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秦)나라가 16년만에 망한 것은 황제 호해가 우매한 틈을 탄 조고의 전횡때문이었다. 조고는 자신의 위엄을 시험하고자 사슴을 말이라며 황제에 바쳤으나 아무도 직언하는 신하가 없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를 낳은 조고는 환관이었다. 비록 내시였지만 황제를 지근에 두어 지금으로 말하면 비서행세를 했다.
조선조에선 왕의 비서실인 승정원에서는 정사를 관여치 못하게 했다. 비서들이 설쳐 잘되는 일이 없는게 고금의 이치다.
자유당정권때 ‘비서정치’란 말이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을 당간부나 장관이 만나려고 해도 박모비서관의 허락부터 먼저 받아야 했다.
청와대 전·현직 공보수석의 두 박씨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매우 유감이다. 현 공보수석은 중앙일보사장 홍석현씨가 개인탈세 혐의를 두고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집권(김대중 대통령)기간동안 잘 협조할테니 선처를 부탁했다’며, 홍씨구속은 언론탄압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하고 나섰다. 이에 발끈한 것은 중앙일보보다 검찰이다. 대검은 “홍사장과 청와대 사이에 무슨 말이 있었는진 알 수 없으나 그런식의 선처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며 심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중앙일보는 지난 1월 전공보수석이 편집국장을 비롯한 대대적인 인사압력이 있었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전·현직 공보수석의 구설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실체를 가려내야 한다. 정권의 도덕성과도 연계된다. 홍씨에 대한 처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현직 공보수석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비서는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직분이다. 자고로 비서가 설쳐서 잘된 일이 없다. 비서를 잘 다스리는 것은 비서를 거느린 이의 책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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