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 총생산 예상량이 3천677만섬으로 5년 연속 풍작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농림부가 올해 생산목표로 세웠던 3천530만섬에 비해 4.2% 147만섬이 많은 양이다. 수확기를 앞둔 지난달 두 차례의 태풍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량이 풍작을 이룬 것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피땀 흘려 일해온 농민들 덕분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농민들은 양곡유통을 둘러싼 여건이 만만치 않아 내년도 추곡 수매값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 농민들은 올들어 농산물 값이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되면서 농가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들어 내년도 추곡수매값 인상률은 최소한 예년 수준(5.5%) 이상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농민들은 지난 10일 김대중대통령이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벼 수확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추곡 수매값이 5%
인상되고 논농업 직불제가 도입되면 7.6%의 쌀값 인상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곡 수매값의 큰 폭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는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쌀 생산비와 농가부채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최근 산지 쌀값은 추곡수매값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 때 추곡수매값에 비해 4천∼5천원 높은 값을 형성했으나 올해는 수매값보다 2천여원정도 밑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체매입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 미곡종합처리장(RPC)과 매년 늘어나는 쌀 재고량이 내년도 추곡수매값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군다나 농가경제가 악화돼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데도 그동안 수매값 인상률 결정의 기초자료가 돼왔던 소비자 물가 인상률은 농산물값 하락 등으로 상승폭이 예년에 비해 낮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수매값 결정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농촌실정이 이러한데도 예산당국 등 농업계 외부에서는 내년부터 논농업 직불제가 도입되는 것을 근거로 11월부터 12월말에 결정하는 추곡 수매값을 동결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식량 생산을 위하여 노심초사하며 온갖 고초를 극복하는 농민들을 경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추곡수매값을 5% 인상하고 논농업 직불제를 도입하겠다는 김대중대통령의 양평군 공언이 이행되기를 바라며 당국은 이에 따른 대책을 분명히 수립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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