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의 역할

‘당근’과 ‘채찍’은 상황여하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가기 위해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반면 무리에서 이탈하려는 소나 말에게는 ‘당근’보다는‘채찍’이 더 효과적이고 무리를 이끌어가는데 ‘약’이 될 수 있다. 최근의 경기도정은 ‘당근’을 써야 할 때 ‘채찍’을 가하고 ‘채찍’을 써야 할 때 ‘당근’을 주는 ‘꺼꾸로 된 정책’을 쓰고 있다. 한 일례로 경기도가 지난 98년부터 각 분야의 사회지도층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경기포럼’의 참석에 대한 제도다. 지난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기포럼의 자율적 참가자에 대해 개인별 실적관리를 해 왔고 이를 토대로 실·과간 경쟁력을 평가했다. 이 때문에 참가자는 도 본청 798명중 200∼300명이 고정적으로 참석했다. 그러나 도는 지난 1월부터 ‘경기포럼’에 공무원들을 의무적으로 참가토록 했다. ‘경기포럼’강사들에게 도의 공무원들의 의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강제로라도 공무원들을 공부시키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출석표’까지 나눠주고 참석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자 참석가능인원 78%인 750여명 내외가 참석했다. 이같은 시책이 시대역행적 발상이란 지적이 일자 지난 2월 완전 자율적 참석제로 전환했다. 물론 참석인원도 의무적 시행때보다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러자 도는 또 다시 ‘채찍’을 들었다. 경기포럼 참석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6회이상 불참시 불이익을 주며 실·과간 경쟁력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도청 한 공무원은 “불이익을 준다니 참석하지만 대부분이 졸거나 딴 생각을 하는게 태반”이라며 “포럼의 내용이 직무상 또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면 참석치 말래도 참석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강사에다 강의내용을 강제로 들으라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지적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처럼 경기도는 도정 추진자세를 이제 바꿔야 할 때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자유 희망사항

미국의 32대 대통령 루스벨트(1882∼1945)는 젊어서 정계에 입문했는데, 불행하게도 소아마비에 걸렸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나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을 엄습한 일대 경제 공황 속에서 대통령에 뽑혔다. 루스벨트는 대담하게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가미한 뉴딜정책을 써 파탄지경의 경제를 바로 잡는 데 성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의 여론을 통일하여 연합국측에 가담케 하고 ‘민주주의 병기장’으로서 대량의 무기를 공급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에 의한 선전포고와 함께 자신도 참전하여 독일과 일본의 군주주의를 꺾는 데 압도적인 역할을 했다. 루스벨트는 승리를 눈 앞에 두고 과로로 쓰러졌지만 현대사의 눈부신 주역으로 칭송을 받는다. 루스벨트는 정치가로서의 많은 능력과 재질을 갖추었는데 특히 변론이 능변이었다고 한다. TV가 없었던 당시 루스벨트는 ‘노변담화(爐邊談話)’라는 타이틀로 라디오를 통하여 대중과 접촉했다. 타이틀 그대로 난롯가에서 허물없이 정담을 나누듯 대중에게 이야기한 그의 ‘노변담화’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한국의 이른바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히틀러식으로 선동하고 절규하고 지역감정에 불이나 지르는 것 과는 달랐을 것이다. 루스벨트는 1941년 1월 6일 조회 연설에서 ‘4가지 자유’라는 유명한 발언을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전체주의적 파시즘국가들과 대립하는 자유세게의 기본적인 인간의 자유를 말한 것으로 ‘언론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가난에서 벗어날 자유’, ‘공포에서 벗어날 자유’였다. 오늘날의 한국도 아직 이 네가지 자유에서 모두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더도 말고 한가지만 추가할 게 있다. 국민들이 ‘저질·불법 국회의원선거에서 벗어날 자유’이다. /淸河

본분 잃는 경기문화재단

본보가 엊그제 연일 보도한 경기문화재단의 직제개편 내막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또 사공이 많아서인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 같아 황당스럽기도 하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개편한 직제내용 가운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먼저 그동안 행정부지사가 수행했던 이사장을 도지사가 맡도록 바꾼 점이다. 또 하나는 기존 총무처를 기획조정실로 바꾸고 경기문화재단 업무의 핵심부서인 문예진흥실을 축소한 것이다. 우리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부지사가 이사장이었을 때도 도정수행상 많은 일로 재단운영을 거의 사무총장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는데 정치적으로도 매우 공사다망한 도지사가 이사장이 된다면 더욱 그러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과 각 문화예술단체의 사업을 지원하는 기획부를 문예진흥실에 두지 않고 기획조정실로 이속시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문예진흥실은 문화부와 예술부만 남게돼 경기문화예술진흥이라는 경기문화재단 설립목적이 방향을 잃고 있는 것이다. 국제문화교류센터까지 개설, 부족한 전문위원을 증원하려던 국제부를 문화홍보부에 통합시킨 것과 문화홍보부를 강화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문화홍보부를 도정홍보기관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이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문화재단은 사무총장과 총무처장이 도지사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문예진흥기금을 마치 도지사 개인이 지원하는 듯한 인식을 심어주려고 한 일 등도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차제에 경기도에 건의한다.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은 종전대로 행정부지사가 그 직을 유지하던지 아니면 민간인을 초빙하여 운영하기 바란다. 기획부는 문예진흥실에 계속 두고, 재단을 도정홍보기관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지 말기를 바란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경기문화재단은 명칭 그대로 문화예술진흥을 지원하는 전당이어야지 정치마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기도 문화관광국 소속이나 산하가 되어서는 특히 안된다. 본란이 이러한 고언을 하는 것은 경기도를 사랑하는 충정 때문이다. 직제개편의 재검토가 있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총선 여론조사의 신뢰성

4·13총선 여론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 대변자를 선택할 유권자나 또 국회진출을 목표로 한 후보와 정당들 모두가 여론의 진짜 내용과 흐름을 바르게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여론조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의 여론조사가 국가와 민주주의 발전차원에서 선거전반에 대한 여론 파악보다 지나치게 후보와 정당에 대한 등수나 순위조사에만 치중하는 듯 해 자칫 선거분위기를 왜곡 또는 오도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인천지역의 경우 후보 및 정당의 지지율과 순위 등 여론조사 결과들이 제각각이고 조사기관에 따라 1위가 3위로 되는가 하면 지지율이 20∼30%나 차이 나는 등 격차가 너무 심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타당성과 신뢰성이다. 여론은 민주발전과 국가경영에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경계해야 할 함정 역시 만만치 않다. 따라서 조사대상을 무작위 표본 추출법에 의거, 공정하고 보편성있게 고르고 설문내용도 답변자들이 솔직하게 회답할 수 있게 객관성 있고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질문순서에 따라 조사의 공정성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조사도 우송 전화 직접면접에 따라 공정성에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며, 조사결과를 어떻게 정리하는 가도 주요 과제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의의와 중요성을 크게 평가하면서도 이런 점에서 최근 대다수 여론조사의 방향과 공정성 객관성에 대해 때때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여론조사가 후보와 정당들의 인기도와 선호도 조사에만 경쟁적으로 치중하여 그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이 우려된다. 유권자들에게 정책 및 공약 비교 등 투표에 참고되는 자료제공 대신 마치 ‘인기연예인 순위’를 나타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총선은 국민의 대변자를 뽑는 일인 만큼 당연히 정치철학과 구체적인 의정활동의 실천방향 등에 관한 정책·공약의 타당성과 합리성 측정이 여론조사의 핵심이 돼야 하고 그에 따라 후보의 인기와 신뢰도 조사는 부차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조사의 목적은 유권자에게 정확한 판단자료를 제시하는 일이 돼야 마땅하다. 조사내용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게 엄정해야 하며,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아쉬운 역지사지 심정

최근 안양시 공무원들에게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지난 98년부터 수백여 안양시 공무원들이 감축되는 과정에서 시직원들 사이에서 팽배해진 ‘너는 너 나는 나’ 분위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공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사이는 어려운 근무여건과 과중한 업무에 임하면서 정규직·기능직 등 직급을 떠나 끈끈한 정으로 뭉쳐진 친분관계로 이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수십년동안 공직에 몸담아오다가 서류 한장으로 쓸쓸히 집으로 향하는 직원들과 감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직원들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관계와 더불어 생전 알지도 못하는 남의 일로 평가절하까지 하는 삭막한 인간관계로 변모해버렸다. 특히 이런 분위기는 현재 구조조정에 따라 1단계 207명, 2단계 156명 예정으로 자연감소되고 있는 정규직들과 시의 방침으로 일방적으로 감축되고 있는 기능·일용직들사이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는 31일로 감축되는 17명의 청경들을 지켜보는 대다수 정규직공무원들의 모습은 그동안 수십년동안 궂은 일을 도맡아 해오던 동료가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방침에 따라 결정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일방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개인주의가 만연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다수 안양시 공무원들이 앞으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참뜻을 받아들여 어쩔 수 없는 변모된 사회현상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떠나가는 동료에 대한 따스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안양=이용성<제2사회부> leeys@kgib.co.kr

비례대표

요즘 4·13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인선중인 비례대표, 소위 전국구의원 후보자 명단을 보면 비례대표제 무용론이 또 다시 불끈 솟구친다. 지역구 의원에 대한 전문성 보완이나 유권자 사표 방지 등 본래의 취지는 이미 강 건너 갔고 이익·관변단체장들을 위한 자리 나눠주기용에서부터 낙천자 반발 무마용이 되었다. 각당 총재의 충성파에 대한 선심용과 정치자금 모금용에 이르기까지 원칙이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거의 확정적인 전국구 후보들의 행적을 보면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아왔던 사람들도 많다. 이익·관변단체장들을 끌어 들여 그들 단체의 표를 모아보려는 속셈이 훤히 보인다. ‘재정기여도’라는 명분으로 전국구를 전국구(錢國區)로 전락시킬 조짐 또한 여기 저기서 드러난다. 열악한 재정상태를 메우기 위해서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벼락부자 아니면 돈 힘 믿고 세상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금배지를 함부로 내주려한다면 크게 잘못될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렇게 걱정스럽고 어수선한 비례대표 후보선정 시한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자민련 명예총재가 얼마 전 비례대표 순번 7번을 자청했다고 한다. 자민련은 아마 5번까지를 당선 안정권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잘못되면 명예총재가 국회에 진출하지 못할 불상사가 생기는 모험이다. 5번안에 들어갈 사람은 넘치는데 5번 이상은 아무도 받으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7번을 자청한 이유라고 한다. 워낙 정치고수라서 진심인지 선거전략인지는 며칠 더 두고 보면 알겠지만 만일 다른 당 총재나 대표도 안정권 밖의 비례대표 순번을 자청한다면 욕은 조금 덜 먹을 것 같다 /청하

태국 선관위가 준 교훈

태국 선관위가 지난 4일 실시된 선거에서 부정행위로 당선된 78명에 대하여 당선무효를 선언했다. 이는 상원의원 총 당선자 200명의 40%에 달하는 비율이기 때문에 태국 정가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반시민들이나 외국에서는 신선한 선거개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결정은 태국 선거사상 가장 강력한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이다. 우리도 눈여겨 볼 일이다. 당선 무효가 된 후보자중에선 군장성, 전 하원의원, 내무장관, 언론사 사주 등과 같이 거물급 정치인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선관위의 결정이 빛날 수 있다. 과거 같으면 이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이를 선관위가 과감하게 당선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다. 태국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이번 태국 선관위의 결정은 더 이상 부정선거를 방치할 경우, 태국 정치의 장래는 물론 태국의 미래가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들은 대개 매표, 대리투표, 학력 위조 등의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다. 사실 태국 정부는 선거부정 방지를 위하여 각종 장치를 마련하였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여 외국에서는 지난 선거에서 금권을 동원한 매표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고 비판하였다. 태국 선관위가 내린 결정은 20여일 후에 실시되는 제16대 총선을 맞이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요즈음 연일 언론들은 전국 각지에서 먹자판선거, 선거브로커에 의한 선거,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선거운동 행태를 보도하고 있다. 정당, 후보자, 유권자 모두 책임이 있다. 이대로 가면 역대 선거 중 제일 혼탁한 선거가 될 조짐이다. 이미 30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20억원을 쓰면 낙선된다는 소위 ‘30當20落’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선거전담 재판장 회의를 개최하여 선거사범이 당선될 땐 당선무효를 선고키로 했다고 한다. 이미 선관위에 의한 선거사범 적발 건수가 1천여건을 넘었다. 앞으로 선관위법을 개정하여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자에게 벌과금 부과, 당선무효까지 할 수 있도록 해서라도 선거부정 행위는 뿌리 뽑아야 된다. 법원과 선관위는 물론 정치인들은 태국 선관위가 준 교훈을 잊지 말아야 된다.

손벌리는 유권자 각성해야

4·13 총선은 어느 정당이 몇석을 차지하느냐는 권력게임의 측면 뿐 아니라 선거혁명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도 큰 뜻이 있다. 그럼에도 선거판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각 정당이 다수석을 차지하기 위해 조기 과열된 선거전이 불법·탈법운동으로 얼룩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일부 유권자의 손벌리기 추태가 선거판을 더욱 흐려 놓고 있는 것이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제일 큰 고충이 손벌리는 유권자 문제라고 할 만큼 지각없는 유권자들의 행태는 매우 심각하다. 무슨 산악회 무슨 동호회 등의 이름을 대고 찾아와서 ‘표를 몰아줄테니 우리 행사에 참석해 달라’며 손을 벌리는가 하면, 아예 음식점 등에 집단으로 모여 회식을 하면서 대금 지불을 요구하는 등 표를 미끼삼아 돈을 뜯어내려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아 출마 예정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귀찮고 짜증이 난다하여 요구를 거절하거나 소홀히 대하면 표를 안주겠다고 하는 정도를 넘어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므로 이래 저래 난처하다는 것이 출마 예정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유권자들의 손벌리기를 단속키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동안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은 주는 쪽인 출마자측에 편중돼 왔었고 이 때문에 금권선거를 뿌리 뽑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성해야 할 표를 무기삼아 교묘한 방법으로 출마자들을 울리는 빗나간 유권자들을 방치한 상태에서 ‘깨끗한 선거’란 구호는 공허해질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공명선거는 선거운동측 의지에도 달려있지만 유권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이룩된다. 선거운동측의 공명의지가 강하다고 곧 공명선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의 손내밀기·금품기대심리가 없어져야 공명선거는 가능하다. 일부 유권자들이 죄의식 없이 출마자들에게 손벌리는 행위가 선거자체를 오염시키고, 자기들이 뽑는 후보를 부패시켜 결과적으로 비리·부패 정치를 초래한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유권자의 자존심을 지키고, 선거혁명을 이루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1912년 4월 영국의 4만6천t짜리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를 뉴펀들랜드 남방 북대서양상에서 침몰, 2천2백여 승선인원중 1천5백여명을 익사케한 것은 타이타닉호와 충돌한 거대한 유빙의 빙산이었다. 지난 20세기에 해수면이 높아졌다고 보는 과학자들은 세계 곳곳의 빙산이 녹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남·북극의 해빙이 가속화하고 있어 해수면은 훨씬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인구 1만1천여명의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가 바닷물에 잠겨간다는 보도가 얼마전에 있었다. 해발 4.5m인 투발루는 바닷물이 3.2m까지 치솟아 6시간동안 물에 잠긴적이 있고 인근 무인도 두곳은 지난해 아주 바닷속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또 세계적인 환경단체로 꼽히는 미국의 월드위치는 지구상의 얼음이 급격히 줄어듦으로 인해 심각해진 환경위기를 경고한 것으로 보도됐다. 북극해의 유빙이 6%줄었고 두께도 3.1m에서 1.8m로 얇아졌으며 남극대륙 역시 거대한 빙붕이 속속 떨어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얼음은 바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사라져가고 있다. 고산지대의 네팔에서는 빙하가 급속히 녹는바람에 홍수까지 났으며, 미국 로키산맥의 빙하 또한 해빙현상을 보인다. 빙하는 이밖에도 많이 녹아 2050년이면 25%가 없어지고 2100년에는 알래스카와 히말라야를 제외한 빙하는 모두 사라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표온도가 높아져 태양열 일부를 적정선에 유지시키는 얼음이 녹는바람에 지구의 온난화가 더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대기오염은 이처럼 빙산과 빙하를 파괴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는 대기오염 뿐만 아니라 폐수오염으로 먹는 물까지 망치는 판이다. 지하수도 점점 고갈되는 실정이다. 물의 소중함을 한층 더 강도높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세계 물의 날’이다. /백산

먼저 학운위부터 구성해야

지난해 8월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4월말까지 의무적으로 완료해야 하는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대다수의 학교들이 힘겨루기만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학법인과 교사단체들이 각각 서로 다른 이유로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 이의를 제기하며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인데 사실은 각 세력간의 편가르기와 세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로 대표되는 사학법인측과 전교조로 대표되는 교사단체들의 대립은 먼저 사립학교 학운위의 ‘성격규정’이다. 초중등교육법은 사학의 학운위를 국·공립학교처럼 ‘심의·의결기구’가 아니라 ‘자문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교사단체들이 특히 인사, 예산 등 중요사안은 아예 자문대상에서 제외돼 위상약화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사학법인측은 법인 이사회가 존재하는 마당에 학운위를 심의·의결기구로 격상시키라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라며 오히려 학부모지역위원 선출방식을 무기명투표로 규정한 시행령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자문기구인 사립학교 학운위 위원 선출은 투표가 아니라 위촉방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교사단체들은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추천, 학교장이 위촉토록 한 선출방식을 학부모·지역위원과 마찬가지로 무기명 투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양측의 힘겨루기는 사학법인은 학운위를 설치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교사단체는 학운위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세불리기 차원의 공세로 볼 수 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교육감선출권을 가진 학운위원 자리에 자기사람을 앉히려는 법인과 교사단체, 그리고 교육감 후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다. 벌써부터 본인에게 유리한 인사를 지역위원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교육감 후보들의 물밑 작업 소문이 파다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사학법인측과 교사단체들은 진정한 교육자 본연의 임무를 잊지말고 정관개정 등을 통해 4월말까지 학운위 구성부터 마치고 기타 제반사항을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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