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공동구 관리 이래서야

경기도내 5개 신도시 등의 지하공동구가 화재무방비 상태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신도시의 지하공동구들이 소방법시행령상 갖춰야할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진압의 기본설비인 소화기는 5개 신도시 지하공동구 모두가 한결같이 법정기준에 훨씬 미달된 채 형식적으로 비치됐고, 연소방지시설은 전혀 설치되지 않았다. 이같은 화재 취약상태는 군포와 수원 매탄 지하공동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분당과 군포지역 지하공동구의 경우 시설물의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하는 데 필수적인 지하설계도면까지 분실된 것으로 밝혀졌으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지하공동구는 전력선 전화선 상수도관 초고속통신망 등 도시기반 시설들이 설치돼 첨단 도시생활을 가능케 하는 사회의 신경망이자 생명선이다. 여기가 탈이 나면 도시 기능은 순식간에 마비된다. 그럼에도 지하공동구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기 이를 데 없으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지난 1994년 서울 동대문 지하통신구와 97년 잠실 지하공동구 화재로 그 참상을 생생히 경험했다. 특히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지하공동구 화재로 5천여 아파트의 전기 전화가 끊어져 일대가 암흑천지로 바뀌고 주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었으며, 밀집된 금융기관의 통신망이 불통돼 제대로 업무를 보지 못하는 등 도시기능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것을 보았다.

이같은 충격적인 사고를 그만큼 겪었으면 누구나 지하공동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호·관리의 절대적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국무조정실이 신도시 지하공동구에 대한 합동점검결과 미비된 소화시설을 보완토록 관할 지자체에 지시했음에도 예산타령이나 하며 미루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자체들이 그동안의 몇몇 사고에서 혼란상을 보았음에도 지하공동구 관리를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지하시설이지만 사회의 심장역할을 하는 지하공동구 관리가 이래선 안된다. 당국은 통신 전기 상수도 등을 관장하는 관계기관이 있으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직시, 이를 보완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화재 등으로 지하공동구 시설이 훼손되면 통신두절 등 심각한 사회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그것은 국가안보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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