 끝냈을뿐 후보등록일이 38일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총선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만큼 불법·타락 사전 선거운동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적발한 16대 총선 불법 사전 선거운동이 17일 현재 124건으로 지난 15대 때의 같은 시점에 비해 44.2%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선거판의 혼탁도가 오히려 더 심해졌음을 말해 주고 있다. 앞으로 법정선거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종반전으로 치달을수록 분위기가 과열되게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일대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과거의 총선 때와 달리 이번에는 금품살포나 음식접대 선심관광같은 수법 이외에도 PC통신 등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편법적 신종 불법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려 선거분위기를 더욱 오염시키고 있다. 여기에 낙선운동에 나선 총선시민연대가 개정된 선거법이 운동방법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며 법을 무조건 따르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선거판이 어떻게 굴러갈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와 검·경 등 관련 당국은 돈으로 유권자를 매수하려는 따위의 구태의연한 범법행위에서부터 상대방 후보예상자에 대한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비열한 행위에 이르기까지 각종 불법 사전 선거운동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혼탁예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는 특히 불법 부정행위의 당사자인 여야 정당과 출마예정자들에게 자숙을 당부하고 싶다. 이제는 과거처럼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얻는 것이 쉽지 않으며, 그렇게 해서 설혹 당선이 된다고 해도 깨어 있는 유권자와 시민단체의 감시 고발로 처벌받고, 국회의원직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여야 지도부가 지금처럼 무조건 승리를 외치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사람들이 사생결단 앞다투어 불법행위를 저질러 이번 선거가 부정과 혼탁으로 얼룩질때는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가운데 엄청난 후유증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명념해야 한다.

시민단체 ‘불법’, 자성해야

일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움직임은 심히 우려된다. 여야를 망라한 각당의 공천결과는 유권자들에게도 생각케 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러나 소임이란게 있다. 정치의 주체는 정치인이며 공천의 주체는 각 정당이다. 이에 대한 판단의 주체는 유권자들인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가운데 정당에 정치개혁을 촉구하고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구체적 자료를 제공해주는 것이 시민단체의 활동범주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에 관련한 관점이나 입장표명을 일탈한 구체적 활동의 낙선운동을 강행할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직능이나 이익단체 등의 특정주장이거나 아니면 환경문제같은 사회공익차원이라면 또 모르겠다. 이 역시 낙선운동의 불법이 허용될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의 일리는 있다. 그러나 내가 공천을 반대한 사람이 공천됐으니 낙선운동을 벌여야겠다는 것은 시민운동의 한계를 넘어선 정치운동이다. 우리는 정당이 아닌 시민단체가 시민의 이름으로 그같은 정치활동을 벌일 대표성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시민단체끼리 후보가 다른 낙선운동은 사회혼란을 일으키면서 유권자들을 간섭하려드는 행태로 변질되기가 쉽다. 더욱이 불법행위까지 불사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법률다툼의 대상으로 보기에는 심히 의문스런 공천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법을 들먹이면서 불복종운동을 위해 법을 팽개치고 길거리에 나선다는 편의적 논리는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민운동의 주체와 객체를 혼돈한다 할 것이다. 시민운동은 좋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있다. ‘활동범위가 확장되면서 권력지향적이고 폐쇄적으로 흘러 자신들 비판의 주 대상이었던 정부기관을 닮아간다’는 경구를 새겨볼 단계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떼거리로 나서면 감히 누가 붙잡아가랴는 식의 선거법불복종허용의 관성을 계속해 탐닉하다가는 한때 박수를 보냈던 시민들 신뢰마저 상실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치단체 지향의 정치운동이 아니고 진정 시민단체의 시민운동이라면 법테두리 안에서 갖는 총선개입이라야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는다. 각 정당의 후보공천은 잘됐든 못됐든 어디까지나 정당이 책임지는 것이며 그에 대해 내리는 심판은 결국 유권자들 몫이다.

시급한 母乳 다이옥신 대책

우리나라 산모들의 분만 후 최초 모유에서 내분비계장애물질(환경호르몬)인 다이옥신이 하루 섭취허용량의 24∼48배 가량이나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연구소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또 71년에 국내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DDT의 변형물질인 DDE가 지금도 인체에서 검출되고 있으며 유방암 환자의 혈청중 DDE검출농도가 일반인에 비해 50%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된 것도 심히 염려스럽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유방암 주원인이 환경호르몬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렇게 ‘初乳’를 비롯, 식품용기, 태반 등에서 다이옥신 등 환경호르몬 물질의 잔류가 확인됐는데도 정부는 이 정도의 양으로는 인체에 별다른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어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를 예로 들어가면서 유아의 초유섭취가 길어야 6개월에 불과한데다 초유의 다이옥신이 매월 10% 이상씩 감소하므로 유아에게 초유를 먹이더라도 별 다른 악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모유에는 뇌 발육을 돕는 유당을 비롯해 성장과 면역력을 돕는 유용한 성분도 많아 수유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다이옥신이 검출됐지만 ‘잃는 것 보다는 얻는 게 더 많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의 영향은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무해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모유수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어 개운치가 못하다. 모유에서의 다이옥신 검출은 그렇지않아도 모유수유를 기피하는 경향이 많은 요즘 우리나라 여성들을 더욱 망설이게 할 게 분명하다. 환경호르몬 문제는 지난해 벨기에산 수입육류에서 다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되자 서둘러 수입을 금지한 것 처럼 임시방편식 처방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쓰레기 불법소각 단속,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 방지를 비롯,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수입 농축산물에 대한 철저한 검역, 무분별한 살충제와 농약 살포 단속 등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생명의 젖줄인 모유에서의 다이옥신 검출에 대하여는 보다 특별한 연구를 계속하여 모유 환경호르몬 재앙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정밀한 증거를 제시해 주기를 촉구한다.

大氣質 개선은 국가적 과제

경기 인천 서울 등 3개 시·도가 공동으로 황사등 대기오염 방지대책을 정부에 건의키로 한 것은 공기오염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한 결과라고 본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저공해 연료와 저공해 차량을 공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경제활동의 증가로 대기오염 상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 및 황화합물 등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피해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다. 대기오염문제가 먹는 물이나 쓰레기 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해 정부의 정책순위에서도 뒤져 있었지만, 한편으론 직접 마시는 물이나 직접 치워야 하는 쓰레기와는 달리 대기오염대책은 그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데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에 프랑스에서 파리 시민중 매년 7백명 이상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빨리 사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듯이 대기오염은 결국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그대로 둘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대기오염에 관한한 지리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 봄철 중국에서 날아오는 수백만톤의 황사피해는 단지 황토와 모래 먼지로 더럽혀지는 것만이 아니다. 황사중에는 중국 동북부와 연안 공업지대에서 분출되는 납 카드늄 등 중금속성 공해물질을 다량 함유한다. 겨울철 남서풍이 부는 날에는 아황산가스가 중국에서 하루 325t이 날아온다는 국립환경연구원의 분석결과도 있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이로 인한 경기도의 경제적 피해가 연간 2천22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엄청난 피해다. 따라서 우리는 국내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억제해야 할 뿐더러 중국에서 들어오는 오염물질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중에서는 미세한 먼지가 주범이며, 자동차 운행이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중에서도 경유차량의 오염물질 배출이 전체 차량오염배출량의 5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경유차량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감소시키기 위해 매연 후처리장치를 부착하게하고 경유차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들을 추진해야 한다. 그밖에 오염배출업소에 대한 단속권의 지방정부 이양과 함께 환경개선부담금의 교부율도 상향조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오는 대기오염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의 공동조사는 물론 이에 근거해서 중국에 배출저감을 촉구하는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잠 안깬 영한사전

영어 구사능력이 좀 뒤떨어지는 한국과 일본 공직자들을 빗대 시중에 나돌고 있는 우스갯소리 가운데 ‘3S’라는 게 있다. 국제회의석상에서 한국대표단과 일본대표단은 세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번째는 조용하다는 것(Silent)이고 두번째는 틈만 나면 존다는 것(Sleep), 그리고 꾸벅꾸벅 졸다가 양국 대표단이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멋쩍어서 잘 웃는다는 것(Smile)이다. 물론 국제회의석상에서의 한국대표단 영어실력이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오명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최근 공무원사이에 어학공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한다.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의 경우 도청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영어·중국어·일어 등 3개 외국 외국어교육 수강생을 모집한 결과 예년에 비해 47%가 증가했고, 수원시는 직원들의 영어능력 배양을 위해 각 실·과별로 업무보고서와 기안문 각 1건씩을 영어로 작성해 보고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공직사회와 일반 기업들이 이렇게 영어에 열성인데 비해 영한사전은 너무나 부족하다. 영어교육 인프라중 첫손으로 꼽힐만한 게 영어와 모국어의 다리를 놓는 영한사전인데, 현재 영한사전은 잠을 자고 있다. 1949년 이양하·권중휘의 일본 ‘포켓용 리틀 딕셔너리’번역본 ‘스쿨 영한사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King에 대한 시중의 영한사전을 들춰보면 왕·국왕·군주는 나와도 임금은 없고 temple은 신전(神殿), 사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우리말 절, 절간은 없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우리말이나 시중에서 쓰이는 말보다 일본식 한자어 투성인 학습용 영어사전인 것이다. 영어가 국가 경쟁력 도구라면 사전은 도구를 보관하는 곳이다. 한국식 영한사전 편찬작업이 너무 늦다. /청하

경찰대개혁의 절반 성공

경찰의 대개혁 100일 작전이 개시되면서 연일 언론보도를 통해 개혁추진계획이나 성과가 터져나오고 있다. 80만 부천시민의 치안을 담당하는 부천중부·남부경찰서도 주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갖가지 시책을 내놓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시적인 개혁이 아닌 주민들이나 경찰 스스로가 실제 개혁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을정도가 돼 경찰의 대개혁작전은 부천에서만큼은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부천중부서의 경우 음주운전근절책 마련이나 112순찰차량의 민원처리결과 통보 등 그동안의 권위주의에서 탈바꿈하고 주민들과 가까운 경찰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노력이 단연 돋보이고 있다. 이는 상명하달식 개혁이 아닌 직원 스스로가 자율과 창의, 책임의식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을뿐 아니라 직원들의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불만을 없애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주민들이나 경찰관 스스로가 의문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이런 개혁들이 일선 지휘관들의 독자적인 추진보다는 상명하달식으로 윗선의 지시만으로 당장의 실적이나 평가만을 위한 단기적이고 전시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개혁해야할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112신고나 민원만을 이유로 선량한 주민들이 형사입건되는등 천편일률적인 사건처리 등 일부 불만적인 요소들이 상존해 있는한 경찰의 대개혁은 요원할 수 있다. 100일 작전도 이제 20여일밖에 남지않았다. 경찰은 부천시의 토양에 맞는 또다른 경찰개혁을 독자적으로 추진해 줄 것을 부천시민들이나 직원들은 바라고 있다. /부천=오세광기자 skoh@kgib.co.kr

여의도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경우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을 겸임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이나 일본은 단체장과 의회의장을 따로 선출하지만 단체장의 국회의원 출마를 제한하는 법규정은 없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이 임기중 국회의원 등으로 나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 보통 3, 4 차례 이상 단체장을 연임한 뒤 ‘믿을만한 정치인’으로 여론이 형성되면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많은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 때만 되면 임기중인데도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행을 꿈꾸며 사직서를 쓴다. 자치단체장의 임기중 선거 출마 논란은 97년 조순 서울시장과 이인제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국회는 98년 신기하게도 여야 만장일치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중 대선 또는 총선 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서울시내 23개 구청장이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결국 헌법재판소가 “단체장의 피선거권 제한은 단체장은 물론 유능한 후보를 뽑을 수 있는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직 단체장의 임기중 선거 출마 제한이 없어진 것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경기·인천지역을 비롯한 전국 각 시·도에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국민의 참정권 행사로 이해는 하지만, 그러나 땅바닥에 엎드려 큰절까지 하면서 선출된지 1년 반밖에 안된 지자체장과 의원들이 주민과 일언반구의 상의도 없이 사퇴하는 것은 그들을 뽑아준 주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2년마다 엇갈려 실시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와 자치단체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거의가 배반의 천재, 권모술수의 달인들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여의도’가 그렇게 좋은가.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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