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댐 왜 강행하나

연천군의회를 비롯한 연천·포천·철원군 등의 시민·환경단체와 많은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해온 한탄강댐 건설이 그동안 추진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여론을 전적으로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올 상반기안에 댐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안을 수립, 오는 2003년까지 설계를 마친 후 2004년에 착공, 2009년 댐을 완공할 계획임이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국회 건교위 이재창의원(파주)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밝혀진 것이다. 수자원공사는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일대 계곡인 한탄강 상류에 이 댐을 완공하면 총저수량 3억1천103만㎥, 홍수조절량이 250만㎥에 달해 생활용수 공급은 물론 댐 고갈시에는 군사훈련장으로 이용하는 등 다목적 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댐 건설이 강행될 경우 삶의 터전인 20㎢의 농경지와 400여가구의 집이 수몰되는 것은 물론 전기 구석기 선사유적지, 희귀동·식물 서식지인 비무장지대의 자연생태계 등이 철저히 파괴된다. 더구나 깊이가 40m나 되는 계곡으로 급류가 굽이쳐 흐르는 상황에서 얼마만큼이나 물을 가둬 홍수조절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되며 비홍수기 때 물을 빼서 군사훈련장으로 사용하려는 계획도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댐 건설 예정지역의 양안(兩岸)기슭이 풍화·침식되기 쉬운 현무암층인데다 지하동굴 등의 지층구조로 돼 있어 댐 붕괴위험이 있을뿐 아니라 과거 일제시대에 건설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한 바 있는데도 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니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렇게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자원공사는 지질문제는 ‘그라우팅 공법’으로 건설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댐 건설에 따른 주민보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공사 강행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발생될 극심한 마찰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댐 건설계획이 발표됐을 때 본란도 이미 지적한 바가 있거니와 한탄강 댐이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제2의 동강댐 사태’가 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현재 추진되는 한탄강 댐보다는 남북협력사업인 민통선 지역의 임진강댐 건설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한탄강 댐 건설 강행에만 집착하지 말고 실질적인 공청회를 개최한 후 대다수가 긍정하는 공사여부를 확정, 추진할 것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파출소가 이렇게 당해서야

경찰관 파출소는 범죄예방과 단속을 위한 민생치안의 최일선 보루이자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다. 그런 국가치안의 최일선 기관이 또한번 무참하게 유린당했다. 설 연휴를 앞둔 21일 아침 용인경찰서 구성파출소가 음주운전단속에 앙심품은 범법자 승용차의 돌진으로 1층이 전소됐고 2층에서 자던 경찰관이 연기에 질식되거나 뛰어내리다 다쳤으니 우리 공권력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더욱이 공권력 훼손행위에 대한 검찰의 일제 검거령이 내려진 가운데 마치 이를 비웃듯이 파출소가 돌진하는 승용차에 피습돼 전소된 것은 공권력의 권위가 여지없이 땅에 떨어진 것을 의미한다. 이번 사건이전에도 파출소가 습격당하고 공무집행중인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사건은 부지기수로 발생했다. 이같이 범법자들이 경찰의 권위에 정면도전하는 현상은 사회의 기강과 치안상태가 극도로 어지럽고 해이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 우리의 경찰 공권력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의 경찰에 비해 위상도 낮아졌고 기능도 약해졌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과중과 공정치 못한 인사 등으로 사기도 크게 저하돼 있다. 경찰 스스로의 부끄러운 비리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경찰을 보는 시민의 눈도 예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툭하면 파출소에서 난동부리는 등 경찰알기를 우습게 알고 공권력을 얕보는 요즘의 풍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구성파출소의 승용차 돌진사건도 따지고 보면 경찰관과 경찰서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의 범법자 같으면 감히 어떻게 승용차를 몰고 파출소로 돌진할 마음을 가졌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의 공권력은 위험수준에 와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국은 이점을 깊이 깨닫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경찰 스스로가 자신에 엄격함으로써 위상을 높이는 한편 공권력 도전행위엔 단호한 조치로 대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파출소 피습사건이 아니라 국가의 권능자체가 공공연하고도 예사롭게 공격당한 중대한 사태로 인식해야 한다. 일선 경찰관서가 이처럼 무방비적으로 범법자에게 유린당할 정도로 자체 경비 및 보안이 취약한 상태라면 관내 치안은 말할 것도 없다. 주민이 불안해할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출소를 비롯한 모든 경찰관서의 경비·보안태세를 전면 점검, 문제점을 보완하고 경찰관들의 근무자세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오늘 오후부터 설맞이 대이동이 본격화한다.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 그제 오후부터 설귀성에 나선 이들도 많다. IMF사태에 버금가는 경기침체로 어느 때보다 썰렁한 설명절을 맞고 있다. 아니 IMF때보다 더 어려운 설을 맞는다는 이들이 적잖다. 하지만 세월이 어떻든 명절은 명절이다. 예년보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나 고향을 가든 비록 못가든간에 설명절의 감회가 없을수는 없다. 설은 조상들 생활이 우리 핏줄에 면면한 전래 최대 명절이다. 세수의 개념은 양력 정초가 일상화됐다 하나, 정서적 정초는 역시 음력설인 것이 민족의 고유 전통이다. 양력 정초를 지나면 더욱 춥지만 음력 정초를 쇠고나면 겨울이 풀리기 시작한다. 올 겨울은 특히 그러하여 20년만의 대설과 강추위로 한바탕 치도곤을 치르고나서 설을 맞는다. 소한 대한을 지나 입춘을 앞두고 있다. 올 설은 설을 고비로 춘색이 더욱 완연할 것 같다. 벌어먹기 어려운 민초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계절이 겨울이어서 가는 겨울 오는 봄은 반갑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크게 실망할 것은 없다. 올 가을 추석도 있고 또 내년 설도 있다. 살다보면 우여곡절이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귀성길은 언제나 복잡하다. 어디를 어떻게 가든 어차피 차가 막힌다. 서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귀성길도 그렇고 귀경길도 여유있는 마음가짐으로 가족이 무사히 다녀오는 것이 곧 행복이다. 오랜만에 고향가서 재회하는 친·인척이나 친지들에게도 좋은 만남이 돼야 한다. 설명절에는 윗분, 친구 그리고 아랫사람들에게도 덕담이 제격이다. 제 자랑이나 일삼고 남을 헐뜯는 쓸데없는 말로 모처럼의 만남에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슨 일을 두고 의견이나 생각이 달라도 자기 고집만 부리는 것은 어리석다. 남의 말도 들을줄 알아야 한다. 인사를 해야 하는 예의가 있는 것처럼 인사를 받을줄 아는 예의가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남을 대접할줄 알아야 한다. 좋은 설명절이 되는 것은 물질도 중요하지만 그보단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白山

性차별 많은 조례 개정해야

수원시가 수원가정법률상담소에 의뢰하여 남녀차별 자치법규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가 전문가의 자문과 간담회를 통해 최근 지적한 수원시 조례 및 규칙의 문제점들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수원가정법률상담소의 분석에 따르면 수원시의 조례·규칙중에는 남녀를 성차별하고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조항들이 상당수 있다. 이번에 지적된 문제조항은 30여가지로 마땅히 개정돼야 한다. 고용직 공무원 선발요강의 경우 응시자격에 여성의 연령을 남성에 비해 10여살이나 어린 나이로 제한하는가 하면 환경미화원 등 응시자격에 여성은 아예 명시돼 있지도 않다. 수원시의회위원회 조례는 상임위원회의 설치 항목에 여성상임위나 여성특위 설치가 필요하며 중소기업육성 기금설치 및 운용조례상 융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도 한국여성경제위원회가 추천하는 지역여성기업인을 융자심의위원으로 추가해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을 지원할 때 여성기업의 활동과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여성기업을 우대하고 중소여성기업을 융자대상에 명시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수원시 여성발전기금 설치 및 운용조례에서도 기금지원 대상사업 및 활동내용에 ‘여성의 국내외 교류 및 협력사업’을 포함시켜야 함은 물론 항목중에 사용된 ‘요보호’라는 용어는 의미가 모호하므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시립예술단체 단원 복무규정 중 출산과 질병을 동일시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국민주택 등 일반분양 1순위 선정시 영구불임시술을 한 자를 우선 선정하도록 돼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정으로 당장 삭제돼야 할 조항이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지금도 가정과 사회를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이렇게 성차별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면 성비 불균형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수원시만의 현상은 아닐터이지만 우선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은 조례 및 규칙을 과감히 개정하기를 바란다. 수원시가 앞장 서서 성차별이 심한 각종 조례를 고친다면 다른 지자체들도 따라서 개정할 것이다. 수원시와 수원시의회의 활동에 기대를 건다.

한심한 인사국정시책

정부가 ‘2001년 20대 국정과제 추진계획’의 하나로 발표한 인사시책은 황당하다. 고위요직의 특정지역, 특정고 출신의 편중을 배제한다고 한다.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실효는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능력저해, 인사운용의 경직성 등 부작용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 한 부서에서 3급이상의 핵심요직에 특정지역 특정고출신이 30% 이상이 되면 연고주의 인사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 이한동총리의 설명인 것 같다. 그럼, 예를들어 이에 가까운 30% 미만의 편중은 연고주의 인사가 아니란 말인지 기준설정부터가 해괴하다. 핵심요직이라는 것 역시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연의 개념 또한 코걸이 귀고리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발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인사편중시비를 없애려는 것일지 몰라도 되레 30% 한도 내에서는 편중을 양성화하여 능력중심 실적중심의 인사를 저해할 역기능이 다분하다. 궁금한 것은 이런 시책을 무엇에 근거하여 하겠다는 것인지 도시 알수 없다. 설마 관련법규의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졸렬함을 저지를 것으로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방침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는데 정부방침이란것이 원래 무상하고 이런 것을 명색이 방침으로 내거는 정부가 국민이 보기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권의 도덕성, 정부의 양식으로 해결할 문제다. 어거지 안배로 지역편중 시비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시행대상인 3급이상의 공무원은 중앙부처외에는 검찰 경찰직에 많다. 정부가 중앙인사위원회를 통해 2월중 핵심요직에 한해 분포를 조사하여 발표하겠다는 것은 조사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는 편중시비를 모면해보자는 정치적 의도로 국민들 눈엔 비친다. 정부가 진정으로 인사편중시비를 모면하려면 실제로 자행해온 특정지역, 특정고출신 편향을 종식시키는 의지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지난번 경찰수뇌급 인사같은 추태를 더 보여서는 안된다. 특정지역, 특정고 편중 인사잡음은 비단 3급이상 고위직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중·하위직에도 그런 잡음은 없어져야 한다. 또 인사편중 시비는 공무원사회가 더 잘 안다. 공직사회서부터 그같은 인식을 불식시켜 직업공무원제에 부합하는 인사안정을 기하려는 정부의 원천적 노력이 촉구된다.

방자한 일본

일본이라는 나라가 또 오만방자한 짓을 저질렀다. 2002년 월드컵대회 명칭을 제멋대로 변경, 일방적으로 한국에 통보한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2002 FIFA Word Cup KOREA/JAPAN)’으로 정한 대회명칭을 ‘2002 FIFA 월드컵 일본·한국’으로 표기하겠다는 얄팍한 수단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월드컵 일본조직위의 엔도 사무총장이 한국측에 전화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니 어이가 없다. 한국측을 무시하는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996년 2002년 월드컵 대회국이 한국·일본으로 확정됐을 때 국제축구연맹을 비롯해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와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 등은 결승전을 일본에서 치르는 대신에 개막식은 한국에서 열고 공식명칭은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으로 하기로 분명히 합의했었다. 그런데 일본이 이를 어기고 입장권과 각종 홍보물에 자국 이름을 앞세워 ‘2002 FIFA 월드컵 일본·한국’으로 표기하겠다는 것은 FIFA와 양국 월드컵조직위가 함께 정한 규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사인 동시에 한·일 공동개최의 기본정신도 크게 훼손하는 망상이다. 한국월드컵조직위 정몽준 공동위원장이 “만약 일본이 결승전을 양보하고 개막식과 대회명칭을 바꾸는 것을 제의한다면 이는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한 발언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월드컵 대회의 공식명칭을 바꾸기 위해 결승전 개최지를 한국에 양보하겠다는 뜻을 먼저 밝힌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전화통보’한 일본측의 간계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알고 보면 결승전보다는 개막식이 더 중요한 것이다. 결승전은 기량의 성패를 보이는 경기이지만 개막식은 목적을 세계만방에 선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일본에서 개막식을 먼저 하고 한국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해도 효과는 개막식이 열린 나라가 훨씬 크다. 결승전이 어느 나라에서 열렸다는 데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가 우승, 월드컵을 차지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 명칭이 변경돼서는 절대로 안된다. ‘2002 월드컵 한국조직위원회’를 공동위원장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재삼 못마땅하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측을 얕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淸河

김정일정권과 개방개혁

지난해 5월에 이어 8개월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귀국하면 개방개혁을 할 것이라는 현지보도는 관심을 끈다. 바오산(寶山) 철강소, 상하이(上海) 증권거래소, 쑤저우(蘇州) 정보통신(IT)단지 등을 찾아 표명한 깊은 관심은 변화의 노력을 감지할 수 있다. 40대 엘리트 경제관료와 당·정·군의 원로들을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연초에 로동신문등 공동사설을 통해 밝힌 ‘신사고’와도 상통한다. 1995년 이후 누적돼온 절대적 식량부족, 극심한 에너지난은 더 이상의 책임생산제나 독립채산제 독려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한계에 이른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구권 붕괴이후 우리식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표방한 북측 정권이 보도된대로 쉽게 개방개혁을 공표할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개방개혁의 필요성을 몰라서 여태껏 빗장을 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개방개혁이 가져올 체제위협의 상충적 고민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앞으로도 여전하다. 지배권력의 절대화, 혈통승계의 신성화 등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특유의 사회주의 체제가 존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이에 상응한 폐쇄적 통제가 있으므로 해서 가능했다. 원로등 수구세력은 물론이고 개혁을 말하는 엘리트 신진세력도 체제를 붕괴해가며 개방개혁을 추진할 것으로는 절대로 믿을 수 없다. 또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모델로 도입하는데도 중국과는 또다른 난관과 고민이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신사고의 변화가 많든 적든 불가피한 것은 경제난 해소의 당면과제가 절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 역시 체제유지를 위해서다. 결국 김정일정권은 종전의 틀을 기본골격으로 하는 ‘신 우리식 사회주의’로 제한적 개방개혁을 추진할 공산은 충분히 있다. 예를 들면 구조적 농업침체의 요인이 된 분조관리제의 협동농장 농업관리방식을 본연의 생산성 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긴 하나 방심은 금물이다. 이도저도 아닌 꽉막힌 상태에서의 돌파구는 일전불사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안보의 공고화와 더불어 북측의 변화환경을 유연하게 받쳐주어야 한다. 이번 김위원장의 중국방문은 부시정권의 출범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언의 메시지가 담겼다 할수 있다. 테러국 이미지를 지우는덴 노력하면서도 미사일카드는 쉽게 버리지 않을 것이다. 북·중의 잦은 실질접촉에 러시아가 적지 않게 신경쓰는 것 같다. 주변 강대국들의 자국 이익을 위한 지나친 대북자극은 평화를 위해 무익하다. 정부의 다각외교가 요구된다. 아울러 북측이 다소간의 변화를 보이고 또 이를 지원한다 하여도 아직은 실체적변화가 아닌 점을 유의해야 한다. 남북관계는 항상 이래서 어렵다.

실업자 100만명시대의 과제

우려했던 실업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일자리 40만개를 창출해 실업률을 3%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장담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 실업률이 이미 4.1%(인천 4.7%·경기 3.4%)를 기록했고 실업자수는 90만명을 육박, 긴박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1·4분기에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구조조정 요인으로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연구기관들의 전망도 밝지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1·4분기 실업자수가 많게는 11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고 LG연구원은 120만명에 연평균 실업률 4.3%, 현대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도 각각 4.4%와 4.3%로 예측했다.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과 공기업 및 공무원 감축조치로 인해 앞으로 20∼30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니 우리 사회가 또다시 실업열병을 앓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같은 실업문제가 봄철 노사협상과 맞물릴 경우 자칫 심각한 민심 이반현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정치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세운 실업대책은 미흡한 점이 많다. 우선 실업사태를 미처 예상치 못해 실업예산을 작년보다 크게 줄여 책정한 것은 근본적인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올해 2조9천억원을 투입 20만7천명을 대상으로 공공근로와 직업훈련 등 재취업 지원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올 공공근로 예산은 6천500억원으로 작년 1조3천207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물론 정부의 실업대책이 단순한 생계보호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무게중심을 둔 것은 올바른 정책수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업대책의 실효성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지지난해 이미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 실업정보의 체계화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했으나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이번 대책도 쏟아지는 실업자와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사회문제를 적절히 수습해 과연 실업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당국은 이제까지 드러난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허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공공근로사업의 경우 부적격자는 없는지 살펴보고 공공근로가 정규취업의 징검다리 역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직업훈련도 양적 확대보다는 실직자가 필요로 하는 수요자중심의 훈련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할 것이다. 실업대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시 점검반을 만들고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파악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몸 따로 마음 따로인 간부급 공무원들이 너무 많다. 다름아닌 경기도 제2청에 대한 얘기다. A씨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존재의 이유조차 모르겠다며 직원들은 불만이다. 언제나 그는 직원들에게 간섭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또다른 간부인 B씨 또한 주위의 말을 종합해 보면 걸작이다. 보신주의로 똘똘 뭉쳐져 업무와는 담을 쌓고 어떻게 하면 화살을 피해갈까 하는 생각만을 한다는 것이다. C씨를 포함한 상당수는 주업무가 물밑작업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본청으로 갈까하는 잔꾀만을 연신 내뿜고 있다가 통근버스가 대령하면 훌쩍 차량에 탑승해 하루 일과를 마친다. 이들의 숨은(?) 노력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모씨는 이런 말을 한다. ‘간부들이 밖에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길래 시도 때도 없이 자리를 비우는지 도통 모르겠다’ 사업부서의 경우 각종 지도점검과 단속을 이유로 출장을 나간다고 얘기는 하지만 단속결과를 보면 실망감 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2청은 얼굴도 두껍게 공직기강을 확립한다며 기세등등하게 지난달 시·군 감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도의회 행감때 모의원은 이렇게 꼬집었다. “제2청이 무슨 쓰레기장이냐, 능력없는 사람들의 집합소냐, 지금 간부급들 가운데 본청에 소신있는 의견을 내세울만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 물론 이에대해 반기를 들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쯤 신중히, 그리고 심각히 되뇌어봄직한 고언(苦言)이다. 북부지역의 청사진이 펼쳐질 날은 요원하기만 한 것일까! ‘올해는 바뀌겠지’하는 섣부른 기대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는지도 모르겠다. /배성윤기자<제2사회부/의정부> sybae@kgib.co.kr

막가는 장삿속

요즘,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소위 ‘행운의 부적’과 점 보는 카드의 일종인 ‘타롯카드’를 문구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어 걱정거리가 또 한가지 늘었다. 더구나 이러한 상품(?)에는 ‘애인얻는 부적’‘재물 생기는 부적’ 등 어린이들과 전혀 상관없는 문구가 표시돼 있어 오늘날 장삿속은 확실히 눈이 멀었다. 원래 부적(符籍)은 민속신앙과 같은 것으로 악귀를 쫓거나 부귀영광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주술적 도구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글씨로부터 알 수 없는 그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실로 다양하다. 부적의 기원은 인류가 바위나 동굴에 주술적인 그림을 그리던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암각화(岩刻畵)가 그런 주술적인 목적을 지닌 것으로 추측되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처용(處容)이 그의 아내를 범한 역귀를 노래와 춤으로 감복시킨 뒤 처용의 화상(畵像)을 그려서 벽에 붙인 곳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을 시켰다는 설화는 당시의 주문(呪文)과 주부(呪符)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동학혁명 때에 궁을부(弓乙符)를 사루어 먹으면 총과 화살을 피할 수 있다고 하여 부적이 쓰였다고 전한다. 현재 민간에서 사용되고 있는 부적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알수 없으나 한자로 엮어진 것 가운데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있고, 불사(佛寺)에서 나온 것 중에는 인도의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 부적을 황색 바탕에 붉은 색깔로 그린다는 것은 색채 상징에 비추어 그럴듯한 일이다. 황색은 광명이며 악귀들이 가장 싫어하는 빛을 뜻한다. 부적에 日·月·光자가 많은 것도 이에 비추어 이해할만 하다. 주색(朱色)은 중앙아시아 샤머니즘에서 특히 귀신을 내쫓는 힘을 지닌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적색은 피·불 등과 대응하며 심리적으로 생명과 감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불은 정화하는 힘을 지닌 것이고 보면 주색이 악귀를 내쫓는데 적절한 주력(呪力)의 색깔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방에서 주사(朱砂)를 약재의 하나로 쓰이는 까닭의 일부를 여기서 찾을 수도 있겠다. 부적의 효험이 정말 있었다면 동학혁명군들이 죽었겠는가. 가난하고 원통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겠는가. 동심을 현혹, 멍들게 하는 우표 크기만한 부적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으니 어린이들을 보살피는 일에 부모들이 정말 정신 차려야겠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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