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은 어디를 가든 한폭의 그림처럼 풍요하다. 희망과 평화와 보람이 담겨있기도 한다.
참새떼를 쫓는 어린 아이들이 논에서 살찐 미꾸라지며 메뚜기를 잡곤 했다. 벌써 오래된 50년대의 얘기다. 지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농약을 국내에서는 남용하는 판이다. 미꾸라지나 메뚜기가 살래야 살수가 없다.
가을 들녘이 조류의 극성으로 피해가 적잖은듯 하다. 벼를 쪼아먹는 참새떼도 참새떼지만 밭곡식까지 조류가 덮친다고 한다. 논에 세우는 허수아비가 밭에도 들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효과는 그리 신통치 않은것같다. 병충해가 농약에 면역되는 것처럼 조류도 허수아비를 허수아비로 알아보는 면역이 생겨 위엄이 서지 않는 것이다.
논밭뿐만이 아니다. 과수원에도 까치 까마귀 떼가 날아들어 배를 마구 쪼아먹는다. 종이봉지속에 든 배맛을 어떻게 알아보는지 조류가 쪼아먹은 것일수록 잘 농익은 것이 일품이다.
세태 따라 변하는 것인지 가을 들녘도 예전의 정경과는 많이 달라져간다.
새떼만이 아니고 인간들도 극성이다. 볏가마 도둑은 있어도 벼도둑은 없었다. 못먹고 못살던 시절에도 그랬다. 지금은 햇볕에 말리던 벼를 밤에 멍석만 덮어 전처럼 들판에 그대로 놔두지 못한다. 벼도둑때문이다. 심지어는 고추같은 것을 밭에서 송두리째 뽑아 트럭으로 훔쳐가는 도둑도 있다. 피땀흘려 가꾼 한해 농사를 망치는 이런 인간들이야말로 조류보다 못하다 할 것이다.
환경친화, 순박한 인심의 예전과 같은 가을 들녘의 정경을 살릴 수는 없는 것인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