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도 아닌 겨울철인데도 복덕방에는 전세를 구해 다니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으며, 더구나 서민들의 경우, 전세값이 턱없이 올라 애를 먹고 있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의하면 전세값이 수도권에는 무려 4∼80% 인상되었다고 한다. 인상된 전세값 때문에 재계약자는 물론 새로 입주하려는 세입자들이 인상된 전세값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전세파동은 이미 예상된 것이다. 98년 초 IMF 직후 폭락한 전세값으로 전세를 얻은 세입자들의 재계약을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전세값은 폭락하였기 때문에 많은 전세계약자들은 오히려 재계약시 일부 전세값을 돌려 받기도 했을 정도이다. 때문에 전세값이 폭락했을 때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전세금 반환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변했다. 전세값은 지역에 따라 배로 인상된 곳도 있을 정도인데도, 서민들의 가계 사정은 IMF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직장을 잃은 가장이 있는가 하면, 소득이 IMF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다. 정부에서는 이런 전세파동을 예견하여 전세보증금 차액융자제도 등 전세대책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 가용재원이 2천억원에 불과한 실정이고, 더구나 전세를 기존 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재계약할 경우에는 융자가 해당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신규 세입자에게는 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전세파동에 대하여 더욱 적극적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전세대책으로는 예상되는 전세파동을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정부는 예비비라도 방출하여 전세대책에 사용될 수 있는 가용재원을 대폭 확충해야 된다. 또한 융자의 경우, 기존 세입자 뿐만 아니라 새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세입자도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전세값 인상을 부추기는 부동산 업소도 강력하게 단속해야 된다. 이런 적극적 조치도 없이, 전세파동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지자체 역시 정부의 대책만 처다보지 말고 스스로의 대책도 강구하여야 될 것이다.
‘철밥통’선거법개정안이 재협상 국면을 맞고 있다. 3당이 이에 속앓이를 하면서도 겉으로는 원점으로 돌아가 협상에 응할 뜻을 밝히고 있다. 이의 전기는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회의 지도부에 대한 지시에 의해 비롯됐다. 그동안의 여·야협상 과정을 모르지 않았을 김대통령이 갑자기 재협상을 들고 나온 것은 국민의 세찬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반발을 의식하기는 3당 역시 같은 입장이다. 청와대가 지적한 도농복합선거구 예외인정(원주·경주·군산·순천)삭제, 공소시효단축철회, 국고보조금 50%증액 백지화, 정치자금 100만원이상 기탁 수표의무화, 선거구인구 상·하한선 상향 및 인구기준 12월말 조정 등은 인정한다. 여야는 현행 선거구 유지방편으로 선거구 인구의 상·하한선 상향조정을 회피키 위해 지난해 12월 인구통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9월 통계를 기준하는 위법성을 감행했다. 그러나 비례대표여성후보의 30%할애의무화, 권역별 1인2표제채택, 선거법 87조 폐지 등을 말한 대통령의 생각은 신중을 요한다. 한나라당은 재협상과 관련, 1인2표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 후보자 이중출마 및 석패율제도등 이미 국민회의에 양보한 새로운 제도도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원칙선상에서 다시 추진할 뜻을 밝혀 국민회의와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자민련 또한 국민회의와 원만한 관계만은 아니다. 선거법 87조와 관련, 대변인실을 통해 “시민단체의 활동은 존중돼야 하지만 선거를 주도하려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의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재협상의 쟁점 가운데 정치개혁의 핵심이라할 국회의원수 감축이 유독 청와대서부터 제외된 것은 유감이다. 무엇보다 의원수를 10∼20%줄이는 것이 선거구제 및 선거구획정등 선거법재협상의 대전제가 되는 선행요건이 되는데도 정치권은 아직도 이를 기피하고 있다. 재협상지시나 정치권의 재협상 용의 등은 결국 거센 국민의 비난에 편승, 내심은 여전히 미진한 당리당략의 추구를 노리는 양상이 짙다. 참다운 재협상은 국회의원수를 적정수준으로 먼저 줄이는 데 3당이 합의한 바탕에서 나머지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순리다. 오늘 국회본회의에서 표결하는 선거법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재협상으로 가는 고비다. 여·야 3당은 재협상이 1차협상의 재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철밥통’선거법 개악이 비난받는 연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광복이후 5백여개의 크고작은 정당이 생기고 없어졌다. 그 많은 정당의 명칭에서 제일 많이 쓰인게 아마 ‘민주’란 단어일 것 같다. 민주가 들어간 정당의 수를 확실하게 집계낼 수는 없으나 가장 많은 것만은 분명하다. 1945년 11월 김성수 송진우 장덕수 등이 만든 최초의 우파정당은 한국민주당(한민당)이었고 여운형이 만든 좌파정당은 인민당이었다. 한민당은 이승만의 자유당(자유민주당)창당으로 신익희 장면 곽상훈 박순천 등과 함께 민주국민당(민국당)으로 바뀌어 보수정당의 적자가 되면서 민주당으로 개칭했다. 민주당은 4·19로 내각제하의 정권을 잡았으나 신·구파의 갈등끝에 8개월만에 5·16으로 붕괴됐다. 당시 김영삼은 구파, 김대중은 신파의 소장 정치인이었다. 제3공화국의 민주공화당(공화당)정권에서 민주당은 신한민주당(신민당)이 돼 유진산 등이 이끌다가 4공에 이어 5공의 전두환 정권에서는 민한당(민주한국당)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정통보수야당의 법통은 노태우 정권의 6공들어 김영삼, 김대중이 함께 활약한 민주당까지 명맥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대중이 평민당(평화민주당)을 만들어 나가고 김영삼은 노태우의 민정당(민주정의당), 김종필의 신공화당(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으로 민자당(민주자유당)이 되면서 민주당의 법통은 사실상 중단됐다. 김대중은 이기택이 간신히 명맥을 지킨 민주당과 다시 합세, 공동대표로 있다가 국민회의를 또 창당하고 이기택 조순 등은 민주당 간판을 한나라당에 합당형식으로 바쳤다. 김대중 대통령이 만드는 신당 명칭을 두고 참신성, 개혁성을 강조한다며 ‘새천년 민주신당’으로 낙착되는가 싶더니 ‘민주신당’에서 ‘민주당’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명맥이 끊긴 민주당 법통과는 무관하다. ‘민주’를 가장 많이 쓰면서도 당내 민주화가 이룩되지 못한 비민주정당인 것이 우리의 정당이다. /백산
스포츠경기의 가장 큰 덕목은 정정당당함이다. 스포츠경기에서의 승부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스포츠맨이기를 포기하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지난 해 인천에서 개최된 제80회 전국체육대회 레슬링종목에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일이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80회 전국체전에서 레슬링 대학부 그레코로만형 85㎏급의 경기도 대표 김훈(용인대)선수는 8강에서 폴승을 거두고 준결승전에서는 져 동메달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훈선수에게 8강에서 패해 탈락한 전남의 이모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김훈 선수에게 추후 전달되는 전국체전 동메달이 도착되지 않아 의구심을 품은 경기도레슬링협회가 최근 대한레슬링협회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8강전 승자가 바뀐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는 고의적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3년이상 보존해야 할 채점표를 경기현장에서 파기했으며 경기녹화 비디오테이프를 분실했다고 대한레슬링협회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의혹만을 더욱 증폭시키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증빙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도레슬링협회가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대한레슬링협회가 승패를 정정해준 점 역시 주먹구구식 임시변통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지난 97년 무등록 선수의 대진표 조작과 함평실고의 대회참가신청을 누락해 말썽을 빚은 전례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대한레슬링협회의 이번 순위변동은 특정지역 선수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고의적인 의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당시 기록석에서 착오를 일으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것 같다’느니 ‘사실을 확인한 결과 문제가 있어 이를 정정했다’는 등의 대한레슬링협회의 답변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제80회 전국체전에서 경기도가 4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예상치 못한 방면으로 확대됐을 게 분명하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스포츠인들의 단체답게 순위를 조작했음이 사실이었거나 아니면 실수나 착오로 빚어진 일이었다해도 정확히 사과를 하고 다시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경기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승부조작과 같은 의혹은 쟁점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포츠인들의 명예를, 특히 레슬링인들의 이름을 더욱 실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민련이 지난 15일 야간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던 선거법개정안을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나눠먹기로 매도, 표결을 무산시킨 것은 일시나마 두 공동여당의 틈새를 벌려 주목된다. 3당 총무회담에서 이미 협상이 이루어진 개정안을 자민련이 본회의에서 이의를 달고 나온 것은 자당 총무에 대한 질책이기도 해 총무회담의 신뢰성에 흠이 된다. 이같은 문제제기 당사자인 김동주 의원은 “자민련을 뭘로 보느냐?”며 국민회의를 힐난했다. 그러나 자민련의 그같은 비난은 선거법협상 내용 자체가 정치개혁을 외면한데 초점이 있지 않고 자신들 텃밭에서만 제외된 도농통합지역구 예외 규정등 선거구 조정이 상대적으로 불리한데 불만을 터뜨린 것이어서 똑같은 당리당략차원을 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선거법개정안은 여야가 정치개혁 일환으로 국민에게 다짐했던 의원수 감축을 완전히 배신했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차원에서 영호남등의 통폐합선거구를 살려주어 지역구는 5곳이 더 많은 258개로 늘고 비례대표는 46석에서 41개로 줄어 오히려 고비용 정치구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국민회의는 당초 의원수 30%감축, 중선거구제, 비례대표 3분의1 할애 등을 내걸었으나 1인2표제를 얻어내기 위해 야당의 주장을 거의 다 들어주고 말았다. 이는 국민회의부터도 주장은 구호였을 뿐 실은 정치개혁 의지가 없었던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야 3당의 표밭 지키기, 기득권수호로 나눠먹기식 담합에 그친 이번 선거법 개정은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정부여당부터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할 정치개혁을 이모양으로 개악해 놓고 무슨 면목으로 개혁을 더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실로 한심하다. 국민회의가 얻어낸 지역구 및 비례대표의 이중후보제, 석패율, 1인2표제 등 선거사상 초유의 제도가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역구 차점 낙선자를 비례대표에서 구제하는 석패율은 국민회의가 취약지역에서 당선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술수적 장치다. 겨우 41명의 비례대표를 뽑기 위해 막대한 투표용지며 투표함, 투개표인력을 또 늘려야 할 판이다. 검증되지 않은 생소한 제도인 점에서 공명선거 시비의 소지가 더 많기도 하다. 어떻든 선거법개정안은 오는 18일 국회본회의에서 대체로 원안대로 통과될 전망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무릅써가며 챙긴것이 정치권의 집단이기다.
수년전 개봉된 ‘쉰들러’라는 영화가 있었다. 꽤 좋은 영화였는데도 누가 감독인지 잘 기억되지 않는다. 쉰들러는 나치에 무기 등을 팔아먹는 장사꾼이다. 돈밖에 몰랐던 그가 인간애에 눈을 뜬 것은 대량학살 되는 유태인들이 무더기 무더기로 처형소로 끌려가는 처참한 광경을 자주 목도하고 나서다. 마침내 고위 장성을 매수하여 죽음의 길목에든 유태인 대열을 목숨 걸고 빼돌린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쉰들러가 처형대열에서 빼돌리는 유태인 군상 가운데는 한겨울에 발가 벗기운채 추위에 떠는 남자들의 성기가 드러나기도 한다. 영화 ‘거짓말’의 음란성여부를 수사중인 검찰이 제작사 대표와 감독을 조사한데 이어 오늘 영상물 등급분류위원들을 소환했다. 두차례 등급분류끝에 ‘18세이상 관람가’등급을 내준 경위를 조사한다. 논란속에 개봉된 ‘거짓말’은 원조교제가 줄거리다. 음란성 여부는 검찰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겠으나 음란성 시비가 일때마다 걸핏하면 ‘표현의 자유’, ‘창작의 위축’을 들먹이는 방패막이 또한 경계해야 한다. 음란성을 그같은 겉포장으로 위장하는 것이 참다운 창작활동일 수는 없다. 성적 수치심 유발은 음란성여부의 한 척도가 된다. 영화 쉰들러에 나온 남성의 성기는 관객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주기보단 오히려 죽음의 공포에 떠는 적나라한 인간심리를 리얼리티하게 전해준다. ‘거짓말’이 어떤 사실적 전달보다 작위적 성묘사위주로 흘렀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음란성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수사의 추이가 주목된다. /백산
우리는 1·13개각에 대해 전문성은 인정한다. 경제각료팀, 교육부장관등의 기용에서 그같은 점을 발견한다. 개혁성은 의문이다. 박태준총리부터 경제통이라고들 가리켜 말하지만 관치경제의 틀을 건강한 시장경제로 정착시키는 경제개혁의 본질이 성공한다고 믿기엔 어렵다. 다만 교육현장의 권위훼손을 교육개혁의 실패로 질타해온 문용린교육이 얼마나 경륜을 펼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7개부처 장관의 중폭경질로 시작된 박태준 내각에 새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은 장관이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 소신을 펼칠 수 없는 대통령중심제의 제약 말고도 국정의 중심이 내각에 실려있다고 볼 수 없는 실질판단에 근거한다. 내각보단 청와대비서실이 더 장악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여기에 ‘총리역할교대’의 한시적 내각 성격도 부정되기가 어렵다.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적 중간평가 성향이 짙은 4·13총선이 끝나면 어차피 또한차례의 당정개편이 불가피한게 정부 여당의 입장이다. 만약에 총선패배를 가져오면 엄청난 파장의 개편이 따르겠지만 승리하더라도 새로운 면모일신이 필요한 것으로 관측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 박태준 내각에 그간 부진하다는 평을 들어온 재벌 금융개혁의 가속화나 날로 심화하는 사회양극화 현상, 즉 빈부격차의 해소등 현안해결을 주문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다. 그보다는 총선관리의 엄정중립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공명선거를 이룩하는 것이 현실적 소임이다. 박총리의 자민련 당적보유, 신당조직책 시비가 있은 최인기행자의 기용으로 의문시되는 공정성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4·13총선은 21세기들어 처음 갖는 것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총선마저 공정성문제가 제기돼 선거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국정운영에 공백이 생긴다면 정부가 표방한 ‘새천년 새희망’을 스스로 먹칠하는 것이 된다. 공명선거는 정부여당이 먼저 의심받을 일을 저지르고 나서 아니라고 해명하기보단 아예 의심받을 일은 안해야 가능하다. 야당의 불법사례에 대한 응징도 그래야 설득력을 갖는다. 이를 위해선 내각이 하는 일에 투명성을 지녀야 한다. 박태준내각이 감당해 낼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총선관리의 엄정중립 이행을 거듭 강조해 두는 것이다.
실업홍수속 구인난이라는 기형적 인력구조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IMF이후 쏟아져 나온 실직자와 노숙자들이 아직도 거리를 헤매고 있는 터에 이른바 3D업종 중소기업에서는 일손이 모자라 애를 태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힘들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소위 3D업종 중소기업이 사람을 못구해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경제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2백만명중 상당수가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지금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특히 3D업종뿐 아니라 첨단업종도 인력부족 현상을 보이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청이 1천1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99년 하반기 인력실태조사를 보면 이들의 인력부족률은 5.2%로 나타났다. 이는 상시종업원이 100명일 경우 평균 5.2명이 부족한 것으로 중소제조업 전체로는 10만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중 통신 광학 등 첨단업종 인력부족률이 6.7∼7.6%나 된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상태에서 이같은 기현상이 나타난데 대해 우선 정부의 실업자 대책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정부의 고용대책중 공공근로사업같은 것은 실직자에 생활보조금을 나눠주기 위한 형식적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막대한 국가재정이 이들 사업에 쓰이는 동안 3D 및 첨단업종 기업들은 구인난을 걱정하고 있다. 실업대책 자금중 일부를 수요자 중심의 직업훈련에 할애했더라면 인력난과 실업해소를 부분적이나마 함께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3D 및 첨단업종의 인력난을 미리 감안해서 실직자 지원사업과 연계시키지 못한 것은 근로당국의 잘못이다. 3D업종을 기피하는 일부 사회분위기도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력을 갖고 있는한 노숙보다는 건전한 산업현장을 찾겠다는 정신과 노력은 가치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묵묵히 일하는 3D종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당국은 실업대책을 재정비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해야할 때다. 산업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여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실업자 데이터 베이스 구축 등 실업대책 전달체계를 완비한다면 재정도 절약되고 실직자 흡수효과도 클 것이다. 그것은 바로 경제난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할 것이다.
서울 합정동에는 외국인 묘지가 있다. 대부분이 선교사들의 무덤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생을 바친 선교사들은 거의 여기에 묻히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역사를 생각해 보면 외국인 선교사들은 우리나라 근대화의 실질적인 추진자들이었다. 학교나 병원, 그리고 나환자들이나 맹·농아를 위한 진료소의 설립, 위생을 위한 수원지의 건설 등을 추진했다. 우리에게 민족의 긍지를 심어주다가 추방당하는 등 일제의 탄압을 받은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33인을 돕던 스코필드는 일제의 가혹행위 때문에 정신이상으로 모국 캐나다에 이송됐고 그렇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한국선교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던 호레이스 언더우드는 연희전문학교를 세우고 병세악화로 본국 미국에 갔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최후로 “거기 가고 싶다”고 말하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한국에 가서 천국에 가겠다는 말이었다. 그의 뜻은 85년만에 이루어졌다. 그의 유해는 외국인 묘지에 이장되었고 그 가문은 거기에 가족묘역을 마련했다. 그런데 누구든지 합정동 외국인 묘지에 가본 사람은 가슴이 메어져 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돌보지 않는, 버려진 묘지같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몸 바친 외국인들의 묘지가 이렇게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6·25 전란을 겪은 우리나라의 폐허를 보고 봅 피얼스는 미국에서 수 많은 미국인들에게 1달러, 2달러 씩을 모금하여 한국 고아들, 전쟁미망인, 전쟁포로, 불구자들과 나환자들을 도왔다. 그것이 선명회, 곧 월드비전으로 사업을 잇고 있다. 우리는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할 때이다. 후하게 받은 그 덕을 남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세계를 위한 나’, ‘세계를 위한 우리’라는 의식을 갖고 살아야 할 때가 왔다. 2000년대에는 그래서 더욱 할 일이 많다. /청하
도에 제출되는 일선 시·군의 서류가 엉터리로 허위 작성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크다. 이는 이들 서류가 예산 편성과 집행 그리고 정책 입안시 주요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를 토대로 일선 시·군 현황을 파악하고 또 각종 사업을 지원하면서 효율적인 지도 감독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서류보다 사실적이어야 한다. 감사 제출용 자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지금 도에 제출되는 일선 시·군의 서류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해주는 부분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는 대책 마련은 커녕 구조조정에 따른 업무 분장시 주무부서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변명만 하며 이 모든 책임을 해당 시·군에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도 감사부서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업무를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이들 또한 “계수 작업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뭘 그러냐”며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 도에는 지금 ‘경기의제 21’ ‘벤처 및 지식산업 육성’ ‘경기북부지역 개발계획’등 투입 예산만도 수조원에 달하는 굴직한 사업들이 가시화되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허위로 작성된 서류를 근거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사업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인구 1천만명을 내다보는 웅도 경기도청에는 오늘도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을지 모를 일선 시·군의 서류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