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집행하지 못하는 한미행정협정(SOFA)개정을 위해 지자체가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의정부, 평택, 화성, 인천 부평구 등 관할 행정구역내에 미군부대가 있는 전국 16개 시·군·구가 공동협의체를 구성하여 미군주둔에 따른 제반문제점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고 18일 밝힌 것이다. 그동안 이들 16개 지자체는 미군부대의 장기주둔으로 인해 생활권과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왔지만 불평등한 SOFA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했다.
현행 SOFA는 전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미국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한국민에게는 크게 불리한 불평등협정인데도 정부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실례로 지난 해 한국인에게 범죄를 저지른 미군의 수는 956명인데 이중 우리 경찰과 검찰에 수사받고 법원에서 재판받은 미군은 겨우 34명(3.5%)에 불과했다. 미국측의 요청이 있으면 한국측은 재판권을 포기하도록 돼 있는 SOFA 때문이다.
우리의 주권 원칙에 반하는 SOFA 규정은 단지 재판권 관할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2월 서울 이태원 외국인 술집 여종업원 살해사건의 범인인 미군 상병은 한국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뒤 잠은 미군 영내에서 잤다. 살인같은 강력사건에서조차 구속수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의정부시와 강원도 춘천, 원주시는 ‘상하수도 요금을 최저수준으로 해달라’는 미군측과 끊임없는 마찰을 빚고 있다. 미군측의 이같은 무리한 요구에는 ‘우리가 너희 나라를 도와주고 있지 않느냐’는 고자세적인 교만이 분명히 내포돼 있다. 미군부대 주둔을 ‘사용권’이 아니라 ‘소유권’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한미군의 인식과 불평등한 SOFA 규정때문에 의정부, 평택, 화성, 인천 부평구, 서울 용산구, 대구 남구 등 미군부대가 있는 지역 지자체들이 관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는 물론 생활권과 환경피해를 극심하게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16개 지자체 공동협의체의 건의를 받아 들여 한미행정협정 개정 협상에 즉각 착수하여 자주국가로서의 주권을 지킬 것을 촉구해둔다.
주한 미군은 양국의 국익을 위한 주둔군이지, 점령군이 아니다. 한·미 양국은 아마 이 사실을 잊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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