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매향리일은 주민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50년을 그렇게 살았으면서 새삼 왜 항의냐 하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누구도 그들에게 인내를 더 강요할 권리는 없다. ‘폭탄투하로 인한 직접적피해는 없다’는 한미합동조사단발표에 이어 폭격훈련이 재개된 2일 매향리주민들은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렇찮아도 조사단발표가 미덥지 못한 터에 19일만에 다시 시작된 폭격기 10여대의 농섬사격훈련 굉음은 주민들을 자극했다. 주민대책위원장 전만규씨(44)는 사격장 철조망을 뜯어내고 들어가 주황색 사격예고깃발을 끌어내린 뒤 찢어버렸다. 경찰은 전씨를 군사비밀보호법 등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전씨의 행위는 흥분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행동이지 군사기밀을 탐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를 구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2 전만규’ ‘제3 전만규’가 나올수록이 사태는 더 악화된다. 내일은 사격장 주변의 인간띠 잇기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매향리사태는 언젠가는 결국 수습된다. 주민들을 자극시켜 사태를 점점 악화시킨뒤에 수습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 훈련하는 상대가 미군이어서 미국을 말할뿐 주민들이 미군에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공군의 훈련장 같았으면 정부를 상대로 성토했을 것이다. 순수한 주민의 생활욕구, 기본적 인권주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시누이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白山

인천 앞바다 오염 막아야

인천 앞바다가 한강을 통해 흘러 내려온 쓰레기로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70㎞ 떨어진 덕적도 해상의 그물에서 냉장고가 발견될 정도라고 한다. 쓰레기는 비닐류와 목재 등이 대부분으로 특히 잘게 부서진 비닐이 어망의 새우에 섞이면 골라 내기가 어려워 어민들뿐만 아니라 구매자들까지 골탕을 먹고 있다. 그물을 올리면 고기 반, 쓰레기 반이어서 쓰레기더미 속에서 고기를 고르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수원대 환경공학과가 조개잡이 형망 그물을 이용, 인천 덕적도 바다 밑바닥을 조사하면서 ㏊당 4.568㎏의 쓰레기를 건져 올렸으며, 지난 달 30일 인천항만, 월미도, 연안부두에서 행정선 등 선반 12척을 동원해 바다 대청소를 실시한 인천시는 1년 동안 22만9천350t의 바다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파도를 따라 먼 바다로 이동한 쓰레기가 전체의 반 정도라고 감안하면 30년 동안 344만여t의 쓰레기가 인천 앞바다 바닥에 쌓여 있거나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폐비닐 등 바다 쓰레기는 분해되지 않고 개펄에 파묻혀 물고기의 산란장을 없앨뿐만 아니라 개펄 진흙 속의 산소공급을 막아 생태계를 파괴하여 어획고를 감소시킨다. 바다 쓰레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는 아직 심도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아 더욱 답답하다. 1996년 수도권행정협의회에 바다 쓰레기문제가 처음 제기된 후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5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3월 바다 쓰레기 대책비 35억원을 걷기로 한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이 돈은 바다 쓰레기 분포실태 조사와 청소전용선 구입에 쓰일 뿐 차단막 설치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다.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천 앞바다를 치유하려면 먼저 한강으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근절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인천 강화 북단 4∼5곳에 차단막을 설치해 청소전용선이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것이다. 또 어부들이 바다 쓰레기를 육지로 가져올 경우 일정액을 보상해 주거나, 어부들이 가져온 쓰레기를 정부나 행정당국에서 처리해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해양오염은 일단 발생하면 제거하는데 많은 경비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생한 뒤의 사후처리보다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인천 앞바다가 더이상 쓰레기로 오염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기를 바란다.

의약분업준비 잘되나?

오는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의약분업 실시를 앞두고 국민들은 웬지 불안하다. 의료관행의 혁명을 가져오는 의약분업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받는 선진국의 의약분업은 생활화된 것 역시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선진국처럼 의사와 약사간에 철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어설픈 토양에서 시행되는 의약분업은 자칫 소비자들만 골탕먹기가 쉽다. 예컨대 대체조제는 선진국에서 대부분 허용되고 있다. 의사가 약사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조제시 그로인해 잘못된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를 생각지 않을수 없다. 소비자가 의사의 처방전대로 조제해주는 약국만 찾아다니거나 아니면 대체조제에 의사의 소견을 묻는 번거로움이 없지 않을수 있다. 의약품 분류 또한 일부는 모호하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61.5%, 약사가 임의로 팔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38.5%로 구분돼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예를들어 감기약은 약국에서 살수 있지만 몸살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 즉 환자의 부담이 막상 어떨지도 궁금하다. 병원에서는 약값대신에 처방전료가 새로 생긴다. 처방전료와 약국의 약값이 종전의 병원비와 같을 것인지, 어떨 것인지 잘 알수 없다. 약국의 약값이란게 지금처럼 심히 들쭉날쭉해서는 더욱 그렇다. 또 정부가 조만간 의료보전책으로 수가를 올리면 국민부담은 더 늘어난다. 의약분업을 제대로 하려면 의료보험료를 올리든지, 국고지원을 늘리든지 해야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간접으로 다 국민부담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편익을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초창기의 시행착오를 어느정도 감안한다 해도 국민편익과는 거리가 멀것만 같다. 의약분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도 실시돼야 한다. 그동안의 정부대비가 지나치게 미흡했다. 의약업계의 대립을 정책화 시책으로 유도하지 못한 것은 정부 책임이다. 단순한 직능이기로 보아 중재에만 급급하다가 더 악화시킨 결과를 만들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이에 근원적 시각으로 접근, 혼란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연기하는 것이 더 낫다.

전시행정의 경찰대개혁

영화‘투캅스’는 현실과 타협하며 온갖 비리를 서슴지 않는 고참내기 경찰관과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며 민중의 지팡이로 남을 것을 역설하지만 끝내 고참보다 더 지독한 찰거머리 비리 경찰관으로 변질되는 신참내기 형사의 이야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재차 확인시켜준 영화다. 경찰은 ‘경찰대개혁 100일 작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친근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부천남부서가 개최한 ‘부정부패추방을 위한 사례발표’는 눈여겨볼만한 행사였다. 남부서는 사례발표에서 음주운전 단속과 비리업소 단속과정 등에서 자신들이 겪은 금품수수나 향응제공의 유혹을 뿌리쳤던 사례를 발표하고 부정부패에 절대 물들지 않는깨끗한 경찰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날 발표자 18명중 14명은 파출소에 근무하는 1∼2년차 순경들이었다. 이들중에는 아직 시보도 벗지 못한 신참경찰관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과연 무엇을 개혁하자고 경찰서장과 과장 등 높은 분들(?) 앞에서 저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어야만 했을까? 여기에 경찰은 한술 더 떠 사례발표에서처럼 깨끗한 경찰상 구현은 곧 경찰대개혁의 성과라며 치켜세우기에 열을 올리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일관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단 말인가? 남부서의 사례발표는 자기반성을 계기로 부정부패추방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분명 획기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진정 개혁의 대상으로 분류되는 윗물들이 아랫물만의 깨끗함만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 개운찮은뒷맛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교사부족, 대책 세웠나

오는 2학기에 경기도내에서 명예퇴직, 정년퇴임 등으로 교장만 170여명이 교체되는가 하면 교감 이하 교사들도 570여명이 교단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경기도 교육청에 의하면 교원정년 단축에 따른 명예퇴임수당을 받기 위해 초·중등 모두 650명에 이르는 교원들이 무더기로 명퇴신청을 한데다가 정년퇴임 96명을 포함, 744명이 교단을 떠난다는 것이다. 인천의 경우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이 22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말 인천교육청이 명퇴 희망자 신청을 받을 때 보다 170명이나 늘어난 숫자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도와 인천시 교육계에 교사의 인력난이 극심해지게 됐다.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해 말 1천950명의 초등교사를 모집했으나 970명만이 지원했고 올해초 또 다시 450명에 대한 모집공고를 냈으나 166명만 지원했다고 한다. 더구나 오는 8월말 303명이 빠져 나가게 돼 교사수급계획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렇게 교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는 주요원인은 교원들에게 자긍심과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교육계를 개혁한다고 교원들의 정년을 줄였다 늘렸다 해 일관성이 없었고 연로한 교사들을 마치 급여나 축내는 무능력자로 몰아 긍지를 실추시켰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교실붕괴현상, 그리고 수업 외의 과중한 잡무도 원인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교육정책이 시류에 따라 갈팡질팡해온 것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이다. 수많은 교사들이 교직자의 성스러운 꿈을 접고 교단에서 물러나는 것을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8월말 명퇴하는 교사들에게 퇴직 후에도 기간제 교사로 근무, 담임을 맡긴다는 계획은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교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우선 오는 8월까지의 65세 한정으로 지급되는 명예퇴직 수당을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것도 교원부족 사태를 막는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교사부족이 없는 교단안정을 위한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한다.

접대

한국 기업들은 96년∼98년 3년동안 기밀비, 교제비, 사례금 등을 포함 총 9조9천898억원을 접대비로 썼다고 한다. 국세청이 지난 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금액이다. 연도별로 보면 96년 2조9천656억원, 97년 3조4천988억원, 98년 3조5천254억원이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접대비 지출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했다. 관공서도 마찬가지다. 지방도청에 근무하는 모국장은 1년에 20∼30차례 서울에 올라와 예산지원이나 숙원사업 진척을 위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접대를 벌인다. 실정이 이러하니 각 지방자치단체는 막대한 접대비 지출을 위해 각 예산 항목에 은닉예산을 만든다. 접대에는 우리 경제 구조를 왜곡시킬 만큼 막대한 부담이 뒤따른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나 일반회사의 봉급체계에는 ‘업무추진비’ ‘기밀비’ ‘정보비’등 불투명한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는 접대를 ‘업무의 연장’이자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다. 세칭 ‘술상무’는 접대를 주업무로 하는 직장인이다. 특히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밤 질펀하게 벌어지는 접대는 아직도 일과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우리 같은 접대문화는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의 정치인이나 관리들은 20달러 이상의 선물을 받거나 식사를 접대받을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정·관·재계의 유착을 비유해 ‘철의 삼각구조’라는 비난까지 샀던 일본은 요즘 ‘접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4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중앙부처 과장보 이상이 업자로부터 5천엔 이상의 선물이나 접대를 받았을 경우에는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최근 ‘광주술판사건’이나 잇따라 터져나온 공인들의 성추문 등은 접대자리에서 일어난 아노미 현상이다. 공익적 요소가 사적 이익으로 전환되고 이를 공동으로 묵계하는 현장이 바로 술자리 접대문화다. 박주산채(薄酒山菜)로도 정겨운 접대문화가 새삼 그리워진다. /淸河

안산 ‘사할린동포’를 위한 제언

병들고 나이가 들수록이 정붙이는 마음은 가족이지 고향이 아니다. 고향도 생활근거가 있고 일가친척이 있어야 고향이지 그렇지 못해서는 타향이나 다름이 없다. 얼마전 본지에 보도된 시름잠긴 사할린 동포의 모국생활이 이런것을 생각케 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정부의 도움으로 안산시 고잔동 ‘고향마을’에 정착했다. 482가구에 948명이다. 일제때 2차대전이 한창일무렵 당시 일본땅이던 사할린으로 강제징용에 끌려가 해방이 되고나서도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렀다. 세월이 지나면서 가정을 이루어 아들 손자 증손자 까지 보았다. 사할린1세 동포들의 꿈은 생전에 고향땅을 한번 밟아 보는 것이었다. 모국을 찾는 것이었다. 안산 ‘고향마을’에 살고있는 동포들은 그러한 사할린동포 1세대들이다. 고향은 있어도 막상 삶의 터전이 없으므로 정착할 곳을 마련, ‘고향마을’이란 이름아래 집단촌으로 살게 했다. 그러나 50여년만인 모국방문의 감격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연전에 기억에 조차 잊혀진 고향을 백방으로 수소문, 모국의 친척들과 감격의 재회를 했던 훈 할머니가 나중에 가족이 그리워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간 사실을 생각해봐야 한다. ‘안산 고향마을’의 동포들은 거의가 80대들이다. 노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부부가 함께 있을 땐 좀 낫다. 앞으로 어느 한쪽과 사별하고 나면 밀물처럼 엄습하는 고독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한달에 가구당 50만원씩 보조해 주는 생활비가 빠듯하지만 생활비가 넉넉하다 해서 고독을 달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할린에 두고온 아들 손자 증손자가 눈에 어른거려 밤잠을 설친다”는 이들의 말은 정(情)에 굶주려 우러나온 절규다. 영구귀국이란 이유로 인간의 본능인 정이 차단되는 것은 인도주의에 합당치 않다. 몇 가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사할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들은 돌려 보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이들이나 사할린에 있는 가족들이 1년에 한두 차례씩 왕복하여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러시아 당국과 협의해 볼 수 있다. 왕복비행기는 물론 정부가 주선해야 한다. 사할린 동포들을 데려온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 할 수는 없다. 이들에 대해 인도주의의 노력을 다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고 믿는다.

한나라당의 공격

오늘날의 국무총리에 비견되는 영의정(領議政)은 조선시대 최고의 중앙관직으로 법제적·실권적 기능을 수행했다. 흔히 영상(領相)으로 불렸으며, 상상(上相), 수규(首揆)라고도 하였다. 법제적으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 규정되었지만, 실제의 기능은 왕권이 강하고 약함에 따라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세조(世祖)가 즉위 하여서는 영의정이 실권없는 무력한 지위로 전락하였는데 이는 단종 때 영의정 황보인(皇甫仁)과 김종서(金宗瑞)등의 정적이 세조의 행동을 크게 제약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왕권의 강약, 의정부와 6조의 역학관계, 비변사의 설치, 규장각의 운영, 당쟁과 세도정치, 각종 변란으로 인한 정치분위기 등과 연관되면서 영의정은 권한의 번복을 계속했다. 영의정은 전조선 시대를 통하여 존속돼 오다가 1894년 갑오경장 때 의정부의 총리대신으로 바뀌고, 이후 내각총리대신·의정(議政)으로 개칭 되었다. 현재의 국무총리 제도는 1948년 정부수립 이래 설치돼 제2공화국을 제외하고는 행정부의 제2인자로서 대통령을 보좌하며 그의 명을 받아 행정 각 부를 통할하는 일을 해 왔다. 그러나 실제 권한은 왕권시대처럼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는 무슨 역할을 어떻게 할는지 미지수이지만 국회임명 동의안 처리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이다. 특별팀까지 구성, 이 총리서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 특별팀은 최근 수년간 이 총리서리의 각종 인터뷰와 연설, 강연 발언 등을 수집해 내용을 분석하는 방대한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왕명을 받은 영의정이었으면 인사청문회는 없을텐데 그러나 이 총리서리는 야당의 공격준비에 대범한 자세다. 그동안 작전상(?) 식언 몇 마디 한 일 외에는 꺼릴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淸河

쇠고기 구분판매제, 지속해야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 우리나라의 ‘쇠고기 구분판매제’와 소 수매보조금의 지급에 대해 ‘농업협정’ 위반이라는 잠정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한국의 쇠고기 전문매장 운영은 수입 쇠고기가 마치 품질이 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므로 부당하다며 미국과 호주가 지난해 WTO에 잇따라 제소한 결과다. 그러나 쇠고기 구분판매제는 우리가 유통업자의 부당이득을 막아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공정한 유통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문제삼는 것은 부당한 내정간섭이다. 쇠고기 구분판매제가 폐지될 경우 무엇보다 수입 쇠고기의 한우고기 둔갑판매가 성행할 것이다. 그동안 한우고기는 한우 전문점과 일반 정육점에서, 수입육은 수입 쇠고기 전문점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정책을 통해 둔갑판매를 차단해왔다. 그런데도 수입육을 한우고기로 속여 파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구분판매제마저 폐지된다면 유통단계에서 분명히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특히 쇠고기가 대량 수입되는 현실에서 최소한의 보루인 쇠고기 구분판매제가 폐지된다면 사육규모가 매우 영세한 40만 한우농가들의 생존권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에 우리는 정부 당국에 촉구한다. 앞으로 쇠고기 유통은 판매창구의 구분이라는 도식적 방법에서 탈피해 유통단계별로 철저한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함으로써 소비자가 손쉽게 수입육과 한우고기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개발하기 바란다. 또 소매단계에서 원산지 표시제는 물론 부위별·등급별 판매를 강화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해 내년에 쇠고기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육질이 좋은 냉장육의 수입이 확대될 것이 예상되고 있는 바 WTO의 잠정결정을 계기로 그동안 추진돼온 한우 고급육 브랜드화, 냉장육 유통시스템 확대 등 쇠고기 유통정책 전반에 걸친 대책을 세워 구분판매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당국은 이와 같은 정책수립은 물론 먼저 미국과 호주로 하여금 쇠고기 구분판매제에 대한 WTO 제소를 즉각 철회토록 하는 한편 WTO분쟁조정기구에도 소수 강대국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각국의 특수성과 상대성을 고려해 객관적 판단을 내리도록 촉구해야 한다. 미국과 호주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국내 축산농가와 소비자를 위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기를 바란다.

‘現代’어떻게 되나?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퇴진 선언은 재벌1세대를 생각케한다. 개발독재시대에 재벌1세들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한다. 국민경제의 대표로 제벌이 누구이든 간에 필요했던 것이 당시의 사정이었다. 은행의 사금고화가 용인됐던것도 이때문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금융특혜와 부동산 투기, 중소기업 몫까지 잠식하는 선단식 족벌경영은 국민경제의 저해요인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온갖 특혜로 성장한 재벌이 경영의 세습을 당연시하는 것은 인식의 착오다. 재벌이 아니면 실업사태가 나고 경제가 망가진다고 아직도 여기는 것은 오만이다. 재벌은 국민들이 만들어 주었다. 지금도 재벌이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은행 빚 때문에 천문학적 수치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수도 있는 돈이다. 한국적 재벌은 청산돼야 할 유산이며 재벌개혁은 시대의 요청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와 마찬가지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하고 재무구조의 투명성이 요구된다.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3부자 퇴진선언은 신선하다. 대주주로 전문경영인 영입등에 영향력 행사는 능히 예견되긴 하나, 사실상 재벌 해체로 가는 3부자 퇴진은 지지부진 했던 재벌개혁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정주영 명예회장 선언의 배경에 추측이 엇갈리고 몽구회장의 거부 등 내부적으로 겪는 진통을 시급히 수습하는 것이 정상화의 첩경이다. 퇴진 결단못지 않은 발빠른 경영형태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안정을 위한 급선무다. 물론 여기에는 계열사끼리 얽힌 이해 관계가 있어 해답을 찾기 어려운 난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계열사들이 선진형 구조를 지닌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길이 이길뿐이다. 환골탈태의 아픔을 극복해내야 하는 것은 일종의 소명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끈 현대가 공헌한 것은 부인 될수 없는 절대적 사실이다. 이에이어 시대에 새롭게 부응, 어느 재벌보다 앞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결심 또한 그다운 결단이라고 보면서 추이를 주목하고자 한다. 부채비율 감축, 지배구조개선으로 압축되는 재벌개혁을 연내 마무리 짓지 못하면 국가경쟁력을 크게 저해한다. 대외신인도 역시 치명적 영향을 가져온다. 현대의 신선한 충격파가 다른 재벌에도 파급이 미치는 전기가 돼야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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