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해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나름대로 대선공약을 개발중이다. 몇몇 대선주자들은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조금씩 자신의 공약들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하듯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일자리·부동산문제 해결·중소기업 활성화방법 등에 대한 자신들만의 묘책들을 연일 내놓고 있다. 가장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생계를 잘 꾸려가는 게 중요한 것처럼, 대통령이 나라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의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한다고 유능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비전도 제시해야 한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어진 마음으로 백성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하신 것을 보면 세종대왕이야 말로 훌륭한 교육대왕이셨다. 물론 세종대왕이 국문학적으로 한글을 만드는 구체적인 작업을 하지는 않으셨다. 그런 일은 신숙주 등 집현전 학자 8명이 수행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부총리 임기를 자신의 임기와 같이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임기 중 교육부총리를 6명이나 바꿨다. 교육부총리가 평균 1년도 되지 않는 임기동안 일관성 있고 소신 있는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겠는가? 이젠 우리도 교육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경제 대통령이 현재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면, 교육 대통령은 미래에 대한 안목이 필요하다. 경제 대통령이 당장의 호구지책을 마련하고 국민들의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는 지도자라면, 교육 대통령은 문화와 국력 등을 발전시켜 결국 경제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의 지도자이다.
어떤 대통령이 교육 대통령인가를 생각해 본다. 세종대왕이 직접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드시지는 않으셨듯, 대통령이 직접 사소한 교육정책에까지 관여해선 안되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교육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분명한 교육철학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이 교육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선 교육전문가나 교육행정가들을 기용, 이들을 지원해주고 힘을 실어주면 된다. 미국 선거에서처럼 이번 대통령 선거에선 교육 대통령을 표방하는 후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우리는 한국의 100년을 내다보는 그들의 교육철학을 평가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병석 경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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