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상수도 취수원에서 WHO(세계보건기구) 허용기준치보다 최고 1천970배나 초과한 각종 농약이 검출됐다는 보도는 충격이다. 국회건설교통위가 국감자료로 입수한 수자원공사의 조사에서 이같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조사는 지난 98년 한해동안 4차례에 걸쳐 실시됐다. 중금속 오염으로까지 발전시켜 호흡곤란 중추신경계의 이상을 일으키는 농약성분은 물론 정수과정에서 걸러낼 것으로 믿고 싶지만 가뜩이나 불신받는 수돗물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팔당상수원은 그렇지 않아도 산업폐수, 생활오폐수의 오염으로 3급수 전락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설상가상으로 농약까지 뒤범벅 된 것으로 나타나 상수원기능을 의심케 한다. 청정의 수돗물은 청정의 원수에서 시작되는 사실을 새삼 더 강조할 필요는 없다. 정수과정이 아무리 철저하다 하여도 취수원이 오염돼서는 감히 식수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의뢰해 한국과학기술원이 실시한 조사항목에서 농약은 제외돼 기준치마저 없는 것은 이만저만한 허점이 아니다. 정부는 WHO에 준하는 기준치를 설정, 시급히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농약오염은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벼농사에 뿌려지는 농약, 또 하나는 골프장잔디에 뿌려지는 농약이 지천을 통해 흘러드는 것으로 농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벼농사의 농약사용은 면역성으로 인해 해마다 사용량이 늘면서 농도가 짙어가고 있다. 이로인하여 점차 청정영농이 강조되는 추세이긴 하다. 벼농사의 청정영농화는 정부가 따로 추진할 특단의 장기과제인 반면에 골프장 농약사용은 자치단체가 당장이라도 규제할 수 있는 단기과제인 점에서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 골프장의 맹독성농약 과다사용은 작금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있어왔다. WHO가 사용을 금한 초맹독성 농약까지 사용해 말썽이 된게 한두번이 아니다. 이같은 폐습이 지금은 고쳐졌다고 보긴 심히 어렵다. 경기도는 특히 골프장 천국으로 소문날만큼 골프장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팔당상수원의 농약오염문제에 골프장을 제쳐두고 말할수는 없다. 골프장 농약사용규제는 2천만 수도권시민의 식수보호와 직결된다. 정부는 물론 도 당국의 각별한 대책이 시급하다. 아울러 수돗물의 안전여부를 당장 수요가들에게 확인시켜줄 의무가 있다.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함대 군인들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반환 약속이 엊그제 끝난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담)에서 김대중대통령과 시라크 프랑스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이 도서는 조선조 왕실의 각종 행사를 공식 기록한 것으로 약탈문서중 63권은 국내엔 진본이 없다. 시라크대통령은 도서를 2001년 말까지 돌려주기로 했으나 문제는 돌려받는 대신에 우리가 주기로 한 고문서의 가치를 프랑스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렸다. 1993년 9월 서울에 온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김영삼대통령간에도 이번같은 합의가 있었으나 우리측이 제시한 고문서가 그들이 돌려줄 외규장각 도서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프랑스에서 거절해 왔다. 시라크대통령은 당시 “도서반환을 위해 이를 보관하고 있는 파리의 국립도서관직원과 며칠을 싸우다시피 했다”고 청와대에서 말했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측이 또 어떤 고문서를 줄 것인지는 아직 알수 없으나 상응한 가치가 없다며 거부한 적이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측이 이번이라고 순순히 응해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것도 자신들의 조상이 약탈해간 주제에 주어도 거저 주는 것이 아니고 ‘영구임대’ 형식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내 칼도 남의 칼집에 들어가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이 생각나는 가운데 그래도 우리가 배워야 할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기 나라 것이든 남의 나라 것이든 문화재를 그토록 끔찍이 아낀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전문가(문화재) 앞에선 미테랑이든 시라크든 대통령도 꼼짝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같으면 감히 대통령과 견해를 달리해 싸우기는 커녕 목(직장)이 달아날까봐 말 한마디면 꼼짝도 못할 판이다.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주지 않은 것은 괘씸하지만 대통령과 맞서는 국립도서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도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프랑스 사람(대통령)들이 무척 부럽다. /白山
올해 쌀 총생산 예상량이 3천677만섬으로 5년 연속 풍작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농림부가 올해 생산목표로 세웠던 3천530만섬에 비해 4.2% 147만섬이 많은 양이다. 수확기를 앞둔 지난달 두 차례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이 풍작을 이룬 것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피땀 흘려 일해온 농민들 덕분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농민들은 양곡유통을 둘러싼 여건이 만만치 않아 내년도 추곡 수매값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 농민들은 올들어 농산물 값이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되면서 농가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들어 내년도 추곡수매값 인상률은 최소한 예년 수준(5.5%)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농민들은 지난 10일 김대중대통령이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벼 수확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곡 수매값이 5% 인상되고 논농업 직불제가 도입되면 7.6%의 쌀값 인상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곡 수매값의 큰 폭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는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쌀 생산비와 농가부채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최근 산지 쌀값은 추곡수매값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 때 추곡수매값에 비해 4천∼5천원 높은 값을 형성했으나 올해는 수매값보다 2천여원정도 밑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체매입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매년 늘어나는 쌀 재고량이 내년도 추곡수매값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군다나 농가경제가 악화돼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동안 수매값 인상률 결정의 기초자료가 돼왔던 소비자 물가 인상률은 농산물값 하락 등으로 상승폭이 예년에 비해 낮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수매값 결정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촌실정이 이러한데도 예산당국 등 농업계 외부에서는 내년부터 논농업 직불제가 도입되는 것을 근거로 11월부터 12월말에 결정하는 추곡 수매값을 동결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식량 생산을 위하여 노심초사하며 온갖 고초를 극복하는 농민들을 경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추곡수매값을 5% 인상하고 논농업 직불제를 도입하겠다는 김대중대통령의 양평군 공언이 이행되기를 바라며 당국은 이에 따른 대책을 분명히 수립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연천군이 오늘부터 28일까지 추진하는 전 공무원 연찬회와 오는 10월초 실시할 예정인 모범공무원 제주연수계획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상하간의 대화를 통한 사기진작을 도모키 위해서라고 한다. 이의 필요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그러나 전 공무원을 5개조로 나눠 그것도 꼭 콘도에서 1박2일을 보내고 모범공무원이란 이름으로 80명을 선발, 2박3일의 제주여행을 시켜야 한다고는 믿기 어렵다. 우선 연찬회 프로그램의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연찬에 걸맞지 않는 내용의 그저 하룻밤 함께 보내기라면 잡담소일로 소중한 시간을 축내는 것 밖에 안된다. 제주연수란 것도 그렇다. 공무원으로서 굳이 제주까지 가서 연수할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수 없다. 관광여행의 인상이 다분하다. 사기진작을 위해 실시하는 제주여행이 자칫 잘못하면 불공정한 모범공무원 선발로 인화를 해쳐 오히려 사기를 저하시킬 우려 또한 많다. 자치단체의 수요충족은 소관 행정구역내의 소비가 최대 덕목이라고 믿어왔다. 연천군의 연찬회가 정 필요하다면 장소가 좀 협소하고 시설이 다소 미비하더라도 관내 업소를 이용하는 것이 상식이다. 다른 자치단체구역인 포천의 업소에까지 가서 행사를 갖는 것은 자존심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한다. 포천도 모자라 제주에까지 뿌리려는 돈이 자그마치 약 7천만원이다. 연천군은 어느 자치단체보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모로 보나 예산집행이 요구하는 합목적성에 합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연찬회나 연수자체를 힐난할만큼 인색할 생각은 없다. 이같은 행사를 갖더라도 조촐한 가운데 속찬 프로그램으로 얼마든지 내실을 기할수가 있다. 불행히도 연천군의 이번 행사의 경우, 호화내빈으로 보이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근무의욕을 북돋워주는 여건조성을 평소 꾸준히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과성 구호적 행사보다는 이런 조건충족이 더욱 긴요하다. 인사관리의 투명성, 신상필벌의 엄정성을 직원들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천군이 강행하는 연찬 및 연수는 막대한 예산을 부담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그 결과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 의무를 이행않거나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왜곡이 있을시엔 지역사회의 거센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1972년 10월 27일 박정희대통령의 ‘비상사태 특별선언’이란 초법적 조치로 헌정이 중단, 국회가 강제해산될 당시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당신(5·16 주체세력출신 기관장)은 군사혁명을 일으킨 사람이니 혁명정신이 아직 살아있는지 알아보게 어디 한번 혁명공약을 외워보라”는 등 국감과는 무관한 질문으로 애를 먹이는 야당의원도 있었던 때였다. 국감은 이튿날 또 계속되기로 했던차에 그만 그날 저녁 7시 비상사태가 선포됐었다. 그 무렵의 국감은 폐단이 없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덮어놓고 호통치기를 일삼는가 하면 근거없는 의혹제기로 우선 매스컴부터 타고보자는 언론플레이를 시도하기가 일쑤였다. 심지어는 기관장의 ‘추후 서면답변’ 언질엔 서면답변서와 함께 거액의 수표 유첨설까지 공공연히 나돌았다. 유신헌법으로 박탈된 국회의 국정감사권이 부활된 것은 1987년 10월 29일 공포된 현행 대통령 직선제 개헌에 의해서였다. 국회로 치면 제13대 국회부터다. 국정감사가 다시 시작된지 12년째다. 비록 폐단이 없진 않았지만 국감은 필요한 국민대의기구의 감사권이다. 국감 또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이같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한다고 보기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국감을 통해 국정이 바로 잡히는 것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 것은 국감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자질부족 탓이다. 뭘 알고 조리있게 조목조목 따져 끝내 잘못을 시인받고 나서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먼저 공부를 해야 한다. 미국같은 선진국의 국회의원들은 국회 도서관서 소관 상임위 업무에 대한 공부를 밤늦게까지 하기가 예사다. 이에비해 우리 국회도서관은 연중 텅텅 비어 있다. 올 정기국회 국감 역시 얼마나 잘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白山
김대중 대통령이 태어난 하의도(荷衣島)는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면에 속한다. 지형이 연꽃이 만개한 형태와 같다하여 ‘연꽃 하’자와 음양설에 의거하여 낮고 평탄하므로 여성을 뜻하는 ‘옷 의’자를 합하여 하의도라 부른다. 조선후기부터 구한말까지 잃어버린 땅을 되찾기 위한 하의3도(하의, 상태, 하태)농민들의 민중항쟁운동 ‘하의삼도 소작 쟁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5천㎡부지에 30억원을 들여 ‘하의토지역사기념관’건립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토지역사관, 항쟁기념관, 농경문화관 등이 들어선다. 또 초암 김련 선생이 후학을 가르쳤던 덕봉강당(德鳳講堂)정비 사업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김 대통령이 유년시절 한학을 배웠다는 덕봉강당은 6억원을 들여 2천여권의 고서 등을 전시할 도서전시관과 담장을 새로 짓고 강당을 보수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9월 복원된 후광리 김 대통령의 생가도 있는데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신안군이 “2002년까지 국비 50억원, 지방비 50억원 총 100억원을 들여 하의도의 김 대통령 생가 주변에 노벨평화공원을 조성키로 했다”고 발표했었다. 신안군 출신인 김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으니 하의도에 노벨평화공원을 조성할만 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아부의 극치’‘정신나간 짓’‘미친 짓 따로 없다’고 혀를 찼다. 다행히 지난 18일 김 대통령이 ‘하의도 노벨평화공원’조성계획을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김 대통령은 당대에 평화공원을 만드는 일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마터면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욕되게 할뻔한 이와 비슷한 방정맞은 일이 또 생겨서는 안된다. 참 어지럽고 아슬아슬한 세상이다. /淸河
유흥업소 취업주부는 IMF가 시작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IMF충격은 이제 고비를 넘겼다지만 여전한 불황체감의 서민경제는 더 나빠질 전망이다. 30∼40대 주부의 유흥업소 접대부 취업은 도덕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맞다. 흔히 말하는 바람기 있는 ‘여편네’가 돈을 쉽게 벌려는 것으로 인식된 것이 통념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사정은 있다. 성남 술집화재참사에서 희생된 취업주부들의 애절한 사연은 누가 그녀들에게 돌을 던질수 있겠는가를 생각케 한다. “엄마! 대학같은거 안가도 돼요… 제발 눈좀 떠봐요!” “좀 있으면 컴퓨터를 사준다더니…” “월세방에서 전세를 얻겠다고 그렇게 기를 쓰더니만…” 영안실을 울리는 자녀등 유족들의 울부짖음속에서 이시대 사회상의 슬픈 단면을 새삼 발견한다. 자녀들에겐 비록 술집접대부로 나간 사실조차 처음 알게된 일이겠지만 낮엔 살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허드렛일보다는 수입이 낫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손님들 술시중을 든 가장 어머니가 더할수 없이 소중한 것이다. 물론 빈곤으로부터의 완전 해방은 아무리 국태민안해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 심화의 사회구조는 소득재분배에 심한 왜곡을 빚어 문제가 우심하다. 장밋빛 여권신장론은 만발해도 한달에 기껏 100만∼200만원 벌이를 위한 이들에게 다른 일거리를 주어 생업을 돌릴수 있는 생계형 여성정책은 찾아볼수 없다. 이같은 여성정책수립은 당연히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조직에 명색이 여성부를 신설한다거나 사회복지증진을 말하는 정부가 영세 주부가장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없는 것은 유감이다. 물론 어떤 시책이 서있어도 딴길로 갈 사람은 가겠지만 이런 것을 구실삼아 원칙을 외면한다면 정책빈곤을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그늘진 사회단면은 어찌 이들뿐이겠는가. 돌아보면 당장 점심굶는 아이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 여성정책문제는 이토록 어렵고도 어렵다. 하지만 국가의 궁극적 목적은 이런 일을 하기위해 존재한다. 성남 화재참사 사건을 계기로 보는 유흥업소 취업 주부문제 또한 이런 차원에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해두는 것이다.
경기도내 5개 신도시 등의 지하공동구가 화재무방비 상태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신도시의 지하공동구들이 소방법시행령상 갖춰야할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진압의 기본설비인 소화기는 5개 신도시 지하공동구 모두가 한결같이 법정기준에 훨씬 미달된 채 형식적으로 비치됐고, 연소방지시설은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이같은 화재 취약상태는 군포와 수원 매탄 지하공동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분당과 군포지역 지하공동구의 경우 시설물의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데 필수적인 지하설계도면까지 분실된 것으로 밝혀졌으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지하공동구는 전력선 전화선 상수도관 초고속통신망 등 도시기반 시설들이 설치돼 첨단 도시생활을 가능케 하는 사회의 신경망이자 생명선이다. 여기가 탈이 나면 도시 기능은 순식간에 마비된다. 그럼에도 지하공동구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기 이를 데 없으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4년 서울 동대문 지하통신구와 97년 잠실 지하공동구 화재로 그 참상을 생생히 경험했다. 특히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지하공동구 화재로 5천여 아파트의 전기 전화가 끊어져 일대가 암흑천지로 바뀌고 주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었으며, 밀집된 금융기관의 통신망이 불통돼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하는 등 도시기능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것을 보았다. 이같은 충격적인 사고를 그만큼 겪었으면 누구나 지하공동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관리의 절대적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국무조정실이 신도시 지하공동구에 대한 합동점검결과 미비된 소화시설을 보완토록 관할 지자체에 지시했음에도 예산타령이나 하며 미루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자체들이 그동안의 몇몇 사고에서 혼란상을 보았음에도 지하공동구 관리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시설이지만 사회의 심장역할을 하는 지하공동구 관리가 이래선 안된다. 당국은 통신 전기 상수도 등을 관장하는 관계기관이 있으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직시, 이를 보완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화재 등으로 지하공동구 시설이 훼손되면 통신두절 등 심각한 사회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것은 국가안보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교시 수업시간이 50분이라지만 실제적으로 30분도 수업을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재의 학교현장입니다. 수업분위기를 망쳐놓고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을 제재하려 해도 손을 댈 수가 없습니다. 따끔하게 혼을 냈다가는 되레 폭력교사로 내몰리기 때문입니다” 최근 포천경찰서 회의실에서 경찰서장 주관으로 관내 중·고교 교감선생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학원폭력근절 대책회의에서 나온 모고등학교 교감의 푸념이다. 청소년들이 갈수록 포악해지고 조직화되고 있어 교사들조차 학생선도가 꺼려진다는 것이 이날 참석한 교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이같은 시점에서 포천경찰서가 교내는 물론 학교주변 폭력배의 일제소탕에 나섰다. 경찰은 학교주변 폭력배 소탕과 함께 수사과 전 사복형사에게 관내 학교를 배당, 수시로 학교주변을 순찰을 하며 학교측에서 경찰력을 요청하면 항시라도 출동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리의 교육현장이 경찰까지 관여를 해야 할 정도로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세상이 변했다는둥 관련법이 바뀌었다는둥 서로 세상탓을 하지만 근자에 청소년들이 주고객이 된 PC방, 노래방은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누구하나 나서서 청소년 선도에 솔선하는 선각자(?)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육현장을 될대로 되라고 내팽개칠 수는 없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학교교칙이 아닌 사회법으로 다스린다는 것은 자칫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전과자라는 오점을 남기고 범죄의 수렁에 더 깊게 빠지도록 방관하는 것은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옴을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이제라도 우리 청소년들을 올바르게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든 교육자와 학부모들이 더 많은 관심과 아량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재학기자<제2사회부/포천> jhlee@kgib.co.kr
완전범죄를 꿈꾸던 살인사건이 경찰의 노력과 영안실 직원의 예리한 판단력으로 물거품이 됐다. 지난 16일 시흥시 신천동 가정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남편모르게 불륜관계를 맺어온 주부가 이같은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지자 불륜남과 공모해 저지른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더욱이 서모씨(39·여)는 불륜남인 김모씨(38)와 짜고 남편 최씨(48)를 살해한뒤 “평소 앓고 있던 지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경찰수사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하는 대범함을 보여 담당 경찰관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씨와 김씨는 20여일 전부터 내연관계를 맺어오다 서씨의 남편에게 불륜사실이 발각되자 지난 16일 밤 11시30분께 술을 준비해 신천동 최씨의 집을 찾아 갔다. 이날 최씨는 부인인 서씨에게 전날 외박한 사실을 따져 물으며 뺨을 때렸고 이에 서씨는 “외박을 안하면 될 것 아니냐”며 남편에게 욕설을 퍼부은 뒤 김씨에게 “죽여버리자”고 말하자 김씨가 주먹으로 최씨의 가슴 등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경찰조사 밝혀졌다. 최씨를 살해한 서씨와 김씨는 인천시 관내의 모장의사를 불러 장의사 차량을 이용, 최씨의 사체를 인천시내 J병원 영안실에 안치 했으나 영안실 직원 이모씨(45)가 사체의 몸에 타박상 흔적이 있음을 목격하고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서씨는 경찰수사에서 “남편이 평소 알콜중독 및 당뇨병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으며 사건 당일 술을 마시다 남편이 피를 흘리며 신음하다 사망했다”고 태연하게 허위 진술을 했다. 그러나 수사에 나선 시흥경찰서는 최씨가 타살에 의해 살해 됐음을 확신하고 끈질긴 탐문수사와 서씨를 통해 수사를 벌인 결과 서씨가 내연관계를 맺어온 김씨와 짜고 살해한 사실을 밝혀 완전범죄로 가려질 뻔했던 살인사건을 파해쳐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죄자들의 꿈을 일소시켰다. /구재원기자<제2사회부/시흥> kjwoon@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