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황동구이판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많든 적든 황동구이판에 쇠갈비나 돼지갈비를 구워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며칠전 본지에 난 황동구이판이 납덩어리라는 보도내용은 충격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시·군에서 관내 음식점의 황동구이판을 수거 의뢰한 것을 감정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모두 49개 가운데 59.2%에 해당하는 29개에서 가장 많은 것은 허용기준치보다 26배나 되는 납성분이 검출된 것은 실로 가공할 노릇이다. 황동구이판에서 납성분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수년전에도 나온적이 있다. 그랬으면 벌써 시정됐어야 할 일인데도 여전히 나도는 것은 관계 당국에서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제작과정에서 원가를 줄이기 위해 헐값인 폐황동을 재료로 하여 연마기법이 아닌 주물기법으로 만들어 이같은 납투성이 구이판이 나온 것이라고 기사내용은 전했다. 주로 영세업체에서 만드는 모양이지만 영세업체라 하여 유해품 제조를 묵인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대한 제재는 지방에서도 간과할 수 없겠으나 근원적인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다. 전국에 유통되는 납덩어리 구이판을 어느 지방 한두군데서 단속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단속계획을 세워 일제히 없애도록 나서고, 만약 이와 관련해 법규가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해야 할 책임이 중앙정부에 있는 것이다. 납성분을 오래 섭취하면 인체에 중금속 중독을 일으켜 만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해마다 갖가지 성인병이 늘어나는 판이다. 중금속 중독은 어른만이 아니고 아이들에겐 더 치명적이다. 이같은 위험이 출입이 일상화된 음식점에서까지 도사리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이 무방비상태로 노출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의무소홀로 국민건강하나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대서야 무슨 면목으로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받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건강을 해치는 불량식품이나 불량취사품은 사회의 공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중금속 오염행위는 만성적 살인행위다. 정부 당국의 각성을 촉구해마지 않는다.
지난 15,17,18일 화려하게 펼쳐졌던 ‘2000 수원국제음악제’.‘음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정작 음악적인 측면보다는 수원시의 이벤트적 기질이 돋보인 행사였다. 먼저 17일 수원야외음악당에서 펼쳐진 안드레아 보첼리와 조수미, 정명훈의 공연에 참석한 인원은 무려 1만5천여명. 비싼 공연입장료(7만원, 5만원, 3만원)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관객이 유료관객이었다는 점과 관람객들의 매너 또한 좋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공연이었다. 또 출연진뿐 아니라 사회 저명인사와 유명 연예인, 외국인 대사등이 대거 참석해 국제음악회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으며 시가 수원국제음악회를 수원양념갈비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묶어 100여명의 문화회원을 유치한 것도 좋은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날즈음 분위기가 한창 무르 익었을 때 수원시장이 출연자에게 명예시민증과 선물을 준다며 무대에 올라가 ‘깜짝쇼’를 연출한 것은 공연의 맥을 확 끊어놓은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 꼭 그때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줄 수 있었던 것인데 굳이 음악회의 열기가 고조된 시점에서 줄 필요가 있었을까. 이는 연주자와 관객을 무시한 ‘국제음악회’라는 이름에 걸맞지않는 행태로 주변에선 시장의 얼굴알리기 속셈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비아냥 거렸다. 또 무리하게 인근 도로를 통제하는 바람에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도 그렇다. 15일과 18일 도문예회관에서 열린 연주회는 상당히 의미있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17일 공연에 가려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수원국제음악제가 스타성에만 의존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성황리에 열린 17일 공연도 지난해 수원국제음악제의 기획을 맡았던 공연기획사 CMI가 모두 맡아서 했다는 점을 든다면 수원국제음악제는 CMI의 기획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행사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음악회의 성패여부가 표면적으로 동원된 관객수가 말해준다면 언제나 관객이 따라붙는 스타의 공연보다는 비교적 덜 집중되는 공연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어야 했다. 수원국제음악제가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기위해선 ‘보여지는 것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더욱 더 비중을 두고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범여는 월(越)나라 왕 구천의 충신이다. 춘추전국시대 동상이몽의 오월동주(吳越同舟)끝에 오(吳)나라 왕 부차에게 크게 패한 구천은 간신히 목숨만을 건진채 도망쳤다. 범여는 와신상담 설욕을 노리는 구천을 무려 17년동안 도와 마침내 오나라를 항복시켰다. 그 세력이 회하유역까지 뻗쳐 구천은 패왕을 자처했다. 범여는 마땅히 대장군에 올랐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왕이 곤궁에 처했을때는 자기가 필요 했지만 승승장구한 형세에서는 자신이 후환이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諸)나라로 간 범여는 변성명하고 산업을 크게 일으켜 부호가 됐다. 이소문을 들은 왕이 그를 불러 재상의 자리에 앉혔다. 얼마후 더이상 부귀 영화를 누리는것은 재앙을 자초한다고 보고 벼슬을 그만 두었다. 모은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는 이번엔 도(陶)나라로 갔다. 그곳에서는 장사를 하며 여생을 편히 마쳤다. 더이상 벼슬길에 나가는 것은 덧없음을 알고 몸을 낮춰 은둔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를 가리킨 도주공(陶朱公)이라는 별명은 훗날 속편한 부자의 대명사가 됐다. 범여의 얘기는 권력의 속성에 따른 처신을 일깨우는 고사(故事)로 전한다. 원(元)나라때 편찬된 중국의 저명한 역사책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온다. 공석중인 총리 지명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말이 나올수는 있지만 정가주변에서 거목(巨木)을 발견할수 없는 것이 어쩐지 허전하다. 새삼 범여의 고사가 생각나는 것은 왠일일까. /白山
경기북부와 강원지역에 만연하고 있는 말라리아 발병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지적인 방역보다는 남북이 공동으로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북한지역까지도 방역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말라리아 환자는 전국적으로 지난 93년 1명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증가해 95년 107명, 97년 1천274명, 98년 3천932명 등 해마다 크게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3천621명으로 둔화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차원에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경기북부지역과 강원일원 등 13개 시·군을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성충 및 유충구제와 작업복·방충망에 모기기피제설치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리 만무하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당국이 말라리아 치료약품을 요청해 가져간 것을 보더라도 북한에 말라리아 모기가 많음이 입증되고 있다. 이런 모기가 점차 남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접경지역을 비롯한 비무장지대 항공방역과 북한에 말라리아 모기퇴치를 위한 방역 지원은 시급하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말라리아 모기때문에 해마다 여름만 되면 불안해 하는 터에 현재처럼 지엽적인 방역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방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남북이 협력해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인근지역 등에 대한 항공방제 등에 공동 노력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의료분야에 있어 남북공동이 말라리아 발병을 퇴치하는 노력이야말로 통일을 앞당기는 하나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파주=고기석기자<제2사회부> koks@kgib.co.kr
퀴리부부가 우라늄의 방사능 연구로 라듐과 폴로늄을 분리하는데 성공, 원자핵 물리학의 선구자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이 1903년이다. 소르본 대학 교수인 남편 피에르가 마차사고로 숨진 뒤에도 혼자 연구를 계속해 1911년엔 방사성물질량의 측정법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또 받았다. 폴란드계 프랑스사람인 그녀의 딸 졸리오 퀴리도 역시 유명한 물리학자였다. 남편을 여의고 난 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이자 주위에서 라듐연구에 관한 특허를 받도록 권유했으나 “학문을 돈으로 타락시킬 수 없다”며 끝내 거절, 학자적 양심과 자존심을 지켰다. 제1차 세계대전중에는 방사능 치료반을 조직하여 부상당한 군인들의 구호에 진력하기도 했다. 말년엔 방사능실험연구소 소장으로 여전히 연구에 골몰했다. 퀴리부인이 세상을 뜬 것은 1934년 그때 나이 67세였다. 오랫동안 방사성물질을 다룬 관계로 악성 빈혈을 일으켜 건강을 잃었던 것이다. 핵분열성의 상대성이론 확립으로 원자탄을 만들게 한 아인슈타인이 평화운동을 주창하였고, 이에 훨씬 앞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폭약무기의 획기적 개발을 가져온 노벨이 인류평화와 복지를 위해 노벨상을 제정한 것은 아이로니컬한 일이다. 방사능 연구의 효시를 이룬 퀴리가 방사능 피해를 입은 군인들을 직접 진료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인류를 위한 과학연구는 엉뚱하게도 이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의 무기로 둔갑한다. 쿠니사격장의 우라늄탄 시비도 그렇다. 군사무기측면에서 보다 과학문명의 인류애적 양식에 비추어 판단되기를 촉구하며 기대하는 것이다. /白山
한미행정협정(SOFA)개정등 현안의 한미관계 개선문제를 두고 이념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현안은 어디까지나 국민생활분야에 속한 일이지 이념논쟁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이념적 한미분쟁이 있을때마다 이를 이념화하려는 불순세력이 있어왔다.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쿠니사격장 분쟁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불순세력의 개입우려를 심히 경계하는 것이다. 불법활동을 일삼는 반미주의자들 개입은 주민들 의사와는 동떨어져 오히려 사태해결을 저해한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이 운동권학생들의 미국대사관 불법침입 및 불법 반미시위와 관련, 대학생 등 55명을 입건하고 주동자 5명을 구속한 것은 사회방어를 위한 당연한 조치다. 남북 당국자간 접촉과 한미분쟁 분위기에 편승, 반미이념화 확산을 기도하는 한총련과 일부 재야단체의 불법활동은 마땅히 엄단돼야 하는 것이다. 이들의 불법 활동이야말로 진정한 남북화해와 한미분쟁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여러 분야에 걸쳐 교류가 많다. 교류가 많으면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그러다보면 쟁점화가 생기는 것은 일상적 현상이다. 그러나 그 어떤 한미관계 쟁점도 이념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무역·사회·군사분야를 비롯한 제반분야가 다 그렇다. 그런데도 불순세력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이를 이념화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최근의 SOFA개정, 매향리 사건을 두고도 예의 그런 조짐이 없지 않아 주목을 끌고 있다. 더러 현안해결에 임하는 상대측의 성실치 못한 자세에 분노를 느껴 감정을 들끓게 하는 일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이념과는 무관하다. 물론 여기엔 구실을 만들어주는 미국측에 일말의 책임이 있긴 있다. 그렇긴 하나, 분쟁은 문제 자체가 지닌 속성에 따라 해결돼야 할 일이므로 불순세력의 개입은 엄히 차단돼야 한다. 한미분쟁은 우리에게 반미의 입장인 것은 맞지만 이념적 반미는 아니다. 구 세기와 함께 퇴조한 20세기 산물의 이념주의가 분쟁을 틈타 고개를 들고자 하는 것은 착각임을 강조해두는 것이다.
백제 초기 수도 ‘하남 위례성’이 위치했던 곳으로 알려진 서울 풍납토성을 보존키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정이다. 그러나 개발로 인해 수난을 당하는 유적지는 풍납토성뿐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개발 논리에 밀려 제2의 풍납토성 유적들이 사라지고 있다. 반만년 역사의 우리나라 땅 속 곳곳에서 흐르고 있는 ‘역사의 숨결’이 도로, 아파트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서 마구 파헤쳐지거나 콘크리트에 파묻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매장문화재가 훼손되는 가장 큰 원인은 제도적인 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개발면적이 3만㎡ 이상일 경우 사전에 지표조사를 해 유구나 유물이 있는지를 파악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행과정에서는 허점이 적지 않은 것이다. 형식은 사전조사지만 실제로는 업체·업자가 미리 개발계획을 다 세워놓고 요식 절차로 조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면적 3만㎡ 이하의 개발은 주변에 매장문화재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전 조사의무도 없어 업자가 개발지를 3만㎡ 이하로 쪼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유적지가 파묻히는 것이다. 전국적인 이같은 현상은 경기도의 경우 경부고속철도 공사 구간인 화성군 봉담면 당하리에서는 1996년 원삼국시대 대장간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견됐으나 시공사측은 270여평의 유적지 중 절반 정도에 석재를 쏟아부어 도로를 만들었다. 인천국제공항 건설지역인 인천 중구 운서동에서도 1997년 신석기시대 빗살무늬지석 등이 발견됐으나 인천 공항공사측은 옛 집인 당집만 복원키로 하고 최근 공항시설물 부지로 정지작업을 했다. 문화재청은 공사과정에서 유물이나 유적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한해에 40∼50건 가량 접수한다는데 가급적 유적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싶어도 예산부족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와 서울의 한강유역, 경주, 부여, 공주 같은 고도(古都)로 검증된 지역에서도 유적훼손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풍납토성 보존 결정까지의 과정을 계기로 유적지 매입을 위한 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확보, 발굴비 부담문제, 유적보존 책임, 보상비 및 사유재산권 등 그동안 지적됐던 우리의 문화재 보호정책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19일 오전 광주군의회 제82회 임시회가 열린 군의회 대회의실은 보이지 않는 공무원들의 성토장이 됐다. 군정에 대한 질의·답변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17∼19일까지 3일간에 걸쳐 방청석은 속내를 풀지못해 답답해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이 역력했다. “우리부서의 답변순서와 관계없이 3일동안 의정활동에 얽매여 일도 못하고 이게 뭐야? 일이 태산인데… 사무실에 갔다올께” “욕먹지 말고 그냥 있어” “일은 어떻게 하라고?”방청석 이곳저곳에서 2∼3명씩 머리를 맞댄채 공무원들은 수군거렸다. 3일간 방청객을 채우고 있는 방청객은 다름아닌 모두가 민원을 처리해야 할 군청 산하 각 실과소 담당들. 이들은 의원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의정활동이 벌어지는 대회의실을 마냥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말인즉 의원들과 집행부간에 이미 질의·답변서를 모두 서면으로 교류한 뒤라 단지 읽는 요식행위에 불과해 업무까지 팽개치고 방청석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 어쩌면 형식적인 임시회에 참석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현명한지 모른다. 그러나 군과 의회 어느쪽 생각인지 이들은 주민을 외면한 채 귀중한 시간을 의회 대회의실에서 소비해야 했다. 방청석의 한 공무원은 “주민을 위해 불편을 시정해야 할 의회가 오히려 이를 역행, 주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냐 ”고 힐난했다. 이 공무원의 말처럼 이제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어느덧 10여년이 된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은 한결 성숙한 의정활동과 집행부의 현명한 대처가 아닐까. /광주=김진홍기자<제2사회부> jhkim@kgib.co.kr
‘박태준’뿐이겠나?박태준 전 총리의 사임은 공인의 부동산 변칙관리에 경종을 울리는 모델이 된다. 갑자기 수십억원대의 부동산을 취득한것 부터가 의문에 속한다. 이를 남에게 명의신탁시켜 공직자 재산신고에 누락시켜 온 것은 윤리성에 반한다. 박 전 총리의 경우 종합소득세 절세, 재산취득 은폐를 목적으로 본 법원의 판시는 실로 명쾌하다. 문제는 공인의 부동산 변칙관리가 비단 박 전 총리에 국한할 것으로는 믿기지 않은데 있다. 지난 95년 7월 시행된 부동산 실명화법 이전, 명의신탁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면 지금도 은닉된 공직자 재산은 수다하다고 보는 것이다. 공직자라고 해서 재산이 있어선 안된다고 말할 수는 물론 없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은 부동산 투기가 아니면 검은 돈으로 축재했다고 보는 불신에 가득 차 있다. 또 이같은 불신은 의혹의 개연성이 성립되는 것이 그간 보아온 경험이다. 온당치 못한 돈으로 축재한 재산일수록 명의신탁을 일삼으며, 박 전 총리의 낙마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사회정서다.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축재한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국리민복을 말하고 사회기강을 말하는 것이 한국적 해프닝이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에게 권위와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선량한 국민에게 무력감을 안겨주는 것이 권력형 축재다. 사회의 가치관을 혼돈케하여 무질서의 요인이 된다. 정치인과 공직자의 신뢰회복은 윤리성 확립이 아니고는 결코 기대하기 어렵다. 재산을 모으기 위해 정치인이 되고 공직자가 되는 것은 이제 상상조차 할수 없는 풍토가 돼야 한다. 축재하려면 기업인의 길로 들어서는 인식의 전환이 확산돼야 한다. 부동산 실명화법이나 공직자 윤리법의 강화가 필요하다. 명의신탁한 은닉재산에 대해 엄정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 은닉재산은 국가가 환수조치하거나 실질 소유자인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 박 전 총리사건은 명의신탁에 대한 제재방안을 엄히 강구하는 계기로 삼아야 국민들의 울분을 다소나마 진정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매향리 미 공군사격장에서 열화 우라늄탄을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우라늄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미군 당국의 공식발표에도 불구 논란이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우라늄탄 보유자체를 부인하던 미군측이 당초 입장을 바꿔 우라늄이 함유된 대전차 기총포탄을 보유하고 있음을 공개 시인함으로써 국민들의 놀라움은 물론 미군측의 신뢰성이 상당히 상실됐기 때문이다. 물론 미군 당국은 보유한 우라늄탄이 전시 탄약이기 때문에 훈련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미 훼손된 신뢰성 때문에 매향리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부인으로 일관하던 보유사실을 시인함으로써 미국 정부가 이라크 등에서 우라늄탄 사용을 강력히 부인하다가 막판에는 인정했다고 밝힌 전직 미 공군조종사의 말을 떠올리며 분개하고 있다. 전직 조종사가 열화 우라늄탄이 매향리 사격장에서 사용됐을 것이라며 제시한 정황증거들이 구체성을 띠고 있으며, 그가 우라늄탄 탑재 A10전폭기 조종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증언을 가볍게 보아 넘기기 어려운 데가 있다. 그런 반면 ‘보유여부’에 대해 말을 바꾼 미군측이 이제 ‘사용사실’을 부인하고 그 주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파문을 가라앉히기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없는 듯 하다. 명쾌하지 못한 해명이나 ‘보유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한 태도가 사태수습을 오히려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 및 대응은 더욱 더 의아스럽고 한심하다. 국방부측은 “이미 우라늄탄을 사용치 않았다고 밝힌 만큼 방사능 측정계획이 없다”며 “한미 합동조사활동에서도 이 문제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 환경단체가 사격장인 농섬에서 벌인 방사능 오염조사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됐는데도 국방부의 대응이 이러하니 의혹만 커질 뿐이다. 우라늄탄은 폭발시 유출된 방사능이 인체에 노출되면 암을 유발하거나 조산·기형아출산 등의 후유증을 남기게 될 우려가 있다. 우리가 우라늄탄의 사용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또 사용을 반대하는 것도 이같은 방사능오염 가능성 때문이다. 미군측은 이제라도 우라늄탄을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솔직히 답해야 하고 전문기관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사능오염조사를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과학적 입증으로 우리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의혹만 걷잡을 수 없이 부풀게 됨을 우리정부와 미군측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