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이후 5백여개의 크고작은 정당이 생기고 없어졌다. 그 많은 정당의 명칭에서 제일 많이 쓰인게 아마 ‘민주’란 단어일 것 같다. 민주가 들어간 정당의 수를 확실하게 집계낼 수는 없으나 가장 많은 것만은 분명하다.
1945년 11월 김성수 송진우 장덕수 등이 만든 최초의 우파정당은 한국민주당(한민당)이었고 여운형이 만든 좌파정당은 인민당이었다.
한민당은 이승만의 자유당(자유민주당)창당으로 신익희 장면 곽상훈 박순천 등과 함께 민주국민당(민국당)으로 바뀌어 보수정당의 적자가 되면서 민주당으로 개칭했다.
민주당은 4·19로 내각제하의 정권을 잡았으나 신·구파의 갈등끝에 8개월만에 5·16으로 붕괴됐다. 당시 김영삼은 구파, 김대중은 신파의 소장 정치인이었다. 제3공화국의 민주공화당(공화당)정권에서 민주당은 신한민주당(신민당)이 돼 유진산 등이 이끌다가 4공에 이어 5공의 전두환 정권에서는 민한당(민주한국당)으로 바뀌었다. 이같은 정통보수야당의 법통은 노태우 정권의 6공들어 김영삼, 김대중이 함께 활약한
민주당까지 명맥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대중이 평민당(평화민주당)을 만들어 나가고 김영삼은 노태우의 민정당(민주정의당), 김종필의 신공화당(신민주공화당)과 3당 합당으로 민자당(민주자유당)이 되면서 민주당의 법통은 사실상 중단됐다. 김대중은 이기택이 간신히 명맥을 지킨 민주당과 다시 합세, 공동대표로 있다가 국민회의를 또 창당하고 이기택 조순 등은 민주당 간판을 한나라당에 합당형식으로 바쳤다.
김대중 대통령이 만드는 신당 명칭을 두고 참신성, 개혁성을 강조한다며 ‘새천년 민주신당’으로 낙착되는가 싶더니 ‘민주신당’에서 ‘민주당’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미 명맥이 끊긴 민주당 법통과는 무관하다. ‘민주’를 가장 많이 쓰면서도 당내 민주화가 이룩되지 못한 비민주정당인 것이 우리의 정당이다.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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