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

속담에 “함박눈이 내리면 따뜻하고 가루눈이 내리면 추워질 징조”라는 말이 있다. 이는 눈의 상태를 보고 날씨를 예상하는 것으로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함박눈은 온도가 비교적 높은 온대지방에서나 상층의 온도가 그다지 낮지 않은 곳에서 내리는 습기가 많은 반면에, 가루눈은 기온이 낮은 한대지방이나 상층으로부터 지표면 부근까지의 기온이 매우 낮은 곳에서 눈의 결정이 서로 부딪쳐도 달라붙지 않고 그대로 내리기 때문에 형성되는 건성(乾性)의 눈이다. 이처럼 눈은 상층대기의 온도분포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온도가 낮을 때는 가루눈이 내리고 온도가 높을 때는 함박눈이 내리게 된다. 따라서 떡가루와 같이 고운 싸락눈이 내리면 상층으로부터 한기가 가라앉기 때문에 추워질 징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눈은 녹아서 수분을 공급하는 이로운 점도 있으나 여러가지 피해를 주기도 한다. “납설(臘雪)은 보리를 잘 익게 하고 춘설(春雪)은 보리를 죽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납설, 즉 음력 12월의 눈은 한겨울에 내리는 눈이므로 추위로부터 보리를 보호하여 주는데 반하여, 춘설은 기온이 높아지는 봄에 내리는 눈이기 때문에 한창 자라고 있는 보리에 동해(凍害)를 주어 죽게 한다는 뜻이다. 요 며칠 사이에 전국적으로 납설이 내려 교통대란은 있었지만, 그건 정부의 무능한 교통대책 탓이고 산천에 쌓인 백설은 고맙기까지 하다. 납설이 내리면 더러워진 수분이 맑아지고 풍년까지 든다고하니 이 또한 얼마나 좋은가.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서글픈 옛 자췬 양 흰눈이 나려//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희미한 눈발/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싸늘한 추회(追悔)이리 기쁘게 설레이느뇨.//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산천초목에, 메마른 도시에도 쌓인 백설을 보면 잠시나마 세상사 시름을 잊게 하는 김광균(金光均)의 詩 ‘설야(雪夜)’가 생각난다. /淸河

수퍼맨 공무원을 원하는 사회

최근 연일 밤을 새우며 제설작업에 나선 의정부시 공무원들은 아침이면 어김없이‘엉터리 제설작업’을 질타하는 시민들의 인터넷으로 인해 허탈하다 못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구랍 24일부터 지난 12일까지 5차례에 걸쳐 내린 눈은 지난 여름 수해를 떠올릴만큼 야속한 ‘눈홍수’였다. 시는 눈이 내릴때마다 건설과 직원은 물론 200∼300여명의 공무원을 투입해 제설작업에 나섰다. 지난 12일까지 시 전역에 뿌려진 염화칼슘만해도 25㎏짜리 1만4천800여포에 달해 지난해 살포한 염화칼슘 6천여포에 비하면 벌써 2배를 훌쩍 넘긴 양이다. 염화칼슘 비축분이 바닥난 것은 물론 마지막 보루인 소금(염화나트륨)마저도 이젠 1천500여포만 남았다. 따라서 건설과 직원 61명은 2개조로 나눠 철야근무에 나서는가 하면 6급 담당 이상은 아예 사무실서 새우잠을 자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은 ‘수퍼맨 공무원’을 원했다. 주택가 이면도로의 쌓여있는 눈과 출근길 곳곳의 빙판길마저도 철저히 공무원의 게으름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세금이 아깝다” “공무원들은 모두 휴가갔느냐”며 욕설섞인 항의성 전화와 이메일이 쏟아졌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공무원들의 서비스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할 뿐 보편 타당한 자신의 할일을 망각하게 됐다. 눈만 오면 연탄재를 집앞에 뿌려가며 남들이 행여 자신의 게으름을 탓할까 내집앞 제설작업에 나섰던 과거의 모습은 주택가와 상가 어느곳에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조한민기자<제2사회부/의정부> hmcho@kgib.co.kr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