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린 폭설로 인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각종 사고 중 농촌의 피해가 너무 극심하다. 경기도의 경우 수도권 채소공급지인 남양주, 하남, 용인, 평택지역 등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이번 폭설로 도내에는 채소재배시설, 인삼차광시설, 축사, 양어장 하우스 시설 등 모두 1천 278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현행 법규상 피해농가에는 국비 241억원, 도·시·군비 13억원 등 모두 254억원밖에 지원하지 못해 나머지 1천 24억원은 농가에서 부담해야할 딱한 형편이다. 피해농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이처럼 턱없이 부족하자 아예 피해 복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군다나 축산자동시설, 과수농가 방조망 시설 등 고가의 시설·장비 등도 16억5천400만원 상당의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허가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하니 설상가상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도내 축산·과수 등 100여 농가들은 주택의 경우 무허가 주택을 적법하게 복구할 때에는 보상금을 지원하고 있으면서 축사나 과수농가의 방조망 시설은 보상이 전혀 안되는 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해구호 및 재해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상 무허가 시설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가들은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고 이번에 또 설해를 당한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다. 경기도 당국은 시·군 공무원들은 물론 군부대·유관기관과 연계, 복구작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손돕기의 복구작업 지원도 좋지만 특별예산을 들여서라도 먼저 보상지원비를 현재보다 대폭 상향조정해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특히 축산·과수농가의 미허가 대상 시설은 중앙정부에 하루 빨리 보상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농민들은 그렇지 않아도 수입 농산물 범람에다 경기침체, 수요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함은 물론 앞으로 또 있을 강설피해 재발방지책 등 범정부차원의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복구 지원대책을 마련, 시행하기 바란다.
최근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지고 있는 선심행정은 무심히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다. 대학입시 특차 합격자들에게 축하카드를 보내고 연말에 관내 교회에 일일이 케익을 보내는가 하면 지역축제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푸짐하게 잔치판을 벌이는 등 단체장들의 선심행사가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단체장들이 시·군 소식지와 공무원을 동원한 업적 및 치적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이같은 단체장들의 생색내기와 업적자랑 홍보책자 발행에 수천만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의 경제상황은 아랑곳 하지 않는 혈세낭비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민선시대에 단체장들이 주민들을 접촉하고 위로하며 행정홍보를 하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같은 생색내기 행사와 업적과시 책자 발행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전에는 후보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규제를 받기 때문에 내년 6월 선거를 치를 현 단체장들은 사실상 내년초부터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요즘 기승을 부리는 단체장들의 선심행정은 이같은 제한을 받기 전에 ‘기득권’을 통해 선거운동을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이같은 단체장들의 사전선거운동심리가 선심행정으로 끝나지 않고 행정공백은 물론 주민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벌써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 행사에 실·국·과장이 따라 다니느라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단속행정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경기도 선관위가 지난해 기초단체장들의 금품제공과 홍보물 발행 배포 등 23건의 사전선거운동을 적발한 예를 보아도 잘 알수 있다. 지금 국정난맥이 위험수위에 달했다는 우려가 높고 지방경제가 신음하고 있는데 일선 행정을 맡은 단체장들마저 차기선거에 마음이 쏠려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아직도 1년6개월이나 남은 선거를 위해 단체장들이 선심쓰기와 업적과시로 사회분위기를 망가뜨리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단체장들은 민선 지자체장답게 자세를 가다듬고 민생챙기기에 전념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관위와 사정기관들도 불법사례가 더 늘기 전에 감시와 단속활동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어떤 자료에 따르면 고객을 잃는 이유는 ‘사망 1%, 이동 3%, 변화 5%, 경쟁 9%, 제품 14%, 태도 68%’라고 한다. 나의 태도 하나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고 고객은 나 한 사람을 보고 기업 또는 그 조직의 전체 이미지를 그려 낸다. 그래서 모든 기업이나 민선이후 지방 정부들이 직원들에게 ‘친절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반동안 기자가 느낀 것은 ‘경찰 공무원은 매우 친절해졌는데 고양시 공무원들은 그 반대’라는 생각이다. 10여일 전, 고양시가 홍보자료 1장을 기자실에 배포했다. 내용은 좋은데 설명이 부족해 말미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했다. 담당 공무원에게 이것 저것 물었으나 대답을 제대로 못하더니 새마을지회 소관이니 그곳으로 전화하라며 끊으려 했다. 한가지만 더 묻겠다고 말했더니 그 여직원은 수화기를 내려 놓으며 신경질적으로 “되게 성가시게 구네”라고 했다. 16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담당 공무원이 편리하도록 알고 싶은 점(복지관의 법인 전입금 규모 등)을 백지에 적어 전달했으나 4일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어 찾아갔더니 대뜸 “왜 이걸 알려고 하죠?”라고 물었다. 그 공무원과 대화를 하면서 기자가 불쾌했던 것은 자료를 못주겠다고 해서가 아니라 그의 반발섞인 말과 건방져 보이는 태도 때문이었다. “전화번호를 남겼는데 왜 이제야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하느냐”고 따지자,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먼저 전화했으면 됐잖아요.” 지난해 10월말에는 일산구청 공무원에게 큰소리 쳤다가 트집이 잡혀 경찰에 고발된 환갑이 훨씬 넘은 시골 노인도 있었다. 선진국의 특징은 질서와 친절이라고 한다. /고양=한상봉기자<제2사회부> sbhan@kgib.co.kr
2월초 수원시향에 부임예정인 신임 상임지휘자는 7천만원이 넘는 연봉과 1년에 15회 정도의 지휘가 계약조건이다. 여기다 대학교수직도 겸임한다. KBS교향악단과 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의 경우는 3년 계약에 정기연주·지방·공중파방송 연주를 통틀어 1년에 20여회 공연을 한다. 연봉은 7,8천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경기도립예술단 예술감독들은 정기·지방순회공연·도행사 등 연중 60회 내지 70회의 공연을 한다. 지난 한해 4개 도립예술단은 당초 계획이었던 174회를 초과한 258회를 기록, 148%의 놀라운 공연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타 자치단체의 3∼4배가 넘는 횟수다. 현 도립무용단과 국악단, 팝스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예술감독들은 모두 경기도 출신에다 중앙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실력파들로 그동안 경기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열심히 도립예술단을 이끌어 왔다. 이들은 수원시향이나 KBS의 절반밖에 안되는 연봉과 겸직금지, 3∼4배 많은 공연 등 열악한 환경에서 예술활동을 펼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연초 감독의 계약기간을 갑작스럽게 2년에서 1년으로 줄여 황당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것인가, 배신감마저 느꼈다. 도립예술단 설치 및 운영조례에 의하면 예술감독의 임기는 분명히 2년으로 되어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조례’운운하는 행정가들이 조례에도 어긋날 뿐더러 합당한 이유없이 주먹구구식으로 1년으로 줄인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도문예회관측은 1년 계약이 ‘도의 방침’이라며 동의를 거부한 감독들을 설득하기에 이르렀고, 회관관장 등은 어느 감독의 집까지 찾아가 1년 재계약을 종용해 팝스와 무용단 감독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계약서에 날인을 했다. 무용단 감독은 ‘사정해서 계약서에 도장은 찍었지만 더이상 예술활동을 할 수가 없어 사표를 낼 것’이라고 짐을 싸 떠났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예술단원이며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예술감독의 임기를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도의 방침이라며 1년으로 줄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여기에 부응해 감독들을 쫓아다니며 도장을 받으려는 문예회관 관장의 행태에 더욱 화가 난다”고 비난했다. “진정 문화예술을 아끼는 관장이라면 예술감독의 대변자로서 도지사라도 찾아가 지사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을 관장이 확실히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복기자 mercury@kgib.co.kr
우리나라는 청소년 기준 연령도 제대로 못 정하는 딱한 국가다. 지난 해 2월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청소년보호연령을 ‘만 19세 미만’에서 ‘연 나이 19세 미만’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 (2001년)에서 출생연도를 뺀 숫자이다. 그러니까 생년월일이 1982년 7월1일인 사람은 2001년에 연 나이로 19세가 됐지만 만 나이로는 7월1일이 지나야만 19세가 되는 것이다. 청소년보호위 개정안대로 법이 바뀌면 1982년생 모두가 태어난 달에 관계없이 ‘19세’를 인정받아 성인이 된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각종 문화관련 법안의 개정을 준비하던 정부규제개혁위원회가 애매한 보도자료를 냈었다. 현행 영화진흥법, 공연법,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등 3개 문화관련법은 청소년보호법과 달리 ‘만 18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규정했다. 규제개혁위는 “문화관련법 연령규정을 청소년 보호법처럼 ‘19세’ 바꾸겠다”고 밝힌 것이다. 규제개혁위는 이 19세가 ‘만 19세’인지 ‘연 19세’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혼란은 올해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가중됐다. 규제개혁위가 당초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던 ‘19세’개념을 ‘연 나이 19세’로 바꾸어 제안하긴 했으나 국회 문광위 소위가 지난 5일 “대학 1학년생 중 연 19세가 안되는 사람도 많으므로 잘못하면 이들에게 문화 접촉의 기회를 박탈할 위험이 있다”며 정부안을 거절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행 ‘만 18세’규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만 19세’를 기준으로 청소년음주를 단속하고, 청소년보호위는 ‘연 19세’로 보호법 개정을 마련했으며, 국회는 ‘영화나 음반에 대해선만은 ‘만 18세’가 청소년 기준’ 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주며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하기 위해 지정된 ‘성년의 날’은 그해에 만 20세가 되는 사람을 위한 행사이다. 국어사전에는 ‘성년’을 “신체나 지능이 완전히 발달되어 완전한 행위능력이 있다고 간주되는 나이·만 20세이상·성인(成人)”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여야가 당리당략상 투쟁하는 것도 아니고 정부·여당이 규정하는 청소년 기준 연령 하나 통일안되는 판국이니 국론이 어떻게 일치되겠는가.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닌 청소년 연령 규정을 놓고 이렇게 각 부처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게 한심스럽다. /淸河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하고 있어 우리 나라는 물론 각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해외여행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지난 5월에 이어 불과 8개월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예상치 않았던 일이기에 우리로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설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진 중국방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미를 되짚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첫째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는 비교적 북한에 대하여 유화적 태도를 취하여 왔으며, 양국간의 관계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하여 강경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의 대미관계에 있어 상당한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중국 정부도 전통적으로 보수주의적 색채를 가지고 사회주의 정권에 대하여 강경책을 사용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출범에 불안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 방문에서 북한과 중국은 부시 행정부의 공식 출범에 따라 예상되는 정책변화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상호 인식의 공유와 대처방안의 조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상하이 등 대표적인 개방도시를 시찰함으로써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노동신문을 통하여 신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 지도자들의 사고방식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방문을 통하여 북한지도자에 대하여 개혁과 개방의 필요성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이러한 이미지가 미국은 물론 앞으로 있을 서울 답방에서 투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금년 봄으로 예상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남북한 관계 개선에 새로운 전기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답방의 사전 포석으로 이번 중국 방문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 예견된다. 남북한 관계가 남북한 당사자만이 아닌 미국과 중국이라는 2대 강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을 겨냥한 대중국 외교를 펼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우리는 특히 주목해야 될 것이다.
대우자동차가 구조조정안에 대한 노조의 반발 파업으로 파국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채권단이 자구계획이 불투명한 대우차에 대해 자금지원을 유보해 그동안 협력업체 18개사가 부도를 냈고 일부 협력사의 부품공급중단으로 부평공장이 세차례나 가동을 중단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오던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노사가 이판새판으로 살길을 외면하고 벼랑끝으로 달려가는 형국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진퇴직자 1천100명과 희망퇴직 신청자 1천600명 등 2천700명 외에 2천794명을 추가 감축해야 한다는 사측의 구조조정안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노조입장에서 조합원들을 무더기 해고하겠다는 사측 방침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우차는 지금 1월말까지의 정밀실사결과를 토대로 한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여부결정을 기다리는 처지로 명분에 집착하기 힘든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대우차는 18조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으며 협력업체들이 이달 중 결제해야 할 어음도 2천600여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법정관리 신청을 낸 이후 국내외 판매량과 공장가동률도 급감, 영업이익은 커녕 손실만 커지고 있다. 여기에 법정관리 개시 결정에 핵심요소인 구조조정 등 자구계획 제시 시한에 쫓긴 사측이 노동부 사무소에 인원정리 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을 것이다. 노사합의로 인원감축을 협의키 위해 구성된 경영혁신위가 6차례나 열리는 동안 번번이 노조가 자체안을 내놓지 않아 제대로 논의조차 못한 것은 노조의 책임이 크다. 노조는 인원감축없이 독자생존을 주장하지만 이는 채권의 출자전환과 부채탕감·공적자금 투입을 수반함으로써 결국 부실한 대우차를 국민부담으로 떠넘기겠다는 발상에 불과하다. 무리한 차입경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을 연명시키다가 IMF 사태를 초래한 전철을 다시 밟을 수는 없다. 적자가 누적되고 노조반발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며, 툭하면 파업하는 회사는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 해외매각 차질은 물론 법정관리가 최종적으로 결정날지도 불투명하다. 노조는 조합원을 보호하려고 택한 파업이 결국 자해행위가 될 것임을 유념하고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연말 제출한 노조의 쟁의행위 조정신청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이유없다며 반려돼 이번 파업은 불법파업인 것이다. 노조는 극단적 행동이 파멸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제하고 이제라도 사측과 진지한 대화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야구 심판 얘기를 다시 해야겠다. 주심의 오심을 전제해두고 하는 경기가 야구다. 프로든 아마든 다 같다. 주심이 보는 스트라이크존은 심판마다 각기 다르다. 투수의 투구는 시속 120㎞ 이상이다. 이를 스트라이크나 볼로 보는 순간의 판단도 어렵지만 다이아몬드 표지판을 기준으로 판별하는 공간의 차이 또한 주심의 시각에 따라 다르다. 높은 공, 또는 낮은 공을 좋아하는가 하면 안쪽, 바깥쪽을 보는 각도 역시 차이가 있다. 대개 야구공 반만의 차이는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니까 주심의 심판엔 야구공 반만한 오심은 있는 것으로 치고 경기를 치른다. 세상에 이처럼 불공정한 경기가 어디에 있겠나 싶지만 공정한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주심마다의 오심을 모든 선수들에게 차별없이 똑같이 적용하기 때문에 비록 오심이라도 경기는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상대 선수에 따라 누구에겐 이렇게 또 누구에겐 저렇게 적용하거나 상대 팀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적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인이 된 김동엽씨는 프로야구 청룡팀 감독시절 “야구는 이래서 신용을 담보로 한 가장 신사적인 운동”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야구의 이런 오묘함은 사회의 일상생활에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사회생활은 경우란 것이 있다. 경우의 가치기준을 상대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해서는 공평하다 할수 없다. 법과 원칙도 사람을 봐가며 적용을 달리해서는 역시 공평치 못하다. 비록 잘못된 법이나 잘못된 적용일지라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하면 공평하다. 그러나 좋은 법, 잘된 적용일지라도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서는 공평치 못하다. 법의 위엄이 많이 떨어진다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간다. 이는 법 자체의 잘못이 아니다. 법을 적용하는 이들의 잘못이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제 좋을대로 법과 원칙을 갖다대는 신뢰의 상실이 법과 원칙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이처럼 사회규범에 혼란이 오면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 가치관의 혼돈 때문이다. 법은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것이 아니다. 법 운용을 자의적으로 하면 언젠가는 그 또한 자의적 운용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한다. ‘형명(법)의 적용은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막힘이 없고 유연해야 한다’고 했다. 한비자의 말이다. /白山
경기도내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동사무소의 ‘주민자치센터’시책이 유명무실화되고 있음은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형식으로 바뀌면서 그동안 동사무소에서 처리하던 많은 업무가 시·군으로 이관돼 주민들이 헛걸음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일선 지자체들이 주민들에게 문화 및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동사무소를 자치센터로 전환하면서 동사무소 업무를 대폭 시·군·구로 이관하고 각종 문화강좌, 인터넷, 놀이방, 독서실, 주민대화방 등을 꾸며 운영하고 있으나 홍보가 제대로 안돼 1억원 안팎의 예산을 들인 주민의 생활공간이 속빈 강정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2월 정부의 동사무소 기능전환 확대실시 방침에 따라 도비와 시비 등 19억3천여만원을 들여 수정·중원·분당 등 3개 구청 산하 44개 동사무소를 ‘문화의 집’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역주민의 생활수준이나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채 단순 놀이나 취미활동을 위한 획일적이고 형식적인 운영으로 일관, 주민욕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문제이다. 무료탁아소나 놀이방, 청소년 공부방 등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공간은 거의 없고 스포츠댄스, 헬스, 노래교실 등 여가선용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고양시도 지난해 25억원을 들여 관내 35개 동사무소에 설치한 주민자치센터가 이용자가 거의 없는 등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이 시급하다. 각 동별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2명에 불과하다는 자체조사결과를 보면 주민 1천명당 1명만이 이용하는 셈이니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투입, 개소한 풍산동 ‘풍산 문화의 집’과 송포동의 ‘송포 문화센터’, 송산동의 ‘송산동민의 집’ 등은 최근 3개월동안 하루 평균 단 2명만이 이용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성남, 고양 뿐만이 아니라 많은 시·군의 주민자치센터가 이처럼 유명무실한 이유를 홍보부족, 운영미숙 등으로 인한 초기 현상으로만 보기에는 지자체의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특히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바뀌면서 직원수가 줄어 들어 업무수행이 어려운 것도 문제점이다. 앞으로 주민자치센터는 문화복지공간 제공도 중요하지만 민원해결을 위주로 한 소외계층 주민 생활수준 향상에 더욱 주력하기를 바란다.
수원시의 쓰레기봉투값 및 음식물쓰레기 처리비 대폭인상에 대한 타당성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수원시가 지난해 10월 쓰레기봉투가격을 한꺼번에 117% 올린데 이어 또 오는 2월부터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100%이상 인상키로 했으나 인상 근거로 제시한 내용들의 불합리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원시는 쓰레기봉투값을 117% 인상하면서 그 근거로 가로환경미화원 인건비를 비롯 용역업체의 아파트 쓰레기 수거비·소각장 운영비·음식물 퇴비화 시설비 등을 제시, 쓰레기봉투값 인상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리비용 중 100억원이나 되는 환경미화원의 인건비는 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 처리보다 가로청소와 미화작업에 지출되는 비용으로 이를 쓰레기봉투값 산정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또 음식물쓰레기 처리비를 따로 징수하면서 일반 쓰레기봉투값에 음식물 퇴비화시설건설비 및 운영비 등을 포함시킨 것은 시민들에게 처리비용을 2중부담시킨 꼴이다. 뿐만 아니라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산정할 때 용역업체의 경영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않은 채 다만 일반주택의 음식물쓰레기봉투값 인상분을 그대로 적용해 업자 봐주기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발생량에 따라 부과하지 않고 아파트 평수에 따라 차등부과하는 것은 쓰레기종량제 기본취지를 벗어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수원시는 수익자 부담원칙과 쓰레기봉투값 현실화를 위해 대폭 인상케 됐다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는 이는 올 물가상승률을 3∼3.5%로 설정한 정부의 물가정책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한 지역의 공공요금 인상은 다른 지역으로 파급될 뿐 아니라 다른 재화 및 서비스상품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공공요금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 더군다나 가격인상에 비합리적 요소가 많다면 이는 즉시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서민을 위한 서비스가 거꾸로 서민을 우롱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수원시 당국은 쓰레기봉투값 및 공동주택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의 재조정작업을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 재조정작업은 수원시가 임의로 임명한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주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는 것도 공정성확보의 한 방법이 될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