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권과 개방개혁

지난해 5월에 이어 8개월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귀국하면 개방개혁을 할 것이라는 현지보도는 관심을 끈다. 바오산(寶山) 철강소,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 쑤저우(蘇州) 정보통신(IT)단지 등을 찾아 표명한 깊은 관심은 변화의 노력을 감지할 수 있다. 40대 엘리트 경제관료와 당·정·군의 원로들을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초에 로동신문등 공동사설을 통해 밝힌 ‘신사고’와도 상통한다. 1995년 이후 누적돼온 절대적 식량부족, 극심한 에너지난은 더 이상의 책임생산제나 독립채산제 독려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한계에 이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구권 붕괴이후 우리식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표방한 북측 정권이 보도된대로 쉽게 개방개혁을 공표할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개방개혁의 필요성을 몰라서 여태껏 빗장을 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개방개혁이 가져올 체제위협의 상충적 고민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하다. 지배권력의 절대화, 혈통승계의 신성화 등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특유의 사회주의 체제가 존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에 상응한 폐쇄적 통제가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다. 원로등 수구세력은 물론이고 개혁을 말하는 엘리트 신진세력도 체제를 붕괴해가며 개방개혁을 추진할 것으로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모델로 도입하는데도 중국과는 또다른 난관과 고민이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신사고의 변화가 많든 적든 불가피한 것은 경제난 해소의 당면과제가 절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 역시 체제유지를 위해서다. 결국 김정일정권은 종전의 틀을 기본골격으로 하는 ‘신 우리식 사회주의’로 제한적 개방개혁을 추진할 공산은 충분히 있다. 예를 들면 구조적 농업침체의 요인이 된 분조관리제의 협동농장 농업관리방식을 본연의 생산성 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긴 하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도저도 아닌 꽉막힌 상태에서의 돌파구는 일전불사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안보의 공고화와 더불어 북측의 변화환경을 유연하게 받쳐주어야 한다. 이번 김위원장의 중국방문은 부시정권의 출범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언의 메시지가 담겼다 할수 있다. 테러국 이미지를 지우는덴 노력하면서도 미사일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북·중의 잦은 실질접촉에 러시아가 적지 않게 신경쓰는 것 같다. 주변 강대국들의 자국 이익을 위한 지나친 대북자극은 평화를 위해 무익하다. 정부의 다각외교가 요구된다. 아울러 북측이 다소간의 변화를 보이고 또 이를 지원한다 하여도 아직은 실체적변화가 아닌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항상 이래서 어렵다.

실업자 100만명시대의 과제

우려했던 실업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40만개를 창출해 실업률을 3%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장담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 실업률이 이미 4.1%(인천 4.7%·경기 3.4%)를 기록했고 실업자수는 90만명을 육박, 긴박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1·4분기에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구조조정 요인으로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밝지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1·4분기 실업자수가 많게는 11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고 LG연구원은 120만명에 연평균 실업률 4.3%, 현대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도 각각 4.4%와 4.3%로 예측했다.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과 공기업 및 공무원 감축조치로 인해 앞으로 20∼3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니 우리 사회가 또다시 실업열병을 앓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같은 실업문제가 봄철 노사협상과 맞물릴 경우 자칫 심각한 민심 이반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정치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세운 실업대책은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실업사태를 미처 예상치 못해 실업예산을 작년보다 크게 줄여 책정한 것은 근본적인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올해 2조9천억원을 투입 20만7천명을 대상으로 공공근로와 직업훈련 등 재취업 지원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올 공공근로 예산은 6천500억원으로 작년 1조3천207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물론 정부의 실업대책이 단순한 생계보호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무게중심을 둔 것은 올바른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업대책의 실효성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지지난해 이미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 실업정보의 체계화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했으나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이번 대책도 쏟아지는 실업자와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사회문제를 적절히 수습해 과연 실업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이제까지 드러난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허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부적격자는 없는지 살펴보고 공공근로가 정규취업의 징검다리 역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직업훈련도 양적 확대보다는 실직자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중심의 훈련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실업대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시 점검반을 만들고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파악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원 시급한 폭설피해 농가

최근 내린 폭설로 인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각종 사고 중 농촌의 피해가 너무 극심하다.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채소공급지인 남양주, 하남, 용인, 평택지역 등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이번 폭설로 도내에는 채소재배시설, 인삼차광시설, 축사, 양어장 하우스 시설 등 모두 1천 278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행 법규상 피해농가에는 국비 241억원, 도·시·군비 13억원 등 모두 254억원밖에 지원하지 못해 나머지 1천 24억원은 농가에서 부담해야할 딱한 형편이다. 피해농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처럼 턱없이 부족하자 아예 피해 복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축산자동시설, 과수농가 방조망 시설 등 고가의 시설·장비 등도 16억5천400만원 상당의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허가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하니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도내 축산·과수 등 100여 농가들은 주택의 경우 무허가 주택을 적법하게 복구할 때에는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으면서 축사나 과수농가의 방조망 시설은 보상이 전혀 안되는 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해구호 및 재해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상 무허가 시설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가들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고 이번에 또 설해를 당한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다. 경기도 당국은 시·군 공무원들은 물론 군부대·유관기관과 연계, 복구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손돕기의 복구작업 지원도 좋지만 특별예산을 들여서라도 먼저 보상지원비를 현재보다 대폭 상향조정해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축산·과수농가의 미허가 대상 시설은 중앙정부에 하루 빨리 보상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농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수입 농산물 범람에다 경기침체, 수요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함은 물론 앞으로 또 있을 강설피해 재발방지책 등 범정부차원의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복구 지원대책을 마련, 시행하기 바란다.

地自體長 벌써 선거운동인가

최근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선심행정은 무심히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대학입시 특차 합격자들에게 축하카드를 보내고 연말에 관내 교회에 일일이 케익을 보내는가 하면 지역축제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푸짐하게 잔치판을 벌이는 등 단체장들의 선심행사가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단체장들이 시·군 소식지와 공무원을 동원한 업적 및 치적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이같은 단체장들의 생색내기와 업적자랑 홍보책자 발행에 수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경제상황은 아랑곳 하지 않는 혈세낭비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민선시대에 단체장들이 주민들을 접촉하고 위로하며 행정홍보를 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생색내기 행사와 업적과시 책자 발행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에는 후보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규제를 받기 때문에 내년 6월 선거를 치를 현 단체장들은 사실상 내년초부터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요즘 기승을 부리는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은 이같은 제한을 받기 전에 ‘기득권’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이같은 단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심리가 선심행정으로 끝나지 않고 행정공백은 물론 주민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 행사에 실·국·과장이 따라 다니느라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단속행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경기도 선관위가 지난해 기초단체장들의 금품제공과 홍보물 발행 배포 등 23건의 사전선거운동을 적발한 예를 보아도 잘 알수 있다. 지금 국정난맥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우려가 높고 지방경제가 신음하고 있는데 일선 행정을 맡은 단체장들마저 차기선거에 마음이 쏠려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아직도 1년6개월이나 남은 선거를 위해 단체장들이 선심쓰기와 업적과시로 사회분위기를 망가뜨리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단체장들은 민선 지자체장답게 자세를 가다듬고 민생챙기기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관위와 사정기관들도 불법사례가 더 늘기 전에 감시와 단속활동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 訪中 주목해야 할 이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하고 있어 우리 나라는 물론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해외여행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지난 5월에 이어 불과 8개월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예상치 않았던 일이기에 우리로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중국방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미를 되짚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첫째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는 비교적 북한에 대하여 유화적 태도를 취하여 왔으며, 양국간의 관계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하여 강경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의 대미관계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 정부도 전통적으로 보수주의적 색채를 가지고 사회주의 정권에 대하여 강경책을 사용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에 불안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 방문에서 북한과 중국은 부시 행정부의 공식 출범에 따라 예상되는 정책변화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상호 인식의 공유와 대처방안의 조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상하이 등 대표적인 개방도시를 시찰함으로써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노동신문을 통하여 신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 지도자들의 사고방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방문을 통하여 북한지도자에 대하여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이러한 이미지가 미국은 물론 앞으로 있을 서울 답방에서 투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금년 봄으로 예상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한 관계 개선에 새로운 전기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답방의 사전 포석으로 이번 중국 방문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 예견된다. 남북한 관계가 남북한 당사자만이 아닌 미국과 중국이라는 2대 강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을 겨냥한 대중국 외교를 펼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우리는 특히 주목해야 될 것이다.

대우車 파국 막아야 한다

대우자동차가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조의 반발 파업으로 파국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채권단이 자구계획이 불투명한 대우차에 대해 자금지원을 유보해 그동안 협력업체 18개사가 부도를 냈고 일부 협력사의 부품공급중단으로 부평공장이 세차례나 가동을 중단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오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가 이판새판으로 살길을 외면하고 벼랑끝으로 달려가는 형국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진퇴직자 1천100명과 희망퇴직 신청자 1천600명 등 2천700명 외에 2천794명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는 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노조입장에서 조합원들을 무더기 해고하겠다는 사측 방침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우차는 지금 1월말까지의 정밀실사결과를 토대로 한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여부결정을 기다리는 처지로 명분에 집착하기 힘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우차는 18조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으며 협력업체들이 이달 중 결제해야 할 어음도 2천600여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법정관리 신청을 낸 이후 국내외 판매량과 공장가동률도 급감, 영업이익은 커녕 손실만 커지고 있다. 여기에 법정관리 개시 결정에 핵심요소인 구조조정 등 자구계획 제시 시한에 쫓긴 사측이 노동부 사무소에 인원정리 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이다. 노사합의로 인원감축을 협의키 위해 구성된 경영혁신위가 6차례나 열리는 동안 번번이 노조가 자체안을 내놓지 않아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것은 노조의 책임이 크다. 노조는 인원감축없이 독자생존을 주장하지만 이는 채권의 출자전환과 부채탕감·공적자금 투입을 수반함으로써 결국 부실한 대우차를 국민부담으로 떠넘기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을 연명시키다가 IMF 사태를 초래한 전철을 다시 밟을 수는 없다. 적자가 누적되고 노조반발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며, 툭하면 파업하는 회사는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해외매각 차질은 물론 법정관리가 최종적으로 결정날지도 불투명하다. 노조는 조합원을 보호하려고 택한 파업이 결국 자해행위가 될 것임을 유념하고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연말 제출한 노조의 쟁의행위 조정신청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이유없다며 반려돼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인 것이다. 노조는 극단적 행동이 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제하고 이제라도 사측과 진지한 대화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내실 기해야 할 주민자치센터

경기도내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동사무소의 ‘주민자치센터’시책이 유명무실화되고 있음은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형식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동사무소에서 처리하던 많은 업무가 시·군으로 이관돼 주민들이 헛걸음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일선 지자체들이 주민들에게 문화 및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동사무소를 자치센터로 전환하면서 동사무소 업무를 대폭 시·군·구로 이관하고 각종 문화강좌, 인터넷, 놀이방, 독서실, 주민대화방 등을 꾸며 운영하고 있으나 홍보가 제대로 안돼 1억원 안팎의 예산을 들인 주민의 생활공간이 속빈 강정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2월 정부의 동사무소 기능전환 확대실시 방침에 따라 도비와 시비 등 19억3천여만원을 들여 수정·중원·분당 등 3개 구청 산하 44개 동사무소를 ‘문화의 집’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역주민의 생활수준이나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단순 놀이나 취미활동을 위한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운영으로 일관, 주민욕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문제이다. 무료탁아소나 놀이방, 청소년 공부방 등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공간은 거의 없고 스포츠댄스, 헬스, 노래교실 등 여가선용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고양시도 지난해 25억원을 들여 관내 35개 동사무소에 설치한 주민자치센터가 이용자가 거의 없는 등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시급하다. 각 동별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2명에 불과하다는 자체조사결과를 보면 주민 1천명당 1명만이 이용하는 셈이니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투입, 개소한 풍산동 ‘풍산 문화의 집’과 송포동의 ‘송포 문화센터’, 송산동의 ‘송산동민의 집’ 등은 최근 3개월동안 하루 평균 단 2명만이 이용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성남, 고양 뿐만이 아니라 많은 시·군의 주민자치센터가 이처럼 유명무실한 이유를 홍보부족, 운영미숙 등으로 인한 초기 현상으로만 보기에는 지자체의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특히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바뀌면서 직원수가 줄어 들어 업무수행이 어려운 것도 문제점이다. 앞으로 주민자치센터는 문화복지공간 제공도 중요하지만 민원해결을 위주로 한 소외계층 주민 생활수준 향상에 더욱 주력하기를 바란다.

쓰레기봉투값 등 재조정해야

수원시의 쓰레기봉투값 및 음식물쓰레기 처리비 대폭인상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수원시가 지난해 10월 쓰레기봉투가격을 한꺼번에 117% 올린데 이어 또 오는 2월부터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100%이상 인상키로 했으나 인상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의 불합리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원시는 쓰레기봉투값을 117% 인상하면서 그 근거로 가로환경미화원 인건비를 비롯 용역업체의 아파트 쓰레기 수거비·소각장 운영비·음식물 퇴비화 시설비 등을 제시, 쓰레기봉투값 인상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리비용 중 100억원이나 되는 환경미화원의 인건비는 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 처리보다 가로청소와 미화작업에 지출되는 비용으로 이를 쓰레기봉투값 산정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또 음식물쓰레기 처리비를 따로 징수하면서 일반 쓰레기봉투값에 음식물 퇴비화시설건설비 및 운영비 등을 포함시킨 것은 시민들에게 처리비용을 2중부담시킨 꼴이다.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산정할 때 용역업체의 경영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은 채 다만 일반주택의 음식물쓰레기봉투값 인상분을 그대로 적용해 업자 봐주기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발생량에 따라 부과하지 않고 아파트 평수에 따라 차등부과하는 것은 쓰레기종량제 기본취지를 벗어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수원시는 수익자 부담원칙과 쓰레기봉투값 현실화를 위해 대폭 인상케 됐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는 이는 올 물가상승률을 3∼3.5%로 설정한 정부의 물가정책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한 지역의 공공요금 인상은 다른 지역으로 파급될 뿐 아니라 다른 재화 및 서비스상품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공공요금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더군다나 가격인상에 비합리적 요소가 많다면 이는 즉시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서민을 위한 서비스가 거꾸로 서민을 우롱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수원시 당국은 쓰레기봉투값 및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의 재조정작업을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 재조정작업은 수원시가 임의로 임명한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주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는 것도 공정성확보의 한 방법이 될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공적자금 운영책임 밝혀내야

오늘부터 국회가 공적자금 투입실태 및 운영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그동안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 특위는 자료조사·예비조사·기관보고를 모두 끝냈으며,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런 자료를 근거로 하여 진념 재경부장관을 비롯, 정부 관련 기관장은 물론 한빛은행장 등 16개 은행장 또는 부행장을 불러 공적자금 투입실태를 점검, 사실확인을 통한 책임문제를 거론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대단하다. 지금까지 은행 구조조정등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00조원이 넘는다. 그 동안 은행증자, 부실금고 지급보증 등으로 투입된 돈은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이다. 특히 이중 은행에만 투입된 돈이 무려 70조원이나 되는데, 그러나 은행감자(減資) 등으로 손실이 확정된 돈이 12조원에 달하며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손실도 2조원이 넘어 14조원의 혈세가 사실상 없어진 상태이다. 이는 은행만이 아니고 투신·종금·신협 등 곳곳에서 운영부실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공적자금 운영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없었으며, 더구나 손실에 따른 책임문제 조차도 심도있게 거론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무엇보다도 공적자금이 어떠한 원칙하에 투입·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조사나 질문이 있어야 될 것이다. 둘째, 공적자금 운영에 대한 책임문제가 거론되어야 한다. 정부는 1차 공적자금 조성 당시 부실채권 규모를 118조원으로 발표하였으며, 더 이상 공적자금의 투입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후 제2차 공적자금 조성을 요구하였으며, 앞으로 공적자금이 또 얼마나 투입될지 모른다. 따라서 이런 정책 잘못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우며, 이는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어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 국정조사 청문회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대한 확인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공적자금이 잘못 운영되면 결국 국민의 혈세로 충당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따른 운영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의원들도 청문회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되며, 관련 증인들도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운영실태를 소상하게 밝혀 더 이상 공적자금의 손실이 없도록 해야 된다.

‘국보법’개정과 자민련

김대중대통령의 국가보안법 개정 천명은 매우 주목된다. 대통령이 직접 개정의사를 밝히기는 처음이다. 우리는 개정의 이유를 언급한데 대해선 길게 말하지 않겠다. 말하기 따라, 듣기에 따라 생각과 해석이 다를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간헐적이었긴 하나 6·15 선언 이전에도 국가보안법과 노동당규약 속에서도 남북왕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음을 상기해두고자 한다. 그러나 외국의 인권문제지적을 이유로 든데는 관점이 크게 다르다. 사상의 자유가 제한된 남북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외국의 시각과는 본질적 토양이 다르다. 또 국내 일각에서 말하는 인권침해요소란 것도 그렇다. 지난 10여년간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인권이 유린된 사례는 없다. 독재정권에 의해 악용된 적이 있었던 먼 과거를 현실과 굳이 결부시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국가보안법개정의 핵심은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느냐 여부에 있다. 공산당의 활동을 제한한 유일한 실정법이 곧 국가보안법이다. 만약에 이를 잘못 개정하면 공산당의 정치활동을 막을 아무 제도적 장치가 없게 된다. 김대통령이 의도하는 개정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가 큰 관심사다. 본란은 국가안보의 방어기능을 해치지 않는 현행 골격유지의 범위내에서 개정하는데는 동의해 왔다. 북한 형법은 국가보안법과 비교가 안될만큼 가혹한 대남 형벌조항이 많고 노동당규약은 여전히 ‘남반부 해방을 혁명과업 완수’로 규정하고 있어도 남북교류의 시의에 맞추어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것은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법의 실체를 훼손하거나 형해화하는 개정은 국기를 위협한다.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개정 천명을 자민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이미 반대를 표명한 바가 있다. 자민련도 그랬다. ‘글자 한자 고칠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교섭단체등록을 위해 민주당 국회의원을 네명이나 빌린 마당에 당론을 여전히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또 개각을 앞두고 상당수의 입각을 모색하는터에 독자노선을 과연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국가보안법 개정과 관련한 앞으로의 자민련 입장표명은 독자노선을 거듭 확인한 김종필 명예총재의 말이 실세인지 허세인지를 가름하는 분기점으로 보아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유가 아니고 국기보호다. 환상적 접근이 아닌 실상적 접근이 있어야 하는 것을 정치권에 촉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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