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기의 가장 큰 덕목은 정정당당함이다.
스포츠경기에서의 승부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그런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스포츠맨이기를 포기하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지난 해 인천에서 개최된 제80회 전국체육대회 레슬링종목에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일이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80회 전국체전에서 레슬링 대학부 그레코로만형 85㎏급의 경기도 대표 김훈(용인대)선수는 8강에서 폴승을 거두고 준결승전에서는 져 동메달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훈선수에게 8강에서 패해 탈락한 전남의 이모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김훈 선수에게 추후 전달되는 전국체전 동메달이 도착되지 않아 의구심을 품은 경기도레슬링협회가 최근 대한레슬링협회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8강전 승자가 바뀐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이는 고의적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3년이상 보존해야 할 채점표를 경기현장에서 파기했으며 경기녹화 비디오테이프를 분실했다고 대한레슬링협회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의혹만을 더욱 증폭시키는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증빙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경기도레슬링협회가 승부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대한레슬링협회가 승패를 정정해준 점 역시 주먹구구식 임시변통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지난 97년 무등록 선수의 대진표 조작과 함평실고의 대회참가신청을 누락해 말썽을 빚은 전례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대한레슬링협회의 이번 순위변동은 특정지역 선수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고의적인 의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당시 기록석에서 착오를 일으켜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 것 같다’느니 ‘사실을 확인한 결과 문제가 있어 이를 정정했다’는 등의 대한레슬링협회의 답변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제80회 전국체전에서 경기도가 4연패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문제는 예상치 못한 방면으로 확대됐을 게 분명하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스포츠인들의 단체답게 순위를 조작했음이 사실이었거나 아니면 실수나 착오로 빚어진 일이었다해도 정확히 사과를 하고 다시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경기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승부조작과 같은 의혹은 쟁점기간이 길어질수록 스포츠인들의 명예를, 특히 레슬링인들의 이름을 더욱 실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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