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 5월 2일 안성에서 태어난 조병화(趙炳華)시인이 팔순을 맞이하여 50권째 시집 ‘고요한 귀향’을 상재했다. 1949년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내고 문단활동을 시작했으니까 1년에 한 권씩 시집을 낸 셈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 시문학사에도 유례가 없는 창작활동이다. 조병화 시인은 50권째 시집을 낸 소회를 “소감이 어떻소 당신의 물음에/담담하면서 허전합니다/팔십년 세월 나의 생애가/한꺼번에 쑥 빠져나가는 공허감을 느낍니다/절대 고독이 이뤄낸 절대허무의 희열로 충만합니다”라고 시로 썼다. 일찍이 세계시인대회에서 계관시인의 호칭을 받은 조병화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예술원 회장, 그리고 대학교 부총장, 대학원장도 지냈다. 그야말로 부러울 게 하나도 없을 조병화 시인은 그러나 자신의 아호 ‘편운(片雲)’이 상징하듯 인생을 한 조각 구름으로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셔주고 있는 명시들을 썼다. 문인들과 모일 때 비행기 안에서, 버스 안에서, 야외에서 문인들의 얼굴 옆모습을 몰래 스케치하여 슬며시 건네주며 ‘참 잘 생겼다’고 추켜 세워주는 조병화 시인의 일화는 유명하다. 1988년 문화부기자 시절 경기일보 창간 축시를 청탁하러 서울 혜화동 작업실을 찾아갔을 때 지지대子의 시집들 제목을 기억해준 추억도 있지만 조병화 시인은 전국 문인들의 작품집을 증정받으면 일일이 엽서로 답장해주는 따뜻한 보살핌이 있다. “나는 시를 살았지 만든 적이 없다”면서 시는 독자와 얘기해야지 평론가하고 하는 게 아니다”라는 조병화 시인이 최근 유서같은 묘비명 ‘꿈의 귀향’을 썼다. “나는 어머님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어머님께 돌아 왔습니다” 지순지고한 철학이 깃든 행복한 삶의 말년(末年)이다. /청하
지난 15일 제1회 경기도 환경정책위원회에서 과천-의왕, 파주-김포 등에서 폐기물 처리시설 광역화에 대하여 상호보완이나 빅딜에 합의한 것은 오랜만에 지자체들간의 협력을 보인 모범적인 사례로서 크게 환영할만 하다. 얼마 전 광명시와 서울 구로구간 합의로 광명시는 관내 소각시설을 이용, 구로구의 1일 150톤의 쓰레기를 반입 소각하는 대신 서울시는 광명시에서 배출하는 1일 10만톤의 하수를 처리하기로 한 이후, 이런 지자체간의 협력이 확산되고 있어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각 지자체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주민반대가 점차 확산되고 또한 일선 지자체들이 소각시설 유치를 기피하고 있어 경기도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기물 처리시설 광역화는 제대로 추진될 수 없었다. 오히려 각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독자적인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하려고 계획하고 있으며, 이런 과정에서 예산 조달 문제는 물론 님비현상으로 폐기물 설치를 반대한 주민들과의 마찰로 인하여 민원만 야기시켜 이에 대한 조속한 해결책이 요구되었다.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주된 이유는 지역 발전을 지역주민 스스로의 자율성과 독자성에 의하여 수행하라는 것이다. 자율성과 독자성도 주민의 편의를 위하여 또한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에서 추진하라는 것이지, 과도한 예산을 낭비하면서, 또는 주변 지자체와 협력까지 거부하면서 막대한 주민의 혈세로 독자적인 시설을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이웃 지자체에 폐기물 처리시설이 충분한 여유가 있는데도 이를 새로 건설하는 예산낭비는 물론 국가자원의 소모이다. 경기도에 의하면 앞으로도 남양주시와 구리, 성남과 이천, 수원과 화성·오산간에도 폐기물 처리시설 광역화가 계속 추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소각시설의 광역화로 거의 1천억원에 달하는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도는 이런 시설의 광역화를 위하여 지원 규모의 확대와 포상 실시 등과 같은 인센티브제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웃 지자체간의 협력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혈세 절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런 광역화 사업이 확산되어 공동체적 삶의 기반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부엌 아궁이 불씨를 사계절 꺼뜨리지 않았다. 화롯불은 여름철에 꺼뜨려도 아궁이 불씨는 집안의 며느리 대대로 살려 내려갔다. 어쩌다 불씨를 꺼트린 며느리는 조상에 큰 죄를 진게 되어 대성통곡했다. 조선조 말 유황을 성냥개비같은 나무나 종이심지끝에 바른 유황성냥이 나오긴 했으나 이 역시 불씨에 대어야 발화되므로 불씨는 여전히 소중하였다. 1910년대 신 문물 도입에 따라 화약으로 만든 성냥이 보편화된 것은 불의 생활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성냥이 나오기전의 담뱃불은 화로를 이용할 수 없는 여름이나 야외에서는 부싯돌로 댕겼다. 부싯돌을 마주쳐 생긴 화점이 부싯돌에 댄 마른 쑥에 점화, 모락모락 타는 화기에 대고 담뱃불을 붙이곤 했다. 담배쌈지와 함께 부싯돌 쌈지 또한 필수품이었다. 이러던 것이 성냥이 대중화되면서는 아궁이 불씨도, 부싯돌도 모두 사라졌던 것이다. 1945년 광복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퍼지기 시작한 라이터는 마침내 성냥을 추방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군용이었던 지포라이터는 특히 인기를 끌었다. 라이터가 대중화하면서 갖가지 모형이 유행됐었다. 화목연료에서 연탄을 거쳐 가스가 널리 생활화하면서는 성냥이 완전히 필요없게 됐다. 금연풍조가 확산된 탓도 있지만 라이터마저 유행을 타는 시대가 지나 지금은 값싼 3백원짜리 플라스틱 라이터를 많이 쓴다. 그런데 이 플라스틱 라이터가 문제다. 액화가스는 그대로 있는채 고장이 잘나 쓰다 버리기가 일쑤다. 업소 선전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 라이터는 거의 독점상품이 되다시피하고 있다. 부실품으로 소비자들을 골탕먹이곤 하는 것은 장인정신이 없는 탓이다. “라이터 고장이 역겨워 담배를 끊겠다”는 애연가들이 더러 있다. /白山
한국교육은 한마디로 황당무계하다. 정신만 혼란하게 자주 바뀌는 대학입시제도, 공교육도 제대로 못하면서 과외비를 지원하겠다는 교육부장관의 발언, 교실부족 실태 앞에서 속수무책인데는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특히 새학기가 시작된지 두달이 넘도록 난민촌을 연상케하는 ‘더부살이 수업’이나 ‘컨테이너 교실 수업’을 받고 있는 수도권 지역은 더욱 심하다. 그래서 수도권 지역 학부모들의 불만이 지금 폭발 일보직전에 이른 것이다. 지난 3월 개교한 용인시 수지지구 정평중학교의 경우 학습시설물 부족과 교사증축 지연으로 학생 290여명이 인근 풍덕고교의 교실을 빌려 더부살이 수업을 하고 있다. 수원시 오목초교는 학교운동장과 기자재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개교하여 일부 학부모가 전·입학을 거부, 100여명의 학생이 인근 고색초교에서 2부제 수업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또 아파트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이천시 설봉초교, 수원시 당수초교 등도 학생수가 급증했으나 교실 신축이 안돼 280여명의 학생이 임시 개조한 컨테이너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인구가 급증했으나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무관심으로 부지확보를 못해 콩나물교실에서 수업하는 학교도 많다. 수원시 금곡동과 호매실동의 경우 초·중등학교의 신설이 시급하나 부지확보를 못해 금곡초교 등이 만성적인 교실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동두천시 생연초교도 콩나물교실과 원거리통학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실정의 원인은 교육당국의 정책부재와 신도시 난개발, 교육기반 시설을 외면하는 자치단체때문이기도 하다. 수도권 자치단체들이 준농림지 등에 대규모 아파트 사업 승인을 내줘 지방세 수입을 챙기면서도 교육투자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심각한 것은 수도권 도시에는 내년까지 110여개의 학교신설이 예정돼 있으나 부지는 물론 예산도 절반에 불과한 6천200여억원만 확보한 실정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봉책이긴 하지만 앞으로 도시계획위원회에 교육자들을 반드시 참여시키고 기존학교를 증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여 심각한 수도권 도시의 교실부족을 해결하기 바란다.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가 여전히 혼탁하다. 장애인 임금을 착취하고 장애인고용기금 20억여원을 착복한 악덕업자와 불법을 눈감아 주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 등 18명이 수원지검에 적발된 사건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장애인을 볼모로한 치졸하기 이를 데 없는 파렴치 범죄로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악덕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고 불법을 묵인해준 그런 공무원들에게 혈세로 조성된 장애인 고용기금을 맡긴 국민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정부가 그동안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부정 부패 척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각종 비리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의 사정·개혁이 공무원 사회와 업계에 뿌리깊게 형성돼 있는 부패구조를 놓아둔 채 겉으로 불거진 개별적 ‘사건’만을 문제삼아 관련 당사자를 처벌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번 장애인 고용촉진기금 편취사건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관련 공무원과 장애인고용 기업간의 고질적인 유착관계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제껏 손대지 못한탓에 빚어진 것이다. 정부 당국이 장애인고용 장려금 및 시설융자금 등 각종 지원금 배정과정에서 제도적으로 어떤 문제와 허점이 있었기에 그런 부조리가 생겨나는지를 파헤쳐 원인치료를 했더라면 기업인이 장애인고용기금을 편취하고, 공무원이 뇌물을 챙기는 사태가 빚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용촉진기금 배정과 사후관리가 형식적 실사에 그쳤기 때문에 비양심적 기업인들이 장애인을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눈먼 돈 가로채듯 기금을 편취했고, 정신지체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월 2만∼1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고서도 최저임금(36만원)을 지급한 것처럼 임금대장을 허위작성, 차액임금을 착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이들은 시설자금을 지원받아 장애인 기숙사와 공장을 차려놓고 이를 다른 업체에 임대한 채 정신지체장애인들을 컨테이너 박스에 수용, 사역을 시키기도 했다. 이는 전적으로 관계당국의 불찰책임이 큰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기금신청 기업의 엄격한 자격심사와 철저한 실사 및 사후관리 강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수사기관 또한 이와 유사한 범행이 다른지역에는 없는지 수사를 확대해 파렴치범을 색출, 엄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경기도와 관련 중앙부처 및 동부권 시·군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팔당호 주변 건축 허가억제방안으로 논의된 환경정책 기본법시행령개정은 조속히 이행돼야 한다. 논의된 내용은 시·군의 팔당호 주변지역 건축허가권을 도가 가지며, 주택건축의 허용범위를 제한하고, 외지인의 전입은 세대전원이 6개월이상 거주사실이 확인돼야 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수변구역 지정 등 팔당호특별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끊임이 없는 수질오염이 결국은 이런 극약처방을 필요로 하게 됐다. 양평등 팔당호 주변 7개 시군은 전원주택단지등 신축을 위한 형질변경허가를 지난해 1천861건 해준데 이어 올해도 지난 4월말 현재 벌써 511건이나 해주었다. 현지 주민의 명의를 빌리거나 위장전입으로 외지인 상대의 고급빌라 또는 고층아파트가 마구잡이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한 폐수공해는 실로 심각하다. 특별대책구역의 1일 하수발생량이 34만4000t인데 비해 처리용량은 20만6000t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개별 건축물의 합병정화조를 통해 처리되고 있으나 이가운데 24.5%는 관리 소홀 등으로 팔당호에 그대로 콸콸 흘러들어가는 실정이다. 편법건축의 기승은 앞으로 얼마나 더 팔당호 수질을 망칠 것인지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팔당호 주변의 땅이 외지인들의 투기대상이 된 가운데 신축되는 호화빌라나 고층아파트는 현지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막상 돈은 외지인들이 벌어가고 주민정서와 동떨어진 외지 부유층이 입주하는 것은 위화감 조성으로 사회정책적 측면에서도 깊은 고려가 요구된다. 시·군은 외지인구 유입으로 인한 행정수요의 증대로 막대한 추가예산이 소요되는 터에 이는 외면한채 눈앞 세수에만 급급하는 단견을 드러내왔다. 자치단체가 자기고장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은 심히 불행한 현상이다. 진정한 주민의 재산권 보호가 무엇인가를 알아 지켜주지 못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 팔당호 수질보호는 물론 여러가지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앞서 난개발을 막지 않고는 그 어떤 대책도 소용이 없다. 앞으로 팔당호 주변지역에 주택, 특히 공동주택신축을 불허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초미의 관심사다. 아울러 이미 들어선 각종 건축물도 폐수발생을 엄격히 제한, 폐수를 내서는 절대 사용할수 없는 엄격한 법 재제의 인식이 있도록 해야 한다. 이같은 규제는 팔당호수질을 보호할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자연환경을 후대에 제대로 물려주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의 우주장(葬)시대를 연 실레티스사가 내년에 200기의 유골을 달에 매장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얼마전에 있었다. 유골캡슐을 실은 로켓이 나흘동안 38만6천㎞를 날아 달표면에 충돌하면서 파묻히게 한다는 것이다. 유골당 1만2천500달러의 비용이 든다. 고인이 된 달 지리학자 메리트 웨스트씨 등이 예약됐다. 실레티스사는 1997년 4월 처음으로 우주장을 치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역시 유해캡슐을 실은 로켓을 지구상공 480㎞ 궤도에 쏘아올려 우주궤도를 선회케 했다. 우주정거장제안자 제타르드 오닐씨등 우주과학 관련자들과 별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뉴욕의 다섯살짜리 어린이등 24기의 유해캡슐이 쏘아졌다. 비용은 달매장 비용의 38.4%인 4천800달러였다. 그러나 1인당 평균 2.3∼3.2㎏ 나오는 유골가루를 캡슐에 다 담아 실어보내지 못한다. 3년전 지구상공으로 쏘아올린 우주장은 1인당 5.7g밖에 안된다. 내년에 달에 매장할 캡슐용량은 200g에 불과하다. 화장된 주검의 유골가루 가운데 극히 소량이나마 지구상공이나 달에 보내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나라로 보낸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시신은 입다가 버린 옷이나 다름이 없다. 옷은 몸에 걸쳤을 때 비로소 맵시가 난다. 사람의 몸 또한 혼백의 옷이다. 입다버린 옷이 덧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백이 떠난 시신은 다만 관념적 존재일 뿐이다. 우주과학의 발달은 극성스럽게도 우주장, 달매장을 가져왔지만 생각하면 다 부질없는 짓이다. 한줌의 유골이 하늘나라로 가기보다는 혼백이 하늘나라로 가는 생전의 삶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본다. /白山
지난 14일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제16대 총선 출마자의 선거비용 내역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얼마나 알뜰하고 또한 준법 정신이 투철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선관위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후보자 1천여명중 선거비용 법정한도액을 초과한 출마자는 한사람도 없으며, 사용액도 평균 6천3백여만원으로 법정한도액의 51.0%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당선자도 평균 사용액이 69.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전국 평균을 약간 상회한 6천8백여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출마자들이 신고한 이런 선거비용 보고를 정확하다고 믿는 후보자나 유권자는 별로 없다. 즉 이는 출마자들이 법규에 의한 비용 보고에 억지로 끼워 맞춘 보고자료에 불과할 뿐 실제 사용 내역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선거비용 보고에 지구당 개편대회, 등록전 선거운동 준비비용, 의정보고 대회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실제로 선거때 느끼는 비용사용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으나, 과연 출마자들의 선거비용 사용액이 50%정도라고 보고한 것을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선관위는 오는 6월말까지 선관위 직원은 물론 국세청 직원까지 동원하여 엄격한 선거비용 실사를 하며, 동시에 초과위반자가 발생하면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하였으나, 과연 선관위의 뜻이 제대로 이행될 것인지는 기다려 보아야 될 것이다. 지난 선거때도 선관위가 엄격한 실사를 강조하였지만, 실제로 제15대 선거때도 선관위는 비용 초과자로 단 한명도 적발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기대하는 바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 선관위 실사가 지난번과 같이 용두사미가 되거나 또는 출마자들의 선거 비용 초과를 오히려 합법화시켜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은 해당 선거구 출마자가 얼마나 많은 돈을 뿌렸는지도 알고 있다. 따라서 선관위는 실질적으로 철저하고 엄격한 실사를 하여 비용 초과자를 적발함은 물론 사법당국에 고발하여야 한다. 유권자들도 선관위를 방문, 선거비용 보고 자료를 열람하여 의문시 되면 선관위에 이의 신청하는 적극적 행동을 보여야 된다. 제16대 선거 역시 역대 선거 못지 않게 돈이 많이 든 선거로 알려지고 있어 유권자들이 금권선거 풍토를 개탄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때 보다 선관위 역할은 중요하다.
한나라당 ‘5·31 전당대회’를 앞두고 386세대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약칭 미래연대) 소속 도내 지구당 원내·외 위원장들의 ‘이상한 행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4·13 총선이 끝난 이후 당내 행사는 물론 개인적 행사 등에 잇따라 참석하며 당내 민주화, 1인 보스 체제 탈피 등을 외치며 정치개혁을 최대 화두로 꺼내 한나라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개혁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민주당내의 젊은 정치세대들과의 정책연대, 5·18 20주년을 맞아 광주 망월동 공동참배 등을 추진과 크로스보팅, 국회의장의 자유경선, 상향식 공천 등 정치개혁을 위한 모든 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도 ‘5·31 전당대회’를 앞두고 공동 정견발표 요구에 출마 예정자들과의 사적모임 거부 등 이른바 줄서기 타파, 계보정치 타파 등을 외쳐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작 5·31 전당대회와 관련, 도내 지구당 위원장들과 최근 4차례 이상의 공식·비공식 모임을 갖고 ‘경기도 몫’의 당 3역 중 한 자리 요구와 부총재 출마자로 거명되는 의원을 지지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그같은 근거로 선출직 대의원 874명(지구당별 원내 23명, 원외 20명)과 당연직 등 1천여명의 대의원들 표만 ‘모아진다면’ 7명의 선출직 부총재 중 1명 확보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6월 초의 총무경선에서도 도내 출신 의원을 밀어주기로 의견접근을 이루었다. 이들은 지구당 대의원들에게 이같은 ‘지구당 위원장’들의 뜻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거나 전달할 계획이다. 결국 중앙 정치권을 향해서는 줄서기, 계보 정치 타파 등 정치개혁을 외치며 지구당원들에게는 줄서기, 계보화를 강요하는 묘한 ‘이중적 상황’에 처한 꼴이다. /이재규기자 jklee@kgib.co.kr
“창랑(滄浪)에 낚시 넣고 조대(釣臺)에 앉았으니/낙조청강(落照淸江)에 빗소리 더욱 좋다/유지(柳枝)에 옥린(玉鱗)을 꿰어 들고 행화촌(杏花村)으로 가리라” 조선시대 성종, 명종 때의 문신이며 성리학의 대가로 선비들의 추앙을 받았던 송인수(宋麟壽·1487∼1547)가 남긴 시조다. 저녁놀이 어리는 맑은 강, 해질 무렵의 맑은 강에서 낚시질을 끝낸 사람이 버들의 가지에 비늘이 번쩍이는 물고기를 꿰어 들고 살구꽃 핀 마을, 술집이 있는 마을로 걸어가는 모습이 선연하게 떠오르는 작품이다. 곧은 낚시로 낚시질을 하며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강태공(姜太公) 이야기도 있지만, 낚시는 원래 사람을 명상에 잠기게 하고 때로는 시름을 물위로 떠내려 보내게 하는 운치가 있다. 낚시꾼 중에는 잡은 물고기를 도로 놔주는 사람도 있지만 낚시를 업으로 삼는 사람 조사(釣士)들도 많다. 잡은 물고기를 살려주는 사람은 낚시를 취미삼아 하지만, 조사들의 경우는 다르다. 낚시질은 삶과 직결된 어업 노동이다. 그런데 최근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팔당댐 하류 지역인 한강에 불법 낚시꾼들이 몰려 든다고 한다. 지난해 8월 제정된 ‘한강 상수원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일명 ‘한강법’에 따라 팔당댐부터 서울 잠실수중보까지 길이 12㎞의 한강 구간에서 낚시 등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불법 낚시꾼들이 방울낚시와 투망 등을 이용, 장어·붕어·누치 등 각종 민물고기를 남획하고 있다고 한다. 금지된 구역에서 낚시질을 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어 좀 과한 것 같지만 그래도 직업 낚시꾼들은 먹고 살기 위해 몰래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직업적이건 취미생활이건 아무튼 창랑에 낚시 넣고 행화촌에 갈 생각하면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시절은 언제쯤 올까. /淸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