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선전의 함정과 시민의식

4·13총선의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전부터 난무하는 흑색선전에 이젠 유령시민단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평택시 선관위는 최근 흑색 비방 유인물을 시내에 배포한 ‘바른선거실천시민연대’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시민단체 파악에 나섰으나 유령단체로 밝혀져 허위비방 내용과 함께 검찰에 수사의뢰한 일이 있다. 흑색선전은 주로 사생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일방적인 무차별 공격성을 갖고 있다. 얼굴을 감추고 있으므로 허위비방으로 가득찬 것이 또한 흑색선전의 특성이다. 이같은 숨은 폭력이 자행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피해자가 일일히 해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해명하는 것이 오히려 흑색선전을 기정사실화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악재의 흑색선전을 믿든 안믿든 간에 뜬소문을 지역사회에 퍼뜨리고 보자는 것이 흑색선전을 일삼는 자들의 소행동기인 것이다. 바로 이런 함정을 노리는 흑색선전을 추방하는 것은 사직당국의 엄정한 색출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의식있는 판단이 요구된다. 만약에 흑색선전이 응징되지 못하고 득을 보는 불행한 현상이 생기면 그럴수록이 흑색선전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상대를 비판할 일이 있으면 떳떳이 얼굴을 내밀고 당당하게 비판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다. 그렇지 못하고 두더지처럼 지하에 숨어 모함을 일삼는 흑색선전은 무책임의 극치며 공명선거 저해의 원흉이다. 평택지역에서 과거 어느때보다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럴수록 더더욱 기대되는 것이 흑색선전을 일축할줄 아는 유권자들의 현명함이다. 흑색선전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시민의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평택=이수영<제2사회부> sylee@kgib.co.kr

본래의 수원

2백여년 전 옛 수원의 원래 읍치(邑治)는 현재의 화성군 태안읍에 있었다. 조선조 제22대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부 지금의 태안읍 안녕리에 있는 화산으로 천장하면서 오늘날의 팔달산 밑으로 읍치를 옮긴 것이다. 정조는 수원 새 읍치의 터를 팔달산 밑으로 정하면서 수원부 주민들의 이주비용으로 균역청(均役廳)의 金 10만냥을 하사했는데 구 읍치에 있던 민가의 철거 및 신읍치로의 이주는 현륭원(융능)이 천봉되던 정조13년 1789년 8월부터 시작돼 10월 천장일 이전에 완료하였다. 삼국시대 이래 화산 수원읍성 아래 자리잡아 살던 안녕리 주민들을 수원 팔달산 아래 유천마을(현재의 세류동)로 이주시킨 것이다. 정조는 수원읍치를 옮기면서 수원부에 갇혀 있던 모든 죄수들을 사면, 석방하였으며 신읍에 거주할 농민들에게는 향후 10년간 稅를 면제해 주도록 했다. 정조는 이어 1794년 정월 영중추부사 채제공(蔡濟恭)을 성역(城役)의 총리대신으로 임명하여 같은 해 2월 28일 정식으로 성역을 착공했다. 1794년 착공한 화성은 1796년 9월 완공됐다. 화성성역과 더불어 성안 팔달산 아래에는 행궁과 관아를 설치했는데 이때 건립된 행궁이 지금 복원중인 화성행궁이다. 요즘 4·13 총선을 앞두고 오산시·화성군을 한데 묶어 인구 1백만명이상의 수원광역시를 만들자는 방안이 수원시의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자 수원시 장안·팔달·권선 3개지역구의 각당 후보들이 앞다퉈 이 문제를 선거공약으로 준비중이라고 한다. 화성군과 오산시가 이에 동의할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과거의 수원 읍치로 수원읍성과 융능·건능, 용주사가 있는 태안읍은 수원시 행정구역에 편입됐으면 좋겠다. /청하

구치소의 汚水방류 배짱

도대체 우리 공무원들은 어느 세월에나 가야 환경위기를 제대로 인식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경기도내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의 수질이 날로 악화돼 경종 울린지가 이미 오래 됐음에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가 매일 수천톤의 오수를 수년째 학의천에 방류하고 있었다니 정말 놀랍고 한심스러울 뿐이다. 더욱이 오염원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세워야할 의왕시가 학의천 바닥이 오수퇴적물로 썩어가는데도 수질검사는 하지도 않은 채 눈대중으로 기준치 이하라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분통 터질 일이다. 서울구치소측이 지난 87년과 92년 신·증설한 3천500톤 규모의 오수처리시설이 낡아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오수를 그대로 방류할 수 밖에 없다고 한 것이나, 육안으로만 검사하고 수질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한 의왕시의 태도는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한마디로 우리 관리들이 얼마나 환경보호에 무지하고 또 의식이 마비돼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창피스럽기도 하다. 의왕시를 관통하는 학의천은 이처럼 오수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방류하는 서울구치소의 배짱과 의왕시의 수수방관속에 악취를 풍기며 먹물같은 폐수로 찌들어 가고 있다. 그 뿐인가. 학의천 하류인 안양천마저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 하천의 수질오염문제는 지금까지 온 국민이 참을 만큼 참았고 당할 만큼 당했다. 이제는 더 이상 당할 수 없는 한계에 왔다. 아무리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기업이라도 이제 오염배출기업은 당연히 단속대상이 되고 문을 닫게 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공공기관부터 법령을 어기며 오수를 배출하고, 또 행정기관이 이같은 위법사실을 묵인하고 제 할일을 못하면서 그 누구에게 환경기준을 준수하라할 수 있겠는가. 예산부족을 핑계로 정부기관조차 계속 환경기준을 어긴다면 민간의 법규준수는 기대할 수도 없다. 구치소당국은 하루속히 낡은 오수처리시설을 보수하고 정상적인 가동과 함께 시설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의왕시 역시 환경은 전문적인 분야인만큼 관계공무원들의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주먹구구식 행정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베를린선언’, 그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정부당국간협력, 화해협력, 이산가족문제, 특사교환제의는 전문 25조로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돼 있거나 함축된 내용이다. 기본합의서는 남북 최고당국자가 재가, 발효절차를 거친 일종의 조약이다. 선언은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베를린 현지에서 있었다. 그러나 그같은 의의에 충족할 만한 북한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 기본합의서가 채택된 1992년 그해에 예정된 분야별 남북공동위원회 개최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이후 지금까지 일관해 오고 있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에 당장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저들은 대통령이 올들어 CNN회견방송에서 제의한 남북정상회담도 주창준 주중국대사를 통해 거부한 바가 있다. 거부해도 그냥 거부한 것이 아니고 미군철수 국가보안법철폐등 종전의 상투적 주장을 되풀이 했다. 세계적인 탈냉전 추세에 한반도만이 유일하게 기존냉전이 계속되는 이중구조속에 있다. 이에 평화, 화해, 협력의 대북정책 기조로 냉전을 종식시키고 싶어 하는 대통령의 뜻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바란다고 해서 저들이 개혁개방의 길로 선듯 나서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흡수통일 배제를 강조해도 빗장문을 여는 것은 저들의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지만 열리기가 어려운 것이 북한의 빗장이다. 하긴, 베를린선언은 뜨거운 감자일 수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는 북측은 다루고싶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협력제안, 특히 식량증산문제같은 것은 절실한 입장이다. 언젠가는 선택적 사안별 접촉 반응이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건을 붙일게 뻔하다. 가령 연평해전대첩에 유감이나 사과표명 요구를 해오면 정부는 어쩔 것인지 궁금하다. 궁금한 것은 또 있다. 근래 김대통령은 유별나게 대북 화해 제스처를 많이 썼다. 베를린선언 역시 발표전에 이례적으로 판문점 적십자연락관을 통해 북측에 내용을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주재 중국대사관 방문에 이어 백남순 외교부장은 베이징을 곧 방문한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모종의 채널이 가동되고 되고있는 징후인지 어쩐지 잘 알 수 없다. 만약 그렇지 않고 무관하다면 베를린선언은 메아리 없는 일방적 제스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추이를 주시하고자 한다.

정치 칠거지악

옛날에 아내를 내쫓는 이유가 되었다는 일곱가지 사항 七去之惡이 정치판에도 등장했다. ‘아나기(아줌마는 나라의 기둥)’라는 시민단체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하겠다는 이른바 ‘국회의원후보 칠거지악’이다. 자동차 문을 비서가 뛰어와서 열어주어야 헛기침하면서 내리는 후보가 칠거지악의 첫번째이다. 사방에 ‘사람 병풍’을 두르고 다니는 사람도 칠거지악 후보의 하나이다. 이들은 어딜 가든 자신이 가운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평소 주민을 위해 한 일도 별로 없으면서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 앞에 나타나는 후보도 마찬가지다. 현역의원이라고 해도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후보이다. 합동유세장에서 자기 연설을 마친 후 다른 후보의 연설은 들을 생각도 않고 철수해 버리는 후보나 연단에 올라서자 마자 상대 후보를 헐뜯는 데 제 정신을 못차리는 후보도 칠거지악에 속한다. 국회의원후보의 지악이 어찌 ‘아나기’가 내놓은 것 뿐이겠는가. 근래 정치 고수라는 위인들이 이 동네 저 동네로 구걸하다시피 다니면서 내뱉는 지역감정 유발 언행은 이제 환멸까지 느끼는 지악이다. ‘내 탓이오’라고 사죄하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지만 무엇이든지 잘못된 것이면 다른 당, 상대방 탓이라고 목청 높이는 정치꾼들의 지악은 구렁이 처럼 징그럽다. ‘선생님’ ‘총재님’하면서 충성을 하는 척 하다가 별안간 뜻이 안맞는다고 돌아서서 독재자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의 지악 또한 지겹다. 도대체 국회의원이 왜 있어야 되는지, 유권자들로부터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 국회의원 노릇은 왜 하려고 하는지를 오늘날 정치판은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국회의원후보 칠거지악’이 아니라 ‘백거지악’이 되는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하다. /청하

문화재보호구역에 골프장?

고양시 원당동 서삼릉 인근에 신설예정인 대중골프장 부지가 문화재보호구역인데도 서울컨트리클럽 골프장 건설이 추진중이라고 한다. 더구나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강매∼원흥간 도로가 골프장 신설 예정 부지를 가로지르게 되자 고양시가 도로의 선형까지 변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골프장이 들어서는 원당동 산 38의23 일대 42만5천700㎡ 한 가운데에 고종황제의 후궁이자 의친왕의 생모인 덕수 장씨 묘역이 섬(島)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서울컨트리클럽이 고양시에 제출한 골프장 신설조감도에는 골프장이 묘를 둘러싸고 있으며 묘역 전체가 1만3천200㎡에 이르는 문화재보호구역이다. 특히 강매∼원흥간 도로가 당초 기존의 한양골프장 일부를 통과한 후 신설예정인 골프장의 6·8홀을 가로 질러 가도록 돼 있었으나 고양시가 골프장을 비켜 축협 유우(乳牛)개량소와 농협전문대 일부를 통과하도록 도로 선형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고양시의 이러한 처사는 문화재보호구역을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는 행정이 아닐 수 없다. 40년 전에도 서삼릉역 40만평을 훼손하여 한양 서울골프장을 만들었는데 또 다시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것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현재 골프장 부지로부터 반경 1.5㎞ 이내에는 인종·철종 등의 왕릉과 태실(胎室) 등이 있는 서삼릉이 자리하고 있다. 서삼릉은 당초 1백30만평 규모였으나 60년대 이후 골프장, 목장, 군부대, 농협전문대 등 부지로 1백23만평이 잘려나가 현재 약 7만평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고양시가 대중골프장 신설추진을 강행할 경우 특정 골프장의 편의를 봐준다는 의혹을 사게될 뿐 아니라 문화재 보호도 외면하는 것이다. 고양시는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지역이었으며 조선조 시대에는 한양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여서 수많은 고적과 귀중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의 향기 드높은 고장이다. 이러한 고양시가 문화재보호구역에 골프장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땅히 재검토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選管委 보강 시급하다

4·13총선의 공정·공명성이 제대로 확보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각당의 공천과정에서 이미 총선분위기가 과열되면서 법정선거기간이 개시되기도 전에 탈·불법 선거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이를 단속해야 할 도내 각급 선관위와 일선 경찰의 인력 장비가 크게 부족,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 선거법은 선관위 직원이 위법소지가 있는 사람을 임의동행할 수 있도록 했고, 향응·금품수수 현장에 대한 자료수거권, 검찰의 선거사범 기소 지연에 대한 재정신청권 등 보다 효과적으로 위법행위를 제재할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인력 장비가 부족해 감시·단속활동이 미진하면 법조문이 그렇더라도 공명선거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도내 39개 선관위의 경우 각각 전임직원 5∼8명에 투표구별 특별단속위원 2명이 배속돼 있으나 내근 요원을 빼면 실제 단속요원은 10여명에 불과하다. 탈·불법행위단속에 필수적인 비디오카메라나 녹음기 등도 보강안돼 효과적 단속이 어렵다. 이같은 실정은 경찰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 도입한 선거부정감시단도 선거기간개시 10일전에 구성토록 규정돼 있어 그 이전의 사전선거운동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당장 단속 인력과 장비를 보충 보강해야 할 것이며, 선거부정감시단도 사전선거운동을 초장부터 단속할 수 있도록 그 구성일정을 조정하는 법개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의 선거는 법적 제도적 장치나 예산·인원 등의 미비·부족등을 이유로 적당한 관리가 용납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이제까지와 같은 내용으로 치러서도 안되며, 누구든 이를 방치해서도 안되는 명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의 최우선 과제는 새삼 강조할 것도 없이 ‘깨끗한 선거’의 구현이다. 선거가 탈·불법으로 오염될 때 민주정치의 틀은 망가뜨려지게 마련이다. 새 세기 들어서도 부정선거 부패정치가 이어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 천년을 맞은 이번에야말로 선거혁명을 이뤄야 한다. 선관위 등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선거혁명의 계기를 맞기는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 어느 때보다 결연한 의지로 무장할 것이 요구된다. 인력등의 부족으로 어려운 점이 없지 않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공정·공명선거가 이뤄지도록 지혜와 역량을 발휘해주길 당부해둔다.

물러나는 교사들

얼마전 명예퇴직한 한 50대 초반의 한 교사가 “이젠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을 더 이상 안보게 돼 후련하다”고 사석에서 실토한 일이 있었다. 교권 붕괴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실례이다.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자신의 아들을 꾸짖은 교사를 교실로 찾아가 뺨을 때린 일이 있었다. 교사가 체벌을 한다는 이유로 제자가 스승을 경찰에 신고해도 놀라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교사를 천직으로 알았는데 이젠 그만 두고 싶다는 중학교 선생님이 늘어난다고 한다. 학생들이 무섭다는 것이다. 꾸지람하거나 벌을 주고난 날이면 그 교사의 승용차에 날카로운 흠집이 생긴다고 한다. 1년 중 가장 보람을 느껴야할 ‘스승의 날’은 ‘촌지 받는 날’로 매도됐고 급기야 정년단축의 충격파까지 밀어닥치자 교사들은 ‘정 떨어진’교단을 서둘러 떠났다. 스스로 선택해 학교를 떠난 명예퇴직 교사가 2만여명이 넘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전국교사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76.6%가 ‘교직을 그만 두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그거? 인간두 아니야! 걔 똘아이야! 죽여야 돼!”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 둘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큰 소리로 했다는 말이다. “누굴 죽여야 돼?” 물었더니 당당하게 “우리 담임요!”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세상이다. 물론 전체가 이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만일 모두 이렇다면 국가 장래가 아득하다. 절망적인 사회다. ‘우리 선생님은 화장실도 안가시는 분’으로 흠모했던 옛 스승관은 전설이 되었다. 많은 교사들이 왜 교단을 떠났으며 계속 떠나려 하는가. 과연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교사인가, 학생인가. 정말 누구의 잘못이 더 많은가를 깊이 따져봐야 할 때다. /청하

지역감정 선거이용 안된다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가 4·13총선을 계기로 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을 비롯하여 여·야당 모두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정치인을 비난하면서 실제로는 지역감정을 이용한 선거전략을 획책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지역감정의 망령이 되살아나 한국정치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 예상되어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의 소리가 대단하다. 최근 각당의 수뇌부들이 전국을 돌면서 각종 연설을 통해 내뱉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보면 과연 이들이 지역주의를 타파하는데 앞장서야 할 정치인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래서 이런 정치인들에게 정치를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서기도 한다. ‘지역감정의 괴수’ ‘영남정권 창출’ ‘영도다리에 빠져 죽어야’ ‘싹쓸이’ ‘호남공화국’ ‘충청도 곁불론’ 등등의 발언은 지역감정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정치인들이야 선거에 이기면 최고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 유리하다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그 피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더욱 잘 알것이 아닌가. 선거때라고 하지만 소위 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정치인들이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마구 내뱉으면 과연 이 나라에서 지역주의는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가. 검찰과 선관위에서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발언에 대한 선거법 저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을 ‘공적(公敵) 1호’로 간주하고 이들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전개함은 물론 이들이 당선되었을 경우, 당선 무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이다. 이번 총선에서까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선거에 당선된다면 과연 우리 정치가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하겠지만 선거에서 최종적인 책임은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도 유권자들의 의식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도 지역감정이나 자극하는 정치인들에게 속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될 것이다.

인천시의 ‘안전’ 확보능력

인천지하철 동수역 지상 도로가 엊그제 또 내려앉았다. 작년 10월 개통된지 5개월만에 벌써 네번째 일어난 침하사고다. 지난 2월초 첫사고가 일어난지 1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시 산하 관계기관들이 침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채 책임전가에만 급급하는 사이 또 침하사고가 발생했으니 관계당국의 무책임한 행태가 한심스럽다 못해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사고원인을 신속·철저하게 규명하고 수습해야할 지휘책임있는 인천시당국의 침하사고에 대처하는 모습이 모호하기만 해 인천시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고 역시 침하상태(길이 4m, 너비 2m, 침하 1m)가 그렇게 크지 않아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잦은 침하사고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침하원인을 놓고 지하철본부측은 지하의 상수도관이 파열돼 되메우기한 부분의 흙이 씻겨 나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고, 상수도사업본부측은 되메우기의 날림공사로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상수도관이 파열됐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며 서로 책임을 상대방에 미루고 있다. 시 산하 두 기관이 이처럼 원인과 책임소재를 놓고 티격태격 한달이상 공방을 벌여왔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침하현상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시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본란은 그동안 침하지역에 매설된 상수도관과 가스관을 내려앉지 않게 받치는 시멘트 구조물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고, 이 관(管)들을 보호할 완충제인 모래가 덮여있지 않은 점을 들어 되메우기 공사의 부실책임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지하철공사가 ‘체전개최전 개통’이라는 일정에 맞추느라 졸속 추진된 결과 이같은 사고가 복개구간 어디에서 또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복개도로를 포함한 지하철 모든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 실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 당국은 침하현상이 수차례 일어나는 동안에도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 호된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시 당국과 시공회사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만큼 땜질식 하자보수 차원이어서는 안된다.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침하원인을 밝혀내고 제대로 된 보수 보강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위험요소를 미적거리고 방치하면 더 큰 화(禍)를 자초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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