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KAL기 폭파 책임 없다고?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국가경영전략연구소 비상근 부소장이며 집권 세력의 대표적인 이데올로그인 황태연(黃台淵) 교수가 지난 27일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21세기 동북아포럼’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은 유아 시절 발발한 6·25 전쟁에 책임이 없으므로 침략범죄 용의자도 아니고, KAL기 폭파를 지휘했다는 증거도 없고 조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 발언은 우선 집권당이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 하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민주당은 황교수의 발언은 당론이 아닌 한 학자의 소신이기 때문에 정쟁의 빌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망언이라고 규탄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주장과는 달리 대다수의 국민들은 황교수의 발언이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다양한 시각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편향된 시각이며, 더구나 김위원장의 답방을 앞둔 시기에 돌출된 발언이기에 발언의 진의를 두고 여러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대다수 국민들은 김 위원장은 서울 답방을 통하여 6·25전쟁, KAL기 폭파 등과 같은 일련의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며, 집권층에서도 이런 과거사 문제는 일단 거론되어야 한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런 사과 요구를 김 위원장이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사과 요구는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국민들의 요구는 결코 무시될 수 없으며, 더구나 대다수 국민들의 여론임을 집권당은 인식해야될 것이다. 황교수의 주장과 같이 이런 과거사문제가 국제법적인 사안이 될 수도 있다. 우리도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법적 처리는 현실적인 문제라기보다는 통일 후에 논의할 사항이다. 따라서 현재 시급한 것은 국제법적인 사안 이전에 도덕적인 문제이며, 더구나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집권당으로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여론이나 정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과거사 문제는 일제침략 행위에 대한 사과와 보상 문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국민적 정서를 우선시해야 된다. 남북문제 해결에 있어 가뜩이나 국론이 분열되어 이에 대한 치유가 시급한 상황에서 돌출된 황교수의 발언은 지극히 유감된 행위임을 민주당은 분명히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전세난 당국 뭣하나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 주택시장의 왜곡현상이 또 반복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미분양아파트가 남아도는데 다른 한편에선 물량부족으로 전세값이 속등하는 기형적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IMF 사태를 겪으면서 한때 인하소동을 벌인 전세금이 99년 하반기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IMF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세물량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위협당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최근 시장조사에 따르면 일산 분당 평촌 인천 등지 아파트 전세가격이 연초보다 500만∼2천만원 오른데다 매물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아파트 등 일부 평형은 아예 매물을 구할 수 없는 상태다. 산본·일산지역 24평형의 경우 1천만∼2천만원 오른 8천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나 이미 매물이 동난 상태고, 일산의 32평형과 분당의 25평형도 1억∼1억1천만원으로 1천만∼2천만원이 올랐지만 물건을 찾기 힘든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이처럼 이사철을 앞두고 신도시 지역의 전세물이 모자라 서민들이 허둥대고 있는 상황인데도 미분양아파트가 경기·인천지역에만도 1만5천여가구에 이르고 있으니 주택시장의 왜곡치고는 너무나 뒤틀린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이 수도권 전체의 미분양아파트가 남아 도는데 일부 지역에선 전세물량 부족으로 전세금이 급등하는 것은 한마디로 지역적 수급 부조화가 빚어낸 현상이다. 우선 수도권으로의 계속되는 인구유입과 저밀도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으로 늘어난 전세수요가 서울과 가깝고 비교적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로 몰려 물량부족 현상을 빚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의 주택정책이 질보다는 양적인 공급에 치중한 탓에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아파트가 급증한 전세수요를 흡수하지 못한 결과다. 이와함께 정부가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을 폐지한 것도 저소득층 전세물 부족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따라서 당국은 전세값 안정을 위해선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에 주력하고 무엇보다 물량위주의 주택공급을 탈피, 수요자가 찾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차제에 미분양아파트의 공공임대화는 물론 주택건설 업자의 소형 평수 의무건설 규정을 되살리는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방도 통행료 징수, 안된다

경기지역에 신설되는 도로 가운데 규모가 작은 시·군도를 제외한 상당수의 지방도로의 통행료를 받으려는 경기도의 계획은 재검토돼야 한다. 도대체 그 많은 각종 세금을 받아서는 어디에 쓰려고 지방도로까지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재원이 부족하고 교통난은 가중되는 현실에서 유료도로화 말고는 수도권 교통난 해소책이 없다는 경기도 당국의 주장은 어려운 국민경제를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다. 도로를 신설해서 관리권을 매각한 돈으로 다시 도로를 건설해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는 게 경기도가 추진하는 유료도로의 기본취지라고 한다. 유료도로가 건설되면 관리권을 민간인에게 일괄 매각하고 매각대금은 다른 도로 건설비용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기도의 재원 마련을 서민들이 부담하라는 셈이다. 현재 경기지역에 건설중이거나 앞으로 신설 예정인 지방도로는 김포시 고촌∼월곶, 화성군 봉담∼평택시, 화성군 송탄∼동탄, 의왕시 학의동∼용인시 구성읍 동백리, 안양시 석수역∼안양역, 양주군 축석∼포천군, 양주군 송추∼동두천시 구간 등이라고 한다. 도 당국이 경기개발연구원에 유료화 도로 타당성 여부를 의뢰해 현재 검토중이라고 하는데 만일 지방도로까지 통행료를 받는다면 서민들의 가계부담을 가중시키는 처사일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극심해지는 경제난국에 실망하고 있는 국민이 정부를 더욱 불신하게될 게 자명한 노릇이다. 가장 기초적인 사회기반시설로써 국가가 당연히 국민에게 제공해야할 지방도로를 이용하는데 돈을 징수한다는 것은 아무리 교통 소통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결국은 국민이 민간업자의 수익부문까지 부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도로를 생업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실정인데 고속도로도 아닌 지방도로까지 통행료를 받는 것은 탄력성을 잃어버린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가가 마땅히 갖춰 놓아야할 기반시설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려는 경기도 당국의 계획은 백지화하는 게 타당함을 강조해둔다.

어패류 환경호르몬 놔둘건가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굴 홍합 등 어패류가 선박 페인트용으로 쓰이는 환경호르몬인 유기주석화합물(TBT)에 오염됐다는 조사보고는 충격적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구리 안산 수원 안양 등 도내 4개 농수산물시장에서 굴(34건) 홍합(24건)을 수거 조사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인체에 유해한 TBT가 검출됐고 TBT의 분해물질인 DBT도 17건 검출돼 환경호르몬에 대한 감시 및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조사결과를 보면 굴에서는 모두 TBT가 0.4∼0.01㎍/g 검출됐다. 또 홍합에서도 모두 0.2∼0.01㎍/g의 TBT가 검출됐고 DBT는 6건에서 0.049∼0.009㎍/g 검출됐다.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불리는 환경호르몬 TBT가 어패류에 미치는 영향은 해수중 농도가 0.2 이상일때 암컷에서 수컷의 생식기가 자라는 암수교란현상이 나타나고 성장이 느려지며 종내는 폐사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더욱 놀랍고 무서운 것은 TBT가 사람의 정자 수를 줄이고 성장억제·생식이상·면역력 저하 등을 초래하는 독성물질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환경호르몬이 지속적으로 체내에 축적될 경우 생명체의 종(種)을 절멸시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와 있을 정도다. 이처럼 무서운 환경호르몬에 오염된 어패류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당국의 대응자세가 소극적인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염된 어패류의 폐기처분은 물론 해수의 오염원 제거등 방지대책을 당장 세워야 함에도 당국이 속수무책으로 있으니 소비자들로서는 답답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시중 어패류가 TBT에 심각하게 오염된 것은 국내 선박업체들이 미·영·캐나다 등 외국에선 이미 사용 금지된 유기주석 함유의 선박 방오제(防汚劑)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TBT함유 선박 방오제의 경우 우리는 엄격한 사용규제 장치가 없음은 물론 TBT의 권장기준도 아직 없는 상황이니 한심한 일이다. 당국은 당장 환경호르몬에 대한 감시 및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환경호르몬 분야에 대한 연구나 이해가 선진국에 비해 원시적인 수준에 있는 상황에서 취하고 있는 당국의 이같은 소극성은 책임있는 정부의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하루속히 국가차원에서 선진국의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오염유발 물질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등 종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려되는 ‘ 경비업체 총기허용 ’

오는 6월 중순부터 민간경비업체의 경비원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총기휴대 조건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고는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우려감이 먼저 앞선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23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경비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항과 핵발전소, 전력시설 등 국가중요시설 경비를 담당하는 특수경비원에 한해 무기 휴대 및 사용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경비업법 개정안은 공포 3개월후부터 발효되도록 경과규정을 둬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불안스럽기까지 하다. 현재는 특수경비원으로 한정했지만 장기적으로 여타 민간경비원으로의 총기보유 확산과 총기사고 가능성이 높을 게 염려되기 때문이다. 민간인 총기보유가 과연 타당한가도 문제점이다.민간업체 특수경비원에게 총기 휴대 및 사용권을 허가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만일 자질에 문제가 있는 부실 경비업체가 선정될 경우 총기 남용 및 유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조직폭력배들이 위장 경비회사를 차려놓고 주변 노점상들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해오다 검거되는 등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경비업체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지난 24일 현재 전국의 민간경비업체는 총 1천838개로 경비직원 수만 8만1천819명에 이른다. 앞으로는 더욱 증가할 게 분명하다. 경찰을 비롯한 경비업법 개정안 찬성론자들은 총기 사용 경비원에 대한 자격요건과 오·남용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했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총기사고가 교육과 자격요건 강화 등으로 방지된다면 현직 경찰관의 총기사고는 왜 발생하는가. 무기관리를 엄격히 하는 군대나 경찰에서도 종종 무기 탈취나 도난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에 민간 경비업체의 총기가 범죄에 악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법안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정부는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 ‘범죄예방이 범죄발생’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특별대책을 수립, 불안요소를 최소화해야할 것이다.

日 역사교과서 왜곡

‘주권침해’3·1운동과 의병봉기 등 조선의 독립운동이 지속됐다는 종전의 일본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일제강점대목이 ‘당시 국제사회가 승인했으며 일본에 이익된 것만은 아니다’라고 바뀐다. 전쟁터에 강제송환된 종군위안부가 다수였다는 이 대목은 아예 삭제해 언급을 피했다. 종전엔 침략으로 시인했던 일본의 만주 침략을 ‘경제적 이유의 진출’로 아시아침략 또한 ‘진출’ 또는 ‘지배’라고 표현, 침략이란 용어를 삭제했다. 20만명이상의 희생자를 낸 일본군의 중국 난징(東京) 대학살은 그냥 ‘난징사건’으로 의미를 축소하였다. 2차세계대전 또는 태평양전쟁이라고 하는 것을 황국식민사관인 대동아전쟁으로 명칭을 복귀했다. 이밖에도 허다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은 일본사회의 우경화 경향만은 아닌 자민당 정권 역시 정서를 같이하고 있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이에 적극 대응하기로 한 정부방침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의 입장표명에 주목할 만한 일본측 반응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일본 우익이 만든 역사교과서의 검정통과가 있어선 안된다’고 한 반대의사 천명을 일본이 주권침해를 들어 반박한 것은 크게 주목할 대목이다. 오쿠노 세이스키 전 법무상은 자민당 총무회에서 ‘중국이 정치적 압력을 걸어오는 주권침해에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오쿠노의 그같은 발언이야말로 망발이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여 인접국가에 부당한 인식을 전이케하는 자기네들 처사의 그 자체가 주권침해이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역사기술에 천부당 만부당한 주권침해를 해놓고 이의 시정요구를 되레 주권침해라고 말하는 것은 일본이 패권주의에 얼마나 들떠있는가를 보여준다. 대체로 사무라이정신을 국민정신의 긍지로 아는 것이 일본사회다. 그리고 그들의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은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던 것이었다. 20세기초 꿈꾼 그같은 미몽이 결국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인류에 심대한 손실을 끼치고도 21세기 들어서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 및 대륙침략의 상흔이 아직껏 남아 있고 생생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직도 살아 있는 마당에 일제강점은 일본이익만이 아니라는 궤변은 당치 않다.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은 일본역사뿐만이 아닌 아시아 역사의 왜곡이다. 정부의 이에 대한 대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역사기술의 주권침해로 규정, 마땅히 시정조치가 있도록 하는 응분의 외교적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중국 등과 연대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플라스틱 식기 불안해소를

플라스틱 식품용기에서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됐다는 조사보고는 소비자들을 또 한번 불안케 한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합성수지로 만든 도시락 용기와 식품용기·컵 등 착색제품 130개를 시중에서 무작위 채취, 조사한 결과 납 27건 카드뮴 47건 등 모두 74건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에는 인체의 면역체계 장애는 물론 내분비계와 생식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납이 120∼300ppm 검출돼 허용기준치(100ppm이하)를 3배나 초과했다. 그러나 보건환경연구원은 이번 조사는 플라스틱 식품용기 샘플에 열을 가해 녹여서 중금속을 분석하는 ‘용기실험’ 결과 나온 조사치로 용출실험(초산 등에 용기를 일정기간 담갔다가 중금속 검출여부를 조사하는 방법)에서는 이보다 낮은 조사치가 나올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용기실험’ 결과 중금속이 허용치 이상 나왔더라도 ‘용출실험’에서 검출량이 허용치 이하라면 그 식기는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보건환경연구원의 이같은 어정쩡한 견해는 옹기에서 유해 납이 검출되는지의 여부를 둘러싼 과거의 지루한 논쟁을 재연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식품위생 당국은 조속히 권위있는 조사방법과 해명으로 소비자를 안심시켜야 한다. 플라스틱 식기류는 내용물에 따라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최악의 조건을 상정해서 유해여부를 검사하는 것이 옳다. 또 이번 검사에서 검출된 아연(0.5∼235ppm)과 구리(0.4∼91.0ppm)의 경우 우리는 왜 허용기준치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아연과 구리는 과다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 장애와 간경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금속이다. 그런데도 허용기준치가 없으니 이들 물질이 얼마든지 검출되더라도 그 식기를 사용해도 좋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민을 불안케 만드는 이같은 검사결과가 나올 때마다 그 누구도 신속하고 권위있는 해명을 안해 주고 있으니 국민들만 답답할 뿐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권위있는 검사결과와 함께 신속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플라스틱 식기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제조과정을 정밀검사하고 안전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 국정 3년

김대중대통령 집권 3년을 맞아 정책의 완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취임도 하기전 당선자시절부터 전 정권의 임창열경제부총리를 지휘, 환란수습에 나서야 했다. 실로 급박한 상황속에 시작부터 거덜난 나라살림을 맡았다. 이어 각 분야에 걸친 국가사회의 개혁은 건국이후 누적된 과거문화의 청산작업이다. 다같이 그속에 숨쉬고 살아온 고비용 저효율의 과거문화로부터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어 개혁은 원초적으로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다. 무려 50여년의 생활문화의식을 달리하는 것이 개혁이다. 이를 단 3년에 이루지 못했다 하여 부정하기보단 당위성이 제고된 것만도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그동안 씨를 뿌리고 기초를 다진 개혁은 결코 이 정부에만 국한하는 작업이 아니다. 경제의 고질적 환부를 도려내는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개혁의 경우 아직 미진한 것은 사실이다. 잠재적 부실기업의 정리미흡, 노동시장의 유연성 저하로 인한 외국자본의 투자기피, 금융기관 통합작업의 전망, 공기업의 비전문 경영진 등은 앞으로의 과제다. 그러나 4대개혁의 기본틀 마련후 ‘상시 구조개혁’ 시스템이 정착, 시장경제 작동에 의한 하반기 경제회복을 전망할 수 있는 것은 큰 성과다.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고를 세계5위인 952.4억달러로 끌어 올린 것은 경상수지의 지속적 흑자를 이룬 노력의 결실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의약분업, 의료보장제도, 국민연금 등 보건복지 4대개혁은 시행착오의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으나 선진복지국가로 가는 미래의 희망이다. 점차적 내실과 취약계층에 대한 자활지원강화 및 보건의료 발전을 기하는 지속적 추진력을 기대하고자 한다. 지식정보화를 위한 인프라의 확충, 정보통신산업의 육성은 무한경쟁시대의 국력지표며 생존의 무기다. 특히 2단계 초고속통신망구축, IT산업의 총생산 및 수출의 현저한 증가는 지식경제산업의 막강한 저력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 6·15 공동선언에 의한 남북교류활성화로 한반도 주변 4강과의 동반자관계확대, 국제사회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은 민족적 개가다. 북한은 마침내 ‘신사고’를 말하기에 이르렀다. 올 가을 경의선 개통을 계기로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으로 손꼽히는 한반도 냉전을 종식, 분단 반세기여동안 상존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해방되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정부가 할 일은 아직도 많고 험난하다. 교육의 안정적 개혁, 국적있는 농수산업의 개방형 진흥, 서민층 세부담 경감 등 생산적 복지구현의 세정개편, 초미의 정치개혁 등 이밖에도 허다하다. 그러나 경제도약의 기틀, 복지사회의 기본틀, 정보화사회 및 지식경제의 기반, 화해와 협력의 새 한민족 시대를 열므로써 21세기형 선진국가의 총체적 초석을 닦은 것만은 사실이다. 개혁의 마무리는 정부 혼자만이 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혁에 참여하지 않고는 누구든 개혁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이 국민정신이다. 참여의 비판속에 이의 단계적 완성을 위한 국민적 의지결집이 더욱 요구된다.

지자체 감시 나선 시민단체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참여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경실련, 여성민우회, YWCA 등 주요 시민단체들이 자치단체장 주민소환제 도입 등 지자체 감시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주목하고자 한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주민복리는 뒤로한 채 특수집단의 이익을 도모해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지만 이를 견제할 통제수단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주민소환제 등의 입법화는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지자체 감시활동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자치단체장들이 잇따라 개인비리와 독직혐의로 민·형사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앞으로 시민단체들이 할 일은 참으로 많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 대한 감시운동을 올해 핵심사업으로 선정하여 낭비된 예산환수 운동과 예산낭비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주민소환 운동은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감시 단체들과 연대해 낭비예산 환수를 위한 납세자 소송특별법 입법화운동을 전개하고, 전국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낭비예산에 대한 납세자 시범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 운동의 기본방향을 자치단체의 개혁성과 효율성, 투명성 확보로 잡고, 주민의 지방자치 행정참여와 견제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운동 전개도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일부 지자체장이 선거를 의식한 예산 집행과 낭비, 인사전횡과 금품수수, 인기위주의 전시행정을 펼쳐 지방자치제도 취지 자체를 훼손시키는 사례가 있다면 감시의 대상이다.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시민단체의 감시활동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소신껏 활동할 수 있으려면 오는 3월 임시국회에서 주민소환제가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단체 및 학계가 연대해 네트워크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이러한 활동은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를 확대하고 자치단체 내부에 합리적인 자율통제 기능을 정착시키려는 것이므로 기대가 크다. 다만 그 목적이 아무리 옳고 타당하다 하더라도 반드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감시활동을 전개해야할 것임을 강조해 둔다.

평택·인천북항 확충 왜 미루나

평택항과 인천북항 항만시설의 확충사업이 절박한 정책과제라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난 89년부터 추진해온 평택항 건설과 인천북항 개발 계획이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의 투자소홀로 지지부진, 수도권 경제활동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사원이 최근 전국 항만시설공사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그동안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얼마나 인색하고 태만했는가를 알 수 있다. 굳이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나라가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턱 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세계은행으로부터 이미 90년대초 우리 나라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관한한 후진국이라는 지적을 받았겠는가.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듣는 체도 하지 않았다. 더욱이 중국의 급격한 성장과 일본 고베항의 기능저하로 우리 나라 항구들이 환적화물 처리의 최적지로 부상함에 따라 항만건설을 위한 민자유치는 물론 항만사용료 인상을 통해 자체 재원을 확보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 예산당국도 항만 중요성의 인식부족으로 항만시설 확충에 대한 투자배분에 인색하기만 했다. 평택항의 경우 지난 89년부터 2001년까지 2조9천억원을 투입, 접안능력 62선석(연간 하역능력 6천200만톤)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계획기간이 절반이 넘었는데도 선석은 8개에 불과하다. 또 인천북항은 95년부터 2011년까지 8천억원을 들여 연간 하역능력 1천700만톤 규모의 시설을 갖출 계획이었으나 투자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이같은 항만시설 확충사업 투자인색과 그에 따른 시설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수익성이 높은 평택항과 인천북항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면서도 우선 투자순위가 떨어지는 포항 영일만과 목포신외항 등에 집중투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정치적 배려 때문에 예산이 기형적으로 운용됐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제 투자순위를 무시한 이같은 예산운용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수익성 등으로 보아 우선 투자가 마땅한 평택항과 인천북항 확충사업이 정치논리에 밀려서는 안된다. 당국이 지금의 현상을 가볍게 보고 대책을 우물쭈물 미루다 보면 머지않아 항만마비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자초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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