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비상근무

지난 7일 폭설로 인한 ‘눈난리’이후 영하 20도를 웃도는 강추위로 의정부시 공무원들이 또다시 길고 긴 주말밤을 보내고 있다. 이번엔 염화칼슘 대신 동파로 얼어붙은 수도계량기와 이로인한 누수 땜질작업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지난 3일부터 폭설뒤 한파로 얼어붙은 계량기를 교체한 건수가 330여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절기때 320여건을 이미 훌쩍 넘겼는가 하면 이같은 추세라면 올들어 동파로 인한 계량기 피해가 3배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말인 지난 13일 영하 18도, 14일 영하 21.5도를 기록한데다 15일 영하 23.8도의 기록적인 기온상승은 주말 이틀동안 130여건의 계량기 동파와 10여건의 누수현상을 빚기도 했다. 따라서 시는 동절기 비상급수대책 상황실을 보강해 동결민원처리반 6명, 누수수리반 6명, 계량기동파반 6명과 대기조를 편성해 상하수과 56명 전직원이 비상근무에 나서야 했다. 시는 지난해 11월말께 계량기 동파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급수시설 이렇게 관리합시다’라는 홍보책자를 2만5천여부 배포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계량기 보호통 내부에 헌옷이나 솜 등 보온재를 넣은 가정에서의 동파가 거의 전무한 상황을 대변하듯 이미 홍보된 급수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작은 관심으로 예방할 수 있는 계량기동파에 주민들은 별 느낌이 없는 모양이다. 최근 밤 10시까지 지속된 동파계량기 교체작전에 여념이 없는 공무원들은 동파의 원인을 공무원의 관리소홀로 몰아부치지나 않을까 오히려 불안한 마음뿐이다. 어쩌면 이 겨울에 파고드는 추위보다도 자신의 관리소홀을 뒤로하고 공무원들에게 뒤집어 씌우는 시민들의 매서운 이기주의가 더욱더 혹독한지도 모른다. /천호원기자<제2사회부/의정부> hwchoun@kgib.co.kr

공무원의 직무유기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은 알았으나 한번 입주한 공장이 계속 있는 것이 아니므로 업종과 생산품목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사고가 난후에야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것을 알았으며 그전에는 설립승인만 신청한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지난 9일 오후 1시20분께 공장지붕이 무너지면서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근로자 5명의 사상자를 냈던 광주군 초월면 대쌍령리 소재 오륙개발(대표·정성필)의 생산품목과 업종을 물어보는 것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인 군과 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연면적 795.8㎡에 경량철골조로 지어진 사고 공장은 지난 92년 9월 운동시설(레슬링경기장)로 농지전용을 받아 95년 1월에서야 준공하고 4개월뒤인 5월에 K전자라는 상호의 공장설립신청과 함께 공장(배전반 및 자동제어반 제조업)으로 용도변경을 신청해 10월에 준공이 됐다는 것이다. 현행 관련법은 준공후 6개월 이내에 공장완료 신고를 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와 함께 사고 공장처럼 설립승인 신청과 달리 업종이 변경된 경우는 사업승인 취소와 고발조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내에 250여평의 공장이 완료신고도 하지 않은채 업종까지 바꿔 다른 업체에 임대를 줘 가동하고 있음에도 관리·감독해야할 군은 가동자체도 모르고 관할 초월면은 무등록 공장이 가동하고 있어도 방치만 한것으로 나타나 명백한 직무유기로 안전사고 유발에 대한 일조를 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이번 안전사고를 보면서 ‘유비무환’이라는 사자숙어와 ‘배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것은 왜일까. /김진홍기자<제2사회부/광주> jhkim@kgib.co.kr

두 故事

한비자 십과편에 나오는 기록이다. ‘무엇을 작은 충성이라 말하는가. 초나라 공왕과 진나라 여공이 연릉에서 싸웠다. 초군은 패색이 짙고 공왕은 눈을 다쳤다. 한창 싸울 때 초나라 장군 자반이 목이 말라 마실 것을 구했다. 심복 곡양이 술을 올렸다. ‘술은 치워라’하였으나 ‘술이 아닙니다’고 했다. 자반은 원래 술을 즐겼으므로 물이 아니고 술인줄 알게 됐으나 그만 입을 떼지 못하고 다 마셔 취하고 말았다. 전쟁은 초군의 대페로 끝났다. 공왕이 설욕차 다시 싸우려 했으나 속병을 핑게대고 나타나지 않는 자반의 군막을 직접 찾아보니 술냄새가 진동했다. (중략) 자반은 큰 죄로 다스러져 목을 베이었다. (중략) 그러고보니 곡양의 작은 충성이 자반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큰 충성을 해치는 작은 충성의 폐악이 이러하다’ 사마천 사기열전 평원군편엔 또 이런 고사가 전한다. 조나라 공자 평원군은 어진 선비를 좋아하여 문객이 많았다. 한번은 그의 애첩이 집 2층에서 내려다보인 사가의 절뚝발이를 보고 허리가 끊어지게 웃었다. 이튿날 절뚝발이가 평원군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첩이 나를 보고 웃은 것은 당신의 덕에 흠을 입힌 것입니다. 원컨대 조소한 분의 목을 주십시오.” 평원군은 “알았다”며 돌려 보내놓고 “저 사람이 한번 웃었다해서 애첩을 죽이라고 하니 정신이 있는 놈인가”하고 비웃었다. 얼마후 선비들이 거의 다 떠나버려 평원군은 비로소 애첩을 편애한 소치임을 알고 그녀를 죽이고 절뚝발이집까지 찾아가 정중히 사과했다. 그랬더니 선비들이 다시 모여들어 전보다 더한 총명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장군 자반의 얘기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 대한 충성의 자세, 평원군의 이야기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일깨우는 고사라 할 것이다. 또 사람이 무엇을 하며 살든간에 누구에게나 다 귀담아 들어둘만한 경종이 되기도 한다. 어제 열린 한빛은행 부정대출사건의 국회특별조사위원회 텔레비전 중계를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 청와대 공보수석으로 대출 외압여부의 증인으로 나온 박지원씨에 대한 진실규명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생사람 잡는 억울함인지, 외압의 실체인지 여부는 수년후에야 가려질 것 같다. 권력의 세계에서는 처신에 두 고사가 의미하는 바를 특히 새겨들을만 하다.

공적자금 운영책임 밝혀내야

오늘부터 국회가 공적자금 투입실태 및 운영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한다. 그동안 국회 공적자금 국정조사 특위는 자료조사·예비조사·기관보고를 모두 끝냈으며,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런 자료를 근거로 하여 진념 재경부장관을 비롯, 정부 관련 기관장은 물론 한빛은행장 등 16개 은행장 또는 부행장을 불러 공적자금 투입실태를 점검, 사실확인을 통한 책임문제를 거론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대단하다. 지금까지 은행 구조조정등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00조원이 넘는다. 그 동안 은행증자, 부실금고 지급보증 등으로 투입된 돈은 그야말로 천문학적 액수이다. 특히 이중 은행에만 투입된 돈이 무려 70조원이나 되는데, 그러나 은행감자(減資) 등으로 손실이 확정된 돈이 12조원에 달하며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손실도 2조원이 넘어 14조원의 혈세가 사실상 없어진 상태이다. 이는 은행만이 아니고 투신·종금·신협 등 곳곳에서 운영부실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와 같은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공적자금 운영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없었으며, 더구나 손실에 따른 책임문제 조차도 심도있게 거론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무엇보다도 공적자금이 어떠한 원칙하에 투입·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조사나 질문이 있어야 될 것이다. 둘째, 공적자금 운영에 대한 책임문제가 거론되어야 한다. 정부는 1차 공적자금 조성 당시 부실채권 규모를 118조원으로 발표하였으며, 더 이상 공적자금의 투입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후 제2차 공적자금 조성을 요구하였으며, 앞으로 공적자금이 또 얼마나 투입될지 모른다. 따라서 이런 정책 잘못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우며, 이는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되어야 할 것이다. 공적자금 국정조사 청문회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대한 확인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공적자금이 잘못 운영되면 결국 국민의 혈세로 충당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에 따른 운영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의원들도 청문회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되며, 관련 증인들도 변명으로 일관하지 말고 운영실태를 소상하게 밝혀 더 이상 공적자금의 손실이 없도록 해야 된다.

‘국보법’개정과 자민련

김대중대통령의 국가보안법 개정 천명은 매우 주목된다. 대통령이 직접 개정의사를 밝히기는 처음이다. 우리는 개정의 이유를 언급한데 대해선 길게 말하지 않겠다. 말하기 따라, 듣기에 따라 생각과 해석이 다를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간헐적이었긴 하나 6·15 선언 이전에도 국가보안법과 노동당규약 속에서도 남북왕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음을 상기해두고자 한다. 그러나 외국의 인권문제지적을 이유로 든데는 관점이 크게 다르다. 사상의 자유가 제한된 남북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외국의 시각과는 본질적 토양이 다르다. 또 국내 일각에서 말하는 인권침해요소란 것도 그렇다. 지난 10여년간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인권이 유린된 사례는 없다. 독재정권에 의해 악용된 적이 있었던 먼 과거를 현실과 굳이 결부시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국가보안법개정의 핵심은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느냐 여부에 있다. 공산당의 활동을 제한한 유일한 실정법이 곧 국가보안법이다. 만약에 이를 잘못 개정하면 공산당의 정치활동을 막을 아무 제도적 장치가 없게 된다. 김대통령이 의도하는 개정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가 큰 관심사다. 본란은 국가안보의 방어기능을 해치지 않는 현행 골격유지의 범위내에서 개정하는데는 동의해 왔다. 북한 형법은 국가보안법과 비교가 안될만큼 가혹한 대남 형벌조항이 많고 노동당규약은 여전히 ‘남반부 해방을 혁명과업 완수’로 규정하고 있어도 남북교류의 시의에 맞추어 부분적으로 손질하는 것은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법의 실체를 훼손하거나 형해화하는 개정은 국기를 위협한다.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개정 천명을 자민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이미 반대를 표명한 바가 있다. 자민련도 그랬다. ‘글자 한자 고칠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교섭단체등록을 위해 민주당 국회의원을 네명이나 빌린 마당에 당론을 여전히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또 개각을 앞두고 상당수의 입각을 모색하는터에 독자노선을 과연 지속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국가보안법 개정과 관련한 앞으로의 자민련 입장표명은 독자노선을 거듭 확인한 김종필 명예총재의 말이 실세인지 허세인지를 가름하는 분기점으로 보아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유가 아니고 국기보호다. 환상적 접근이 아닌 실상적 접근이 있어야 하는 것을 정치권에 촉구해둔다.

쓰레기 봉투값

일부 자치단체의 쓰레기 봉투값 인상이 시민단체와 마찰을 빚고 있다. 다툼의 쟁점은 쓰레기 봉투값으로 부담하는 쓰레기 수거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있는 것 같다. 쓰레기처리의 종량제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으로 보아 봉투값 현실화는 타당성이 있다. 종래 봉투값이 수거비의 30%밖에 안될땐 나머지 70%는 일반회계에서 충당했다. 이 경우, 일반회계는 시민의 세부담이므로 종량제는 사실상 30%밖에 실시되지 않았다고 말할수 있다. 그러나 현실화 기준이 수거 인력 및 장비의 운영비를 넘어 처리비용등 모든 경비를 포함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이같은 광의의 쓰레기 봉투값 적용에 대해 환경부지침이 그렇게 돼 있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정말 그런 지침이 있는지, 아니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만약에 그런 지침이 있었다해도 지역주민을 위해 적용을 배제해야 할 자치단체가 ‘얼씨구나’하는 생각으로 앞장서는 것은 유감이다. 쓰레기 매립이나 소각시설등은 도시기반 시설의 일종이다. 도시기반 시설은 자치단체의 의무에 속한다. 이런 도시기반 시설을 하라고 주민들이 세금을 내는터에 처리비용에 포함시켜 이중으로 받는 것은 부당하다. 예를들면 주민등록등·초본 발급수수료같은 것도 수익자부담이다. 이의 수수료 산정에 단순 산출기초를 넘어 행정장비로 당연히 갖춰야 하는 전산시스템 비용까지 분담시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방재정확충방안의 하나로 수익자부담을 현실화하는 추세이긴 하다. 그러나 현실화는 어디까지나 협의의 개념을 기준삼아야 하는 것이 또한 자치단체가 부하받고 있는 조장행정이다. 자치단체마다 쓰레기 봉투값이 들쭉날쭉하여 말이 많곤 하지만 차이가 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자치단체의 방침과 능력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차이점이 있는 것이 관치단체의 천편일률적 행정과 다른 자치행정의 특징이라 할수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는 이제 쓰레기 봉투값의 자체산정기준이 무엇인지를 주민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게 됐다. 생활행정인 자치행정은 투명행정이다. 지역주민들이 잘 납득할 수 없는 쓰레기 봉투값 인상에 수거마저 불편이 많은 청소행정이 되어서는 안된다. /白山

설날 전에 체불임금 청산하라

정부는 경제회생에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제2의 IMF설과 함께 임금이 체불된 사업장에 불어닥치는 찬바람은 매섭기만 하다. 아니 가히 살인적이다. 더구나 민족의 가장 큰 명절가운데 하나인 설을 맞이하는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불안을 더해준다. 노동부가 지난 2일부터 설연휴전까지를 ‘설날 대비 체불임금청산 집중지도기간’으로 정해 한가닥 희망은 있지만 근로자들은 거의가 믿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46개 지방관서에 ‘설날 대비 체불임금 청산대책’을 시달하고 지방관서별로 ‘체불임금 특별기동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발주 공사대금, 물품납품대금 조기지급 등 관계부처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설날대비 체불임금 청산대책으로 근로감독관 1인당 10개 사업장을 체불취약업체로 선정(총 5천개 사업장), 집중점검에 들어갔다고 한다. 현재 가동중인 체불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지원 등을 통해 조속히 청산되도록 지도하고 특히 2개월 이상 장기간 체불된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 각 지사를 통해 1인당 500만원 범위내에서 생계비를 대부한다고 한다. 또 도산한 사업장의 체불임금 청산은 임금채권 보장기금에서 우선 지급하고 올해부터는 최종 3개월간 휴업을 실시한 경우 월 84만원 한도로 휴업수당을 추가해 지급키로 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의 계획대로라면 입에 풀칠은 하겠지만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체불임금은 9백25개 업체 4만8천명분 2천372억원으로 1999년에 비해 사업체수는 감소했으나 근로자 수는 50%가 늘었고 전체금액은 약 두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체불임금의 주요 증가원인은 퇴출기업 및 대우자동차 부도 발생에 따른 체불이 가장 큰 요인이며 10억원 이상 고액 체불업체 18개소의 체불이 전체 체불액의 73.9%에 해당된다고 한다. 여기에 수많은 중소기업체의 체불을 가산하면 더욱 심란해진다. 설날 대비 체불임금 청산대책을 마련한 노동부의 계획에 기대를 걸면서 한가지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검찰 등과 협의하여 체불 후 도주 또는 재산은닉 등 청산의지가 없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엄정조치해 달라는 것이다. 경제난국 속에서나마 잠시라도 따뜻한 설날이 되었으면 불행중 다행이겠다.

웬, 도청사 신축·이전설?

경기도의 도청 이전설이 왜 나왔는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다. 성남·용인시와 화성군등의 도청부지 제공 유치설은 더욱 황당하다. 도청이 반드시 현재의 매산동 청사여야 한다거나 수원에 꼭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말이 공론화하는데는 상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또 공론수렴의 객관적 타당성이 인정돼야 한다. 백성운 행정1부지사의 공연한 ‘신청사부지 공개모집’돌출발언은 이전의 근거, 공론수렴의 객관화가 결여된 독단으로 가히 행정독재다. 우선 현청사가 왜 마땅치 않다는 것인지 도시 이해할 수가 없다. 협소하다는 것으로 들리지만 당치 않다. 기구 및 인력의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하거나 유사기구는 통폐합하고 감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설사, 구조조정이 없었다 해도 협소하다고는 믿을 수 없는터에 청사가 비좁다는 것은 더욱 설득력이 없다. 관공서의 통폐라 할 사무실배치의 과시형이 시정되지 않는한 청사 협소관념에 만족이 있을 수 없다. 과시형 배치보다는 능률위주의 배치가 요구된다. 예컨대 영국은 중앙부처 국장이 평직원들과 책상을 맞대고 일한다. 도청의 공간여유실정은 이보단 훨씬 나은 수준이다. 현 청사의 위치가 교통이 불편하다는 말도 있으나 이 또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 청사이전이 필요하다고 보지도 않거니와 시외이전설은 더욱 해괴하다. 지방정부의 수부는 그 나름대로의 지역정서와 행정문화의 전통이란 것이 있다. 이에 비추어 도청을 다른 시·군으로 옮겨야 할만한 이유가 추호도 있다고 볼순 없다. 이는 고정관념이 아닌 지방문화의 존중이다. 다른 시·군에서 땅을 거저 준다니까 그냥 주는 땅으로 도 청사를 지어 옮기겠다는 단순발상은 심히 위험하다. 청사 신축은 부지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수천억원대의 막대한 건축비가 소요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나타난 자치단체의 폐습으로 허세에 찬 과다규모의 청사 신축이 감사원 감사에 의해 지적된 일이 있다. 경기도가 뒤늦게 이같은 어리석음을 저지르고자 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도는 수조원의 빚이 있는 것으로 안다. 또 민생이 어렵다. 이 마당에 부질없는 청사신축, 시외이전을 말하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지금은 그런 사치스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마땅히 백지화해야 하는 것이다.

돈때문에 생매장이라니…

참으로 끔찍스럽고 소름끼치는 일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는지 이토록 황폐해진 우리 사회의 윤리의식이 비탄스럽다. 한 동네 후배를 돈때문에 야산에 생매장한 살인사건은 인간이 얼마나 흉악무도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사건으로 인간심성 자체의 잔혹성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살려달라고 울며 몸부림치는 사람을 산채로 묻어버린 포악스럽고 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범행수법은 인간성을 상실한 인면수심의 극단적 상황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아무 원한관계도 없이 경마·카드도박 등으로 재산을 탕진한 30대 3명이 평소 돈자랑을 해온 후배를 유인, 현금 100만원과 신용카드·승용차 등을 빼앗은 후 범행이 들통날까봐 그를 생매장한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인명경시풍조와 극단적인 이기주의, 그리고 황금만능적 사회병리 현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야만적인 범인들이 치가 떨리게 가증스럽기만 하다. 열심히 노력하고 땀흘려 일하기보다 한탕해서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젊은 세대의 비뚤어진 가치관이 빚어낸 범행이 두렵기도 하다. 우리가 이 사건을 보면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 연말 치안당국의 특별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경찰이 강력한 방범활동을 펴고 있었던 12월 20일 저질러졌다는 점이다. 범인들은 처음 생매장한 시흥의 야산 매장지점이 노출될까 두려워 며칠후 사체를 파내 안양의 야산으로 옮겨 다시 매장했다. 연말연시의 삼엄한 경계망속에서 어떻게 그토록 흉악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우리의 치안상태와 범인들의 대담성에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도덕률이나 고귀한 인명을 철저히 외면한 흉악스런 살인범을 방치함으로써 무고한 시민이 더 이상 희생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도박으로 탕진한 가산을 메우고 노름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선량한 시민을 아무 거리낌없이 생매장하는 위험한 사고(思考)와 도착된 가치관을 이 사회에서 추방하고 치유해야만 한다. 우리 사회가 엽기적 살인범과 같은 강력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흉악스런 그 범죄의 공포로부터 헤어나지 못한 채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흉악범을 중형으로 다스리는 형사적 처방과 함께 사회전체의 도덕수준을 높이기 위한 사회정책적 치유방법이 동시에 행해져야 할 것이다.

언론개혁에 대한 견해

언론개혁을 언급한 김대중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 모두발언은 관심을 끈다. 공정보도와 책임있는 비판을 강조하였다. 동의한다. 이를 부정하는 언론은 언론일수가 없다.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공중이 있다’고 하였다. 인정한다. 시장을 무시하는 난립이 작금의 현상이다. 난립은 단순한 숫적 관념이 아니다. 책임의 수반을 의미한다. 이 폐해로 인하여 정상운영이 변칙운영보다 경영이 어려운 기현상을 빚고 있다. 광의로 해석하여 그도 언론이라면 언론계 내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이의 책임이 정부 또한 없다 할수 없다. 등록을 접수한 것이 정부란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간 신문사로 보기엔 객관적 의문이 짙은 시설미비, 언론환경미비에도 불구하고 간판을 달게 하였다. 법률보완을 외면, 언론 자유를 빙자한 무책임한 언론사의 양산은 언론을 매도 대상으로 삼기 위한 물타기로 의심할 지경이었다. 이밖에 일부 거대자본에 의한 무차별 공략, 고급두뇌 상품이라 할 신문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경품판매, 무너발식운영 등은 내재적 폐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에 맡겨야 할 언론사 자체의 현안이다. 당장 시급한 언론개혁은 언론사 품질제고에 촛점이 모아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언론간섭을 위한 언론개혁은 민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이점에서 ‘김대통령과 집권층을 비판해온 것이 언론개혁과 관련한 정권 핵심의 인식’으로 보는 일부의 관점은 매우 우려할만 하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추호라도 그런 의도가 있다면 언론개혁이 아니고 탄압이다. 정작 시장에서 거부하는 언론사는 정부에 듣기 좋은 소리만 하기 때문에 놔두고 시장에서 인정하는 언론사는 듣기 싫은 소리를 하기 때문에 개혁의 미명으로 손보겠다는 생각을 행여 갖는다면 과거의 신군부와 다를바가 없다. 물론 그처럼 우매할 것으로는 믿지 않으나 책임있는 비판, 책임없는 비판의 정부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언론자유는 새삼 현 정부에 의해 보장된 것이 아니고 김영삼정부때부터 있어온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야당을 할적엔 쓴소리가 단소리로 들리고 집권하곤 쓴소리가 무책임한 비판으로 들릴 것으로는 믿고 싶지 않다. 그리고 만약 언론개혁을 지배구조 측면으로 말하면 정부가 소유한 주식부터 내놓고 말해야 한다. 정부의 향후 대응을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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