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5년전에 모습을 감췄던 한탄강 민물참게가 얼마 전 다시 돌아왔다. 참게는 지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임진강과 한탄강 일대에서 연간 수백만 마리가 잡혔으나 수질오염이 심각해지면서 한탄강에서는 찾아 보기 어렵고 임진강 중·하류에서만 수만마리 정도가 잡혀 왔었다. 어자원보호를 위해 파주시가 지난 3월 참게치어 20여만 마리를 방류한 일도 있었지만 최근 민물참게가 나타난 것이다. 철거된 연천댐 주변에 깨끗한 한탄강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자 민물참게가 되살아난 모양이다. 참게는 강물이 바다와 합류하는 강화군 주변 바다에서 산란한 뒤 임진강과 한탄강으로 올라와 서식한다. 참게는 끓는 간장에 부어 게장을 담그면 ‘밥도둑놈’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이 좋아 옛날에는 임금에게 진상됐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민물참게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문이 나돌자 한탄강에는 매일 밤 손전등을 이용해 민물참게를 잡는 사람들이 모여 들어 불야성을 이루는 것이다. 자갈 사이에 몸을 숨긴 5∼6㎝ 크기의 참게를 하룻밤에 400여 마리나 잡는다는데 대다수의 주민들은 오랜만에 다시 찾아온 민물참게를 보호하기 위해 어린 참게는 놓아 주고 있다. 그러나 외지인들은 몸통 3㎝가 채 안된 어린 참게들을 마구 잡아 참게가 되돌아 오기 무섭게 씨가 마를 지경에 처했다. 인근 식당가에서 파는 것 조차 어린 게들이 대다수이고 크기에 따라 마리당 5천∼8천원씩 비싸게 팔리고 있어 남획행위를 부채질하고 있다. 민물참게가 다시 모습을 나타내자 함께 사라졌던 황쏘가리, 누치, 어름치, 참마자 등도 조만간 다시 오겠지, 하며 기대하고 있었는데, 참게 잡는 사람들을 보고 어류들이 놀라서 도로 사라질는지 모른다. ‘강물이 맑아져 좋아했는데 사람들 등쌀에 참 살기 힘들다’고 탄식하는 참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淸河
폭격훈련으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를 둘러싸고 주민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있는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미공군 쿠니사격장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였다. 5일 국방부가 발표한 ‘매향리 쿠니사격장 주민피해방지 종합대책’의 핵심은 새 기총 사격장을 해안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인공 섬을 만들어 설치하고, 사격장에 가까운 매향 1·5리 주민 238가구 중 이주를 희망하는 가구는 올해부터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주민이 신고한 3천459건의 피해는 보상을 청구할 경우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7일부터 야전공병단 1개 중대를 투입, 피해복구에 나서고 군 의료진과 수의장교로 하여금 주민 진료와 가축 치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발표는 일단 주한미군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로 이해된다. 한 단계 진전된 내용을 담고도 있다.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은 미흡한 점이 많다. 매향 1·5리 주민들에게는 아쉬운대로 수긍이 가지만 매향 2·3·4리와 석천리 등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점이다. 50년간 받은 피해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지난 1일 한·미 합동조사반이 ‘주민들의 피해는 미공군의 오폭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해놓고 4일만에 이를 번복해 피해대책 후속 발표 내용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반발을 무마하려는 형식적인 조치같아 안심이 안된다. 12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문제 등으로 야기되고 있는 반미감정과 매향리 주민들의 감정을 무마하기 위한 우선 공약(空約)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드는 것이다. 지금 매향리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수개월간의 소송을 통하는 피해보상 방법이 아니다. 즉각적인 현금 보상과 사격장의 즉각 폐쇄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분위기를 간과하지 말고 주민들과 별도의 공청회를 갖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문제의 기총사격 표적지를 농섬 일대로 이전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경기도내 각종 건설현장 인근 산들이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 토취장 확보가 어려운 건설현장 인근 산에 악덕업자들이 창고 등을 짓는다며 산림훼손허가를 받아 산을 송두리째 파헤쳐 골재 채취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군 오포면 추자리 일대 산과 안성시 죽산면 장릉리 일대 산도 이같은 편법으로 산림훼손허가를 받은 골재 판매업자들에 의해 까뭉개진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관계당국은 업자들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산림훼손허가를 신청하기 때문에 일선 지자체는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내주고 있다며 산이 흉측스럽게 파헤쳐지고 있는데도 이를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 공직자들은 어느 세월에나 가야 환경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게 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온 국토 온 산하가 마구 파헤쳐지고 병들어 가는데도 개발만을 외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니 한심스러울 뿐이다. 당국이 산림훼손 허가를 내준후 업자가 허가 목적에 따라 건물을 짓는지 감독을 철저히하고 훼손된 산림을 복구토록 사후 관리와 함께 현장확인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멀쩡한 산이 악덕 업자들에 의해 골재 채취장으로 까뭉개지고 있는 것을 방관 방치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 공직자들이 얼마나 환경보호에 무지하고 또 의식이 마비돼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어서 공분을 느끼게 한다. 도내 산들이 이처럼 송두리째 파헤쳐지고 있는 것은 당국의 허술한 법망을 교묘하게 뚫는 악덕업자들에 대해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불법행위가 자행되는 것은 산이 깎여 평지로 변하면서 땅값이 급등하는데 비해 지자체에 선납하는 복구비는 아주 미미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일이면 산을 까뭉개는 불법행위쯤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악덕업자들도 문제려니와 더욱 이해못할 일은 이들이 산림을 훼손하고 산을 파헤쳐 골재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불법사례가 한 둘이 아닐텐데도 이제까지 당국의 단속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국이 그동안 불법사례를 모를리 없을 터인데도 단속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이를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당국은 산을 불법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처벌 또한 단호해야 함은 물론 그동안 단속을 소홀히 한 담당공무원들도 엄중문책해야 할 것이다.
1896년에 설립된 이화학당이 1910년 대학과가 설치되고 나서 교복이던 통치마자락이 올라갔다. 발목까지이던 것을 무릎아래로 짧게 했다. 사대부들이 들고 일어났다. “다 큰 계집애에게 종아리를 드러내게 하다니! 말세!”라며 딸의 등교를 거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화학당은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신이다. 1918년 숙명여고에 처음으로 여자배구단이 창단됐다. 복장이 문제가 됐다. 무릎을 드러내는 단복차림이 고약하다며 역시 학부형들이 항의소동을 벌였다. 신교육, 특히 여성의 신교육 도입과정에서 이런 신·구 생활문화의 갈등이 있었다. 이에 비하면 현대여성들은 옷차림에 해방을 만끽하고 있다. 여름철에 남자가 멋을 내려면 정장차림을 해야 한다. 더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와이셔츠는 소매가 긴것을 입어야 하고 반드시 넥타이를 매야 신사축에 든다. 여자는 반대다. 멋을 부릴수록이 옷감의 천도 투명하고 맨살을 드러낸다. 여름날씨가 완연하면서 여성의 노출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1910년대에 지금같은 ‘핫팬츠 배꼽티’ 차림의 여성이 거리를 활보했으면 정신이상자로 보았을 것이다. 지금은 그같은 모습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되레 치한으로 몰린다. 시대에 따라 도덕관이 달라지긴 하나 과다노출은 자신을 위해 삼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생각된다. 젊은 여성의 밤길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자신을 보호하는 1차적 방어는 자신의 책임이다. ※어제 본란 ‘댐’ 제하의 본문 말미에서 ‘동강댐에 이어 영월댐…’은 잘못된 것이므로 ‘영월 동강댐…’으로 바로잡습니다. /白山
안양시시설관리공단을 흑자로 돌려놓았던 강인용 이사장이 지난달말 사임을 했다. 임기 3년의 절반을 남긴뒤의 갑작스런 사임인지라 강이사장의 사임을 두고 공단직원들과 안양시 공직자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다. 강이사장은 사퇴를 결심한뒤 직원들에게 최근 시의회 조사특위 등의 공단에 대한 잡음을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난다고 사퇴배경을 밝혔다고 한다.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그를 아는 대부분의 공단직원들과 안양시 공직자들은 임기가 보장된 강이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을 보면서 일할 맛을 잊었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이들은 이번 강이사장의 사퇴를 보면서 민선 자치시대를 맞아 민선시장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조성에 대한 절실함을 더욱 느끼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안양시에는 몇몇 안양토박이 원로들의 집요한 간섭내지는 강압에 의해 신중대시장의 소신행정이 크게 희석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공단이사장의 사임배경에도 이들 자칭 원로들이 신시장에게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과거의 전력 등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입김에 의해 공단이사장으로 취임시키려 한다는 소문까지 확대돼 들리고 있다. 또한 이들 원로들은 각종 이권, 인사청탁 등 신시장을 곤란스럽게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들 안양 원로들이 안양을 지키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 선·후배의 두터운 신뢰로 살기좋은 안양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것에 대한 일부의 공로는 인정할만하다. 이제라도 신중대시장이 소신있는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인사청탁이나 행정간섭이 없어야 할 것이며 신시장도 취임초기처럼 흔들림없는 소신행정을 펼쳐 ‘자랑스런 도시, 살기좋은 안양’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안양=유창재기자<제2사회부> cjyou@kgib.co.kr
한때 386세대 정치인들은 ‘새정치’, ‘정치개혁’ 등의 미사여구를 달고 다녔다. 하지만 이들은 광주술판 이후 끝내 기존 정치권에 투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실시된 16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서 평소 주장해온 것과는 달리 자유투표(크로스보팅)를 하지 않은 것. 15대 국회 후반기 의장도 경선으로 선출됐으나 사실상 낙점인사를 투표라는 형식을 빌어 그 당위성을 마련해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따라서 이번 만큼은 자유투표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여왔고, 정치적 사안을 제외하고는 소신껏 투표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투표결과, 이들은 철저히 당론에 따라 자신의 표를 던진 것이다. 386 정치인 대부분은 4.13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15대 국회에 대한 정치불신이 깊었던 만큼 개혁욕구가 강했던 국민들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었다. 이런 탓인지 이들은 정치권 진입후 각종 개혁입법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고, 그 첫 시험대로 국회의장 경선을 꼽았었다. 광주술판 이후 당대내외적인 비판여론으로 활동폭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끝내 제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현실정치에 투항한 ‘슬픈 386’의 모습이었다. “비판은 하되 개혁의 싹은 자르지 말아야 한다”며 광주술판조차 너그럽게 이해했던 사람들도 이런 태도에 대해서는 실망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기성 정치권에 물들어가는 듯한 모습은 물론 이처럼 80년대의 ‘저항정신’마저 무너져가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만섭신임의장은 “지난날 입법부의 어두웠던 그림자를 말끔히 씻어내자”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만큼 큰 실망을 안겨준 386정치인들을 보면 자꾸만 의문이 든다. 광주 민주화운동 20주년을 맞은 올해, 진정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꺾일지언정 휘어지지는 않겠다”며 결의를 다지던 80년대식 젊은피의 저항정신이 필요하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최근 발표된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성(性)범죄 발생은 지난 해의 경우 총 8천500여건으로 97년에 비해 1천500여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범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 신고율은 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러나 이런 신고율도 인구당 비교하면 세계 3위에 해당된다고 하니 이는 이미 성범죄가 위험 수위를 넘었음을 뜻하는 것이며, 따라서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 연일 신문에 보고되는 성관련 기사를 보면 한국은 올바른 성문화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시민단체의 주요 임원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되어 충격을 주는가하면 사장이 여직원을, 의사가 환자를, 교수가 조교를 성추행 또는 성희롱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음에도 피해자인 여성들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때로는 신고를 해야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 때문에 신고를 기피하여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해 7월부터 성추행 범죄에 대한 법적 제재를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피해 여성들의 인식이 변화하여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따라서 성범죄가 노출되어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피해 여성들의 적극적인 신고나 고발이 있어야 된다. 검찰이나 사법기관도 성범죄에 대하여는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기소율과 유죄판결 비율을 높여야 된다. 지금과 같이 기소율 48%, 유죄판결 비율 39%를 가지고는 성범죄 퇴치에 큰 효과가 없다. 남성들의 성희롱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된다. 현재의 여성은 과거의 가부장적 권위주의 시대에 살던 여성들과는 다르다.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부문에서 남성 못지 않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들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더구나 힘으로 여성을 억압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성범죄율 세계 3위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잘못된 음주문화, 여성 경시의 사고방식은 반드시 바뀌어야 된다. 사회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성범죄가 퇴치될 수 있도록 올바른 성문화를 확립시키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제45회 현충일을 맞는 소회가 여느 해보다 새롭다. 6월은 현충의 달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민족화해가 싹튼다. 오는 12일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대통령이 최초로 평양을 방문한다. 민족분단 55년, 한국전쟁 50년만에 갖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있다. 순국선열, 특히 전몰장병 영현들에 대한 추모의 정이 각별하다. 남북대치는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며 남북화해는 이데올로기의 청산이다. 근래 좀 발빠른 변화를 보이곤 있지만 낡은 이념주의를 청산했다고 보기엔 아직 멀었다. 그렇긴하나, 공존공영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지금만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이념주의 추구에 희생된 영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하다.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농사를 짓다가, 장사를 하다가, 사무를 보다가, 학교서 공부하다가 저마다 전선에 달려가 젊음을 바치신 그 무렵은 농경사회였다. 산업사회를 거쳐 오늘의 정보사회 풍요를 살아남은 사람, 전후세대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들이 구가하고 있는 것 또한 영현들의 희생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되도록 아물수 없는 상흔은 너무나 아프다. 오늘도 동작동 국립묘역에서 탄우가 비오듯 퍼붓는 산야서 혼신의 힘을 다해 나라를 지키다가 숨진 아들의 묘비를 끌어 안은채 그칠줄 모르는 노모의 오열은 살아남은 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영현들의 순국이 마치 역사책의 이야기처럼 희석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생명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든 다 더할 수 없이 소중하다. 이처럼 소중한 목숨을 돌보지 않은 전몰 영현들의 희생은 과거사가 아니다. 현실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다시는 또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영현들을 우리 가슴속에 두어야 한다. 남북왕래가 잦아지고 금강산구경을 할 수 있게 됐다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든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방심이나 맹목적으로 얻어질수 없다. 평화는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다. 뜻깊은 현충일을 맞아 이같은 의지와 노력을 다같이 다짐해야 한다. 가무를 즐기고 골프나 치라고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 아니다. 특히 지도층 인사들은 오늘의 몸가짐에 이탈이 있어서는 안된다.
간척사업이나 댐건설을 자랑스럽게 여겼었다. 간척사업을 가리켜 국토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라고 극찬했고, 댐건설을 일컬어 자연의 재해를 극복한다고 했다. 허망한 인간의 오만이다. 간척사업은 갯벌을 죽여 더 큰 재앙을 가져온다. 댐건설은 홍수 및 물공급의 조절기능이 생각처럼 큰 것이 아니다. 이 모두가 환경파괴다. 댐은 인간의 기본생존권마저 위협한다. 낙동강의 안동댐은 기후변화를 가져와 농작물피해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다. 충북 보은군은 청평댐 건설 이후 여름철마다 전례없는 큰 비에 시달린다. 댐이 안겨주는 재앙은 외국에서도 허다하다. 중국의 삼협댐은 1000여종의 고고학적 유물이 수장되면서 물흐름이 막혀 말라리아 등 각종 질병의 매개체가 됐다. 인도의 사로마크댐은 1억2천만평 규모의 숲과 농경지가 매몰돼 이상한발을 가져왔다. 일본은 ‘공공공사 통제법’을 제정, 댐건설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림자원개발에 치중하고 도시계획을 친환경적으로 세우는 것이 홍수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물 절약과 재활용 등을 통해 물의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댐위원회(ICOLD)자료에 따르면 세계담수어종의 20%가 댐건설로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처했다. ICOLD는 언젠가는 인류가 멸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댐건설을 두려워하라’고 경고했다. 국내 환경단체들도 댐건설을 반대하였다. 정부가 동강댐에 이어 영월댐 건설을 백지화한 것은 잘한 일이다. / 白山
고양시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선출직답게 합리적이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내로라 하는 지역 인사들이다. 그러나 3일 폐회된 제66회 임시회에서 ‘출판단지 용도변경에 관한 의견청취의 건’을 처리한 결과를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사항이 있다. 먼저 이번 임시회에서 승인한 제1차 추경예산안을 보면 출판단지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신축될 경우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도록 3천만원의 예산이 포함돼 있다. 주민·시의원들간 찬반양론이 아직 팽팽하므로 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지켜본뒤 의견청취의 건을 채택하던지 부결하던지 하면 될 일이다. 마침 김유임 의원 등이 이같은 사유로 계류를 제안했다. 시나 의회로서는 서둘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24일 도시건설위에 이어 이달 3일 전체회의에서 압도적 표차로 의견청취의 건이 서둘러 채택돼 집행부로 곧 이송되게 됐다. 이미 승인을 다 해놓고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뒤바뀐 행정이다. 또 개인적 의견을 들어보면 고양시에 이제 아파트가 그만 들어서고 인구도 증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구동성 말한다. 그래놓고 인구증가와 특정기업에 막대한 특혜가 뻔한 이번 안건을 신속히 처리해 주는 까닭을 모르겠다. 그동안 고양시에서 발생했던 비슷한 일들이 앞으로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최종 심사를 앞두고 도와 도의회 주변에서도 벌어질 전망이다. 항간에 ‘고양시에서만 통과되면 경기도에서의 절차는 일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으나 근거없는 헛소문이길 기대해 본다. /고양=한상봉기자<제2사회부> sbhan@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