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우리 교육 현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정년이 단축돼 수많은 교사들이 아쉬움을 남기고 교단을 떠났다. 정년단축에 따라 교육계 일부의 세대가 교체되긴 했으나 교사부족으로 수업에 곤란을 겪고 있다. 교실붕괴 현상도 심각하다. ‘사랑의 회초리’를 든 교사가 폭력교사로 몰리는가 하면 훈계하는 교사를 다른 학생이 휴대폰으로 112에 신고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최근에는 과외금지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과외교습이 전면 허용되면서 당국과 사회로부터 교사들이 오히려 더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참교육과 공교육이 강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들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당국의 시행착오로 야기된 교실부족 문제도 마치 교사들의 잘못인 양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열악한 교육풍토에서도 일선 교사들은 헌신적인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올 곧은 사도(師道)의 외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경기일보사가 제정, 오늘 시상하는 제11회 ‘경기사도대상’은 이렇게 어려운 교육계에서 참교육을 위해 신명을 바치고 있는 스승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교육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요소이자 미래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이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는 시대를 밝히고 역사를 창조해가는 선구자라고 하여도 조금도 과찬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새로운 21세기 새 시대를 이끌어갈 기틀을 마련한 것은 그동안 교육자들이 온 몸을 불살라 교육의 지표를 밝힌 희생정신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일은 우물을 파는 일이 근본 치유책이다. 학교교육은 바로 우물을 파는 일과 같다. 교사들은 바로 우물 파는 작업을 직접하고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교단의 중심에 서서 오로지 후학양성에 전념하여 제11회 경기사도대상을 수상하신 아홉분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드린다. 아울러 경기·인천지역의 모든 교사들에게 경의를 표해 마지 않는다.
3개여월전 경기도 제2청사 개청식에서 잠시 접할 수 있었던 경기도의회 기획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 24일 가진 ‘모처럼의 방문’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주고 있다. 오랜만에 이뤄지는 도의원들의 행차를 맞이하기 위해 집행부측은 이른 아침부터 현관을 지켰고 주차관리자들은 이들을 위한 주차공간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며 애를 먹었다. 이로인해 차량을 주차하지 못한 민원인들은 여기저기서 구슬땀을 흘려야만 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방문예정이 확실치 않다는 말을 들었다는 관계자의 말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도의원들의 방문을 놓고 공무원들은 내심 뭔가 선뜻 내키지 않는 분위기였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에 갖기로 한 간담회가 30여분 늦게 열게 되면서 이들 의원들의 방문은 속살을 드러냈다. 소속 의원 10명 가운데 3명이 불참한 간담회는 간단한 업무보고와 질의로 시작됐다. 소관상임위의 결성이 무산된 것을 적극 반기고 있다는 일부 직원들의 말을 감안한다면 감시자의 전문성이 너무나 미약해 보였다. 북부지역 최대의 이슈인 접경지역지원법에 대해 의원들은 대상지역 등 상식적인 데이터만을 되풀이하는 질의에 그쳤다. 수방대책에 대한 정곡을 찌르며 집행부 관계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의원은 눈을 씻고 봐야 할 정도였다. 구 청사의 건물이 경기북부벤처센터로 집중 육성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제2청이 겪는 인력난 역시 의원들의 안중에는 없는 듯 했다. 간담회가 끝난뒤 무슨 대단한 일을 성사시킨 양 오찬장으로 이동하는 의원들의 뒷모습에 씁쓸함을 갖게 된 것은 비단 기자만이 느끼는 심정이 아닌 듯 싶었다. /의정부=배성윤기자<제2사회부> sybae@kgib.co.kr
경기도가 곧 결정할 버스요금 인상폭 20%는 너무 높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따라서 도 당국은 버스요금인상요율 조정 용역결과를 토대로 구체화하고 있는 20%인상안을 백지상태에서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는 최근 경기개발연구원등에 의뢰, 도내 버스업체 수입금 및 운송원가 조사를 벌인 결과 10∼20% 인상안이 제시됐으나 버스업체들의 적자를 감안 7월부터 최고 20%는 인상돼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이같은 버스요금 대폭인상방침은 정부의 물가정책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저치(0.8%)를 기록했다고 자랑으로 삼아왔던 물가정책을 무색케라도 하는 듯한 인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 힘입어 올해는 적어도 목표치 3%선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또 경기도가 연초에 올해 역시 물가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던 다짐과도 어긋나는 일이다. 물론 버스요금 인상요인이 있다면 그것을 언제까지 눌러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인상폭은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또 정부의 물가정책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논의되고 결정돼야 마땅하다. 터무니 없는 인상안은 소비자의 불만을 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경영합리화나 서비스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 인상요인을 서민들의 부담으로만 전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버스요금 등 서비스요금 인상은 다른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다른 서비스상품의 가격을 덩달아 오르게할 가능성도 있다. 시내버스와 같이 공공성이 강한 서비스는 특히 서민층이 주된 이용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주체자들이 인상요인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또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에라도 가능하면 소폭적인 분할인상이 바람직하다. 서민을 위한 서비스가 거꾸로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이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앞으로 최종 인상안은 도의회 의견수렴과 소비자정책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마련될 것이지만 이에 앞서 버스업체내 경영의 비합리적 요소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 이를 먼저 제거해야 할 것이다. 버스요금 인상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게 투명하고 객관성있는 산출근거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최근 농지불법훼손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 큰 걱정이다. 이는 정부가 94년이후 각종 토지이용규제를 마구 풀어버림으로써 일어나는 부작용의 결과로 결코 소홀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엊그제는 수원 용인 등지의 대규모 아파트 공사장에서 나온 토사·잡석 등을 인근 농지에 불법매립해 10여만평을 훼손한 업체대표등 32명이 검찰에 적발됐고, 가평에서도 농지를 훼손, 전원주택지로 조성한 업자들이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심지어 수원시 광교동 그린벨트내 농경지도 수원시 간부소유 논 등 곳곳이 불법성토돼 농지로서의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고 한다. 일정조건의 농지에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게한 준농림지제도 등 국토관리와 환경보전정책과는 어긋나는 토지규제완화조치들이 농촌지역의 난(亂)개발을 부추기니까 인근 농지를 중장비로 뭉개버리거나 토사·잡석으로 매립, 형질을 변경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사장의 토사운반업체들은 수송비를 줄이고, 땅주인들은 이를 방치함으로써 불법전용을 노리고 있다. 그린벨트해제 등 토지규제완화로 인한 난개발의 폐해가 논과 밭을 잠식하고 있으며 급기야 그린벨트내 농지도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농지불법전용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은 이들이 당국으로부터 고발된다해도 거의가 벌금형으로 처벌되고 그 벌금액수가 불법전용으로 돌아올 부가가치와 비교해볼 때 별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벌금만 물면 된다는 범법자들의 면죄의식이 불법적 농지훼손을 서슴없이 저지르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농경지의 형질변경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은 논밭의 훼손을 방지 보전하고 그 이용도를 높여 농업생산력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농촌은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에 때에따라 농지가 공공용 목적으로 전용이 불가피하더라도 관계당국의 동의나 승인을 받는 엄격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도 농촌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급속한 도시화로 해마다 농지가 크게 잠식당하고 있어 식량증산을 위한 미개간지 개발이 절실한 상태다. 따라서 농지를 투기대상으로 삼아 부가가치를 노리고 고의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는 강력하게 단속해야 하고 처벌 또한 단호해야 한다. 훼손된 농지는 반드시 원상회복시켜야함은 물론 재산형을 우습게 여기는 범법자는 체형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 등 주한미군의 지위 문제 등을 비롯한 각종 현안이 제기되어 주한미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6년 한국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토지와 시설을 공여받아 사용해오던 주한미군이 종합적인 토지관리계획을 마련하여 각종 기지와 훈련장을 재조정 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토지 등은 한국측에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우선 환영한다. 미군측이 구상하고 있는 연합 마스터 플랜(Combined Master Plan)의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어느 지역의 기지를 반환하고 또한 축소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한미군은 현재 보유중인 7천445만평의 부지중 2천만평을 한국측에 반환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대신 주한미군은 600만평의 새공여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주한미군 땅 반환과 중소규모기지를 대규모 기지에 과감하게 통폐합하는 것을 환영하는 것은 그동안 미군기지와 관련된 각종 민원도 끊임없이 제기된 상황이기에 이런 계획이 시행되면 기지와 관련된 민원이 줄어들 전망이기에 환영한다. 특히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지역에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토지가 많으며, 이들과 관련된 민원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많다. 이 계획은 주한미군이 현재 보유한 토지의 25%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협상이 1∼2년 동안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켜보아야 되겠지만 국방부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작업을 해야 될 것이다. 더구나 미군이 새로 공여를 희망하는 지역이 대부분 도시지역이기 때문에 부지매입 비용 마련과 민원해소 과정에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 계획의 시행에 있어 주한미군과와 관계는 상호 호혜적인 상황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더구나 최근 문제가 되는 있는 한미행정협정 개정 협상 등은 갈등보다는 호혜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따라서 주한미군기지 전면 재조정 문제도 이런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21세기를 맞이하여 한미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정립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신령(神靈)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돌아간 이를 추모하는 제사(祭祀)는 온 인류가 그러했듯이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영고(迎鼓), ‘동맹(東盟)’ 등의 제천의식이 있었다. 국가적으로는 ‘원구(園丘)’, ‘방택(方澤)’과 사직(社稷)’의 제사가 가장 중요했고 왕가에서는 종묘(宗廟)의 제사를 으뜸으로 삼았다. 일반 사가에서는 가묘가 있어 조상제례를 정성껏 받들었다. 이러한 제례는 모두 유교의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주자(朱子)의 ‘가례(家禮)’를 기본으로 삼아 제사를 지냈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제사를 매우 중요하게 봉행해왔는데 그리스도 교인들은 조상의 제사지내기를 꺼려왔다. 특히 한국 천주교는 1만여명의 순교자를 낸 뒤 1939년 제사를 허용했지만 처음에는 ‘제사금지령’을 내려 유교는 천주교를 ‘무부(無父)의 사학(邪學)’이라고까지 금기시했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이 24일 유학자 묘소에 ‘예(禮)’를 올렸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 설립자로 항일 독립투쟁과 반독재에 생애를 바친 심산(心山) 김창숙(金昌淑·1879∼1962)선생 묘소에 분향하고 ‘예’를 올렸다는 것이다. 제13회 심산상(心山賞) 수상자인 김수환 추기경은 “조상제사는 미신이 아니라 부모 사후에도 계속 효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교가 부모에 대한 효를 통해 천(天)에 대해 대효(大孝)로 올라가는 상향식이라면 그리스도교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대효를 바탕으로 부모께 효를 하려는 하향식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저는 천주교 성직자이지만 한국인이기에 내 몸 안에도 유교의 피가 흐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평가도 했다. 유교의 인(仁)사상, 불교의 대자대비(大慈大悲)사상, 그리스도교의 사랑정신으로 생명의 문화를 회복하자는 김수환 추기경이 새삼 성스럽다. /淸河
동창회 총무를 ‘사무총장’이라고 부르는 동창회가 있다. 그냥 총무라고 하기가 뭣하면 ‘사무장’이라고 해도 될것을 굳이 ‘사무총장’이라고 직함을 매기는것은 과시욕이다. 동창회만이 아니다. 우리사회는 일반적으로 직함인플레 현상이 심하다. 동창회 사무총장은 그래도 하는 일이라도 뚜렷하다. 명함을 받아보면 별볼일 없는 어마어마한 직함이 많다. 이밖에도 또 있다. 구두닦는 이를 미화원(美靴員)이라고 한다. 구두를 아름답게 닦는다는 뜻이지만 미화원이라고 해서 쉽게 알아들을 이는 별로 없다. 청소원을 환경미화원 이라고 한다.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청소원들의 바람은 명칭보다 아마 처우를 더 잘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간호원을 간호사라고 부른다. 당초엔 간호부(婦)였던 것을 간호원 이라고 했다가 간호사로 고쳤다. 간호사라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일본은 지금도 간호부라고 부른다. 아마 남자 간호사는 간호부(夫)라고 할지 모른다. 미화원, 환경미화원, 간호사 등 명칭은 정부의 행정기관에서 모두 바꾼 말이다. 이는 몇가지 사례만 들었을 뿐 행정기관이 듣기좋게 바꾼 명칭은 이밖에도 많다. 명칭을 듣기좋게 바꾼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부총리를 없앤 정부가 다시 부총리제를 부활한다고 한다.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가 곧 생긴다. 부총리로 한다 해서 경제가 더 나아지고 교육이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직함 인플레에 지나지 않는다./白山 /白山白山
우리는 이한동 국무총리서리 임명을 환영한다. 대통령중심제하에서는 총리임명이 누구이든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총리 서리만은 다르게 보고자 한다. 또 총선기간에 자민련이 선언한 야당의 길은 이한동총재의 총리취임에 도의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이상(理想)도 현실을 떠나서는 구현할 수 없는 것이 정치다. 공조파기에서 공조순리로 말을 바꾼 이총리서리는 말에 부담에 갖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반적 정치도의 수준이 그렇지 못한 마당에 유독 이총리서리에게만 말의 부담을 추궁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우리는 그대신 연부역강한 경륜을 십이분 발휘하기를 주문하고자 한다. 기전(畿甸)출신의 정치인이 재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마 건국이후 처음인 것으로 안다. 경기도는 선거때마다 정국을 가름하는 핵심지역이면서도 역대정권의 정치인 기용에서 인사 푸대접을 받아온 것은 솔직히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알기로는 다른데 비해 뒤떨어지지 않은 유능한 인재들이 많다. 이총리서리의 취임을 환영하는 것도 이런 지역정서가 깔린 점을 솔직히 시인한다. 그러나 총리로서는 국정을 잘 이끄는 명재상이 될 것을 희망한다. 우선 누구보다 내각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이 있을 것으로 믿어 내각과 대통령의 가교역할, 야당과의 국정동반, 국회와의 원만한 협의를 잘 이룰 수 있는 적임자로 보는 기대가 저버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다만 지역사회 문제를 하나 당부하자면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을 희망한다. 현안의 이 문제는 기실 국민경제성장의 첩경인데도 늘 정치적 이유로 저지당해왔다. 이총리서리 재임중 이 문제만은 꼭 해결해줄 것을 믿고자 한다. 아울러 역대 어느 총리보다 소신있는 총리가 되기를 바란다. 힘있는 총리다운 총리의 길이 바로 소신있는 총리어야 가능하다고 본다.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총리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 또한 소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기대에 부응해주는 것이 곧 총리를 처음 배출한 지역사회의 자긍심으로 아는 비상한 관심속에 지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명재상의 평가가 있게 되기를 거듭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의 교통문화 수준이 저질이라는 악명은 수치스럽게도 외국인들의 머릿속에 먼저 깊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살거나 체류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지적하는 사실이다. 부인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통계에도 분명히 나와 있다. 집계에서 빠진 상당수까지 합치면 더욱 심각할 것이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1994년을 고비로 4%대에서 3%대로 어렵사리 내려간 사고율이 작년 4.8%로 급반등, 1992년의 4.7%보다 더 못해졌다. 교통사고 사상자가 70만명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의 사회비용 십수조원을 계산하기에 앞서 하루 평균 1천926명이 교통사고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경찰청의 1999년 경찰백서의 분석에는 질(質)의 차원에서 교통사고 원인의 99.99%가 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규만 준수하면 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유형별로는 안전운전의식 결여가 63.7%, 중앙선 침범이 12.9%, 신호위반 8%, 안전거리 미확보 6.3%의 순이다. 당국의 잘못도 매우 많다. 교통의 흐름을 끊어 놓기 일쑤인 신호체계의 정비도 그렇고 잘못된 도로표지판이 버젓이 서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와 같은 환경여건도 즉시 개선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운전자는 물론 보행인 개개인의 교통관련 준법의식이다. 오토바이 폭주와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 그리고 인도에서의 주정차, 주행도 엄금해야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교통사고 전체건수는 늘고 있지만 음주 운전사고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운전자의 인식이 확산된 현상도 있지만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 결과라고 생각된다. 음주운전 단속은 한층 강화되어야 하며 경찰의 주업무가 교통지도 단속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자동차와 도로가 늘고 있는데 교통경찰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아직도 교통사고를 남의 불행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미한 교통위반 행위는 계도위주로 단속하되 음주, 과속 등 대형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위반행위는 보다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금까지 금융구조 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101조9천억원이며, 앞으로도 연내에 30조가 더 필요하나 이를 국회에 요구하지 않고 부실 자산의 매각을 통하여 또는 남아 있는 공적자금을 동원하여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 장관의 말대로라면 국민의 혈세로 공적자금을 조성하는 잘못된 관행은 없어질 것 같아 우선 장관의 말과 같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은 과연 이 장관의 말대로 더 이상 국민의 혈세에 의한 공적자금의 투입이 없을까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최근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공적자금 운영의 난맥상은 국민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의 수준이다. 공적자금조달과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계획성 없는 무절제한 자금 운영은 이들이 과연 국민재산의 선량한 관리자들인가를 의심할 정도이다. 정부는 최초에 금융권 부실을 정리하려면 64조가 필요하다고 하였으나 현재는 25조가 더 투입된 상황이며, 앞으로 추가 자금 30조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니 그동안 정부의 공적자금 정책운영이 얼마나 엉터리였나를 증명하게 된다. 최근 재정경제부 장관의 공적자금 운영 내역에 대한 발표는 금융연구원 보고서가 공개됨으로 국민들로부터 그동안 정부의 공적자금 운영의 난맥상에 대한 비판이 심화되자 이를 해명한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국민들은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이 국민의 혈세에 의하여 충당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알지 못하고 있다. 공적자금 운영이 잘못되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게 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내역을 벌써 소상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또한 그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때로는 제2의 위기설까지 유포되고 있을 정도로 지금의 경제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투명한 경제정책의 운영이 요구되며, 이는 공적자금 운영에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로부터의 비판이 두려워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으려고 하지 말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 정당한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적자금을 운용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