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경기장 응급대책

각종 스포츠 경기 때 마다 관중이 운집하는 경기장 대부분이 ‘안전사각지대’라면 심히 우려되는 사태다. 촌각을 다투는 불상사가 발생해도 신속히 응급조치를 할 수 없다면 언제나 위험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셈이다. 운동경기 중 선수가 사상을 당할 위험은 항상 있는 것이지만 지난 4월 18일 프로야구 경기도중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롯데팀의 임수혁선수 같은 경우는 경기장이란 곳이 스포츠 애호가들의 함성에 묻힌 안전사각지대임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임선수의 사고 이후에도 응급상황에 대비한 구장의 설비가 하나도 보완·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응급상황 대비조항이 전혀 없는 현행 경기장 규정을 개정치 않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선수의 사고발생 처리만 해도 그렇다. 임선수가 사고 이후 곧바로 심폐소생조치를 받았으면 의식을 찾지 못하는 상태까지 악화되지는 않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에 심장의 박동이 미미해지고 불규칙해질 때 전기적인 충격을 가해 회복시키는 의료장비 ‘심실재세동기’만 있었다면 바로 심폐소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의 구장에는 전문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심실재세동기 정도의 기본장비는 당연히 비치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구장 상황은 너무 열악해 간호사와 인공호흡장비가 있는 앰뷸런스를 대기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각 구단에서는 심실재세동기를 설치한다 해도 이를 다룰 전문의를 계속 상주시킨다는 것은 비용면에서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심장재세동기는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전문대 응급구조학과 계통 졸업자나 350시간 정도의 관련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취득할 수 있는 1급 응급구조사의 자격증 소지자면 다룰 수 있는 장비다. 팀마다 정형외과, 일반외과, 내과의사 등이 있고 선수, 코치, 심판의 건강까지 관리하는 ‘패밀리 닥터’를 함께 두고 있는 외국처럼은 못되더라도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장비 및 의료진이 상시 대기할 수 있도록 구장규정을 하루빨리 마련, 선수와 관중들의 안전을 도모하여 주기 바란다. 물론 경기장 관리 당국 역시 응급대책을 당연히 수립해야 한다.

가출주부 급증, 그 심각성

가출주부가 많은 것이 작금의 현상은 아니다. 가출가장이 있고 가출자녀도 있다. 이런 가운데 가출주부가 전체 가족가출의 64%를 차지하는 것은 더욱 심화하는 것으로 보아져 매우 우려된다. 경기지방경찰청에 의하면 올들어 4월말 현재 2천194명의 가족가출중 가출주부가 1천408명으로 파악됐다. 가족가출은 가정의 안정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사회위기 수준을 높이는 점에서 심각하다. 주부가출은 더욱 그러하다. 예컨대 가장가출은 실로 무책임하여 가족들을 일시에 곤궁과 불안속에 몰아넣고 자녀가출은 부모를 초조하게 만들어 절망감을 갖게 한다. 가출은 누구이든 이처럼 불행하다. 그렇지만 주부가출은 더욱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장이나 자녀가출은 악조건 속에서 그래도 주부에 의해 가정이 지켜질 수 있다. 이에 비해 주부가출은 십중팔구는 가정의 형해화마저 파괴된다. 자녀를 길거리에 몰아내고 남편을 폐인의 길로 빠뜨린다. 물론 주부가출은 가장되는 남편의 책임이다. 남편이 오죽했으면 아내가 집을 나가겠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의 행복은 가정에 있다. 가정을 떠난 주부의 행복 또한 그 어디에서든 찾을 수 없다. 집떠난 일시적 안일이 영원한 행복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떠나 살수 없는 것처럼 가정생활을 떠나 살수 없다. 가정은 국가와 사회의 원초적 집단이다. 가족가출, 특히 주부가출의 급증현상은 아무리 사생활이라 하여도 방관만 할 일이 아니다. 결손가정이 많으면 사회를 병들게 한다. 사회정책적 측면에서 깊은 고려가 있어야 한다. 갖가지 사회문제가 가족가출이 많은데 그 원인(遠因)이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가출이 개인이나 가정에 국한하지 않는 사회적 관심사가 되길 바라면서 아울러 가출당사들의 빠른 가정복귀가 있기를 간곡히 당부해마지 않는다. 가장가출이나 자녀가출도 그렇지만 특히 주부가출의 경우 하루가 시급하다. 주부가출은 복귀가 늦으면 늦을수록 가정에 돌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가출이든 가정으로 돌아오면 두말 않고 가족사랑으로 감싸야 한다는 사실이다. 무조건 이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참다운 가족사랑인 것이다. 가정의 행복, 부부의 행복은 이미 익은 달콤한 열매를 따먹는데 있지 않다. 어려운 세파를 힘모아 헤쳐가는 속에 진정한 행복이 일궈진다.

공교육 붕괴위기

과외전면허용으로 타지역에 비해 교육여건이 열악한 경기북부지역에 공교육이 붕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의정부·양주·동두천 지역 중·고교의 학급당 학생수가 평균 41명인 현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과밀학급(학급당 학생수 36명)은 특기·적성교육의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공교육붕괴의 대표적인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교육여건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내용의 부실을 불러온다. 50여명에 달하는 학생들 개개인의 학습진도에 맞는 교육은 엄두도 낼 수 없으며 교육부의 방침을 따르기에도 역부족이라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결국 실제 수업시간에 교사의 설명을 듣는 학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수준에 맞지 않는 학교수업은 학생들을 방과후 과외나 학원으로 내몰게 된다. 학교수업의 불신에다 공교육의 붕괴가 초래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선생님의 훈계가 먹혀들지 않고 교실안에서 학생과 교사간의 전통적인 사제관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수업시간에도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기가 일쑤고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조차도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이 낫다며 결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 과외전면허용조치이후의 교실풍속도다. 며칠후면 제19회 스승의 날이다. 제자를 사랑하고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교단을 지키려는 스승이 그나마 있을 때 공교육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직업교사’로서 제자를 대하고 ‘직업교사’로서 교육현장에 머물게 될 때 공교육은 이미 붕괴한 것이기 때문이다. /의정부=최종복기자<제2사회부> jbchoi@kgib.co.kr

설마

수원 관내 M초등학교 학부모라는 한 독자가 전화를 했다. M초등학교 교장의 그릇된 인식을 고발한다는 것이었다. 50대 초반이라는 교장이 너무 권위적이고 제왕적이라고 했다. 교직원이 복도에서 마주칠 때 목례를 하면 반드시 ‘교장 선생님’, 이라고 호칭하고 얼굴을 확인한 뒤 인사를 하란다고 했다. 학생들이 10분간 노는 시간에 교실이나 복도에서 떠들면 조용히 하게 하라고 교사들에게 호령한다고 했다. 수업시간에도 떠드는 게 어린이들인데 쉬는 시간까지 통제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학부모는 강조했다. 교장실 맞은 편에 화장실이 있는데 직원들이 볼일을 본뒤 물 내리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여간 신경질을 내는게 아니라고 했다. 새벽에 일찍 나와 남몰래 학생 화장실을 청소하는 어느 교장선생님도 계시다는데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었다. 교무실이나 행정실에서 사용할 복사기나 팩시밀리기 등을 구입하면, 새것을 교장실에 설치토록 하고, 쓰던 것은 교무실, 행정실에 내려 보낸다고 했다. 활용이 가능한 멀쩡한 사물함 등 학교비품과 교실의 알루미늄 새시 이중유리창문틀을 하이새시로 교체하여 학교재정을 낭비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기가 먹을 음식은 직접 가져가야 하는 교내 뷔페식 급식소에서 영양사가 밥그릇을 가져다 바쳐야만 식사를 하는 모습은 점입가경이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교직자들은 M초등학교가 아니라 M왕국으로 부르고 교장은 왕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교사로서 한 학교의 교장이 되었으면 족하지, 무슨 출세를 어떻게 더 하려고 아랫사람들은 짓밟고 위에는 그렇게 아부를 하느냐면서 학부모는 전화를 끊었다. 이 학부모의 호소가 오해이거나 인신공격이라면 다행이지만, 정말 사실이라면 참으로 통탄스러운 교직자이다. /淸河

백사장이 사라지는 京畿灣

깨끗하기로 유명한 경기만의 바닷모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옹진군 등에서 허가받은 해사채취업자들이 인천∼경기도 앞바다인 경기만의 20여곳 광구에서 모래를 퍼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앞바다의 경우 옹진군 자월면 승봉도 옆 무인도인 선감도 지역을 비롯, 덕적면 덕적도, 영흥면 영흥도 등에서 연 1천400만∼1천700만㎥의 모래가 채취되고 있다고 한다. 인천 앞바다의 모래채취는 1984년부터 소규모로 실시됐으나 지난 1995년 정부의 골재 수급계획에 따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백사장 면적 감소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천 앞바다의 최대 모래 채취장인 자월면 선감도 주변의 이일레해수욕장과 자월도의 큰말해수욕장, 대이작도의 큰풀안해수욕장, 작은풀해수욕장 등의 백사장 면적이 줄어 들고 돌이 나오는 등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바다 매립과 농경지 배수로 등의 영향으로 백사장이 크게 줄어 들어 바다의 생태계가 크게 훼손돼 어족까지 줄어 들고 있는 것이다. 경기만을 산란장으로 하던 조기와 민어 등이 자취를 감춘 것은 이미 오래고 꽃게나 피조개, 전복 등도 머지않아 같은 처지가 될 형편이다. 국립수산진흥원 서해수산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도 모래 광구 주변 바다에는 모래를 퍼올릴 때 생긴 갯벌층 등 부유물이 많아져 생물들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경기만의 환경파괴를 무릅쓰면서 옹진군이 해사채취 허가를 계속 내주는 것은 수입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올 한해만도 옹진군의 해사채취와 관련한 공유수면점용 사용료 명목으로 지난해 군 전체 세수(稅收)의 4배인 80억여원의 세외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사채취가 여러해 계속되면 수산자원 고갈 등의 피해가 극심하므로 모래채취 허가량을 제한하고 바닷모래 및 방파제 유실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건설교통부의 골재수급계획량 3천700㎥중 40%를 경기만에서 채취해야 한다는 골재수급문제가 아무리 심각하다 해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더 이상의 무분별한 해사채취와 환경파괴는 막아야 한다. 바닷모래 채취를 완전히 중지할 수 없다면 광구별 휴식년제 도입이나 쿼터제 등을 통해서라도 해양자원을 관리해야할 것이다.

잡음 많은 학교발전기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초·중·고 학교 현장에 도입된 학교발전기금이 노골적인 강제성 촌지(寸志)로 변질돼가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학교발전기금은 IMF 체제로 교육예산이 크게 줄어든 1998년 9월부터 학교운영위원회가 설치된 공립학교에서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활동 내실화를 위한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모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학부모들에게 기부금을 거둬 학습기자재와 학교시설확충 등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당시 교육예산의 부족한 부분을 학부모에게 떠넘긴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워낙 각급 학교의 재정형편이 절박했던 때여서 제도를 수용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었다. 그러나 최근 운영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매끄럽지 못한 점들이 드러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진 것이다. 11일자 본보에도 보도되었듯이 “학교발전기금을 2억원 정도 더 거뒀으면 한다”는 부천교육청 관계자의 발언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지만 학교측이 학교발전기금을 내라는 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직접 보내는 것은 자발적 모금 원칙을 거스르는 사례다. 기부금을 낼 수 없는 형편의 학부모들은 통신문을 받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을 갖게 될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장 스프링클러 설치 등 교육적으로 당장 필요하지 않은 항목에 대해서도 기금을 모금하는가 하면 학교별로 할당액수를 정해 교사와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학교측이 학급별로 할당액수를 정하는 것과 정부예산으로 해야 할 사업까지 학교발전기금으로 충당한다면 사실상 강제징수에 해당된다. 교육당국은 당장 교육재정이 확충될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현실적으로 제도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렇다면 철저한 관리와 제도 보완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데 특히 주력해야 한다. 학교발전기금이 학생들을 볼모로 한 강제성 촌지라는 비난이 계속되는데도 부작용을 줄일 뚜렷한 대책이 없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과외교육비까지 정부에서 지원해 주겠다고 공언하는 판국에 정부의 교육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면 설득력이 없고 비난만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연등회

신라 24대 왕 진흥왕 12년인 551년 팔관회(八關會)의 개설과 함께 국가적인 행사로 열리게 된 연등회(燃燈會)는 본래 부처님전에 등을 밝혀서 자신의 마음을 밝고 맑고 바르게 하여 불덕(佛德)을 찬양하고 대자대비한 부처에게 귀의하려는 의미를 지닌다. ‘법화경’ ‘삼국유사’ ‘삼국사기’ ‘동국세시기’ 등 옛 문헌에 따르면 정월 대보름에 연등으로 밤새 불을 밝히며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던 풍습이 있었다. 이 시기의 연등은 대나무와 싸리나무, 그리고 칡넝쿨을 이용해 질 좋은 한지에 기름을 먹여 각종 꽃잎이나 나뭇잎으로 장식을 했는데 종류도 50가지가 넘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의 연등행사는 국가행사로 발전했는데 지금처럼 부처님 오신 날의 행사가 아니라 정월, 2월에 행해졌다. 사월초파일 연등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고려 의종 때 나오는데 그 이후 궁중에서도 사월초파일 연등이 행하여졌다. 공민왕은 직접 초파일 연등회를 열었다. 이때부터 초파일 연등은 서민층에까지 확산돼 부처님 오신 며칠 전부터 집안의 자녀수대로 많게는 10개 이상을 주렁주렁 단 집이 많았다고 한다. 오늘날의 연등회는 거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가지 신기한 것은 불교를 “인민들을 기만하며 억압, 착취하기 위한 사상적 도구의 하나”로 까지 보던 북한에서도 지금은 각지의 사찰에 연등을 단다는 것이다. 북한의 지난해 연등에는 ‘영생’ ‘충성’ 등 김일성 주석의 영생을 기원하고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다짐을 새긴 것이 많다. 또 ‘강성대국’ ‘군사대국’ ‘경제대국’ ‘자폭정신’ ‘결사옹위’ 등의 글귀도 새긴 연등도 있다고 한다. 1988년 5월 묘향산 보현사에서 석탄절 법회를 처음 개최한 북한이 불교의식을 40여년만에 재개한 것은 ‘북한은 종교가 없는 나라’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려는 데 있는 것 같다. 북한도 이제는 서서히 변해가는 모양이다. /淸河

한국은 불법 로비 천국인가

재미교포 여성 무기거래 로비스트인 린다 金과 관련된 의혹이 점차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경부고속철도 사업과 관련된 로비자금이 수백억원대가 거래되어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경부고속철도 차량 사업자선정 과정에서 프랑스 TGV 차량 제작사인 알스톰사가 로비스트 호기춘(扈基瑃)씨에게 약 100억대의 사례금을 건네 준 것이 포착되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하였으며 공범자를 수배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노태우 정권부터 김영삼 정권에 이르는 대형국책사업으로서 단군이래 최대의 사업이라고 할 정도로 현재 18조4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사업과 관련된 갖가지 풍문도 많았으며, 특히 정치인과 관료들에 대한 로비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정치부패와 관련된 문제가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고속철도와 관련된 로비의 진상이 밝혀질 경우, 많은 정·관계인사들이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 파장이 예상된다. 이들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종 대형 국책사업에는 항상 로비문제가 야기되고 있으며, 특히 불법 로비 자금으로 수천만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검은 돈이 거래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린다 김이나 호씨의 경우 자신들은 정당한 로비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에서 이를 정당한 커미션이나 로비 대가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이들은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로비를 하였으며, 또한 어느 정도의 로비자금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나 보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치부패는 대개 불법 로비활동과 관련되어 있다. 외국과 같이 공식적인 로비활동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각종 대형사업에는 항상 이권과 관련된 로비가 문제되고 있다. 로비활동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불법 로비자금이 정치권에 정치자금이란 명목아래 검은 돈의 형태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는 정치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 불법 로비는 한국사회를 좀 먹는 행태이다. 음성적인 로비를 조장하기 보다는 미국과 같이 로비등록법을 만들어 로비활동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찰을 비롯한 사정 당국은 불법로비에 대한 진상을 철저하게 파헤쳐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권은 한국이 더 이상 불법로비의 천국이 안록록도 로비등록법 제정을 고려해야 한다.

부실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절대 빈곤층의 기초생활을 국가가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행 생활보호법을 대신해 시행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저소득 영세민 중 1∼2인 가구의 보유재산이 2천900만원, 3∼4인 가구는 3천200만원, 5∼6인 가구가 3천600만원 이하이면 월 수입 90만원을 보장해 주고 월 수입이 90만원에 못미칠 때는 차액을 정부에서 보전(補塡)해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읍·면·동사무소에서 수급대상자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고 있다고 한다. 가난한 백성을 나라가 도와주겠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싫어하고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보장법은 준비단계부터 부실하기 짝이 없어 실효성과 형평성이 의심스러워진다. 국민의 인간다운 최소한의 생활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 준비과정부터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 대국민 홍보도 없이 수급대상자 신청기간을 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로 제한한 것은 신청기간이 너무 짧아 즉흥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도 되기 이전에 실무지침만으로 시행을 강행하고 있는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수급대상자의 재산상 자격기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점이 그렇다. 현행 생활보호대상자의 경우 정부 공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과표상 재산으로 산정되고 있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는 현 시가를 기준으로 함에 따라 자격요건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구의 정의를 ‘생계를 같이 하는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함께 거주하는 자’로 하는 현행법상 규정을 따르고 있어 실직 노숙자와 도시 빈민촌, 쪽방 거주자, 비닐하우스촌 거주자 등 빈민계층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서두르지 말고 도출된 문제점을 하나 하나 착실히 보완하여 시행을 다소 늦추더라도 명실상부하게 국민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를 수립, 시행하기 바란다.

학교발전기금의 변질

최근 부천교육연대 주최로 열린 교육공동체 형성을 위한 워크샵에서 “학교발전기금을 2억원 정도 거뒀으면 한다”는 부천교육청 관계자의 발언을 놓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적잖은 동요가 일고 있다. 학교발전기금은 교육당국이 IMF체제로 학교운영예산이 크게 쪼들리자 지난 98년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활동 내실화를 기한다는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기금을 모금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 2년여가 넘으면서 운영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매끄럽지 못한 점들이 드러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학교측이 학교발전기금을 내라는 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직접 보내는 것은 자발적 모금원칙을 거스르는 대표적인 사례. 또 학교측이 학급별로 할당액수를 정하거나 모금에 참여한 학부모 1인당 부담액을 직위별로 구분해 학부모회 총회장 50만원, 학년회장 30만원, 학년 부회장 20만원 등으로 액수를 명시하면서 교사와 학부모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여기에 교사들과 상견례를 겸한 자리에서 거액의 식비를 제공하고 내친김에 학교발전기금까지 일괄적으로 걷고 있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학부모 모금액의 상당부분은 학교발전과 무관한 교원들의 행사비나 회식비 등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다 집행 및 회계처리도 투명하게 하지 않아 학교발전기금의 근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말로는 학부모 자율이라고 하지만 아이에게 돈을 보내거나 은행을 통해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누가 냈고 안냈는지 금방 드러날 것이 뻔한 상태에서 학부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학부모를 봉으로 만들고 있는 현재의 발전기금 모금에 대한 방법개선이 절실하다. /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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