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른 1·29보각은 두가지를 생각케 한다. 첫째, 정부조직의 비대화는 개혁에 역행한다는 사실이다. 17부2처에서 18부4처로 확대됐다. 국무위원도 19명으로 늘면서 부총리가 또다시 2명이나 된다. 국무위원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부처 감축인력은 2만1천350여명이라지만 정년 또는 명예퇴직등 자연감소가 태반이다. 퇴출인력도 타 부처 또는 산하기관으로 옮기거나 국가직을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겉치레 구조조정을 일삼았다. 청와대 비서실 인력도 늘렸다. 김대중대통령이 취임초 강조한 ‘작은 정부’의 구호가 그야말로 공허한 구호로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기업 구조조정 역시 지지부진하다. 방만한 예산운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제일 먼저 해야할 터인데도 어떻게 된판인지 거의 무풍지대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하여도 공기업 자리를 정권쟁취의 전리품삼아 낙하산인사로 임명한 비전문가 일색의 정치꾼 임원들을 퇴출시킬지는 막상 의문이다. 정부부터가 이러면서 지방공무원의 구조조정을 다그치는 것은 난센스다. 또 금융, 기업, 노동분야의 구조조정에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개혁에 가장 앞서야 할 정부가 개혁성을 위배하는 것은 개혁의 구심이 되는 신뢰성 상실을 의미한다. 둘째, 두 부총리의 기용이다. 진념 재경부장관겸 부총리가 신임포부로 ‘미래지향의 개혁’을 강조하였지만 그는 이미 능력의 한계가 검증된 사람이다. 대통령의 말엔 ‘아니다’란 말을 못해 신임을 받고 있을지 몰라도 공적자금 과다투입에 책임을 모면키 어렵다. 암울한 민생경제를 무작정 낙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점이다. 무엇보다 오늘의 경제난국에 언제나 조금도 미안한 표정을 지을줄 모르는 그의 논리는 책임의식의 실종이다. 한완상 교육인적자원부장관겸 부총리를 개혁성 인물로 보는 것은 진보적 관점이다. 교육분야의 개혁에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명칭을 바꾼 것도 이상하지만 현정권들어 벌써 다섯번째 장관이 되는 한장관겸 부총리가 난마처럼 얽힌 교육문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있을지는 역시 의문이다. 신설된 여성부에 한명숙장관이 임명됐지만 나라안팎으로 전례없는 여성부부처가 여성복지를 위해 과연 무엇을 얼마나 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경기도청 이전 문제를 거듭 언급하는 것은 이에대한 항설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인근 시·군에서는 땅을 무상제공하겠다며 도청 유치에 나서는 판에 수원시는 팔짱만 끼고 있다’ ‘수원시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경기도가 요구한 이의동부지를 거부한다’ ‘경기도가 수원시에서 이미 사업을 추진한 이의동 컨벤션센터 부지를 도청부지로 요구해 마찰을 빚는다’는 등 갖가지 말이 많다. 본란은 도청이전에 대해 부정적 고정관념을 배제하면서 지금은 이전 시기가 아님을 강조하였고 이같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시내 이전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고 기왕이면 여러기관이 함께 있는 행정타운 조성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도청 이전 부지를 결정해도 약 10년은 지나야 신축이 가능하고 다른 기관 역시 당장은 이전계획이 없어도 장차 시세변화에 따라 외곽지 이전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도와 수원시의 협력관계에 있다. 이전 후보지로 말하면 컨벤션센터 부지가 제격이다. 또 대규모 국제회의장 등을 갖추는 컨벤션센터가 수원시 재정에 과연 도움이 될것이냐 하는데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도청이전과 연계 지을수 없는 별개의 사안이다. 아파트건립 또한 이미 시내 도처에 임립한 아파트숲으로 인해 재정수입보단 행정수요가 늘어난 상태에서 청정의 이의동 땅마저 아파트로 훼손하는 것은 불가하다. 확인된바에 의하면 항설은 대부분 낭설인듯 싶다. 수원시가 아직은 아파트를 세울 계획을 갖지도 않았고 도청 이전문제에 팔짱만 끼고 있는 것도 아니며, 도가 굳이 컨벤션센터부지를 요청했거나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도청부지와 행정타운 유보지등을 내용으로 하는 제1안과 제2안의 복안을 수원시는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1·2안이 사실이라면 조정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를 경기도가 인지 못했거나 인지했어도 내용이 미비하다고 여긴지 어쩐지는 알수 없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협의는 능히 가능하다. 지역정서와 지방문화에 위배되는 도청 시외이전은 일대혼란을 일으키는 역리로 예상조차 불허한다. 따라서 도시계획시설로 도청의 신부지를 확보해두는 것은 수부도시인 수원시의 책임에 속한다. 경직성보다는 매끄러운 대처가 요구된다. 경기도와 수원시가 순리에 따라 좀더 긴밀한 협의를 가져야 하는 것은 다같은 지역사회의 일이기 때문이다. 더는 잡음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따라 집권여당이 국회등원을 거부하기도 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식 정치구조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무척 중요하다. 때에 따라선 대통령의 말이 법에 우선하기도 한다. 지난해 4·13 총선시 있었던 이른바 낙선운동에 대한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은 대통령의 공연한 선거법 불복종발언이 빚은 결과다. 목적보다 방법을 중요시하는 것이 민주주의 덕목이다. 목적을 빙자한 실정법 위반을 예사로 여기는 정치운동은 민주주의의 미숙이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여도 실정법 위반행위가 처벌대상에서 제척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내용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민정서를 무시한다는 총선연대측 이의는 어떤 국민정서를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비록 낙선운동에 참여한 국민이 적잖았다해도 말없이 거부한 국민은 훨씬 더 많았다. 참정권 제한이라는 말도 의문이다. 법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행사되는 참정권이 법률을 위반하면서 주장될 수는 없다. 낙선운동이라는 것을 과연 참정권으로 볼수 있느냐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또 낙선운동 당시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냐는 의혹이 있었는가 하면 일반 시민운동으로 보는 두 시각이 병존한 것도 사실이었다. 설사, 낙선운동금지가 참정권을 제한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하여도 헌법재판소 결정에 맡길 일이지 현행법 무시가 능사일수는 없다. 모든 법률은 기속력을 갖는다. 복종할 법과 불복종할 법이 따로 구분될 수 없다. 선거법 불복종은 법치주의에 위배된다. 이같은 일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김대중대통령에 의해 비롯된 것은 나라를 위해 심히 유감이다. 법의 불복종을 한번 말하고나면 법의 준수를 아무리 강조해도 권위가 서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노동운동에서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늘어난게, 또 사회일각의 법경시풍조 만연이 선거법 불복종파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판단이 있다. 어떻든 울산에서 있었던 낙선운동관계자 2명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확정판결은 앞으로 지대한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불복종 실언은 벌써 10개월전의 일이다. 이미 오래됐지만 그 파장은 그침이 없어 앞으로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대통령의 말은 이래서 신중이 요한다.
경의선 복원공사가 진행중인 민통선 군사보호구역 내 비무장지대(DMZ)는 문화유적들이 산재한 역사의 보고(寶庫)이다. 반세기동안 남북왕래를 가로 막은 국토분단의 현장이지만 일반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문화재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학술조사 등을 통해 파악된 파주시·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인천시 강화군 일대 등의 문화재는 모두 70여 곳이며 이 가운데 비무장지대 내에 있는 유적은 3곳이라고 한다. 임진강과 한탄강 수계에 위치한 연천군과 파주시의 경우 구석기 유적 외에도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전이 치열했던 지역이어서 강안(江岸)을 중심으로 삼국시대의 유적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귀족무덤으로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연대가 알려진 파주 장단지역의 ‘서곡리 벽화고분’과 고구려시대의 무덤으로 남한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돌무지 무덤인 연천군 중면의 ‘삼곶리 적석총’ 등이 있다. 또 민통선지역인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에서는 전곡리 구석기 유적지와 연대가 비슷한 구석기 유물들이 발굴돼 조사중이며 임진강 주변에는 삼국시대 산성들이 널려 있고 강화도 북방지역에는 ‘돈대’와 ‘연미정’이 있다. 비무장지대의 문화재 가운데 최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후삼국시대 마진국의 궁예가 도읍을 철원으로 옮길 때 세운 궁예도성으로 실제로 일부 성곽과 궁전터가 현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아니라 고려 태조 왕건이 고려 건국 후 개경으로 천도하면서 자신이 살던 집터에 지었다는 ‘철원향교’와 ‘포충사’ ‘심원사’등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유적들이 골고루 분포돼 있는 민통선지역에 있는 문화재를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파주시, 연천군, 강화군과 철원군 등이 보호대책 수립 및 조사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문화재청과 학계는 민통선내 문화유적 남북공동발굴조사단을 하루 빨리 구성, 동참하여 경의선 복원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화유산 훼손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능서불택지필’(能書不擇紙筆)이라고 했다. 글씨 잘 쓰는 사람은 종이나 붓타박을 않는다는 뜻이다. 서양속담에도 ‘서투른 목수가 연장만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당나라의 명필가로 저수량, 우세남, 구양순이 있었다. 어느날 저수량이 우세남을 찾아가 자신과 구양순을 비교해 물었다. 우세남은 “그대와 나는 붓과 종이를 가려서 글씨를 쓰지만 구양순은 붓과 종이를 가리지 않고 글씨를 쓰니 어찌 그와 비유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우세남은 자신을 아는 사람이었고 저수량은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개헌론이 모락모락 연기를 피운다. 김중권민주당대표에 이어 한화갑최고위원이 대통령 4년 중임제, 정부통령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4년 중임제도 해봤고 정부통령제도 이미 해봤다. 4년 중임은 촉박하게 겹치는 대통령선거가 미국 정치토양과 다름으로써 빚는 지나친 폐단으로 인해 1980년 10월 7차 개헌에 의해 5년 단임제가 됐다. 이승만, 박정희대통령의 3선 개헌 장기집권에 질려 단임제를 채택한 면도 없지 않다. 이 헌법에 의해 전두환정권의 5공이 생겼고 6공은 1987년 10월 직선제를 골자로 한 8차 개헌에 의해 노태우정권부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른다. 부통령은 이시영 초대부통령이 ‘하는 일 없이 국록만 축낸다’는 뜻으로 ‘시위소찬(尸位素餐)의 자리’란 유명한 말을 남기고 자진 사퇴했다. 이승만대통령시절엔 야당출신의 장면부통령이 고령의 이승만 유고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것이 두려워 장부통령의 권총암살을 기도, 손바닥을 관통시키는 부상을 입혔다. 이밖에 4·19 의거후 제2공화국시절에는 참의원(상원), 민의원(하원)의 국회 양원제도 해보았다. 현행 5년 단임제, 부통령제 배제가 절대적으로 좋은 정치 제도라고는 물론 말할순 없다. 그러나 어떤 정치제도든 장·단점이란게 다 있다. 요체는 운용의 묘에 있다. 여권의 개헌론배경이 상대적 장기집권(5년 단임보단 8년 중임), 그리고 정부통령후보의 지역안배로 지역감정에 의한 득표공작에 있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맞다면 동기부터가 순수치 않다. 개선 명분으로 단임제가 조기 레임덕을 말하는 것은 한낱 구실에 불과하다.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글씨를 잘 쓰는 선비가 붓타박을 않는 것처럼 헌법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민생이 도탄인 지경에 개헌을 입에 담을 때가 아니다. 지필묵을 가리는 저수량처럼 자신을 모르는 위인들이다. /白山
지난 1월 5일 해촉통지를 받은 전 도립극단 예술감독 주요철씨는 최근 경기도문화예술회관장과 경기도지사 앞으로 해촉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보냈다. 주씨는 한동안 어수선했던 도립극단을 맡으면서 지난 3년 동안 ‘불의 나라’ ‘영원한 제국’ ‘정조 1796’등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으며 나름대로 성실히 도립극단을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았다. 주씨는 올 1월1일 새벽 1시까지 임진각에서 열린 ‘평화의 종 타종식’에 참여할 때까지만 해도 해촉에 대해 아무런 소식을 듣지못했고, 그래서 재임용이 되는가 생각하다가 지난 5일 갑작스레 해촉(재위촉 중지)통지를 받았다. 도립예술단 예술감독은 도지사가 임명하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계약이 만료된 감독의 임명은 도지사의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재위촉 여부는 임기 말일 전에 명분있는 이유와 함께 당사자에게 전달돼야 한다는 견해다. 하지만 주씨의 경우는 임기가 지난 후에 특별한 사유를 듣지못한채 물러나야 했다. 이에 도문예회관장은 ‘도의 방침’이라며 정작 자신은 재위촉 임명에 결격사유가 없다는 기안을 올렸는데 도에서 해촉을 해 본인도 분명한 사유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와는 달리 도문화정책과에서는 문예회관에서 해촉관련 문건을 받아 이를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반대되는 주장을 펴고있다. 주씨는 이의신청서에서 “뚜렸한 사유도 없는 상태에서 물러나와 여러가지 유언비어 때문에 마음의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히면서, “다시 감독직을 맡고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그동안 열과 성을 다했는데 한 예술가를 이런 식으로 푸대접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이에 국립극단, 인천시립극단 등 전국 13개 국공립극단 협의체인 한국공립극단협의회는 ‘예술단체장 교체에 따른 협의회 의견’이란 문건에서 외부의 갖가지 추측성 루머에 명예가 실추된 주씨에게 합당한 해촉사유를 제시할 것을 회관장과 도지사 앞으로 보냈다. 또한 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27일 이사회에서 이번 사태는 예술인을 무시하는 처사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연극연출가협회의 입장을 곧바로 도지사와 회관 관장에게 보낼 예정이다. 예술감독 재위촉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유능한 인재로 대처하는 것이 합당한 처사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를 무시하고 정당한 명분없이 내모는 예술행정은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형복기자
미국에서는 자동차 사고 다음으로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자살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도 최근 들어 세계 평균을 웃돌기 시작했으며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자살률이 높은 나라인 일본에서는 ‘자살’이라는 검색어로 무려 몇 만개의 웹사이트를 건져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나라도 촉탁살인에 까지 이르는 자살사이트들이 유행(?)하는 지경이 되었다. 쥐, 다람쥐, 토끼 등 설치류에 속하는 ‘레밍’은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중 유일하게 자살을 한다고 알려졌었다. 주로 북구에 서식하는 이 작은 동물들은 이른 봄 미처 얼음이 채 녹지도 않은 차디찬 강물에 엄청난 숫자가 함께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처럼 보였다.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광경을 먹이와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두가 살겠다고 발버둥치다보면 함께 몰락할 수 있기 때문에 레밍들의 일부가 다른 동료들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는 환상적인 논리를 부여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레밍들은 그저 미끄러운 얼음판을 달리다 미처 멈추지 못해 익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자살하는 유일한 동물은 인간뿐인 것이다. 유교에서는 어버이로부터 받은 자기 몸을 함부로 해 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기독교도 자살이란 살인과 마찬가지이며 영혼에 큰 벌이 내린다고 경고했다. 그런데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살로 인생의 종말을 장식함으로써 오히려 유명해진 예술가들도 많다. 요즘에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를 받고 결백을 증명한다는 명분으로 자살한 사람들도 있다. 학교성적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고층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는 가엾은 여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꾸어 쓴 돈 몇 만원을 값지 못해 괴로워 연탄불을 피워놓고 유서를 남긴 여공들도 있었다. 얼마 전엔 80대 노부부와 장애인이 생활고와 자신의 처지를 비관, 극약을 먹고 목숨을 끊었다. 사실 자살충동을 한번도 안느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좋아 죽겠다, 슬퍼 죽겠다, 기분나빠 죽겠다는 등 사람들은 자살 가능성을 무심코 시사한다. 그러나 너무 행복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 자살을 택한 사람은 아파서, 배고파서, 억울해서 죽은 것이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고생스럽고 천하게 살더라도 죽는 것 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고 한다. ‘개똥 밭에 이슬 내릴 때가 있다’‘개똥 밭에 인물 난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배고파서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은 언제쯤 오려는가. /淸河
김정일위원장의 1월 중국방문,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2월중 방한, 김대중대통령의 3월 방미등 한반도 주변정세가 발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의 조기개최 합의를 본 두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본 것은 총론적 평가다. 보수적 공화당행정부라 하여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공조의 재확인, 동북아 평화의 한반도 중요성을 부시대통령이 강조한 것 또한 원론적 얘기다. 김대통령의 지혜와 경험을 경청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이 전화를 부시가 먼저 걸어온 것 등은 의례적 표명이다. 청와대측이 이같은 의례적 부시전화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것은 앞으로 행여 일을 꼬이게 만들지 않을까 하여 좀 걱정된다. 부시의 그같은 전화가 평소 피력해온 대북정책의 기조에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는 볼수 없다. 철저한 등가성 상호주의든 유연한 비등가성 상호주의든 상호주의를 배제할 근거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 주도의 평화(팍스 아메리카나)를 위해 ‘힘의 재무장’을 강조하는 부시가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 국가미사일 방어(NMD)체제 구축이다. 북측 미사일에 위협을 느끼는 부시행정부가 경계를 늦춘 징후는 없다. 이를 둘러싸고 북·미 및 미·중간에 긴장이 조성되면 4자회담에 악영향이 우려되는등 대북정책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온다. 그렇다고 미사일을 개발않는 대신 30억달러와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요구하는 북측에 부시행정부가 호락호락할리는 없다. 남북관계에 낙관도 비관도 예상할 수 없는 각론적 가변요인의 잠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음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월중으로 예정된 이정빈외교와 파월 미국무의 접촉이 중요하다. 총론이 아닌 각론의 사전 조율을 위한 두 외무장관 접촉이 잘 되어야 정상회담이 성공적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 감각의 사전발표는 서로 삼가야 한다. 김위원장 방중에 따른 개방 개혁의 정도 여하는 부시행정부의 대북태세에 함수관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예단은 삼가야 한다. 청와대측이나 정부 당국자가 방중효과를 체제 변화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 말을 아끼는 것 역시 외교임을 알아야 한다. 여권인 김종필씨가 부시대통령 취임축하만찬회에서 아무말 없이 악수만 하는 것으로 만난 전 부시대통령을 마치 귀빈실서 따로 만나 두나라 정상회담을 부시대통령에게 주선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는 것은 외교에 무익하다. 이제는 김대중대통령의 1인외교 또한 지양돼야 한다.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본 회담도 그렇고 양국의 외무예비회담에서부터 다각적인 제도외교를 펴야 한다는 사실이다.
화옹지구 간척사업으로 초래될 경기연안 갯벌의 소실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실로 충격적이다. 경기개발연구원의 경기연안 습지 생태계 기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옹지구 간척사업이 끝나서 화옹호와 시화호가 담수화되는 2008년쯤이면 경기연안 갯벌이 전체면적의 51.3%나 되는 1억6천192만7천㎡가 소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연안 갯벌이 이렇게 많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환경을 외면한 개발, 특히 대규모 간척사업때문인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라는 서해안 갯벌이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갯벌은 그동안 생태계에 대한 지식부족으로 쓸모없는 황무지로 잘못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이제 갯벌은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분석한 갯벌과 농지의 가치비교를 보면 1에이커당 갯벌은 수산물 생산 365만3천원, 정화기능 155만2천원 등 819만9천원인데 비해 농지는 미곡생산 247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개발논리의 우세로 갯벌을 흙으로 메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근년들어 갯벌의 가치를 재인식하게됨에 따라 간척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사화호연안과 인천연안을 환경관리해역으로 지정키로 한 것도 이같은 추세에 따른 것이다. 간척사업을 지양하고 연안보전종합대책을 세우기로 한 것은 ‘개발’보다 ‘환경보전’에 더 큰 비중을 둔 때문이다. 그럼에도 건교부가 갯벌의 대규모 소실이 뻔한 화옹지구 간척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다. 그동안 대규모 간척사업이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생태계 파괴만을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오염된 호수만 남긴 시화지구개발이 그렇고 현재 공사중인 화옹지구 간척사업도 시화호 못지 않은 심각한 환경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본란은 이미 제기한 바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이번 보고서도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연안 갯벌보존을 위해서는 습지보호지역의 지정 관리 등 제도화가 시급하지만, 가장 효과적 대책은 ‘간척사업중단’이라는 경기개발연구원의 주장을 관계당국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부부가 이혼할 때 자식만은 서로 자기가 키우겠다고 싸움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가 자식은 네가 키우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이혼도 하기 전에 ‘재혼이나 취업에 방해가 된다’고 미리 자식부터 보호시설에 맡기려고 하는 철부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호시설에 맡겨진 지 3개월이 넘도록 부모의 연락이 없으면 아이들은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이 아이들은 엄연히 친권자가 있기 때문에 입양도 할수 없다.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의 경우 최근 이곳에서 돌보고 있는 80여명도 대부분 부모가 ‘맡긴’ 아이들이다. “혼자 도저히 못기르겠다”“재혼한다”는 등 이유로 자식을 쉽게 포기하려는 부모들의 상담이 한달 평균 60여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들에게 버림을 받는가 하면 학대받는 아이들도 많다. 지난해 11월말 생후 15개월된 딸이 “자는 도중 갑자기 숨졌다”는 아버지의 신고가 있었다. 단순변사로 처리하려던 경찰은 아이의 몸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 앙증맞은 몸뚱아리가 피멍으로 뒤덮여 멀쩡한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 ‘구타에 의한 간파열’이었다. 1년 전 실직 당하고 아내마저 가출한 뒤 혼자 아이를 키워오던 아버지의 화풀이성 상습폭행이 원인이었다. 아버지라는 말이 무참해진다.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지 주부는 왜 15개월된 딸을 놔두고 가출했는가. 이 역시 어머니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 다섯살배기 아들을 폭행하며 거리로 내몰아 혹한 속에서 구걸행위를 강요해온 비정한 어머니도 있다. 7살배기 어떤 남자아이는 학대를 하도 받아 기억상실증에 걸려 제 이름도 잊었다. 공포증은 상실되지 않았는 지 어른만 보면 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벌벌 떨기만 한다. 신체적 성장도 더뎌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한다. 부모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어린이의 3분의 1은 정신지체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다. 더욱 무서운 것은 학대 받고 자란 어린이는 나중에 자신의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학대의 경험을 ‘세습’한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어떻게 천벌을 받으려고 부모들이 어리디 어린 자기 아들 딸을 학대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거리를 걸으며 빨리 따라오지 않는다고, 또는 유원지에서 먹을 것 사달란다고 어린 아이를 때리는 잔인한 엄마들을 가끔 본다. 학대 받는 어린이들이 불쌍하다.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들이 원망스럽다. /淸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