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은 비대해도 되나?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1·29보각은 두가지를 생각케 한다. 첫째, 정부조직의 비대화는 개혁에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17부2처에서 18부4처로 확대됐다. 국무위원도 19명으로 늘면서 부총리가 또다시 2명이나 된다. 국무위원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부처 감축인력은 2만1천350여명이라지만 정년 또는 명예퇴직등 자연감소가 태반이다. 퇴출인력도 타 부처 또는 산하기관으로 옮기거나 국가직을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겉치레 구조조정을 일삼았다. 청와대 비서실 인력도 늘렸다. 김대중대통령이 취임초 강조한 ‘작은 정부’의 구호가 그야말로 공허한 구호로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기업 구조조정 역시 지지부진하다. 방만한 예산운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제일 먼저 해야할 터인데도 어떻게 된판인지 거의 무풍지대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하여도 공기업 자리를 정권쟁취의 전리품삼아 낙하산인사로 임명한 비전문가 일색의 정치꾼 임원들을 퇴출시킬지는 막상 의문이다. 정부부터가 이러면서 지방공무원의 구조조정을 다그치는 것은 난센스다. 또 금융, 기업, 노동분야의 구조조정에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개혁에 가장 앞서야 할 정부가 개혁성을 위배하는 것은 개혁의 구심이 되는 신뢰성 상실을 의미한다. 둘째, 두 부총리의 기용이다. 진념 재경부장관겸 부총리가 신임포부로 ‘미래지향의 개혁’을 강조하였지만 그는 이미 능력의 한계가 검증된 사람이다. 대통령의 말엔 ‘아니다’란 말을 못해 신임을 받고 있을지 몰라도 공적자금 과다투입에 책임을 모면키 어렵다. 암울한 민생경제를 무작정 낙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점이다. 무엇보다 오늘의 경제난국에 언제나 조금도 미안한 표정을 지을줄 모르는 그의 논리는 책임의식의 실종이다.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겸 부총리를 개혁성 인물로 보는 것은 진보적 관점이다. 교육분야의 개혁에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명칭을 바꾼 것도 이상하지만 현정권들어 벌써 다섯번째 장관이 되는 한장관겸 부총리가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는 역시 의문이다. 신설된 여성부에 한명숙장관이 임명됐지만 나라안팎으로 전례없는 여성부부처가 여성복지를 위해 과연 무엇을 얼마나 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도청 신부지, 수원시 책임

경기도청 이전 문제를 거듭 언급하는 것은 이에대한 항설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인근 시·군에서는 땅을 무상제공하겠다며 도청 유치에 나서는 판에 수원시는 팔짱만 끼고 있다’ ‘수원시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경기도가 요구한 이의동부지를 거부한다’ ‘경기도가 수원시에서 이미 사업을 추진한 이의동 컨벤션센터 부지를 도청부지로 요구해 마찰을 빚는다’는 등 갖가지 말이 많다. 본란은 도청이전에 대해 부정적 고정관념을 배제하면서 지금은 이전 시기가 아님을 강조하였고 이같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시내 이전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기왕이면 여러기관이 함께 있는 행정타운 조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도청 이전 부지를 결정해도 약 10년은 지나야 신축이 가능하고 다른 기관 역시 당장은 이전계획이 없어도 장차 시세변화에 따라 외곽지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도와 수원시의 협력관계에 있다. 이전 후보지로 말하면 컨벤션센터 부지가 제격이다. 또 대규모 국제회의장 등을 갖추는 컨벤션센터가 수원시 재정에 과연 도움이 될것이냐 하는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도청이전과 연계 지을수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아파트건립 또한 이미 시내 도처에 임립한 아파트숲으로 인해 재정수입보단 행정수요가 늘어난 상태에서 청정의 이의동 땅마저 아파트로 훼손하는 것은 불가하다. 확인된바에 의하면 항설은 대부분 낭설인듯 싶다. 수원시가 아직은 아파트를 세울 계획을 갖지도 않았고 도청 이전문제에 팔짱만 끼고 있는 것도 아니며, 도가 굳이 컨벤션센터부지를 요청했거나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도청부지와 행정타운 유보지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1안과 제2안의 복안을 수원시는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1·2안이 사실이라면 조정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 경기도가 인지 못했거나 인지했어도 내용이 미비하다고 여긴지 어쩐지는 알수 없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협의는 능히 가능하다. 지역정서와 지방문화에 위배되는 도청 시외이전은 일대혼란을 일으키는 역리로 예상조차 불허한다. 따라서 도시계획시설로 도청의 신부지를 확보해두는 것은 수부도시인 수원시의 책임에 속한다. 경직성보다는 매끄러운 대처가 요구된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순리에 따라 좀더 긴밀한 협의를 가져야 하는 것은 다같은 지역사회의 일이기 때문이다. 더는 잡음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말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집권여당이 국회등원을 거부하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식 정치구조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무척 중요하다. 때에 따라선 대통령의 말이 법에 우선하기도 한다. 지난해 4·13 총선시 있었던 이른바 낙선운동에 대한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은 대통령의 공연한 선거법 불복종발언이 빚은 결과다. 목적보다 방법을 중요시하는 것이 민주주의 덕목이다. 목적을 빙자한 실정법 위반을 예사로 여기는 정치운동은 민주주의의 미숙이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여도 실정법 위반행위가 처벌대상에서 제척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내용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정서를 무시한다는 총선연대측 이의는 어떤 국민정서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비록 낙선운동에 참여한 국민이 적잖았다해도 말없이 거부한 국민은 훨씬 더 많았다. 참정권 제한이라는 말도 의문이다.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행사되는 참정권이 법률을 위반하면서 주장될 수는 없다. 낙선운동이라는 것을 과연 참정권으로 볼수 있느냐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또 낙선운동 당시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냐는 의혹이 있었는가 하면 일반 시민운동으로 보는 두 시각이 병존한 것도 사실이었다. 설사, 낙선운동금지가 참정권을 제한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하여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맡길 일이지 현행법 무시가 능사일수는 없다. 모든 법률은 기속력을 갖는다. 복종할 법과 불복종할 법이 따로 구분될 수 없다. 선거법 불복종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 이같은 일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김대중대통령에 의해 비롯된 것은 나라를 위해 심히 유감이다. 법의 불복종을 한번 말하고나면 법의 준수를 아무리 강조해도 권위가 서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노동운동에서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늘어난게, 또 사회일각의 법경시풍조 만연이 선거법 불복종파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판단이 있다. 어떻든 울산에서 있었던 낙선운동관계자 2명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은 앞으로 지대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불복종 실언은 벌써 10개월전의 일이다. 이미 오래됐지만 그 파장은 그침이 없어 앞으로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통령의 말은 이래서 신중이 요한다.

민통선내 문화유적 보호해야

경의선 복원공사가 진행중인 민통선 군사보호구역 내 비무장지대(DMZ)는 문화유적들이 산재한 역사의 보고(寶庫)이다. 반세기동안 남북왕래를 가로 막은 국토분단의 현장이지만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문화재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학술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파주시·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인천시 강화군 일대 등의 문화재는 모두 70여 곳이며 이 가운데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유적은 3곳이라고 한다. 임진강과 한탄강 수계에 위치한 연천군과 파주시의 경우 구석기 유적 외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전이 치열했던 지역이어서 강안(江岸)을 중심으로 삼국시대의 유적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귀족무덤으로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연대가 알려진 파주 장단지역의 ‘서곡리 벽화고분’과 고구려시대의 무덤으로 남한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돌무지 무덤인 연천군 중면의 ‘삼곶리 적석총’ 등이 있다. 또 민통선지역인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서는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와 연대가 비슷한 구석기 유물들이 발굴돼 조사중이며 임진강 주변에는 삼국시대 산성들이 널려 있고 강화도 북방지역에는 ‘돈대’와 ‘연미정’이 있다. 비무장지대의 문화재 가운데 최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후삼국시대 마진국의 궁예가 도읍을 철원으로 옮길 때 세운 궁예도성으로 실제로 일부 성곽과 궁전터가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아니라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 건국 후 개경으로 천도하면서 자신이 살던 집터에 지었다는 ‘철원향교’와 ‘포충사’ ‘심원사’등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적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는 민통선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파주시, 연천군, 강화군과 철원군 등이 보호대책 수립 및 조사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문화재청과 학계는 민통선내 문화유적 남북공동발굴조사단을 하루 빨리 구성, 동참하여 경의선 복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화유산 훼손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일위원장의 1월 중국방문,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2월중 방한, 김대중대통령의 3월 방미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발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조기개최 합의를 본 두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총론적 평가다. 보수적 공화당행정부라 하여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의 재확인, 동북아 평화의 한반도 중요성을 부시대통령이 강조한 것 또한 원론적 얘기다. 김대통령의 지혜와 경험을 경청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이 전화를 부시가 먼저 걸어온 것 등은 의례적 표명이다. 청와대측이 이같은 의례적 부시전화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은 앞으로 행여 일을 꼬이게 만들지 않을까 하여 좀 걱정된다. 부시의 그같은 전화가 평소 피력해온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철저한 등가성 상호주의든 유연한 비등가성 상호주의든 상호주의를 배제할 근거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평화(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해 ‘힘의 재무장’을 강조하는 부시가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국가미사일 방어(NMD)체제 구축이다. 북측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부시행정부가 경계를 늦춘 징후는 없다. 이를 둘러싸고 북·미 및 미·중간에 긴장이 조성되면 4자회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등 대북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개발않는 대신 30억달러와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는 북측에 부시행정부가 호락호락할리는 없다. 남북관계에 낙관도 비관도 예상할 수 없는 각론적 가변요인의 잠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음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월중으로 예정된 이정빈외교와 파월 미국무의 접촉이 중요하다. 총론이 아닌 각론의 사전 조율을 위한 두 외무장관 접촉이 잘 되어야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 감각의 사전발표는 서로 삼가야 한다. 김위원장 방중에 따른 개방 개혁의 정도 여하는 부시행정부의 대북태세에 함수관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예단은 삼가야 한다. 청와대측이나 정부 당국자가 방중효과를 체제 변화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말을 아끼는 것 역시 외교임을 알아야 한다. 여권인 김종필씨가 부시대통령 취임축하만찬회에서 아무말 없이 악수만 하는 것으로 만난 전 부시대통령을 마치 귀빈실서 따로 만나 두나라 정상회담을 부시대통령에게 주선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은 외교에 무익하다. 이제는 김대중대통령의 1인외교 또한 지양돼야 한다.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본 회담도 그렇고 양국의 외무예비회담에서부터 다각적인 제도외교를 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기만 갯벌消失 놔둘건가

화옹지구 간척사업으로 초래될 경기연안 갯벌의 소실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실로 충격적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경기연안 습지 생태계 기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옹지구 간척사업이 끝나서 화옹호와 시화호가 담수화되는 2008년쯤이면 경기연안 갯벌이 전체면적의 51.3%나 되는 1억6천192만7천㎡가 소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연안 갯벌이 이렇게 많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환경을 외면한 개발, 특히 대규모 간척사업때문인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라는 서해안 갯벌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갯벌은 그동안 생태계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쓸모없는 황무지로 잘못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갯벌은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분석한 갯벌과 농지의 가치비교를 보면 1에이커당 갯벌은 수산물 생산 365만3천원, 정화기능 155만2천원 등 819만9천원인데 비해 농지는 미곡생산 247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발논리의 우세로 갯벌을 흙으로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근년들어 갯벌의 가치를 재인식하게됨에 따라 간척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사화호연안과 인천연안을 환경관리해역으로 지정키로 한 것도 이같은 추세에 따른 것이다. 간척사업을 지양하고 연안보전종합대책을 세우기로 한 것은 ‘개발’보다 ‘환경보전’에 더 큰 비중을 둔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갯벌의 대규모 소실이 뻔한 화옹지구 간척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다. 그동안 대규모 간척사업이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생태계 파괴만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오염된 호수만 남긴 시화지구개발이 그렇고 현재 공사중인 화옹지구 간척사업도 시화호 못지 않은 심각한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본란은 이미 제기한 바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도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연안 갯벌보존을 위해서는 습지보호지역의 지정 관리 등 제도화가 시급하지만, 가장 효과적 대책은 ‘간척사업중단’이라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주장을 관계당국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한탄강댐 왜 강행하나

연천군의회를 비롯한 연천·포천·철원군 등의 시민·환경단체와 많은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해온 한탄강댐 건설이 그동안 추진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여론을 전적으로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 상반기안에 댐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수립, 오는 2003년까지 설계를 마친 후 2004년에 착공, 2009년 댐을 완공할 계획임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회 건교위 이재창의원(파주)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일대 계곡인 한탄강 상류에 이 댐을 완공하면 총저수량 3억1천103만㎥, 홍수조절량이 250만㎥에 달해 생활용수 공급은 물론 댐 고갈시에는 군사훈련장으로 이용하는 등 다목적 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댐 건설이 강행될 경우 삶의 터전인 20㎢의 농경지와 400여가구의 집이 수몰되는 것은 물론 전기 구석기 선사유적지, 희귀동·식물 서식지인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 등이 철저히 파괴된다. 더구나 깊이가 40m나 되는 계곡으로 급류가 굽이쳐 흐르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이나 물을 가둬 홍수조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며 비홍수기 때 물을 빼서 군사훈련장으로 사용하려는 계획도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댐 건설 예정지역의 양안(兩岸)기슭이 풍화·침식되기 쉬운 현무암층인데다 지하동굴 등의 지층구조로 돼 있어 댐 붕괴위험이 있을뿐 아니라 과거 일제시대에 건설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한 바 있는데도 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니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렇게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는 지질문제는 ‘그라우팅 공법’으로 건설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댐 건설에 따른 주민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사 강행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발생될 극심한 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댐 건설계획이 발표됐을 때 본란도 이미 지적한 바가 있거니와 한탄강 댐이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제2의 동강댐 사태’가 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재 추진되는 한탄강 댐보다는 남북협력사업인 민통선 지역의 임진강댐 건설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한탄강 댐 건설 강행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질적인 공청회를 개최한 후 대다수가 긍정하는 공사여부를 확정, 추진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파출소가 이렇게 당해서야

경찰관 파출소는 범죄예방과 단속을 위한 민생치안의 최일선 보루이자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국가치안의 최일선 기관이 또한번 무참하게 유린당했다. 설 연휴를 앞둔 21일 아침 용인경찰서 구성파출소가 음주운전단속에 앙심품은 범법자 승용차의 돌진으로 1층이 전소됐고 2층에서 자던 경찰관이 연기에 질식되거나 뛰어내리다 다쳤으니 우리 공권력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욱이 공권력 훼손행위에 대한 검찰의 일제 검거령이 내려진 가운데 마치 이를 비웃듯이 파출소가 돌진하는 승용차에 피습돼 전소된 것은 공권력의 권위가 여지없이 땅에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이전에도 파출소가 습격당하고 공무집행중인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사건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이같이 범법자들이 경찰의 권위에 정면도전하는 현상은 사회의 기강과 치안상태가 극도로 어지럽고 해이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 우리의 경찰 공권력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의 경찰에 비해 위상도 낮아졌고 기능도 약해졌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과중과 공정치 못한 인사 등으로 사기도 크게 저하돼 있다. 경찰 스스로의 부끄러운 비리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경찰을 보는 시민의 눈도 예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툭하면 파출소에서 난동부리는 등 경찰알기를 우습게 알고 공권력을 얕보는 요즘의 풍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구성파출소의 승용차 돌진사건도 따지고 보면 경찰관과 경찰서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범법자 같으면 감히 어떻게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할 마음을 가졌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의 공권력은 위험수준에 와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국은 이점을 깊이 깨닫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 스스로가 자신에 엄격함으로써 위상을 높이는 한편 공권력 도전행위엔 단호한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파출소 피습사건이 아니라 국가의 권능자체가 공공연하고도 예사롭게 공격당한 중대한 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일선 경찰관서가 이처럼 무방비적으로 범법자에게 유린당할 정도로 자체 경비 및 보안이 취약한 상태라면 관내 치안은 말할 것도 없다. 주민이 불안해할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출소를 비롯한 모든 경찰관서의 경비·보안태세를 전면 점검, 문제점을 보완하고 경찰관들의 근무자세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性차별 많은 조례 개정해야

수원시가 수원가정법률상담소에 의뢰하여 남녀차별 자치법규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가 전문가의 자문과 간담회를 통해 최근 지적한 수원시 조례 및 규칙의 문제점들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의 분석에 따르면 수원시의 조례·규칙중에는 남녀를 성차별하고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조항들이 상당수 있다. 이번에 지적된 문제조항은 30여가지로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 고용직 공무원 선발요강의 경우 응시자격에 여성의 연령을 남성에 비해 10여살이나 어린 나이로 제한하는가 하면 환경미화원 등 응시자격에 여성은 아예 명시돼 있지도 않다. 수원시의회위원회 조례는 상임위원회의 설치 항목에 여성상임위나 여성특위 설치가 필요하며 중소기업육성 기금설치 및 운용조례상 융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한국여성경제위원회가 추천하는 지역여성기업인을 융자심의위원으로 추가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을 지원할 때 여성기업의 활동과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여성기업을 우대하고 중소여성기업을 융자대상에 명시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수원시 여성발전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에서도 기금지원 대상사업 및 활동내용에 ‘여성의 국내외 교류 및 협력사업’을 포함시켜야 함은 물론 항목중에 사용된 ‘요보호’라는 용어는 의미가 모호하므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시립예술단체 단원 복무규정 중 출산과 질병을 동일시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국민주택 등 일반분양 1순위 선정시 영구불임시술을 한 자를 우선 선정하도록 돼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정으로 당장 삭제돼야 할 조항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금도 가정과 사회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이렇게 성차별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면 성비 불균형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수원시만의 현상은 아닐터이지만 우선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은 조례 및 규칙을 과감히 개정하기를 바란다. 수원시가 앞장 서서 성차별이 심한 각종 조례를 고친다면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서 개정할 것이다. 수원시와 수원시의회의 활동에 기대를 건다.

한심한 인사국정시책

정부가 ‘2001년 20대 국정과제 추진계획’의 하나로 발표한 인사시책은 황당하다. 고위요직의 특정지역, 특정고 출신의 편중을 배제한다고 한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실효는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능력저해, 인사운용의 경직성 등 부작용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한 부서에서 3급이상의 핵심요직에 특정지역 특정고출신이 30% 이상이 되면 연고주의 인사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 이한동총리의 설명인 것 같다. 그럼, 예를들어 이에 가까운 30% 미만의 편중은 연고주의 인사가 아니란 말인지 기준설정부터가 해괴하다. 핵심요직이라는 것 역시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연의 개념 또한 코걸이 귀고리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발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인사편중시비를 없애려는 것일지 몰라도 되레 30% 한도 내에서는 편중을 양성화하여 능력중심 실적중심의 인사를 저해할 역기능이 다분하다. 궁금한 것은 이런 시책을 무엇에 근거하여 하겠다는 것인지 도시 알수 없다. 설마 관련법규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졸렬함을 저지를 것으로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방침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데 정부방침이란것이 원래 무상하고 이런 것을 명색이 방침으로 내거는 정부가 국민이 보기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권의 도덕성, 정부의 양식으로 해결할 문제다. 어거지 안배로 지역편중 시비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시행대상인 3급이상의 공무원은 중앙부처외에는 검찰 경찰직에 많다. 정부가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해 2월중 핵심요직에 한해 분포를 조사하여 발표하겠다는 것은 조사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는 편중시비를 모면해보자는 정치적 의도로 국민들 눈엔 비친다. 정부가 진정으로 인사편중시비를 모면하려면 실제로 자행해온 특정지역, 특정고출신 편향을 종식시키는 의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번 경찰수뇌급 인사같은 추태를 더 보여서는 안된다. 특정지역, 특정고 편중 인사잡음은 비단 3급이상 고위직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중·하위직에도 그런 잡음은 없어져야 한다. 또 인사편중 시비는 공무원사회가 더 잘 안다. 공직사회서부터 그같은 인식을 불식시켜 직업공무원제에 부합하는 인사안정을 기하려는 정부의 원천적 노력이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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