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와 청와대

청와대주인이 아니면서 청와대를 많이 드나든 사람으로 아마 김종필씨만한 이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으로는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씨 등 4대를 거쳤다. 박대통령 시절에는 초대중앙정보부장에 이어 국무총리 8년, 노태우, 김영삼대통령때는 민자당 최고위원 등, 김대중대통령 당대엔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언젠가 대통령후보로 텔레비전중계를 통한 대화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패널이 “청와대가 그렇게 좋습니까?”하고 묻자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물론 좋지요… 청와대 주인이 되면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김종필씨를 가리켜 ‘영원한 2인자’라고 말한다. 어느 누구보다 최고권력자 주변에 많이 있었던 그는 권력의 맛을 아는 이다. 권력의 맛을 알기 때문에 항상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김종필씨의 정치곡예는 언제나 권력지향형이었다. 지금은 청와대 경비가 많이 완화됐지만 예전에는 무척 삼엄했다. 경무대시절에는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해 효자동 주민들의 불편이 막심했다. 경비가 비록 완화됐지만 청와대는 역시 민초들에게는 꿈의 궁전이다. 생전에 한번 가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이런 청와대를 자기집 드나들듯이 한 김종필씨가 DJP공조 부활설속에 곧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으로 들린다. ‘정치환경은 변하고 정치는 현실이다’란 것이 정치인들의 편의적 논리다. DJP의 재회도 그같은 논리를 내세우는 것으로 안다. 김종필씨의 새로운 청와대행보에서 그는 또 무엇을 꿈꿀 것인지. /白山

이총리서리에게 바란다

연천·포천 지역구 출신으로 자민련 총재인 이한동의원이 국무총리서리에 임명됨에 따라 지역 곳곳에 취임을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걸려 잔치 분위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당직자들이나 지역주민들 모두가 한마음돼 진심으로 축하하는 가슴가득한 따뜻함의 표현들이다. 지역 주민들은 지난 80년대초부터 오직 큰일꾼을 만들기 위해 20여년이 넘도록 오직 이의원만을 지지해와 흡사 ‘우리 한동이’라는 닉네임까지 붙여오고 있다. 이토록 지역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었기에 총리서리라는 영광스런 자리에까지 오른 것으로 판단된다. 이의원은 그동안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해왔고 혼신의 정열을 바쳐 열심히 일해온 결과가 6선과 함께 명예로운 총리서리의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포천에 비해 연천은 안보의 특성상 지역개발이 둔화되고 있는 것에 더 가슴아파하면서 연천을 위하는 일에 앞장서왔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제는 접적지역에도 봄이오지 않겠느냐며 지역개발이 가속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슴 설레이고 있다. 또한 접경지역지원법이 때맞춰 시행될 예정이어서 이를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 주민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대도시의 꿈도 아니요 대단위의 공업단지 유치도 아니다. 다만 40여년간 국가안보라는 대명제하에 주민생활에 불편을 겪어오고 있는 각종 제한적인 법규나 규정들을 주민편에서 생각해보고 주민편의 위주의 행정을 펼 수 있는 제도마련을 바라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선거때와 같이 지역주민들의 곁에서,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하고 있다. /연천=장기현기자<제2사회부> khjang@kgib.co.kr

영국의 언론

막내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머니가 마흔살이 훨씬 넘어서 난 늦동이였다. 아이를 밴 어머니는 간장을 들이마시고 지붕에서 떨어지곤 해봤다. 지우기 위해서였다. 가난한 집안에서 입하나 더 느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마흔이 지나 출산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천대속에 태어난 박정희는 어머니 젖이 나지 않아 동네 아낙들의 젖을 얻어먹고 컸다. 영국수상 블레어(46)와 부인 셰리(45)사이에 늦동이 넷째아들이 태어나 언론이 연일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신문방송들은 현직 총리부부가 아이를 낳은 것은 경사라며 아이 이름을 리오라고 지어주는가 하면 득남 사진을 특종으로 취급했다. BBC 방송은 “사직작가 메카트니는 셰리와 친구사이어서 언론매체들이 갈구했던 장면을 필름에 담을 수 있었다”며 블레어부부가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도했다. 블레어는 또 득남에 따른 2주간의 무급휴가를 얻어 무급 육아휴가를 확대하는 문제가 영국 정부와 노조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정희 어머니가 마흔 넘어서 출산하던 것과는 달리 셰리가 비슷한 나이에 낳은 늦동이는 언론의 축복을 받는 것이 시대가 다르고 배경이 달라 그렇다 치더라도 영국의 언론은 그토록 할 일이 없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즉, 기사꺼리가 없으면 우리같으면 기사도 되지 않는 총리 아이 생산을 놓고 연일 야단들인가 싶다. 그것은 생활문화의 차이도 있지만 영국은 그만큼 풍요와 안정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증시등을 불안에 떨게하는 제2 경제위기설도 없고, 기업의 자금난 경색도 없고, 3고(高) 걱정도 없고, 여야의 상극정치도 없고, 해먹었다하면 수십억씩 해먹는 부정부패도 없고, 부모를 죽이는 사회불안도 없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에게도 총리부인 애낳는게 뉴스가 될 날이 있을까./白山

15대 국회를 他山之石으로

국가적 위기 속에 제 역할을 찾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은 15대 국회가 29일 4년간의 임기를 마감한다. 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를 경험한 15대 국회는 총 1천561건의 법안을 처리하면서 ‘일 하는 국회상’ 정립에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극심한 정쟁과 대결로 얼룩져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불식하지 못했다. 1996년 5월30일 문을 연 15대 국회는 1997년 12월 대선 때까지는 정권을 잡기 위한 정쟁으로 일관하더니 정권교체가 이뤄진 1998년부터는 집권당의 숫적 열세 속에 불안한 나날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15대 국회 이미지는 ‘방탄국회’‘폭력정치’‘날치기’ 등으로 굳어졌다. 정권교체 전 8차례밖에 소집되지 않았던 15대 국회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25차례나 열렸으나 이중 17차례는 야당 단독의 ‘방탄국회’였다. 또 5차례 임시국회에서는 단 한번의 본회의도 열리지 않는 등 국회 문만 열어 놓고 공전된 일수가 286일에 달했다. 특히 광복 이후 최대 국난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오히려 위기극복에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도 면치 못했다. 개혁이랄 것도 못되지만 4·13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떼밀려 지역구 의원정수를 253명에서 227명으로 줄인 게 고작인가 하면 5차례 열린 청문회도 매번 진상규명에 실패, ‘청문회 무용론’까지 자초했다. 15대 국회가 이처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데는 야당으로 바뀐 하나라당의 비협조도 컸지만, 공동정권으로 출범한 여권이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물론 국회의원 각자들은 할말이 많이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15대 국회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이다. 30일부터 16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15대 국회를 지적한 이유는 6월5일 개원하는 16대 국회는 15대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의원 3명중 1명 꼴로 당적을 바꿔 ‘철새행각’을 서슴치 않고 당리당략에만 치우쳤던 15대 국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16대 국회는 새천년의 원대한 국정을 슬기롭게 수행하라는 뜻이다.

‘해양주권’ 확립해야

중국어선의 영해침범이 더 잦아지고 있다. 오는 6월1일부터 중·일어업협정이 발효됨에 따라 일본 수역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 상당수가 우리 수역으로 옮겨 조업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러니 앞으로는 더 심해지지 않겠나 걱정된다. 중국어선의 영해침범은 물론 작금의 일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어서 더러는 해경이 나포해왔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중국어선들은 영해침범에 그치지 않고 툭하면 우리 어선들의 어구를 빼앗는 등 행패까지 서슴지 않았다. 생각하면 우리 어민들만큼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행도 드물것 같다. 한·일어업협정으로 일본에 황금어장을 내주고도 모잘라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시켜 분쟁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중국에는 동중국해서의 어로 작업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동해와 서해의 앞마당에서 이처럼 일본과 중국이 설쳐대는 바람에 우리 어민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거기다가 어선, 어구등 조업조건도 열악하다. 도대체 해양수산부는 무엇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일본이나 중국은 이같은 부처가 없어도 잘만 해나가는터에 명색이 전문부처가 독립돼 있으면서 하는 일이란 영 신통치 않다. 영해는 물론이지만 어업구역 또한 영해에 준하여 장차 해양산업측면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21세기는 비단 어류만이 아닌 무한한 해양자원의 보고로 바다를 새롭게 평가하는 시대가 온다. 정부는 해양산업에 대한 전문식견이 모자란 데다가 일본과 중국에 항상 위축된 외교를 벌여 결과적으로 어민들만 불이익을 보게 만들었다. 이러고도 어떻게 주권을 가진 국민(어민)이라 할수 있겠는지 실로 한심하다. 폐선에 감척보상만 해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해양산업 진흥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지리적 여건의 필연적 요구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양주권이 확립돼 우리 어민들부터 좋은 어장에 나가 마음놓고 조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주민감사 청구권 시비

지난 27일 평택시의회 내무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안건은 평택시 주민감사 청구에 관한 조례안 심의에 관한 것이었으며 쟁점은 감사 청구 요건이되는 서명자 주민의 수를 몇명으로 규정하느냐는 것이었다. 주민 발의 인원을 적게하면 남발될 우려가 있는 반면에 많게하면 감사청구가 사실상 어려운 폐단이 있어 자연 논란이 오갔다. 평택시민 참여연대가 제안한 인원수는 500명이하인데 비해 집행부측 의견은 800명, 의회측은 1천명으로 팽팽히 대립됐다. 제각기 타당성을 주장하는 격론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주민발의수를 높이는데 찬성했고, 참여연대 입장에선 내무위원장은 낮추기를 주장하는 반면에 집행부측에서는 그 중간인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었다. 내무위원회 회의는 집행부측 간부들이 회의장 밖에서 모니터하기도 했다. 회의는 상당시간이 지나도록 좀처럼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분위기가 그리 좋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자 돌연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 사회석을 이탈했다. “연장자가 사회를 맡아 회의를 하라”면서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일순, 분위기는 더욱 경색됐다. 할 수 없이 연장자의원이 사회를 맡아 다시 진행했다. 내무위원회 회의결과는 결국 주민발의수를 1천명으로하여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는 시정에대해 시민권 발동을 다루는 중요한 안건이 걸린 모임이었다. 내무위원회 결의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것은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다만 아쉬운것은 “회의가 좀더 원만히 이뤄지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라는 것이 집행부측 간부들의 평이다.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 /평택=이수영기자<제2사회부> sylee@kgib.co.kr

요지경 속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다. 요즘 대다수의 ‘정치인의 말’을 두고 하는 소리다. 강(江)도 없는데 주민들을 위해 다리를 놓겠다고 공약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말도 있다. 식언(食言)을 밥 먹듯 하기 때문이다. ‘식언’은 약속한 말을 지키지 아니한다는 뜻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 처럼 꾸미어 하는 말인 ‘거짓말’과는 다르다. 그런데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식언과 거짓말을 교묘하게 섞어서 아주 잘 한다. 고(故)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남 몰래 서울을 빠져 나갔으면서도 온 국민을 상대로 자신이 서울에 있는 양 ‘서울사수’ 방송을 내보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5·16 쿠데타 후 수 차례 ‘민정이양’을 공약했으나 이양하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당시 임기 2년 후 중간평가를 공약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1989년 “3당 합당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듬해 합당을 전격 선언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공약으로 “쌀 개방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막겠다”고 했으나 실천하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2년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현재 대통령이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이한동 자민련 총재는 지난 2월 4·13 선거전이 한창일 때 DJP 공조파기와 자민련의 야당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한동 총재는 국무총리로 지명된 후 22일 “공동정권을 출범시킨 끈은 끊으려해도 안되는 숙명적인 것이었으며, 결국 공조로 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들 속사정이 있었겠지만 아무튼 정치인들의 식언과 거짓말은 알아 줘야 한다. 그래서 한국 정치판은 요지경 속이다. /淸河

세상의 자식들에게!

부모가 미워한다고 잘못 여기는 세상의 자식들아, 열손가락을 깨물어보라! 안아픈 손가락이 있는가? 더러, 잘못돼가는 자식을 나무라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자식이며, 무관심해 보여도 속마음은 잘된 자식보다 잘못된 자식에게 더 걱정이 쏠리는게 부모인 것을. 장가 시집가서 자식낳아 키워보면 알고, 부모가 죽고나면 그 심정을 알겠지만 왜 진즉 깨닫지 못하는가! 하긴, 제 자식은 소중하게 키우면서 부모가 저 역시 그렇게 키운줄은 모르고 있으니 사람의 도리가 왜 이지경이 됐는지. 자식이 부모를 구박하다 못해 때리고, 때리다 못해 죽이고, 죽이다 못해 시신까지 훼손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세상이 됐다. 인종지말은 아닐텐데 왜 이러나? 일상의 대화빈곤, 기계생활이 가져온 정서의 황폐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쳐가야 할 점이긴 하다. 부모가 옛날 생각만 하고 환경변화를 외면한 채 묵은 훈도방법을 우기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긴 하다. 하지만 어느 시대든 변하지 않는 것은 인성다움이며 부모형제의 관계는 사람이 사람다울수 있는 영원한 인륜인 것이다. 연전에는 서울서 재산을 탐내 제 아비를 죽인 대학교수가 있더니 이번엔 과천에서 명문대학생이 제 부모를 원수로 생각하고 죽이는 일이 생긴 것은 무엇때문일까? 자식을 돈으로만 키워 커서도 부모의 얼굴이 돈으로만 보이고, 자식 잘 돼라는 질책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어리석음이 가져온 비극은 누구 탓인가. 기왕이면 왜 서울대에 못 갔느냐, 왜 절제있는 생활을 못하느냐는 부모의 나무람, 그리고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면회 한번 안간 것 등을 미워한 것으로 여겨 부모를 원수로 안 것은 지식위주의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 그렇긴 하나, 세상의 자식들은 결국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제 잘 되기 바라는 부모를 탓하는 자식치고 부모보단 자신에게 문제가 더 많다. 효도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효도는 고사하고 자식이 제 앞가림만 잘하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 하는 것이 부모의 심경이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아마 자식에게 참혹한 주검을 당한 과천의 그 부모도 혼백이 있다면 죽어서도 자식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그 어떤 인연도 부모 자식간의 인연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인륜의 이치인 것이다.

남양만 개펄 살려야 한다

서해안 일대 생태계가 무분별한 간척사업으로 점점 파괴되고 있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한국가스공사가 LNG 3차생산기지 조성을 위해 평택시 포승면 원정리 앞바다에 공유수면 매립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생태계 파괴는 물론 남양만 일대의 다양한 어족산란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남양만은 민물과 바닷물이 합류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대 해안과 개펄은 각종 해양생물의 산란장으로 어족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산란기에는 꽃게 숭어 등 다양한 어족이 몰려 청가리 도요새 등의 철새 도래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해양환경전문가들은 한국가스공사가 LNG 3차기지 조성을 위해 24만7천여평의 공유수면을 매립하면 남양만의 이같은 해양생물 산란장이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사장에서 쓸려 내려오는 토사와 부유물질로 개펄에 이상현상이 일어나 갯지렁이 고동 등의 이동에 따른 생태계 혼란이 초래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 당국은 건교부에서 관계부처와 협의, 사업을 승인한 만큼 특별한 문제가 없는한 사업을 승인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다시 한번 해양환경전문가들의 이같은 우려를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시화·화옹지구 등 크고 작은 간척사업으로 경기만 일대 470여만평의 개펄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됐다. 그나마 남아있는 남양만 개펄을 황폐화 시킬수는 없다. 그동안 개펄은 생태계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쓸모없는 황무지로 잘못 인식되었다. 그래서 서해와 남해의 넓은 개펄은 갖가지 이유의 간척사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실질적으로 국토를 넓혔다는 자랑스런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근년들어 개펄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됨에 따라 간척 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이제 개펄은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국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위적인 개발보다는 학계나 해양환경전문가들이 주장하듯 개펄을 잘 보존해 어민들 삶의 터전으로 가꾸어야 한다. 당국은 연안 생태계파괴만을 초래하게 될 남양만 공유수면매립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오히려 개펄보존운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교육

동양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한 이는 공자(孔子)다. 논어(論語)를 보면 공부하라는 이야기부터 나온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리요?라고 했다. 공자는 교육에 힘써 3천명의 제자를 두었다. 그 공자의 정신을 잘 이어받은 이에 맹자(孟子)가 있다. ‘맹모삼천(孟母三遷)’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려서부터 훌륭한 어머니 밑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체험했던 이다. 과연 맹자는 ‘교육(敎育)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군자(君子)에게는 삼락(三樂·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중 하나가 교육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득천하지영재이교육지, 삼락야(得天下之英才而敎育之, 三樂也)’, ‘천하의 영재를 모아 가르치는 것이 즐거움이니라’고 말한 것이다. ‘영재’라는 말도 맹자가 만들었다. 그 이후 역대로 공부와 교육이 중시돼 과거(科擧)라는 것이 나왔으며 그것은 다시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출세의 유일한 첩경으로 통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오늘날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고들 탄식한다. 돈 주고 배우니 선생 알기를 지식 전달하는 기술자쯤으로 안다고 비관한다. 그러나 아니다. 과거에 스승이 있었고 지금도 있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나마 살고 있는 것이다. 경기일보사가 제정한 제11회 경기사도대상 시상식이 있는 오늘, 교육과 스승이라는 말이 더함 없이 소중스럽게 생각된다./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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