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아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날은 서구 등 여러 나라에도 있다. 미국에서 유래된 한떨기 카네이션을 우리도 가슴에 달아주는 자녀들 정성에서 부모는 새삼 삶의 보람을 갖는다. 세상에서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는 것은 자녀는 곧 부모가 살아온 자기인생의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척박해져 자식을 버리는 부모, 부모를 버리는 자식이 다 생겼지만 그런게 인간의 잣대가 될수는 없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들은 자녀에게 대접받는 것도 좋지만 자녀에 대한 부모의 도리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녀역시 부모에 대한 자신의 도리를 생각해 보는것이 좋다. 아무리 부모가 잘하고 또 자식들이 잘했어도 미흡한 점, 섭섭한 마음이 없을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고운 마음보다 미운 마음이 앞설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자식간의 관계는 조건의 관계가 아니다. 오로지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이기 때문에 맺어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륜의 근본인 것이다. 어버이날을 기해 자녀들, 특히 성장한 자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노부모의 봉양이다. 노령화 사회에 접어 들었으나 절반이 넘는 노인들은 독립 생활이 어려운 실정이다. 벌어 놓은게 없는데다가 연금제도 등 사회보장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못해 심지어 연명조차 어려운 노인들이 적지 않다. 핵가족화 추세는 더욱 이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고있다. 그러나 노부모는 원래가 무능력한 것이 아니다. 과거는 가정과 자녀를 위해 사회를 위해 다 나름대로 기여했던, 그래서 오늘이 있게해준 분들이다. 부모와 따로사는 자녀들은 어버이날 하루를 즐겁게 해주는데 그치지 않고 평소 꾸준한 보살핌을 갖는 노력이 있길 바란다. 저마다 살기어렵고 바쁜 처지이긴 하나 인륜의 근본을 그르쳐서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를 성찰할줄 알아야 한다. 부모의 여생은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서 산해진미를 제상에 올린들 뭐하겠는가. 살아계실때 자그마한 정성이라도 잘해 드리는 것이 자식된 참다운 도리인 것이다. 노인은 따로 있는것이 아니다. 지금의 자녀들도 장차는 노인이 된다. 따뜻한 가정, 화목한 가정은 부모에 대한 자식의 따뜻한 효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일러 두고자 한다.

수출감소, 대책은 뭔가

두 달 연속 수출이 줄고 있다. 그것도 단순히 줄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출이 99년 2월 이래 26개월만에 가장 감소폭이 큰 9.3%를 기록하고 있으며, 더욱 문제인 것은 수출의 추이를 가름할 수 있는 신용장 내도액 마저 감소하고 있어 수출업계는 비상이 걸려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인데, 오히려 줄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총생산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수출이 줄면 올해 경제성장은 목표 달성은 어려운 것이다. 수출만이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투자마저 작년 동기에 비하여 63%가 줄어 들었다. 투자 내용도 문제이다. 외국인들은 제조업 투자는 기피하고 오히려 유통, 숙박 등 서비스업 투자에 늘리고 있으니 이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이웃 중국은 투자가 작년에 비하여 무려 12.9%가 늘고 동남아 지역도 상승세에 있는데, 한국만 줄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수출과 외국인 투자는 줄고 있는데, 국내물가는 계속 가파른 상승을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 달 작년동기에 비하여 5.3% 상승, 올들어 2.5% 올라 금년도 정부 목표치 3%에 근접하고 있다. 모든 경제지표가 자못 불안하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는 벌써 도달한지 오래고 고용창출은 늘지 않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의 대처는 역시 소극적이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물가를 반드시 3% 이내로 잡겠다고 했으나 국민들은 믿는 것 같지 않다. 정부가 투자세액의 공제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으나, 실효성 없는 전시효과만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정부나 정치권에서 내 놓는 대책을 제대로 믿으려 하는 것 같지 않다. 기업은 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촉진시킬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이 있어야 된다. 정부의 규제도 더욱 풀어야 된다. 시장의 법칙에 따라 투자하고 또한 경쟁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주어야 된다. 지금 정치인들이 해외여행이나 내기골프나 할 때인가.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조여 매도록 강요하지 말고 정부와 정치인들이 스스로 비상한 각오로 난국을 헤쳐나갈 지혜를 모아야 된다. 정부와 국민 모두 힘을 모아 경제회복을 위한 비상대책 강구가 절실한 때이다.

팔당호 규제, 너무 허술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2천만 주민의 젖줄인 팔당호 상수원 주변에 그동안 폭증한 아파트, 음식점 등에서 나오는 생활하수 대부분이 정화되지 않은 채 팔당호로 흘러 들고 있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관리청이 공개한 ‘ 팔당호 주변 오염원 실태 ’에 따르면 팔당호로 하수 등을 흘려보내는 인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1990년 21개동에서 1999년에는 1천87개동으로 51배 이상 늘어 났다. 음식점도 이 기간 중 9천512개소로 3.7배, 숙박시설은 531개소로 2.2배나 각각 급증, 그 배출량도 같은 수치로 늘어났고,또 2천553건의 건축허가가 난 상태라니 어이가 없다. 팔당호의 수질이 오염되는 원인은 오염물질 유입은 물론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규제 기준과 형식적인 단속 탓이라고도 하겠다. 그동안 환경부와 경기도는 팔당호 수질 보호를 위해 팔당호 양쪽(특별대책지역)으로 강에서 1km 이내는 수변구역으로 분류, 정화한 방류 오수의 기준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는 효력이 없다. ‘ 특별대책지역내 200㎡ 이하 규모의 음식점은 오수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는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오수·분뇨 및 축산 폐수에 관한 법률 ’때문에 이들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오수가 팔당 상수원으로 그대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6월 이 지역을 ‘ 오수대책지역 ’으로 지정,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에 오수처리시설을 갖추도록 하긴 했지만 대다수 업소들의 협조부족으로 내년말께나 설치가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팔당호 상류 지역의 유원지나 계곡을 찾는 향락객과 등산객들이 무분별하게 버리고 가는 각종 쓰레기들이 팔당호로 흘러 들어 오염을 더해 주고 있다. 특히 팔당호 인근에 설치된 8개 하수종말처리장에서 팔당호로 흘러가는 수질마저 기준치의 50%에도 못미치고 있다니 팔당호의 물은 상수원의 기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부와 경기도는 관계법령을 강력한 규정으로 개정함은 물론 단속을 철저히 하여 더러운 물이 팔당호로 그대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팔당호 주변 오염원을 차단, 정화하지 않는다면 ‘ 수돗물 바이러스 ’이상의 재앙이 닥쳐올 것이다. 수돗물도 제대로 못 먹는 나라에서 어떻게 살겠는가.

국사교육과 두 部處

교육인적자원부가 국사교육의 축소를 확정한 반면에 외교통상부는 국사교육의 강화를 들고 나섰다. 교육부는 일본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4차회의에서 축소입장을 확인하고 외교부는 역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의 역사왜곡교과서 대책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자리에서 임성준차관보는 장관을 대신한 답변에서 국사교육 강화와 함께 1996년부터 사법시험에서 제외된 국사과목을 모든 국가고시에 다시 채택할 것을 교육부와 합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앞서 교육부는 학계 및 교육단체의 세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사교육 축소결정을 강행한바 있어 추이가 무척 주목된다. 교육부가 국사교육 시간을 중학교 136시간에서 102시간, 고등학교는 102시간에서 68시간으로 크게 축소한 것은 학업부담을 덜어준다는 이해되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나마 필수과목의 국사교과 일부 분야는 근대사 이전으로 한정하고 중요한 근·현대사는 고2·3년의 선택과목으로 해놨다. 이때문에 근·현대사를 따로 선택하지 않은 학생은 종군위안부 문제등은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몇줄 비친 것밖에 더 배울수가 없다. 교육부는 근·현대사 선택과목을 가급적 배우도록 권장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수능시험에 출제되지 않을 교과를 공부하려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사교육 홀대에 대한 또 하나의 이유로 1997년에 고시한 제7차 교육과정 수정의 어려움을 내세운 것도 해괴하다. 그야말로 행정편의를 위해 교육이념의 본질을 망각하는 교육부답지 않은 처사인 것이다. 이에 학계등이 국사교육 축소 반대청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의 국사교육 강화가 제기된 것은 시의적절하다. 참으로 민망스런 것은 정부부처의 두 상반된 견해다. 말하기로 하면 교육부가 국사교육 강화를 주장해야 할 마당에 거꾸로 외교부가 들고 나왔다. 국사는 주권의 상징이다. 도대체 자국의 국사교육을 이처럼 우습게 하는 교육부가 우리말고 또 어느 나라에 있는지 알고싶다. 일본은 교과서 내용을 왜곡까지 해가며 그들의 국사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국사교육 문제는 외교부와 교육부가 다같이 일본의 역사왜곡교과서 대응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왔다. 잘못된 교육부의 생각은 실로 우려되는 점이 많다. 국사교육에 관한한 외교부의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 국사교육의 강화는 물론이고 제반 국가고시 과목으로 채택하는 정부내의 조정이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교통범칙금 왜 다른 데 쓰나

자동차 안전띠 착용에 대한 홍보와 단속이 지속적으로 실시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크게 격감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단속이라는 규제성이 있지만 안전띠 착용률이 95%이상 늘어나는 등 교통문화가 정립돼가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안전띠 착용여부 집중단속과 함께 수입이 급증하는 범칙금의 사용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동안 모두 39만5천28건이 적발돼 118억5천84만원의 범칙금이 걷혔다. 지난 1·2·3월의 월평균 단속건수 6만800건에 비해 6.5배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추세로 범칙금이 걷힌다면 올 한해 동안 1천억원을 상회하여 지난해 총 교통범칙금 1천927억원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현행 자동차교통관리개선 특별회계법에는 범칙금의 이용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교통범칙금의 20∼25% 정도만이 도로 보수·유지 등 교통관련 예산으로 사용되고 있는 허점이 있다. 이로 인해 교통범칙금은 은행에 납부하는 순간 국고로 들어가 일반회계에 편입되면서 대부분 교통과는 무관한 데 사용돼 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대단히 잘못하는 일이다. 운전자들에게 걷어 들인 교통범칙금은 반드시 전액을 교통 안전시설 마련 및 안전교육에 투자해야 옳다. 그렇지 않아도 오는 2010년 자동차 대수가 2천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교통안전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예산을 확보, 투자해야 바람직한 교통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일본·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교통범칙금을 안전시설 등에 전액 투자하고 있다.그러나 한국은 교통관련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안전연대’가 교통범칙금은 교통관련 사업에만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이재선 최병렬 원유철 의원 등 47명이 입법 발의했는데도 기획예산처 등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중이라는 것이다. 만일 교통범칙금이 계속 다른 용도로 전용된다면 교통단속을 빌미로 정부와 여당이 다른 자금을 마련한다는 오해를 면하기 어렵다. 정부와 국회는 교통범칙금 전액을 교통안전시설 마련과 안전교육에 투자, 교통사고가 점차 줄어드는 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여 주기 바란다.

바이러스 수돗물 공포

중소 도시의 정수장 물과 가정 수돗물에서 장염·간염·뇌수막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충격적이다. 환경부가 경희대 연구팀에 의뢰, 하루 처리능력 10만톤 미만의 중소규모 정수장 31곳의 수질을 분석한 결과 남양주시 화도정수장과 양평군 양평정수장 등 7곳에서 1백ℓ당 0.7∼2.7마리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또 하남시 신장2동과 여주군 여주읍 등 4개 지역의 가정 수돗물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특히 여주읍 가정 수돗물에서는 가장 많은 1백ℓ당 33.5마리가 나와 지역주민들을 더욱 놀라게 하고있다. 이제 수돗물도 마음놓고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 한심한 일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어제 오늘에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환경부의 바이러스 검출 공식발표로 수돗물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수돗물의 안전성 논쟁은 이미 지난 1997년 서울대 김상종교수팀이 ‘서울 수돗물 바이러스 검출’결과를 발표하면서 일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4년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선진국에도 바이러스 기준이 없고 정수처리만 잘 하면 바이러스가 제거된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가 이지경이 됐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서울시는 문제를 제기한 김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기가 찰 일이었다. 그러나 더욱 더 걱정스러운 것은 바이러스 파문으로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극도로 심대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지금도 여전히 수돗물을 반드시 끓여 마셔야 될 정도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이제 말로만 문제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게 실증을 보여줘야 한다. 수돗물 공포 확산을 막으려면 우선 범정부·범지자체적 차원에서 이번에 조사하지 않은 나머지 정수장 등 모든 수도 관련시설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 이를 사실대로 공개하고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을 확대하고 취수원 오염을 유발하는 유해환경도 시급히 정화해야 한다. 또 정수장에서의 철저하고 완벽한 정수처리, 그리고 낡은 송수관의 개수작업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처럼 미생물을 상수원 또는 정수 처리수에서 규제할 수 있는 수질기준도 마련하고 수돗물 생산과정을 공개해 수질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수질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도 수돗물의 신뢰도를 높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한심스러운 국회

국회는 어제부터 제221회 임시회를 개회하였으나, 역시 예상대로 공전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이 일부 국회의원들의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었으므로 회기 운영에 불응하겠다고 하며, 또한 야당 역시 돈세탁방지법과 함께 재정관련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임시회를 요청하였다고 하나, 실제로 국회운영에 적극적이지 않아 개점 휴업이 될 전망이다. 이미 의장단을 비롯한 많은 국회의원들이 갖가지 명목으로 해외를 방문할 계획으로 있어 순조로운 의사일정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기야 지난 4월 30일 국무총리 및 행자부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 무산과 관련하여 국회가 보여준 3류급의 코미디를 보면 차라리 개점 휴업하고 있는 것이 난장판 국회보다 좋을 수 도 있다는 역설이 나올 수도 있다.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 표결에서 여당이 보여준 ‘집단표결 불참’방식은 한국 의정사에 처음으로 선보인 변칙 처리 방식으로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여당은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표결에 불참한 것도 투표 행위의 하나라고 강변할지 모르나 이는 분명 변칙 처리 방식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도 자민련 의원 전원이 투표를 안한 것은 무기명·비밀투표 규정에 어긋난다고 해석하고 있지않은가. 이는 사실상 공개투표나 다름없다. 더구나 여당 지도부가 일부 소속의원에 대한 투표 기권 명령을 내린 것은 국회의원 각자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행위로서 비난받아야 된다. 어떤 기준에 의해 국회의원 개인별로 선별적 투표 참여를 하도록 할 수 있는가. 국회법은 의원 개개인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를 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런 편법을 사용하여 해임안을 무산시키면 국민들이 정치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물론 야당이 걸핏하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 사퇴권고 결의안을 내어 여당과 대치하는 것도 결코 잘한 일은 아니다. 야당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무려 열 두번의 해임건의안과 다섯 번의 탄핵소추안을 제출하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야가 정상적인 의회운영 방식에 의하여 현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이렇게 국회를 파행으로 끌고 가면 과연 국회가 제대로 운영되겠는가. 더 이상 국회가 파행 운영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경제사정이 어려워 국민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언제까지 당리당략에 의한 싸움만 할 것인가. 참으로 한심스러운 국회이다.

수도권규제 생떼 이제 그만

수도권 정비정책을 둘러싸고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생떼가 집요하다. 정부의 ‘수도권 정비정책이 줏대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사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지역출신 국회의원을 동원, 수도권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관련법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호남권 8개 시·도지사가 수도권 과밀해소를 위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한데 이어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 30여명이 ‘지역경제살리기특별조치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며, 경기도의 수도권 공장건축 총량제 폐지 건의안에 반대하는 토론회를 강원도와 함께 가졌던 충청남도는 ‘지역균형발전촉진법’제정을 추진중에 있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수도권 규제완화를 건의해온 경기도를 협공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본란은 비수도권 지자체들의 주장이 비합리적인 것으로 온당치 못함을 이미 여러차례 지적한바 있다. 수도권을 규제해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 이뤄진다는 이들의 주장은 극단적으로 편협된 지역이기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근시안적인 아집에 불과하다. 사실 오늘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은 한마디로 강력한 중앙집권정치 때문이었다. 따라서 과밀해소 방안은 이같은 원인의 개선을 통해 찾아야지 일방적으로 수도권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될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수도권 대책은 서울의 핵심적 기능을 지방에 분산시키지 않은 채 수도권을 광역화함으로써 서울외곽도시의 인구유입을 부채질 했다. 경기도 일원의 군(郡)을 시(市)로 만들어 놓은데다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개발사업에 치중했다. 산업시설이 이전한 자리엔 예외없이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섰다. 서울인구의 수도권 분산책은 되었을는지 모르나 지방인구를 수도권으로 끌어 모으는 결과가 되었다. 이제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나 교육·산업시설 등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대증적(對症的) 시책만으로는 과밀현상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없다. 서울 때문에 비대해진 수도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한가지로 귀착된다. 서울의 핵심기능을 분산시켜 지방에도 정치가 있고 경제가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문화가 진흥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방고유의 성장 잠재력을 살릴 수 있도록 중앙에 편중된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을 지방에 분산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방고유의 권한을 지방에 돌려주어 낙후된 지방이 그 특성을 살리면서 과감한 지역개발을 통해 수도권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해야한다. 규제일변도의 수도권 정책은 세계화·지방화시대에도 맞지 않을뿐 아니라 결국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되므로 성숙한 시대에 맞게 개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강하구 준설작업은 정부가

하천법상 한강은 국가하천이다. 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맡고 있다. 그렇다면 김포시 지역을 경유, 서해바다로 이어지는 한강하류에 형성된 5㎞의 대규모 뻘층 준설작업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실시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특히 하천법이 하천공사와 유지관리에 대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리청이 시행한다고 규정돼 있음이 확실히 적용돼야 한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본래 한강 하구의 강폭은 어로한계선을 기점으로 김포시 하성면 봉성산 강안∼파주시 교하면 산남리 산남나루까지 약 1㎞에 걸친 수심은 만조 때와 간조 때의 차이는 있지만 35∼50m에 달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와 서울방향 동서로 5㎞에 걸쳐 한강 하구 곳곳에 뻘층이 형성되면서 배에 장치한 모터가 강바닥에 닿을 정도로 수심이 급격히 낮아졌다. 이로 인해 실뱀장어 수확기를 맞은 이곳 어민들이 만조때 외에는 출어를 못해 생계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이는 지난 1992년부터 시작된 한강 골재채취 사업과 수중보 설치로 유속이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또 있다. 강의 수심이 배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낮아져 집중강우시 역류로 인한 큰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장마 기간에 한강 상류에서 유입된 물이 바다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내륙으로 역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강 홍수 예방을 위해 인공 둑을 만들면서 생긴 유속변화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생겼다. 사정이 이렇게 급박한데도 김포시, 경기도,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등 관련기관이 뻘 준설에 대한 사업주체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책임회피일뿐 아니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불상사를 초래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더구나 이 지역이 민간인 통제구역과 인접돼 사업주체가 정해지더라도 군(軍)과의 협의문제가 걸려 있어 준설작업을 조기착수해야 하는 시급성이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준설작업을 해당 지자체가 맡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그러나 지금 ‘해당 지자체가 보수해야 한다 ’‘간단한 개보수차원이 아니다’라고 서로 미룰 때가 아니다. 중앙과 지자체가 준설작업을 떠넘기려하고 있는 동안 우기철을 앞둔 주민들이 만일의 피해를 우려하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재해 대책에 중앙과 지방이 어디 따로 있는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막대한 예산확보와 군과의 협의 등을 감안, 정부차원에서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경기 인천 物價 왜 제일 비싼가

경기·인천의 물가상승률이 전국 시·도중 1·2위로 높다는 것은 이 지역 주민들로서는 몹씨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대우자동차의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잃은 수많은 근로자와 가족들이 시름에 잠겨있고, 50여일째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민들이 애태우는 등 사회분위기가 뒤숭숭한 터에 들리는 이같은 소식은 불쾌하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재정경제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4월중 소비자 물가 동향을 보면 경기지역이 전년 동기대비 5.5%, 인천은 5.4%나 올라 98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기·인천의 이같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 상승치(5.3%)에 비해 각각 0.2% 포인트, 0.1포인트 높은 것으로 전국 시·도중 가장 높게 오른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원은 6%나 올라 36개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그동안 경기도와 인천시의 물가관리가 허술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서민들의 호된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전국 평균 상승률 5.3%만을 놓고 보더라도 이는 정부가 올해 소비자 물가를 3%대에서 잡겠다는 목표가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인 경기도와 인천지역은 해당 지자체, 그리고 산업계가 다시한번 그 원인을 심각하게 되짚어볼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재경부는 4월 물가가 많이 오른 것은 겨울철 잦은 눈 피해로 농산물의 출하가 늦어졌고,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한 공업제품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기·인천지역이 어느 지역보다도 농축산물의 산지와 근접해 있고 산업시설이 집중돼 있는 여건 임에도 물가가 타지방보다 이처럼 비싸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경기·인천이 지역여건으로 보아 모든 물가가 싸면 싸야지 타지방보다 비쌀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 유통구조에 문제가 없고, 상인들이 터무니 없는 이윤을 붙이지 않았다면 특히 농축산물이 타지방보다 높게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지자체가 물가관리 및 행정지도를 제대로 폈다면 전국 최고로 치솟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와 인천시는 각종 상품의 유통단계별 불합리점의 유무확인 등 유통구조를 철저히 점검하고 특히 농축산물의 유통체계 정비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살기좋은 고장 요건으로 주거환경과 교통·물가·인심 등을 꼽는다. 당국은 경기·인천의 물가가 타지방보다 비싸 살기 나쁘다는 수치스런 오명을 받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 물가 관리를 한층 더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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