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경칩이 지나 봄을 맞은 대지가 훈기를 뿜어 꿈틀거리는 듯 하다. 물이 오르면서 새 생명을 싹틔운다. 꽃샘추위가 제법이지만 이젠 추워봤댔자 말그대로 꽃샘추위다. 봄이 꽃샘바람을 타고 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엔 들꽃이 많기로 유명하다. 들꽃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들나물 또한 많다. 달래며 돌나물이며 쑥은 대표적인 자연의 봄나물이다. 백합과에 속하는 달래는 땅속 깊이 박혀 잘못캐다가는 칼을 부러뜨리기 일쑤다. 돈나물은 돌나물이라고 하여 돌나물과, 쑥은 쑥과의 원조로 돌나물엽액은 해독제와 화상약제로 쓰기도 한다. 이 두나물은 대개 양념에 무쳐서 먹지만 특히 달래는 장에 버무려 장아찌, 돌나물은 물김치를 만들면 여간 맛깔스럽지 않다. 쑥은 국거리로 아주 제격이다. 춘궁기란 것이 있었던 시절엔 절량 농가에서 쑥밥을 해먹기도 했다. 봄나물은 춘곤증으로 입맛을 잃기 쉬운 사람들에게 밥맛을 돋워주면서 겨울을 나는동안 인체에 모자란 각종 비타민을 채워준다. 자연의 섭리는 이처럼 오묘하여 전에는 들판에 봄기운이 돌면 나물캐는 여인네들 모습을 볼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사라진지 오래다. 들나물도 비닐하우스로 재배하다보니 너도나도 그저 손쉽게 사먹을 생각들만 한다. 인간사가 어떻든 대자연은 어김없이 봄의 약속을 지켜주어 대지에 춘색이 완연하다.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白山
최근 PC통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성 관련 정보 상당부분이 청소년들에게 불순한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왜곡된 성의식을 부추기고 있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현재 PC통신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성의학이나 부부갈등클리닉, 불임클리닉코너 등 성관련 정보들이 연령구분없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성관련 메뉴는 대부분 정보이용료가 1분당 30∼50원인 유료서비스로 이들 정보가 자극적인 내용을 담는 저변에는 성문제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을 끌어 들여 이용료수익을 올리려는 업체들의 상흔이 깔려 있는 인상이 짙다. 특히 음란성이 짙은 일부 성의학 관련 서비스의 경우는 초기화면에 ‘19세 미만 청소년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문구가 게재돼 있으나 실질적인 차단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미성년자들의 이용을 부추기는 듯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성관련 정보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바다에 넘치고 있는 음란물이다. 수천개의 외국 음란사이트 외에 한글로 제공되는 음란사이트만도 1백개가 넘는다. 사진합성 등을 통해 유명 연예인의 누드사진을 보여주는 내용에서부터 집단성교같은 변태적이고 반사회적인 음란행위 등을 묘사하는 내용들이 인터넷 음란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5백만명에 육박하고 PC통신의 가입자수는 6백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성과학연구소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75.3%는 PC통신에서, 그리고 그들의 53.4%는 인터넷상에서 음란물을 접촉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해환경으로 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려면 우선 해당 PC통신업체들이 유해정보를 삭제하고 국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음란물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상태를 차단하는 작업을 두고 정보검열이다, 정보통제다 하는 의견들이 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청소년의 중요성 차원에서 보면 결코 정당화되기 어렵다. 나라의 꿈과 희망인 청소년을 보호하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가장 최우선적이기 때문이다.
인구집중과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수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터에 도내 간이상수도 2천100여곳 중 10%이상이 대장균 등에 오염돼 식수로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심각한 일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원이 간이상수도에 대해 3개월마다 실시한 수질검사결과를 보면 작년 1·4분기 214곳, 2·4분기 299곳, 3·4분기 390곳, 4·4분기 238곳 등 분기별마다 모두 10% 이상이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았다. 국내 최대 상수도 공급원인 팔당호가 경기도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급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수돗물 혜택은 고사하고 보건을 위협할 만큼 열악한 수질의 지하수를 마셔야 한다는 것은 정말 딱한 일이다. 식수를 지하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광역상수도 밖 주민들의 건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5일 이질환자가 집단발생한 용인시 모현면 능원1리 간이상수도 취수장을 보더라도 그 위생수준은 경악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경기일보가 엊그제 게재한 취수장 보도사진은 한눈에 그 불결함과 비위생의 정도가 상하수도의 구별이 어려울 만큼 수준이하임을 알 수 있었다. 도로 바로 옆 마른 잡초에 싸인 취수장은 블록이 깨져 하수가 흘러드는가 하면 어떤 취수장 부근엔 건축폐기물과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산에 설치된 취수장도 다를바 없어 등산로 옆 계곡물이 여과없이 유입되고 있었다. 집수정 바닥엔 토사와 오물이 침전돼 있어 청소도 불량한 상태였다. 이같은 위생수준은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은 10%이상의 간이상수도도 거의 비슷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건당국이나 행정기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주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할 당국의 불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국은 자주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아 꺼림칙한 지하수를 매일 마셔야 하는 주민들의 불안을 하루속히 해소시키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상수도 확장사업부터 서둘러야 한다. 물론 그때까지는 간이상수도시설 소독을 철저히 해야함은 물론 오염된 취수원은 폐쇄하고 다시 개발하는 등 깨끗한 물 공급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총선정국이 어수선하다 해도 국민건강과 직결된 국민의 기본생활수요는 한시라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이끌어 나갈 우리들의 값진 재산이다. 그렇기에 어린이교육 위임자들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만큼 중차대한 문제도 없을 듯 싶다. 최근 의정부시가 위탁관리하는 어린이집 원장이 공금을 유용했다는 주장이 가일층 거세지고 있다. 시청 직원들과의 유착비리설도 불거져 나오고 있고 이에 자모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7일 예정된 입학식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입학식 연기를 요구하는 항의농성을 강행할 태세다. 이에 일부 공직사회에서는 문제를 확대하는 자모들을 원망하며 그들의 주장을 꺾고있다는 후문이다. 혹자들은 공금유용부분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액수가 너무 작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두둔하고 나서기까지 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과거부터 공공연히 그래왔는데 이제와 새삼스럽게 호들갑을 떠느냐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러니 자모들의 분통이 터질수 밖에 없다. 감사실에서 사건진상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는데도 불구하고 자모들이 제출한 진정서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게 어느 공직자의 전언이다. 담당과에서 진정서를 모른척 했는지, 아니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고 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지…. 어떤 식으로 해석을 붙여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린이들이 보고 있다. 순수하고 해맑은 그들의 눈동자에 세상의 때를 일찍 보여주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이든 아니든 어린이들을 위한다면 조속히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의정부=배성윤기자<제2사회부> sybae@kgib.co.kr
사무라이는 일본의 봉건시대 무사들이다. 가마쿠라시대 이후 막부(幕府)에서 정무를 보는 일본의 봉건 영주는 쇼우쿤(將軍)들로 많은 사무라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미대륙이 건맨들의 총잡이로 개척됐다면 일본열도는 사무라이들의 칼잡이로 개척됐다. 명치유신이 있기전까지 그랬다. 사무라이 이야기가 미국의 서부활극 이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한쪽 눈, 한쪽 팔마저 원수에게 잃은 불구의 몸으로 와신상담끝에 복수에 성공하는 ‘가다매 가다데 당개’천민 출신으로 명망있는 일류 사무라이가 되는 ‘미야모토 부사시’같은 얘기가 그러하다. 중세기에 프랑스의 ‘삼총사’같은 검귀족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무라이는 일본의 막부시대 검귀족이라 할 수 있다. 신의와 의리를 검술 못지않게 중히 여겨 영주가 싸우다 죽으면 그를 따랐던 사무라이들도 자결하곤 했다. 제2차대전에서 패전하자 많은 일본인들이 단도로 할복한 것은 그같은 사무라이 조상의 할복자살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일본사람들은 지금도 사무라이 영화를 좋아한다. 사무라이 정신이야말로 일본의 무사도(武士道)정신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속칭 ‘짠짠바라바라’라고도 하는 사무라이 영화의 대부분은 이런 권선징악적 요소로 각색, 많이 미화되고 있다. 쌍칼을 찬 사무라이 모습들도 흥행성이 다분하다. 사무라이 일본영화가 들어오는 모양이다. 미국의 서부활극, 유럽의 검객영화, 중국의 검술영화와 또다른 맛이 있는게 사무라이 영화다. 그러나 사무라이 영화를 통해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일본의 현대 젊은이들도 사무라이가 되고 싶어하는, 즉 변할 줄 모르는 그들의 국민정서다. /백산
선거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여 선거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는 선거브로커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위 선거꾼들이라고 지칭되고 있는 이들 선거브로커들은 전국에 걸쳐 수만명이 거의 직업정치인들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선거때마다 한몫 보려는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각 후보자나 정당에 연결되어 전화 또는 찾아가 돈을 요구하고 있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협박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선거에 있어 암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선거꾼들이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욱 단속하기가 힘들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으며, 특히 여론 조사를 가장하여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여 특정 후보예상자에게 불리한 여론 조사 결과를 가공하여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이는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은 사이버 공간을 통한 불법선거운동을 단속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였으나, 수법이 교묘하고 또한 다양한 통로로 전개되고 있어 추적이 결코 쉽지 않다. 선거브로커들은 특정한 정당에 당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거때 돈만 주면 후보자나 정당을 가리지 않고 선거판을 흐리는 행태를 연출하고 있어 이들 선거브로커의 단속 없이 공명선거를 실시하기 어렵다. 후보자들도 이들 선거브로커 때문에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호소하면서 선관위와 검찰 등에게 단속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선거브로커들이 기생하는 것은 후보자와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한표가 아쉬운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선을 위하여 이들과 돈 거래를 하면서까지 손을 잡게되며 유권자들 역시 이들을 통하여 선거때 향응 등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와 유권자들이 이들을 철저하게 거부한다면 선거브로커들이 활동할 수 있겠는가. 선관위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철저한 단속을 통해 불법행위를 엄격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며, 후보자와 유권자 역시 이들이 선거판에 기생할 수 없도록 유혹을 뿌리침과 동시에 위법사례가 발견되면 고발하여 깨끗한 선거풍토에 앞장서야 될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납세자 공익소송은 평가할만하여 기대된다. 중앙정부 및 자치단체의 부당한 예산낭비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이 공익소송은 그 필요성이 절실하다. 혈세를 낭비하는 기관장 및 단체장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구상권 행사와 손해배상 청구소송등을 통해 납세자의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3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예산감시 네트워크’가 지난 3일 서울에서 발족, 대한변협 등의 소송지원단 구성아래 올 상반기중 소송제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중앙 및 지방의 방만한 예산운용에 이같은 시민감시운동이 들고 일어난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 자치단체의 지방예산낭비는 행자부가 이미 단체장경고로는 주의 촉구가 불가능하다고 보아 직권정지까지 검토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예산낭비는 국가기관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요불급한 집행이 많거나 부당하게 지출되는 예산이 수두룩하다. 공사마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거품부풀리기를 일삼는가 하면 일과성 행사에 과다경비를 지출하거나 멀쩡한 관용차를 연식이 오래 됐다며 새차를 무더기로 사들이기도 하고 수억원을 들인 시설이 무용지물이 되는 등 그 유형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허다하다. 이런 예산운용의 방만은 대체로 묵과되기가 일쑤여서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연간 국세·지방세를 통틀어 100조에 육박하는 각종 세금을 내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예산의 효율관리가 세수증대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쥐어짜기식의 세수증대에만 시달려 왔을 뿐 세금이 제대로 잘 쓰여지고 있는가 알아볼 수 있는 납세자의 권리확인은 막혀있었다. 이에 시민운동으로 납세자의 권리회복에 나선 것이 바로 공익소송이다. 국가단체나 공공단체나 예산을 마치 남의 돈 쓰듯이 헤프게 보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서는 관련 공무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우게 하는 경종을 삼기에 충분하다. 예산은 곧 국민의 세금이다. 납세자 공익소송은 납세주권 확립의 시민운동임을 거듭 평가한다.
동상례라고도 하고 댕기풀이라고도 했다. 장가든 신랑은 신부집 동네 총각들에게 푸짐한 술상을 내야했다. 관례를 올리고 첫날밤에 들기전이다. 이 댕기풀이가 간단하지 않다. ‘처녀 도둑놈’(신랑)으로 시비를 걸어 신랑신부를 함께 묶어 매달기도 하고 방망이로 신랑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내리치기도 한다. 장난이 심해지면 신랑 장모되는 이가 발을 동동구르다 못해 나와서 ‘봐달라’며 애원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같은 동네 총각들의 짓궂음은 동네 처녀를 빼앗아(데려)가는 신랑에 대해 심술기를 부리는 면도 있지만, 처음 본 신랑신부가 첫날밤에 어색하지 않도록 댕기풀이 장난을 통해 예비접촉을 갖도록하는 조상들의 슬기어린 민속이었다. 벌써 40∼50년전에 사라진 민속이다. 그땐 신부가 며칠지나 이윽고 신랑따라 시댁으로 신행갈땐 친정어머니와 차마 헤어지기가 서러워 곱게 단장한 뺨에 눈물을 흘리곤 했다. 친정어머니도 신부의 등을 다독거려주고는 돌아서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지금 세상에는 예식장에서 신혼여행 떠나기가 바빠 눈물 흘리는 신부란 볼 수가 없다.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서 눈물짓는 친정어머니는 있지만 요즘 신부는 울기는 커녕 마냥 싱글벙글이다. 그렇다고 어찌 석별의 정이 없을까마는 시속이 달라진 것이니 그저 시집가서 잘 살면 그것이 친정어머니에 대한 보은이라 할 것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한동안 뜸했던 결혼청첩이 또 늘어간다. ‘인륜지대사’를 경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역시 아름다운 것 같다. /백산
‘연천에서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는 지난 2일의 SBS-TV보도에 대한 진위를 놓고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정부가 햇볕정책을 의식, 뭔가 은폐한 것 같다’는 주장인 반면에 민주당은 ‘안보문제를 정략으로 이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군당국은 90년 3월, 제4땅굴을 추가발견한 이후에도 탐지작업을 계속해온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여러경로의 정보와 인공위성 및 항공촬영 등을 토대로 20여개의 추정지역에 대한 탐지노력을 해왔다. 문제의 연천지역에도 지난해 수차 의혹이 제기되는 등 땅굴설이 있었다. 그러나 군 당국의 부인은 대개는 객관적 판단이기보단 일방적 발표의 성격이 짙었다. SBS보도, 즉 휴전선에서 남으로 불과 10㎞떨어진 지하 36m지점에서 발견됐다는 남침용 땅굴을 군당국이 공식부인했으나 진위에 석연치 않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야권의 말대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햇볕정책의 손상이 우려되어 땅굴로 판명됐거나 땅굴의 징후가 짙은데도 굳이 은폐한다고는 꼭 믿고싶지 않지만 오해의 소지는 없지 않다. 더욱이 이번 연천땅굴은 자연동굴이란 것이 군당국의 발표다. 인공의 흔적을 제시한 보도내용과 너무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여당은 과거 정권처럼 안보를 정략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세간이 의문을 갖는 것은 과거와 같은 공포형 안보정략이 아니고 그 반대유형이 되는 안보경시의 신종 정략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담담타타(談談打打)는 북한의 대남기본 전술이다. 행여라도 설마하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같은 생각을 허점으로 노리는 것이 변함없는 저들이다. 이미 발견된 남침용 땅굴마저 부인, 남조선의 모략극 책동으로 뒤집어 씌우는 것이 북한사람들이다. 임기내 한반도의 냉전종식을 다짐한 김대중 대통령은 유럽순방길에서도 정상을 만날때마다 북한 끌어내기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안보태세의 확립없이는 불가능하며 땅굴문제는 안보태세에 속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민군합동조사단에 의한 연천땅굴공개탐사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공개탐사는 결과의 진위가 어떻든 비단 이번에 국한하지 않고 앞으로도 의심되는 땅굴이 제기되면 그때마다 합동으로 실시하기를 강조해둔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문화는 확실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가 훨씬 민주적이라고 하여도 아마 유구무언일 것이다. 여당·야당 가릴 것도 없다. 과거보다 더 극심해진 지역감정 부추기는 교활하기까지 하다. 지역감정을 타파하자는 명분으로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말로는 그럴듯 하게 지역주의 청산을 주장하지만 그 발언속에는 지역주의 자극내용이 담겨있다. 공식선거 운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런 식이니 선거일이 임박해지면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질 것 같다. 너는 죽고 나는 살아야겠다고 피튀기는 싸움판으로 변할게 분명하다. 4·13총선이 고질적인 지역감정 심화와 상호비방, 폭로전으로 전개되는 것도 실망스럽지만 출마예정자들이 내놓을 공약이란 것도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식상하기가 이를 데 없다. 준비중인 공약 대부분이 과거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나 총선 등에서 제시됐거나 이미 추진중인 사업들이다. 재탕, 삼탕을 하는 것들이다. 경기지역 S시에 출마할 각 당의 출마 예정자들이 내놓을 공약만 해도 그러하다. 공업단지 조성을 비롯 군용비행장 소음문제 해결, 전철선 연장 문제 등은 해당 자치단체나 정부차원에서 진행중인 사업들이다. P시의 출마예정자들도 인근 국제공항의 소음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사업 역시 지난 15대 총선 출마자들과 시장 출마자들이 내세웠던 것이다. 또 다른 후보자들의 공약인 무분별한 난개발 방지, 도농복합시로의 승격문제, 접경지역의 체계적 개발 등등 역시 모두 추진중인 사업들이다. 해당 지역의 시장·군수, 기초의원들이 수립, 시행중인 계획을 재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은 국정수행 능력이 있어야 한다. 실속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이때 경실련 경기도협의회와 경기총선 시민연대가 경기도 현안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출마 예정자들에게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출마자들의 정책대결을 유도하는 가운데 국정수행능력을 평가, 발표하겠다는 경실련과 시민연대의 계획은 새로운 이슈다. 4·13총선 출마자들의 진지한 정책대결과 새로운 공약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