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 종결이 준 교훈

지난 11일 사상 초유로 있었던 은행파업이 정부와 금융노조간의 협상이 완전 타결됨으로써 어제부터 모든 금융기관에서 업무가 정상화되었다. 그 동안 정부와 금융노조는 3차에 걸친 공식협상과 실무위원회를 개최, 타결을 시도하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여 급기야는 은행 파업이라는 사태까지 야기되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였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노조는 무려 21시간이 넘는 끈질긴 마라톤 협상을 통하여 상호 양보를 바탕으로 명분과 실리를 챙김으로써 ‘윈-윈(win-win)’ 게임의 선례를 남겼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이번 금융파업은 협상으로 타결되었으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러가지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의약분쟁은 의사회와 약사회가 현재 진행중인 약사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으며, 롯데호텔 노조 파업에 대한 강제 진압으로 노동계가 노동운동 강도를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둘러 싼 공무원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는 등 도처에서 각종 이익집단들에 의한 집단행동이 야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이익집단들의 문제들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제2, 제3의 의료파동 등이 재연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금융파업 협상타결을 교훈삼아 현재 야기되고 있는 각종 이익집단들에 의한 문제 제기를 성실하게 받아들여 집단행동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해야 될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각종 이익집단들의 요구는 상호 갈등을 유발하게 되며, 이는 불가피한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게 된다. 집회와 결사의 기본권이 보장된 민주사회에서 이를 강제적으로 억압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공권력과 같은 물리력의 동원 없이 끝까지 인내하면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자세는 이번 금융파업 협상 타결이 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정부는 이익집단의 단체 행동에 대하여 엄벌 위주보다는 합리적 조정을 위한 틀을 정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 물리력의 동원은 일시적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코 근본적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책 추진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이해당사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득과 공론화를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금융파업 종결의 교훈으로 받아들여 더 이상 집단행동으로 인한 불안요소가 없기를 기대한다.

광역도시계획권 재조정해야

건설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수도권 광역도시계획권역을 설정해 이에 반발하는 경기도 및 해당 시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수도권 그린벨트해제 및 재조정과 도시계획시설 분산배치 등을 위해 건교부가 확정한 수도권 광역도시계획 대상지역을 살펴보면 서울·인천·수원·성남·부천 등 22개 시·5개 군이다. 이 중 경기지역은 20개 시·4개 군으로 이 가운데는 그린벨트가 없는 파주·오산·동두천 등 3개시가 포함돼 문제가 되고 있다.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은 그린벨트의 재조정에 따른 체계적인 개발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건교부가 그린벨트가 없는 시 지역까지 포함시킨 것은 당초 목적에 위배되는 것으로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광역도시계획은 20년 단위의 장기계획으로 도시계획 대상지역들은 자체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들이 계획하는 광역도시계획에 따라 개발계획이 수립되기 때문에 지자체의 자의적인 인허가 남발이 줄어 난개발이 봉쇄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광역도시계획권역설정은 그린벨트 재조정에 따른 체계적 개발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마땅히 그린벨트가 소재한 지역만을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리의 이같은 주장은 그린벨트가 없는 파주·동두천·오산시까지 광역도시계획권에 포함 시킴으로써 그러잖아도 그동안 서울의 ‘처마끝’ 신세로 온갖 뒤치락거리만 해온 이들 지역에 서울서 소화못하는 혐오시설이 몰려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와 반대입장은 지역이기주의와는 차원이 다르다. 오히려 서울과의 균형발전을 위한 당위적 주장인 것이다. 건교부가 경기도와 해당 시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이를 묵살하고 광역도시계획권역에 포함시킨 것은 중앙부처의 독단이며 횡포다. 이는 지방자치의 기본인 ‘자율’과 ‘지방분권화’에 역행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환경이나 균형적인 국토개발 기간산업 등 국가차원의 통합과 관리가 필요한 업무는 중앙정부가 지도하고 통제하는 장치를 더욱 분명하게 갖출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를 기화로 위성도시에 혐오시설만을 배치하게 되는 도시계획은 수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건교부는 이제라도 그린벨트가 없는 3개 지역을 광역도시계획권에서 제외시키던가 아니면 차라리 경기 인천 서울의 균형개발을 위해 지역간 상호연계성을 고려해 수도권을 5개 권역으로 나누는 경기도의 건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노점상 단속에 대해

“어떻게 된 것인지 자기들끼리 싸우고 법석인지 모르겠습니다” 기자가 평소 안면이 있는 노점상인으로부터 한밤중에 받은 전화내용중의 일부다. 최근 관내 불법노점상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는 안양시와 연이어 계속되고 있는 노점상들의 항의집회에 매달리고 있는 안양경찰서간의 관계를 보고 있노라면 과거 유치한 내용으로 억지웃음을 자아내게 했던 잊혀진 코미디를 보고 있는 착각에 휩싸인다. 지난 8일 오후 동안구청에서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시공무원, 용역직원과 경찰의 집단난투극(본지 10일자 15면 보도)이 바로 그것. 당초 불법노점행위 근절이라는 목표는 희석된채 서로 요절을 내지못해 안달인 웃지못할 해프닝이 연출됐기 때문. 특히 시공무원과 경찰 참새(?)들 사이에서는 ‘경찰한테 매맞은 용역직원이 머리를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매고 있다’‘이번 난투극으로 그동안 경찰이 수집했던 시관련 비리에 대해 수사를 착수했다’는 등 말도 안되는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상대방에 대한 악한 감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시공무원과 경찰들간에 서로 헐뜯고 할뀌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단속대상자였던 노점상인들은 이번 단속 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의미한 싸움으로 끝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이런 감정싸움이 계속될 경우 앞으로 상당기간 불법노점상 단속에 임해야 하는 시공무원과 경찰들은 명분을 상실함은 물론 실질적으로 상대해야 할 적(?)을 망각한 채 집안싸움만 해대는 모양새로 비쳐지며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여론과 대다수 시민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만큼 시와 안양서는 서로의 잘못을 전가한 채 감정싸움만 되풀이하지 말고 성숙한 대안책을 마련, 하루빨리 예전의 사이좋았던 기관으로 되돌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안양=이용성기자<제2사회부> leeys@kgib.co.kr

대법관 공동퇴임사

소피스트(변론술·궤변학파)에 반대하여 진리의 절대성을 주창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70∼399)는 길거리 대화교수법으로 민중개발에 힘쓰는 등 갖가지 기행이 많았다. 악처담은 유명하다. 한번은 소크라테스의 처 크산티페가 남편에게 큰 소리로 욕을 퍼붓다가 갑자기 찬물 한통을 머리에 끼얹었지만 그는 “우레 소리가 났으면 큰비 오는게 당연하지…”하고 태연했다. 신을 모독하고 청년을 타락케 했다는 혐의로 옥에 갇히자 옥리로부터 탈옥을 권유받았으나 “악법도 법이다”라며 거절, 마침내 독배를 마셨다. 그의 사상은 사후 제자 플라톤에 의해 크게 꽃피워졌다. 소크라테스를 생각케하는 법언이 나왔다. ‘국민의 이름으로라면 무엇이든 할수 있는 듯이 급조된 국민여론을 내세워 법의 권위를 짓밟는 사회현상에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할때도 됐다’고 밝힌 이돈희대법관을 비롯한 6명의 대법관 공동퇴임사가 눈길을 끈다. “우리 사법부는 급변하는 사회현상을 맞아 어느 선에 법의 잣대를 맞춰야 올바른 것인지, 고뇌가 연속된 세월이었다”고도 했다. 또 “법의 괴리가 심화되었을 때는 판례를 통해 그 괴리를 메워줄 입법절차를 촉구할 부차적 업무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법 질서가 무시되는 사회분위기를 개탄, 법이 유린되면 사회가 유린되는 진리를 정곡을 찔러 경고한 것으로 보아진다. 법경시 풍조는 오래된 고질이긴 하지만 4·13 총선을 앞둔 DJ의 선거법불복종선언후 더 심화해지지 않았나 싶다. 지켜야할 법과 안지켜도 되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을 안지켜도 된다고 했으므로 법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잃는다. 이래저래 현대판 소피스트들로 인해 사회가 무척 불안하다. 우리에겐 소크라테스같은 현자(賢者)가 없는 것일까. /白山

‘차 없는 거리’ 부작용 많다

자치단체들이 지정·운영하고 있는 ‘차 없는 거리’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여 차라리 해제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여론이 높다. 지정만 된채 방치하여 주차장으로 둔갑하거나 노점상 등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의 경우 시청 앞 도로 0.3㎞ 구간에 운영중인 차 없는 문화거리가 주변도로의 교통체증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는데 이는 중심가의 도로를 차단하는데다 주말이면 차량이 몰려 병목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시흥시가 1996년 조성, 지정한 신천동 상업지구내 문화의 거리는 지정초기만해도 주민들과 청소년들의 휴식 및 문화공간으로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갈수록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 상가 입주민들이 곳곳에 차량을 마구잡이로 주차해 놀이공간을 제약한데다 통행까지 불편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가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 신장동 쇼핑몰거리 0.6㎞ 구간 역시 주변 상인들의 민원이 되고 있다. 상가 중심가의 유일한 도로를 차량통행 금지지역으로 지정, 교통혼잡과 함께 상권이 크게 약화되고 있어서다. 부천시 중동신도시 시청 앞 중앙공원사이 약 0.5㎞ 구간과 안양시 평촌신도시 중앙공원 일대 차 없는 거리의 경우 제대로 운영되고 있으나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주말 차량통제시 주변도로의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고 불법주차로 민원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시민문화공간 확충과 청소년들의 건전한 놀이문화 육성을 위해 지정, 운영하는 차 없는 거리와 문화의 거리가 이렇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은 지정만 한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치단체들은 군포시처럼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하든지, 계속 운영하려면 관리 감독 강화와 함께 간이공연장 등 문화시설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한 주변지역의 체육시설이나 공원 등을 적극 활용, 각종 문화행사를 수시로 열어야 한다. 자치단체들은 ‘차 없는 거리’ 인근의 원활한 교통소통 대책을 마련하고 불법 주·정차 행위와 상행위를 철저히 단속, 쾌적한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하기 바란다.

난장판 된 ‘연금법’ 설명회

행정자치부가 엊그제 주관한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위한 경기 인천지역 설명회가 공무원 직장협의회 등의 방해로 난장판이 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대전·부산 설명회에서의 집단퇴장사태에 이어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공무원들의 연금법 개정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조직화·집단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다. 수원의 국가전문행정연수원에서 시·군·구 재정담당 간부공무원 등 300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경기도와 부천시 등 직장협의회간부 1백여명이 시작 10여분만에 구호를 외치며 단상의 마이크를 빼앗고 연단을 점거한 뒤 설명회 무효를 선언하고 집단퇴장한 것은 공무원의 신분으로서는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의사협회 및 약사회와 금융산업노조 등의 집단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빚어진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집단행동이면 무엇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행자부가 주관한 설명회는 엄연한 국가기관의 공적기능이므로 이를 한때 중단시킨 것은 공무집행 방해행위라 할 것이다. 연금법 개정에 대해 이견이 있으면 설명회에서 그런 의견을 충분히 진술하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그러고도 설명회가 만족지 못하다면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장치인 공청회를 요구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옳다. 설명회를 수라장으로 만든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중요한 국가정책을 바꾸기에 앞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이를 수렴하는 공청회는 민주국가에선 기본에 속한다. 서울 공청회가 공무원직장협의회의 방해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하여 관계 공무원만 모아놓고 비밀스럽게 주지시키는 설명회를 갖고 있는 것은 떳떳지 못한 일이다. 더군다나 부실한 기금운영으로 연금 재정을 고갈시킨 공단측의 책임은 묻지도 않은 채 연금부담률만 늘리고 지급액은 줄이려 하니 연금만 기대하고 근무해온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어느 면에선 당연하다. 정부는 직장협의회와 대화를 통해 연금재정의 고갈원인을 솔직히 털어놓고 이해시킴으로써 연금개선의 접근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연금문제로 인해 국가 기간조직인 공직사회가 갈등을 빚는 사태를 초래해선 절대로 안된다.

인터넷 쇼핑몰 문제없나

정보사회의 발달로 이제 인터넷을 통한 쇼핑은 일반화되었다. 전국에 걸쳐 활동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수천개에 달하고 있으며, 매일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앞으로 대부분의 상품은 인터넷으로 거래될 시점도 멀지 않다. 특히 기업으로서는 인터넷을 통하여 막대한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또한 소비자는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으므로 인터넷 쇼핑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와 기업에 상호 이익을 주는 편리한 제도인 인터넷 쇼핑이 최근 갖가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아직 인터넷 쇼핑이 정착되지 않아 다소의 문제점은 예견된 상황이기는 하나, 문제점을 이대로 방치하게 되면 인터넷 쇼핑 자체도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문제점에 대한 보완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회원들이 인터넷 쇼핑회사에 제공한 정보가 특별한 제동장치 없이 해당 회사의 쇼핑에 대한 소개와는 달리 다른 용도로 마구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업무 제휴를 하고 있는 동종 업체에 자료를 넘기거가 또는 회사 직원들이 회원에 대한 정보를 다른 회사에 팔아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업체를 제외하고 인터넷 쇼핑회사들이 비교적 영세하여 영업 행위가 제도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회원 관리나 애프터 서비스가 잘 되고 있지 못하다. 회원으로 가입하기는 쉬우나 탈퇴할 경우, 상당한 어려움을 당하는 사례도 많다. 또한 물건에 하자가 있을 경우에도 반품이 쉽지 않으며, 상품의 배달도 오래 걸리는 사례가 많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인터넷에 소개된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진 물건을 보내 주어 소비자로부터 비난을 받는 사례가 많다. 앞으로 인터넷 비즈니스는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정부나 업계는 최선을 다해야 된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은 인터넷 비즈니스의 문제점을 시급히 보완하여 더이상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될 것이다.

JP가 뭐길래?

자민련 명예총재 김종필씨의 요즘 정치행보는 안하무인이다. 국민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안중에 없이 그저 정치적 입지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어 보인다. 정치권이 무엇을 어떻게 하든 국민은 결과적으로 따라온다는 전근대적 사고(思考)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4·13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도 구성못할 정도로 대패했으면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실사구시(實事求是)가 아닌 ‘실사구시(實邪求屎)’의 잔재주를 일삼고 있다. 모호한 정체성속에 칠면조처럼 여러 색깔을 내면서 여권과 정치잇속의 흥정을 저울질하는 근래 행보는 캐스팅보트가 아니고 정치권의 네거티브 존재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그의 어거지는 실로 이성을 의심케 한다. 틈만 나면 일삼는 골프회동 등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나라안은 온통 금융파업이다 의약분업이다 하여 시끄럽다. 남북관계의 후속조치 등 국정현안 또한 산적해 있다. 이런 판에 마치 떼쓰는 아이처럼 골프나들이나 작당하는 것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정치지도자로 보기가 어렵다. 국회법 개정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이루어지기 전엔 모든 국회표결에 불참한다며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한 것은 가히 자기모순의 극치다. 김종필씨는 국회법개정에 성의가 없다고 민주당을 원망하면서 떼만 쓸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한나라당을 직접 찾아 몇번이고 이해를 구하는 정면돌파가 보스다운 자세라고 믿는다. 그가 바라는 국회법개정안의 일방적 상정으로 민주당과 지민련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날치기통과는 절대로 있어선 안된다. 김종필씨가 정면돌파에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어떤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차선이다. 민주당도 자민련의 17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냥 끌려가서는 추한 모습을 보인다. 차라리 한나라당과 명분있는 협상을 해가며 국정을 처리하는 것이 더욱 더 떳떳하다. 오늘의 정치권에서 도대체 김종필씨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국회법개정 요구를 둘러싼 그의 괴이한 행태는 거부인물을 자초하는 길일수 있다. 이 기회에 보수 양대정당체제로 가는 정치권 개편을 생각해 본다.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는 양당체제가 뿌리내려야 한다.

원숭이

서남아시아 사람들은 맨손으로 밥을 쥐어 먹는다. 아프리카인들도 맨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다. 인류문화학계는 전세계에 맨손으로 음식을 먹는 인구가 40%, 포크로 먹는 인구가 30%, 젓가락을 사용하는 인구가 30%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포크를 사용하는 유럽인들도 중세시절에는 맨손으로 먹었다. 16세기 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가 너무 급하게 음식을 먹다가 종종 손가락을 깨물었다는 기록은 포크가 아닌 손가락으로 집어먹었던 것을 알수 있다. 10세기 동로마제국의 수도 비잔티움왕궁 식탁에 처음 등장한 포크가 16세기에 이탈리아 상류사회로 건너가 전 유럽지역에 비로소 보편화된 것은 18세기 들어서였다. 우리는 젓가락과 함께 숟가락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이나 일본도 숟가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처럼 크게 쓰진 않는다. 우리의 음식에서 숟가락이 널리 쓰이는 것은 중국과 일본엔 없는 탕문화가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맨손이든 포크든 젓가락이든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다르다. ‘인간은 손으로 먹되, 먹기전에 그 손으로 일을 하고 먹으라’는 조물주의 섭리일지 모른다. 다만 동물중에 손으로 음식을 먹는 짐승으로 원숭이를 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원숭이의 손은 손이 아니고 앞발이라는 동물학적 견해가 없지 않다. 어떻든 동물 가운데 일을 않고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은 원숭이 뿐이다. 인간도 일을 않고 밥을 먹는 사람은 원숭이와 크게 다를바 없다. 원숭이같은 인간들이 많지 않은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白山

안양시장의 실언

“전임시장만 아니었다면 다른 자리로 보내는건데…” 신중대 안양시장이 최근 열린 간부회의에서 전임 이석용시장으로부터 탁월한 행정력을 인정받았던 모국장을 지칭하며 내뱉은 푸념이다. 이같은 신시장의 발언내용이 안양시 전공무원에게 전해지면서 그렇잖아도 취임 이후 수 차례에 걸친 실언으로 실망해있던 공직자들의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신시장은 최근 안양이 연고인 LG치타스축구단이 2002년 월드컵이후 서울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전을 막지못할 경우 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인사조치하겠다’고 강하게 질타했다는 것이 푸념의 내용. 물론, 신시장이 갑자기 불거진 LG치타스축구단 연고이전 소식에 축구의 고장인 안양시의 수장으로서 자존심이 상해 해당공무원들에게 즉흥적인 감정 표현을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공무원들은 이번 LG치타스구단 이전은 구단의 이해득실을 고려해 내려진 잠정결정일뿐 이전이 결정된 상태도 아닌데 이를 확대해 해당공무원에게 마치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식으로 말한 신시장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LG치타스팀이 선전을 하고 있는데도 홈팬인 안양시민들이 축구를 사랑하지 않으니 구단 관계자인들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이를 해당부서의 몇몇공무원이 나서 이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부터라도 시장을 비롯, 지역국회의원, 시의원, 체육인 등 60만 안양시민이 힘을 합해 LG축구단이 안양에 남아야 하는 명분을 구단에 주고 이전보다 더욱더 LG축구단을 사랑할 때만이 연고지문제가 해결되리라 믿는다. /안양=유창재기자<제2사회부> cjyou@kgib.co.kr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