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움직임은 심히 우려된다. 여야를 망라한 각당의 공천결과는 유권자들에게도 생각케 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러나 소임이란게 있다. 정치의 주체는 정치인이며 공천의 주체는 각 정당이다. 이에 대한 판단의 주체는 유권자들인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가운데 정당에 정치개혁을 촉구하고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구체적 자료를 제공해주는 것이 시민단체의 활동범주라고 우리는 믿는다. 이에 관련한 관점이나 입장표명을 일탈한 구체적 활동의 낙선운동을 강행할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직능이나 이익단체 등의 특정주장이거나 아니면 환경문제같은 사회공익차원이라면 또 모르겠다. 이 역시 낙선운동의 불법이 허용될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의 일리는 있다.
그러나 내가 공천을 반대한 사람이 공천됐으니 낙선운동을 벌여야겠다는 것은 시민운동의 한계를 넘어선 정치운동이다. 우리는 정당이 아닌 시민단체가 시민의 이름으로 그같은 정치활동을 벌일 대표성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시민단체끼리 후보가 다른 낙선운동은 사회혼란을 일으키면서 유권자들을 간섭하려드는 행태로 변질되기가 쉽다.
더욱이 불법행위까지 불사하겠다는 초법적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법률다툼의 대상으로 보기에는 심히 의문스런 공천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법을 들먹이면서 불복종운동을 위해 법을 팽개치고 길거리에 나선다는 편의적 논리는 자가당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민운동의 주체와 객체를 혼돈한다 할 것이다.
시민운동은 좋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있다. ‘활동범위가 확장되면서 권력지향적이고 폐쇄적으로 흘러 자신들 비판의 주 대상이었던 정부기관을 닮아간다’는 경구를 새겨볼 단계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떼거리로 나서면 감히 누가 붙잡아가랴는 식의 선거법불복종허용의 관성을 계속해 탐닉하다가는 한때 박수를 보냈던 시민들 신뢰마저 상실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정치단체 지향의 정치운동이 아니고 진정 시민단체의 시민운동이라면 법테두리 안에서 갖는 총선개입이라야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는다. 각 정당의 후보공천은 잘됐든 못됐든 어디까지나 정당이 책임지는 것이며 그에 대해 내리는 심판은 결국 유권자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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