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홍 ㈔경기도중소기업CEO연합회장
‘세계화’는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에 수출 호황을 안겨 주며 선진국으로 이끈 성장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이므로 무역을 잘해 수출로 먹고살 수 있는 나라라고 가르치고 배워 왔다. 그런 정책 기조는 우리나라 형편에 아주 잘 맞았다. 자원이라고는 사람뿐이었기에 교육 열기는 뜨거워졌고 대부분의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가 넘치는 나라가 됐다. ‘천불 소득 백억 수출’을 노래하던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이제 세계 6위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폐허의 잿더미에서 이런 장미꽃을 볼 줄은 몰랐다. 우리도 놀라고 세계인들도 놀랐다. 그래서 ‘한강의 기적’이라 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경이적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6천838억달러(약 1천2조1천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목표치인 7천억달러에는 약간 미달했지만 수출 규모는 세계 8위에서 6위로 다시 올라섰고 무역수지는 5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의 697억달러 흑자 이후 최대 규모의 흑자란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서쪽을 향해 달렸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을 거치더니 태평양을 거쳐 일본에 이르렀다. 이 혁명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기회가 넘어왔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 용(龍)의 권좌를 놓고 대만과 엎치락뒤치락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25년 세계 경제전망에서는 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3만6천130달러로 대만 3만3천230달러, 일본 3만2천860달러를 제치고 동아시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어느새 우리는 일본을 제치고 대만과 무역 강국의 권좌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입장이 됐다. 우리가 제조업을 잘 지키면서도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적응이 빨랐던 결과다. 물론 우리에게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해야만 한다’는 절실한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세계화시대’는 저물어 간다. 나라마다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서서히 벽을 쌓고 있다. 자원 없이 수출로만 먹고사는 대한민국인데 잠시라도 수출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산업구조도 많이 변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선박, 철강, 화학 등 제조업에서 하이테크 산업, 플랫폼 사업으로 추세가 넘어가고 있다. 우리는 시대 흐름에 앞서 나가야 살아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지러운 정국이 오래 지속된다. 행여 정치가 수출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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