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잔디구장뿐이다. 유년축구부터 맨땅 축구는 상상도 못한다. 전국소년축구대회는 300여 초등학교팀이 참가, 1년 내내 풀리그전을 벌인다. 이런 팀 저런 팀을 만나 축구볼 감각과 게임의 숙련도를 익히는 말 그대로 참가에 의의를 둔다. 토너먼트 넉다운제로 한번 지면 떨어져 나감으로써 팀의 존폐위기를 맞는 우리같지 않기 때문에 승부에 여유가 있다. 프로축구층도 우리보다 훨씬 두텁다. 브라질 축구유학을 다녀온 청소년들이 시니어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축구의 현주소가 이렇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한국축구보다 못한 일본축구가 근래 세계적 강팀으로 떠오른 것은 한두해 사이에 갑자기 잘해서 된게 아니다. 먼 안목을 보아 끊임없이 투자한 효과가 이제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비해 우리는 어떤가. 한국축구의 고질로 꼽는 골결정력부족, 드리블미숙, 볼컨트롤 미흡 등의 연유는 어려서 맨땅축구를 시작한 탓이다. 축구를 처음 시작하면서 생긴 잘못된 버릇의 기본기 결함은 성장해서도 고치기가 어렵다. 여기에 전략개발, 전력비교등 해외정보에 어두운 우물안 개구리 형상이 돼 세계무대는 고사하고 아시아에서도 밀리는 동네축구가 되고 말았다. 시드니 올림픽 8강 탈락,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결승탈락 이후 한국축구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수들의 죄가 아니다. 정책당국과 지도자들의 잘못이다. 또 당장 어떻게 해서 잘될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코치 영입을 말하지만 외국인코치를 들여온다고 2002년 월드컵대회의 청신호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2002년보다 더 먼 장래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가 중요하다. 투자가 없으면 기대할 것도 없다. /白山

가축위생소 부지활용 방안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구 경기도 가축위생연구소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가축위생연구소가 최근 이전함에 따라 경기도가 경기도 소유지인 이 부지에 대규모 벤처타운을 건립키로 하자 안양지역 시민단체가 전면공원으로 조성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안양지역시민단체들은 신중대시장이 선거공약을 통해 대규모공원조성을 약속한만큼 이 지역이 공원으로 조성돼야 한다며 공원조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의 요구가 강력하자 경기도는 한발 물러나 부지를 구분, 공원과 벤처타운을 동시에 건립하는 부분공원화를 추진키로 하고 지난 10월18일 부지활용에 대한 공청회를 갖는등 벤처타운건립에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와 안양지역시민연대의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이곳에 생활터전을 잡고있는 중·소상인들이 부지활용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안양시청과 경찰서 등 관공서가 밀집돼 호황을 누리던 이들 중·소상인은 관공서가 하나둘 평촌신도시로 이전하며 상권이 무너져 건물 임대료조차 납부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이들 중소상인들은 경기도 계획대로 벤처타운에 약5천여 벤처기업 직원이 상주하게되면 안양6·8동은 물론 만안구 전체 지역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급속히 침체되고 있는 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축위생연구소 부지개발에 대한 경기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모두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도나 시민단체가 아니라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생활하는 지역주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할 것으로 여겨진다. /유창재기자<제2사회부/안양> cjyou@kgib.co.kr

시인 서정주씨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의 시인 서정주씨(85), 그의 아호 미당(未堂)은 ‘덜된 집’이란 뜻이다. 아호가 말해주듯이 “나에겐 마지막이란 말이 없다”면서 부단한 시작활동으로 영원한 시정신, 시인의 세계를 탐구하고 있다. 중앙고보 재학시절 한때 사회주의에 매료되기도 했으나 해방직후엔 우익문인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벽’의 당선으로 등단하였다. 일제때 협박받아 강제로 쓴 ‘오장’(伍長·우리계급으로 중사)이란 시하나 때문에 친일시비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보면 민족적 서정추구의 성향이 더 짙었던 분이다. 춘원 이광수와 마찬가지로 그 시대의 불행했던 지식인의 흠이긴 하지만 분명 오늘의 한국 시단을 갈고 일군 거목이다. 향리 전북 고창에서 그의 문학관을 만든다는 말을 듣고 “내가 살아 있는데 남세스러운 일…”이라고 했을만큼 성품이 소박하다. 한번은 인터뷰 약속을 해놓고 그 지면의 특집 컷이 ‘명사초대석’이란 것을 알고는 “내가 무슨 명산가? 명사아냐!”하면서 끝내 번복한 적이 있다. 지지대子가 일선 기자시절에 겪은 일이다. 댁에 전화를 걸면 언제나 첫마디가 “미당입니다…” 하시곤한 인자스럽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나 바람 나지 말라고/아내가 새벽마다 장독대에 떠 놓은/삼천 사발의 냉숫물/내 남루와 피리 옆에서/삼천 사발의 냉수 냄새로/항시 숨쉬는 그 숨결 소리/그녀 먼저 숨을 거둬 떠날 때에는/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고/내 먼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면/내 숨은 그녀 빈사발에 담을까’ 시 ‘내 아내’를 통해 이토록 애틋한 부부의 정을 비쳤던 부인 방옥숙여사가 얼마전 타계했다. 그의 시어(詩語)대로 ‘그 숨결 달래서 내 피리에 담고’의 산고를 치르는 것일까. 미당은 곡기를 못넘기어 탈진,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쾌유를 빈다. /白山

정현준 리스트 실체 밝혀라

정현준 한국디지털라인 사장이 연루된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및 로비사건은 점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관련자인 정현준 사장과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은 특경가법상 배임 및 상호신용금고업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으나 정계는 물론 관계, 그리고 금융감독원까지 로비의혹이 비화되면서 국민들의 의구심이 더욱 확산되어 실체규명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현준 리스트에 의한 실체는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정계를 비롯하여 각계각층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가 있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소위 정계 K씨를 비롯한 실세 그룹들의 관련설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지난 총선 전후의 선거자금 모금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혹을 사고 있다. 이는 정치권이 관련될 수 있는 개연성을 포함하고 있어 정치부패 차원에서 조사되어야 한다. 대형금융사고만 터지면 정치인의 관련설이 항상 제기되고 있어 정치부패의 심각성이 새삼 문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로비의혹은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상호신용금고와 같은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될 기관이 로비대상이 되어 무려 10억원의 로비자금이 살포되었다고 하니, 이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금감원이 감사를 통해 동방·대신의 불법대출 사실을 밝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한 것은 로비의혹을 더욱 강하게 증폭시키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개혁 사령탑에서 이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개혁 대상이 되었으니,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오죽하면 금융감독원을 ‘금융강도원’이라고 비난하겠는가. 금감원은 이번 사건에 책임을 져야 된다. 현직 금감원 국장의 뇌물수수 의혹을 확인, 녹취록까지 만들고도 신병을 확보하지 않고 도피토록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금감원 자체에 대한 총체적 대수술이 있어야 된다. 이제 정현준 리스트에 대한 조사는 검찰로 넘어 갔다. 그 동안 한빛은행 부정대출 사건 등에서 검찰은 의혹을 속시원하게 해소시키지 못했다. 만약 이번에도 검찰의 조사가 납득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면 검찰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함을 명심하여 철저한 수사를 해야 될 것이다.

경제위기 또 닥치나?

체감경기 둔화가 마침내 실물경제의 악화 조짐으로 이어졌다. 보도된 통계청의 ‘9월산업동향’은 생산 출하소비 설비투자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지표경기의 급속둔화 현상을 나타냈다. 예컨대 9월중 신설기업은 겨우 2천630개로 6월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소비자 평균지수는 분기점인 100에서 훨씬 못미치는 80으로 99년 1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명운을 걸고 있는 수출은 지속적인 고유가로 인해 위축된데다가 주요수출품목의 단가폭락이 염려된다. 경기성장을 이끌 견인차가 없는 실정이다. 기업도산의 속출은 금융권에 부실채권을 증가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은행을 더욱 위기로 몰고 간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경기를 급랭시킬수가 있다. 정부가 이처럼 심한 경기 하강국면에도 불구하고 조정국면으로 보아 막연히 재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런 현상이다. 경기 연착륙기회를 놓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금융개혁을 이끌 금감원의 법률적 도덕적 해이의 드러난 타락상은 불안을 더해준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이런저런 복합요인으로 증권가는 500선마저 붕괴위기에 처했다. 지방의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된 판인지 IMF때보다 더 어렵다’며 야단들이다. 실업 또한 늘고 있다. IMF가 다시 오는게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팽대하다. 현 정권이 내치 가운데 으뜸으로 꼽아온 경제문제마저 얽히고 설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심화된 사회의 양극화속에서 돈가진 부유층은 그래도 괜찮겠지만 돈없는 민생들은 더욱 살기가 어렵다. 정부 말을 듣고 긍정적으로 보았던 외국자본이 내국인 생업을 위협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유통업계에 상륙한 거대 외국자본의 무차별 공세로 동네 슈퍼마켓이 죽어간다. 영세자본으로는 뭐하나 해먹기가 난감한 세태가 됐다. 경기하강국면은 이래저래 허덕이는 민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거시경제의 기조를 바꾸라는 말은 안한다. 인플레 압력작용이 되는 인위적 부양책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의 불확실성 제거는 시급하다. 경제개혁과정에 도사린 불확실성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게 현실이다. 아울러 구조적 신용경색도 풀어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예술인 집안싸움

경기예총의 집안싸움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지난 3월 경기문화재단 워크숍에서 도지사가 즉흥적으로 예총 도지회에 지급한 1억원의 사용처를 둘러싸고 예총과 도단위 예술단체장간의 의견 다툼에 따른 앙금이 남아있는 가운데 31일 도문예회관에서 ‘경기예술인 큰잔치’가 열린다. 경기예술인들의 화합과 우의를 돈독히 하기위한 것이라는데 내부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이 예술제가 무슨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든다. 1억원의 쓰임새를 놓고 예술단체장간 분분했던 말다툼이 이번엔 자존심 문제로 치달으면서 내적으론 계속 갈등을 빚고있다. 지난 25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경기도의 날’을 맞아 경주를 찾은 예총 도지회장과 도단위 예술단체장들은 불편한 관계가 더욱 불거졌다. 국악, 연극, 미술, 음악, 사진, 무용 등 6개 단체장들과 예총관계자들이 경기도의 날을 맞아 경북도청에서 주최한 만찬 등 각종 행사에 예총 도지회장만 참석하고 자신들이 소외되자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단체장들은 “예총이 주관하는 경기도의 날 준비과정에서 간사회 등 협의 한 번 없이 의도적으로 소외시켰다”며 분통을 터뜨렸고, 예총 관계자는 “9월초 도청에서 급작스럽게 업무위탁을 받은 행사였던만큼 2천만원의 예산을 갖고 치르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10월중 경기종합예술제와 경기예술인 큰잔치 등 큰 행사가 겹쳐 나름대로 애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불만이 누적된 상태속에 경기예술인 큰잔치의 총연출을 맡은 경기도연극협회장은 그동안 예총이 도내 예술인들의 대변자 역할을 못하는 것은 물론 갖은 비리를 저질렀다며 법적조치를 검토하고 있고, 정규호 예총도지회장 또한 그동안 회원간의 불화를 막고자 중립을 지켜왔지만 고소까지 당한다면 관련문건을 모아 법적대응을 할 작정이라며 맞불을 놓을 태세다. 예총 사무국장 또한 현재 사표를 제출한 상태여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조직간의 불신과 반목이 팽배한 가운데 ‘경기예술인들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대내외적으로 알린다’는 취지의 경기예술인 큰잔치가 예술을 사랑하는 도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의문이다.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다양한 문화예술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위해 노력해야 할 예총이 언제쯤 진정한 화합을 기반으로 도민을 위한 예술활동을 펼칠 지 걱정이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여학생들 눈에 비친 모텔개업

“얘들아! 미시가 무엇이니?” “팔도 과부가 웬 소리니?” 하교길의 S여고 학생들이 주고받는 궁금증이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가다가 간판에 쓰인 선전문구를 보고 하는 말들이었다. 지난 27일이다. 평택시 서정동에 지상5층 지하1층 규모의 신축된 스카이모텔이 문을 열었다. 모텔 주차장은 요즘 흔히 러브호텔에서 그러하듯이 차량을 잘 볼 수 없게 하는 가리막이 늘리었고 지하는 미시클럽 유흥주점이 함께 개업했다. 여학생들의 눈엔 근사하게 새로 지은 모텔도 생소하게 보였고 이상한 선전문구가 쓰인 미시클럽 주점도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다. S여중·고와는 약200m쯤 떨어진 곳이지만 등하교길 요지에 아침 저녁으로 지나가게 마련이다. 물론 신축모텔 인근에는 기존의 모텔이 없지 않다. 기존의 모텔이 허가될때에도 논란이 없지 않았던 것이 이번에는 더큰 규모의 모텔과 함께 유흥주점 건물이 들어선 것이다. 당연히 건축법상으로는 하자가 없다. 시당국은 ‘법상 잘못이 없다’면서도 관련자료의 공개는 무척 꺼린다. 요즘 사회적으로 말썽이된 러브호텔 파문 때문이다. 여학생들의 눈엔 이상한 것이 또 있다. “너희들 호텔과 모텔이 어떻게 다른지 아니?” “몰라…어떻게 다른거니?” 이뿐만이 아니다. “그런데, 웬 화환이 이렇게 많지?” 아니나 다를까 개업축하 화환이 30여개나 길까지 늘어서 있다. 화환1개에 대개는 10만원쯤 값이 되는 거창한 행렬이다. 바깥화환은 대개가 기업체 대표 명의들이지만 그 안쪽엔 지도층 명사들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법률상 흠도없고 그래서인지 개업축하 화환도 줄을 잇달았지만 그런 가운데 이를 보아야하는 여학생들의 정서에는 부정적 영향이 미치는 유해환경의 사회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다같이 자녀를 키우는 처지에 어른들의 잘못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수영기자<제2사회부/평택> sylee@kgib.co.kr

TV드라마의 문제점

텔레비전 드라마천국의 방송3사가 국내 외국 음악출판사들로부터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외국음악의 사용주장과 함께 저작권료 지불을 청구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이같은 청구소송이 제기된 사실이 보도됐다. 과연 외국음악의 저작권을 침해했는가 여부의 관점은 법원이 판단할 일이므로 여기서 말할 성질은 못된다. 다만 드라마 배경음악은 소정의 저작료를 주는 방송사 외의 음악담당전문가가 따로 있으나 방영의 책임상 소송당사자 입장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배경음악은 원래가 창작품이다. 그러나 과거엔 작곡가 가운데 국내음악을 더러 표절하는 사례가 없지 않아 이런 드라마 작곡가를 가리켜 ‘빈대떡장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떻든 외국음악의 무단사용시비는 드라마 배경음악 작곡의 한계를 넘는 드라마 홍수에 기인한 것으로 볼수 있어 적잖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방송3사가 방영하는 드라마는 주간 20여편으로 1일 약 4시간이나 돼 기본편성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방송사마다 가을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공영방송임을 강조하였으나 드라마 홍수사태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채 아침드라마부터 울고 불고 짜기가 예사다. 소재 또한 뻔한 삼각관계의 사랑타령이거나 황당한 폭력물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질이 심히 의심되는 드라마전파를 다투어 펑펑 쏘아대는 것은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상업방송의 속성 때문이다. 공영방송을 말하면서 상업성 위주에 찌든 방송3사의 고질은 좀처럼 달라질줄 모른다. 내친김에 더 말하면 쇼등 오락물 거의가 발전을 멈춘채 10년∼20년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보도, 교양과 함께 방송의 3대기능의 하나인 오락프로그램의 주요성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며 드라마과잉 역시 이런 점에서 재고돼야 하는데도 방송3사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어차피 텔레비전에 의해 길들여진 시청자는 보여주는대로 보게 마련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힌 인상이 다분하다. 드라마의 외국음악 사용시비가 앞으로 법정에서 어떻게 판가름나든 이번 계기에 드라마방송의 전반적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공영방송은 말보다도 실증적 내용으로 보여주어야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인명 위협하는 ‘농약채소’

시민들이 지금도 농약으로 범벅이 된 채소를 먹고 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시민들이 먹는 채소에서 검출된 농약성분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대경실색할 노릇이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시균의원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수원·안양·안산·구리 등 도내 4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유통되는 농산물 1천697t 가운데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농산물이 1일 420t으로 이중 상당량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도매시장에는 아욱에서 살충제가 허용치(0.01ppm)의 170배에 달하는 1.78ppm이 나왔고 쑥갓에서 살충제인 EPN이 8.14ppm 검출돼 기준치를 무려 81배나 초과했다. 깻잎, 취나물, 비름나물, 시금치, 아욱, 적상추 등 28개 농산물에서도 각각 0.7배부터 49배나 기준치를 초과했다. 감자, 고구마, 배추, 고추에는 기형아를 출산하고 정자를 감소시키는 ‘클로르피리포스’가 검출됐다는데 이 농약은 물과 세제로 아무리 잘 씻어도 30%가량 성분이 그대로 남는 맹독성이어서 위험이 매우 크다. 주식인 채소를 마음놓고 먹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비감스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박재욱의원도 “유통공사가 평택과 이천, 노량진 등 전국 12곳의 창고에 3만여t의 농산물을 보관하면서 안전성이 의심되는 맹독성 농약 ‘에피흄’을 대량 살포하고 있다”고 27일 주장, 충격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피흄’은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 가스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인화수소의 호흡작용에 의해 방제를 하는 훈증제로 물이나 기름에도 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농약채소가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물론 농약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사람들 탓이지만,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잔류 농약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 시장에서 채소들이 팔려나가 문제의 농산물 수거나 폐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당국은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관련예산과 인력을 대폭 증원, 신속한 검사체제를 강화하고 농약농산물 과다사용에 대한 중벌법규를 마련, 즉시 시행토록 해야 한다. 독초와 다름없는 농산물이 더 이상 식단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특별대책을 하루 빨리 수립할 것을 재삼 촉구해 마지 않는다.

사회병리현상

조선조 인종시대의 실존인물 임꺽정, 광해군 시대의 실존설이 있는 홍길동, 영국 리처드 1세때의 로빈 후드는 강·절도의 도둑들이다. 비록 훔치거나 빼앗은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 나눠준 의적이라고 하지만 도둑은 도둑인 것이다. 이런데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는 커녕 미화된 전설적 연유는 빼앗긴 금품의 주인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긁어모은 재산이기 때문이다. 대개는 탐관오리들이다. 요즘말로 하면 권력형 비리의 주인공들인 것이다. 권력형 비리의 죄질이 더 나쁘다고 보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절도를 의적으로 보는 것이다. 의적의 사회적 배경엔 이같은 사회병리현상이 도사려 있다. 현대 사회에서 대도(大盜)란 말도 이런 사회병리현상과 맥을 같이 한다. 대도라고 하면 원조격으로 유명한 C씨가 있다. 금품을 털리고도 경찰에 신고조차 할수 없었던 고관대작, 재벌상대의 거액 피해에 서민들이 내심 쾌재를 부른 것은 그들의 부(富)를 정당한 것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전 탈옥수 신창원씨 또한 전국을 무인지경으로 누비면서 도둑질을 일삼았으나 훔친 그 많은 돈을 역시 높은 벼슬아치나 부호들만을 골라 털어 서민들의 야릇한 동정심을 샀던 것이다. 분명히 잘못된 사회모순 근원의 사회병리현상이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심각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은 평생 구경도 못할 수백억원을 곳간에서 곶감빼먹듯 빼먹은 금융 부정대출, 고위관리들의 독직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나돈 정치권의 권력개입설에 ‘강도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란 생각을 갖는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어느 운전자가 단속나선 경찰관에게 “정부는 더한 것도 위반하는데 뭘 그러느냐”며 이죽거린 일이 있었다. 사회병리현상의 냉소적 확산이 두렵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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