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이 영국에 브리티시 파이낸셜 센터(BFC)라는 비밀 금융계좌를 개설하고 불법 해외차입금 등 200억달러(한화 25조원)의 자금을 조성, 해외로 빼돌렸다니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다. 도대체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믿고 이런 무도한 짓을 자행하였는지 울분을 금할 수 없다. 김우중씨는 그동안 세계경영을 핑계삼아 외환관리법과 외부감사법을 명백히 위반한 ‘치외법권 영역’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검찰은 분식회계 및 사기, 외환관리법 등 위반혐의로 구속, 조사중인 대우그룹 전 사장단들의 수사도 중요하지만 정작 사건의 몸통인 김우중씨에 대한 조사에 주력해야 한다. 김우중씨는 분식회계의 최종지시자이자 외화 밀반출 혐의의 열쇠를 쥔 장본인이다. 해외에서 호화판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김우중씨는 즉시 강제 소환해야 마땅하다. 금융감독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 대우그룹 스캔들은 외형적으로는 대우 관련사의 분식회계에 모아지고 있으나, 사상 최대의 기업 부실을 일으킨 사건의 진상은 수많은 의혹을 품게 한다. 또 외화 밀반출에 따른 재산 은닉과 비자금 조성, 그리고 그 비자금을 이용한 정·관계 로비 가능성은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있으므로 모두 조사대상이 돼야 하는 것이다. 김우중씨는 1992년 대선 당시 출마의사까지 밝히며 정치에 뜻을 보였고 특히 특정 대선후보를 지원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평소 정치계 인사들에게 정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한 것으로 알려진 김우중씨가 굵직굵직한 정치인들이 포함된 소위 ‘김우중 리스트’를 작성,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도 수상하다. 검찰과 정부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수사진행에 따라 그 규모는 더 드러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우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이 체포결사대를 조직, 김우중씨가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모로코등에 이달 중순쯤 파견할 것이라는 사실도 검찰은 유념해야 할 일이다. 특히 김우중씨의 여권을 무효화시키고 소재지가 확인되면 신병인도나 귀국종용이 아니라 즉시 강제 소환하는 것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길임을 거듭 말해 둔다.
내년 6월 13일로 예정돼 있는 지방4대선거를 2∼3개월 앞당기자는 조기실시론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월드컵축구대회 때문이라는 이유는 당치 않다. 국내에선 내년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10개도시에서 열린다. 10개도시가 갖는 대회준비가 선거와 겹쳐 소홀할 것으로 보는 조기선거론은 이유가 될수 없다. 월드컵축구대회가 아무리 국제적 이벤트라 하여도 10개도시 행사때문에 전국의 도시가 정해진 국가행사일정을 바꾸는 것은 형평에 위배된다. 또 지방선거무렵이면 이미 대회준비를 다 마친 상태다. 월드컵때문에 유권자들의 선거관심도가 낮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기우다. 선거는 선거고 월드컵은 월드컵이다. 선거에 관심도가 낮으면 그 이유는 딴데 있을 것이다. 정치권, 특히 여권이 굳이 지방선거를 조기실시하려는 진짜 이유엔 정치적 이유가 발견된다. 민주당 당헌이 규정하고 있는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려는 속셈인 것이다. 대통령후보 선출을 늦추어 김대중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막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에 혼란이 밀어닥칠 대통령후보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 지방선거 조기론의 배경이다. 그러나 정치편의에 의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임기만료 3∼4개월전에 차기단체장 및 지방의원을 선출하면 그로써 오는 혼선과 후유증은 실로 막심하다. 이같은 폐단을 예상치 못할 터가 아닌데도 지방선거일자 변경을 강행하려는 것은 지방자치를 얼마나 가볍게 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조기론을 제기하다 못해 이젠 특별법을 만들어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 실시하자고 하는 지방선거 지연론이 민주당내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것은 가소롭다. 법과 원칙은 주관이 아니고 객관적 판단이다. 집권의 주관에 의해 법과 원칙을 좌지우지하려는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 내년 지방선거는 더 말할 것 없이 예정대로 제 날자에 실시돼야 한다. 지방선거가 월드컵축구대회와 겹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지됐던 사실이다. 이제와서 새삼 이를 빌미삼아 법정 선거일을 기피하려는 것은 국가행사를 당리당략화한다는 비난을 사기 십상이다. 한나라당도 내년 5월 전당대회를 의식, 아직은 조기실시에 꼭 반대하진 않은 분위기인 것 같으나 행여 동의하는 것으로 당론이 결론나면 여당과 함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만약 월드컵축구대회를 빙자해 법정선거일을 어거지로 변경하면 국제사회에까지 회자꺼리가 되는 조소 또한 자초한다 할 것이다.
본란은 1·29 보각때 한완상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개혁성 인물로 보는 정치권 일각의 평가는 진보성향을 잘못 본 시각임을 지적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개혁이란 보수적 변화가 아닌 진보적 좌파개념에 가깝다. 연이나 MBC TV특강에서 밝힌 북한 퍼주기론 공격은 앞으로의 교육을 더욱 우려케 하였다. ‘북한 퍼주기로 경제가 어려운 것처럼 말하는 것은 평화를 원치 않은 사람들이 꾸며댄 말’이라고 했다. 양식을 의심케 한다. 도대체 평화를 원치 않은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평화의 소망은 진보주의자들만의 독점물이 아니다. 또 오늘의 경제위기를 북한 퍼주기에 원인이 있다고 누가 꾸며댔다는 말인지, 공허한 가정과 논리의 비약이다. 현대의 금강산사업등 제반 민간 대북사업출혈, 공식 논의중인 대북전력지원 등에 경제가 심히 어려워 깊은 신중히 요한다는 말과 북한 퍼주기로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말은 완전히 다르다. 완전히 다른 말을 멋대로 뒤섞어 입맛대로 표출한 편협과 궤변은 실로 놀랍다. ‘교육부’와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한 그의 해석 역시 짜맞추기식이다. 산·학·연연계, 전문인력육성은 전에도 역점사항이었다. 굳이 교육부 간판으로는 비효율적이고 교육인적자원부여야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또 창발력있는 학생을 그가 높이 평가하는 교육체제도 중요하지만 영재교육만이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평범한 민주시민의 소양을 만들어주는 범재교육 또한 무게있게 병행돼야 한다. 능력있는 학생만 높이사려는 편향적 교육총수의 시각은 마땅히 시정돼야 하는 것이다. 부처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접시를 깨라’고 말한 취임식석상의 훈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교육의 기본틀을 그나마 깨지 않을까 하여 매우 두렵다. 개혁과 혁명은 구별된다. 그 어떤 개혁도 기존의 틀을 깨는 혁명은 용납될 수 없다. 한 부총리가 비록 대학교육에 오래 몸담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총책으로 적임자인지는 매우 의심된다. 대학출신의 장관이 교육총수로 성공해보인 적도 거의 없지만 부정적 사고의 소유인물인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대중대통령의 한완상기용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 사람이 김영삼대통령 밑에서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으로 기용됐던 것은 김대중대통령이 정권 출범초 보수세력의 강인덕을 통일원장관으로 기용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보수의 김영삼대통령이 진보의 한완상을 기용했던것처럼 진보의 김대중대통령이 보수의 강인덕을 기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정권 후반들어 기용한 한완상과 대통령은 완전한 의기투합으로 해석된다. 각료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므로 누구든 침해할 수는 없다. 하나, 하필이면 지난해 노동당창건기념일에 평양가서 ‘형제(남북)의 경사’라고까지 말한 그를 후세 교육의 총수로 왜 임명했는지 알수 없다. 한완상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 대한 본란의 우려가 제발 기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예금금리를 내린 은행들이 당연히 취해야 할 대출금리 인하조치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우선 적용대상이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등 일부 대출금에 국한 한데다 인하폭도 0.5% 포인트에 그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8.75%의 고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하 대상이 신규고객이며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를 내리지 않아 대기업 및 중소기업대출과 200만명에 달하는 가계대출자 중 대부분이 금리인하 효과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예금금리를 내렸으면 의당히 대출금리도 내려야 할 은행들이 고객의 반발과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시늉만 낸 느낌이다. 따라서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연 8%대에서 6%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지만 은행 여신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대출 금리는 아직도 9%대를, 농협의 신용대출 금리는 12%대를 고수하고 있다. 은행들이 예금금리가 6%대로 떨어지는 저금리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인하는 데 인색한 것은 일종의 불공정 거래에 해당되므로 금융감독 기관은 적절한 시정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은행들이 예금금리가 크게 떨어졌는데도 경영난을 이유로 대출금리만 높게 유지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해당되므로 공정거래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개혁이 금융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경영혁신을 지향하고 있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수익성을 훨씬 더 중시하게 된 점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저금리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대출금리만 고금리체제를 고수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중요한 경영목표의 하나지만 그 목표는 자체 생산성 혁신과 자금조달 코스트를 낮추는 비용절감 노력으로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노력없이 경영수지를 빙자하여 고리대금업자처럼 높은 대출금리로 편한 장사를 하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 기본적으로 예금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도 내려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금융비용이 절감돼 실물경제가 활성화 한다. 당국은 금융권 예대마진의 정당성에 대한 실사를 통해 마진의 적정선을 제시해 이를 바로 잡도록 해야 한다.
119전화는 가장 긴박하고 위급한 사건 사고 발생시 절대 필요한 신고체계이다. 신속한 접수 및 처리는 119의 생명이다. 이러한 119 신고체계에 허점이나 이상이 있다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경기도내 수원·성남·안양·송탄·안산·고양·과천·오산·시흥·군포·하남·안성 등 상당수 지역에서 119 신고가 타지역 소방서로 접수된 후 다시 해당 소방서로 통보되는 이중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니 매우 걱정스럽다. 전화국 관할구역과 소방서 관내지역이 일치하지 않거나 전화 국번호가 혼재된 시·군·구 접경지역에서 119 신고시 전화국 선로에 따라 인근지역의 소방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본보의 보도에 따르면 수원 중부소방서의 경우 관내인 권선구 매교·세류·교동에서 화재나 재난이 발생, 119로 신고하면 회선이 남수원전화국으로 연결돼 있어 수원 남부소방서로 접수된 후 다시 수원 중부소방서로 무선 통보되고 있다고 한다. 서울전화 수용지역인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등 13개 동과 성남시 금곡동 일원은 회선이 서울 은평, 양재전화국으로 각각 연결돼 있어 서초·서울소방서로 119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오산소방서 관할인 화성군 봉담읍 매송면, 태안읍 기안리, 오산시 청호동 등은 전화국 수용구역과 행정구역이 일치되지 않아 119 신고가 엉뚱하게 수원 중부, 남부, 송탄소방서로 접수된 후 다시 오산소방서로 연결되는 실정이다. 119 신고체계가 이러한데도 즉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기소방본부가 한국전기통신공사측에 기술적인 문제 해결과 대책을 요구한 사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달 “119 특수번호 접속체계는 전화국단위 수용구역의 선로 및 교환기 시스템 중심으로 접속되므로 행정구역 또는 소방관서 관할구역과 일치되게 만드는 것은 엄청난 예산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성남시 금곡동에서 발생한 화재신고를 서울 서초소방서에서 접수하는 체계는 얼마나 큰 모순인가. 한국전기통신공사측은 예산을 이유로 중대한 문제점이 도출됐는데도 이를 묵과해서는 안된다. 예산이 부족하면 특별예산을 들여서라도 각종 화재와 재난을 방지, 구호하는 119 신고전화 선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루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연초부터 물가가 심상치 않다. 1월중 소비자 물가가 1.1%(경기·인천 각 1%)나 올라 그동안 안정세를 보여왔던 물가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상승률은 작년 9월(1.5%) 이후 최고 기록으로 작년 1월보다 4.2%나 오른 것이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직사태속에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물가불안’이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물가가 급등한 것은 농축수산물 가격상승과 각종 공공요금인상 때문이다.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잦은 폭설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설 수요 때문에 한달 동안 평균 2.8%(경기 3.6%, 인천 3.1%) 올랐고, 의료보험 수가가 9.9% 올랐으며 담뱃값 도시가스요금 상·하수도료 등 공공요금이 2.0%(경기 2.5%, 인천 2.6%) 오른 것도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 올리는 데 크게 작용했다. 물론 1월 한달간의 물가급등을 두고 섣부르게 경제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하기는 이른감이 없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국내외 변수가 잠복해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및 각종 원자재가격이 들먹거릴 가능성이 적지 않고 정부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봄철 신학기 및 이사철을 맞아 각종 사교육비와 전·월세가격도 낙관만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물가급등은 국민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경기침체 못지 않게 심각하다. 물가상승의 피해는 결국 근로소득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가안정이 실업대책 못지 않게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는 정부의 인식이다. 물론 정부는 엊그제 서둘러 긴급 물가안정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우선 상반기 중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학교 납입금과 학원비의 인상폭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앙공공요금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상·하수도요금 등 지방공공요금의 안정화를 위해 지방교부세 산정시 이를 반영키로 했다. 보험약가도 실거래가격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하할 계획이며, 전·월세 가격안정화를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말이나 선언만으로 그치면 결코 물가를 잡을 수 없다.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하다. 올해 우리 경제가 안정기조를 유지하면서 4개부문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절대 필요 불가결한 전제조건이다. 정부는 이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 초기에 물가 오름세를 진정시키는 시책을 실행에 옮기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연초부터 불거진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전용이 정치권을 계속 강타하고 있다. 검찰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있는 강삼재(姜三載)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조사가 여의치 않아 불구속 기소하고 또한 법무부가 한나라당을 상대로 국고환수를 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여야간의 끊임없는 소모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29일 있은 한나라당 연찬회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진상을 밝혀야 된다는 야당의원의 주장이 제기되어 정국이 더욱 어수선하다. 검찰의 주장대로 안기부 예산이 96년 제15대 총선시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후보자들에게 1천여억원의 거액이 지원되었다면 이는 국기(國基)를 흔드는 큰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특정 정당 후보자의 선거자금으로 둔갑되었다면 이를 지시한 당사자를 비롯한 관련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되며 또한 사용된 자금은 전액 국고로 환수하여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된다. 그러나 현재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물론 강삼재 의원도 안기부 자금 사용을 부인하고 있다. 통치자금의 일부이니, 또는 제15대 대선시 사용된 선거자금의 잔여분이니 등등 여러 가지 설이 많으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심지어 강의원은 정치자금 문제는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고 공언하면서 검찰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하니 결국 실체 파악 없이 정치적 공방의 지속 속에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많다. 여하한 경우에도 안기부 예산 선거자금 전용문제는 밝혀져야 된다. 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으면, 정치권은 이로 인하여 큰 수렁에 빠짐은 물론 여야관계가 정상화되기 힘들다. 더구나 이 사건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혹은 대단하다.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여야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또한 검찰에 대한 시선 역시 결코 곱지 않다. 안기부 자금 전용의혹 문제는 과거에 있었던 정치자금 사건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정치자금이란 이유로 흐지부지된다면 검찰은 물론 여야는 국민들로부터 더 이상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현재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면 특별검사제라도 도입하여 실체를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실업홍수 사태속에 일부 중소기업체의 구인난이 여전하다. 경기침체와 구조조정 여파로 실직자와 노숙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터에 이른바 3D업종 중소기업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애를 태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힘들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소위 3D업종 중소기업이 사람을 못구해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경제불황과 산업구조 조정으로 대량 실직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느낌이다. 더욱이 올 1·4분기엔 계절적 요인도 겹쳐 실업자가 100만명을 육박하고 실업률도 4%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이와는 달리 도내 상당수 3D업종 기업들이 일손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를 다시 살려야 할 긴박한 상황에 실직자로 남아 있을 망정 3D업종엔 취업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상태에서 이같은 기현상이 나타난 데 대해 우선 정부의 실업자 대책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정부의 실업대책중 공공근로사업은 고용창출이라기보다 노임살포에 그치고 있다. 막대한 국가재정이 이들 사업에 쓰이는 동안 3D업종 기업들은 구인난을 걱정하고 있다. 실업대책 자금중 일부를 3D업종 취업지원에 할애했더라면 인력난과 실업해소를 부분적이나마 함께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3D업종을 기피하는 일부 사회분위기를 바로잡는 일이다. 경기중기청의 경우 지난해 267개 3D업종 기업에서 근무하는 1만7천667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교체했지만, 이중 1천220명이 1∼2개월도 안돼 중도 포기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4만8천8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주로 3D업종에 취업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16만6천여명을 합치면 20만명이 넘는다. 이자리를 외국인 대신 내국인이 모두 채우면 실업률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물론 놀더라도 실업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궂은 일이라도 3D업종에 취업할 것인가는 구직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개인별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강요할 일도 못된다. 그러나 노동력을 갖고 있는 한 노숙보다는 건전한 산업현장을 찾겠다는 정신과 노력은 가치있는 것이다. 3D업종 중소기업에서 창의와 성취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이 꽉 짜여진 대기업집단에서 어줍잖게 지내는 것보다 더 발전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3월 29일 개항된다고 한다. 동북아의 허브공항으로 역할이 명실상부할 인천공항이 개항되면 인천시는 국제도시로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인천공항이 완전하게 개항하려면 아직도 문제점이 많다. 우선 공항 주변의 개발이 늦어져 허허벌판으로 방치되어 있는 모습이 살벌하다. 당장 환승탑승객들이 쉴만한 호텔이 하나도 없다. 관광객들이 찾아가 볼만한 관광지도 개발이 안됐다. 인천공항주변에 도시기반이 아직 조성안된 것도 문제점이다. 이러한 것은 외형적인 것이지만 특히 1천300억원을 들여 설치한 수하물처리시설이 미비한 것은 개항예정일이 차질이 생길만큼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지난 연말 여객터미널 3층에서 실시한 출발수하물처리 시험 결과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모듈당 컨베이어 처리능력이 1시간에 600개로 설계돼 있으나 이보다 훨씬 떨어진 평균 429개가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비상버튼이 불필요하게 작동돼 컨베이어벨트가 정지되고 일부 컨베이어는 장애발생으로 처리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등의 결함이 발견됐다. 더욱 우려되는 사태는 인천공항에 입주할 예정인 항공사측에서 인천공항의 수하물처리시설이 100%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시간당 600개 처리용량으로는 여행객 짐을 원활히 처리할 수 없다고 지적한 점이다. 적정수하물 처리용량이 최소 900개 이상돼야 적체현상이 해소된다는데 600개로는 엄청난 혼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연간 2천700만여명의 탑승객을 수용할 인천공항이 여행객 짐처리가 늦어지면 탑승수속과 항공기 출발지연으로 이어져 공항의 전반적인 기능이 저하될 게 아닌가. 공항운영의 중요한 부분인 수하물처리시설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개항을 늦추는 문제가 그래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공항측은 수하물처리시설은 약 20㎞에 이르는 컨베이어와 4천개 이상의 센서 및 각종 제어시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성능 발휘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장담할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은 개항에 따른 본란의 지적을 유념, 모든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 분석하여 대책 마련과 함께 개선작업에 주력하기 바란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행정제도 개선 및 규제개혁이 아직도 미진한 상태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자치단체를 비롯 교육청과 지방국세청 및 지방경찰청 등 29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면조사 결과를 보면 이같은 현상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규정상 제한 연령이 서로 다르거나 방화시설 시정 보완명령이 행정기관과 소방기관으로 이원화 돼 있는 등 664건의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 및 국민편의 저해 행정제도가 드러났다. 정부가 아무리 위민(爲民)행정을 구현한다며 제도개선과 규제혁파를 부르짖어도 일선 행정기관에선 이 외침이 겉돌고 있는 것이다.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완화는 변화된 환경에 따라 불필요하고 잘못된 법규·규정 등을 고쳐감으로써 민원인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 제고를 도모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95년부터 행정쇄신위원회를, 98년부터는 규제개혁위원회를 가동해 수만건의 비능률적 제도를 폐지하고 규제를 완화조치 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 민원창구에서 공무원으로부터 받는 국민들의 느낌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전히 공무원이 복잡한 모순투성이의 규정을 내세워 ‘처리불가’를 주장하고, 규제철폐 사실조차 모르면서 고자세로 우기는 일도 없지 않다. 또 불필요한 구비서류를 과다하게 요구하거나 반복적으로 보완을 요구하다가 ‘처리불가’를 통보함으로써 민원인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개혁 정책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이유 중에는 재량권 거머쥐기 같은 욕심이나 공직자들의 권위주의적 규제 위주 사고방식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제도 개선과 규제개혁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를 저해하는 법령개폐와 함께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규제개혁 불이행 사례를 찾아내 중대한 잘못이 드러나면 문책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이 공복으로서 스스로 봉사하려는 정신자세를 갖는 것이다. 이제 모든 공무원들은 그동안 민원인들의 편의를 저해하고 불편을 주던 폐습을 버리고 인허가 업무에서 자주 나타나는 재량권 남용과 구태의연한 권위주의 잔재도 말끔히 털어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