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우주의 진선미를 체현하자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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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사회는 분열의 도가니다. 올해로 광복 된 지 80년이다. 하지만 역사를 되새김질하면서 국가 기업 개인의 앞으로 나갈 길을 생각 할 여유조차 없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문제만 해도 80년이나 해묵었다.

 

경기도박물관이 ‘광복80’특별전 3부작 모토를 ‘합合’으로 정하고 김가진, 여운형, 오세창을 모신 이유다. 이를 통해 일 년 내내 합(合)의 참뜻을 되새김질 하고, 역사를 통해 내일을 보고자 한다.

 

문제는 ‘합(合)’이 그냥은 안 된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합은 의미도 없다. 흙을 뭉치게 하는 물 같은 존재가 필수다. 여기서 물은 비전이다. 암흑천지인 일제강점으로 돌아가면 북극성과 같은 존재인데,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에게 가물가물 망각 되가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망국을 생명의 땅으로 회복시켜낸 원동력이 홍익인간이었다.

 

총칼로 폭탄으로 일제를 무찔렀던 궁극의 이유도 우리민족의 자주독립너머 인류차원의 홍익인간 실현에 있었다. 안중근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의거 후 외쳤던 ‘대한독립만세’가 1910년 3월 26일 여순에서 순국할 때 ‘동양평화만세’로 도약할 수 있는 것도 바로 홍익인간이다.

 

우리는 일제와의 36년 전쟁에서 단군의 홍익사상 발명으로 민족주의·공산사회주의·무정부주의까지 모두 합(合)해내어 자주독립으로 광복을 쟁취해냈다.

 

홍익인간의 잣대로 보면 비폭력의 2천만 민족의 3.1독립만세혁명(1919)은 이미 윌슨의 민족자결주의(1918) 이전에 자주적으로 전개되었다. “합하면 서고, 나누어지면 엎어진다(合則立分則倒)”고 시작되는 ‘대동단결선언’(1917)이 그것이다.

 

‘무오독립선언’(1918)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주의 진선미(眞善美)를 체현하여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나라를 건설할 것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선언서의 초안자인 조소앙을 비롯하여 김교헌, 김규식, 김동삼, 김약연, 김좌진, 여준, 이동녕, 이동휘, 이상룡, 이승만, 이시영, 문창범, 박은식, 박찬익, 신성, 신채호, 안창호, 윤세복, 황상규 등 대부분이 단군사상으로 무장한 대종교 출신 인물이라는 점에서 망국 당시 홍익인간이 우리의 등불이었음을 절감한다.

 

이렇게 자등명(自燈明)을 이어받은 3.1혁명은 도미노로 중국의 5.4운동을 촉발시키고, 필리핀 베트남 인도 터키 이집트로 번지면서 전 세계 피압박민족들의 독립 도화선이 됐다.

 

그리고 3.1혁명 결과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가 탄생 된 것은 우리의 역사를 한 단계 도약시킨 쾌거중의 쾌거다. 이후 임정이 주도가 돼 전 세계에서 독립투쟁을 전개한 결과 1945년 광복을 쟁취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여전히 정전(停戰)상태이다. 남북분단으로 통일의 과제가 주어져 있다. 남북통일이야 말로 완전한 광복인 이유다. 통일은 절대 도둑같이 그냥 안 온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다가는 그 이전에 다른 놈이 가지 채 꺾어 집어 삼키고 만다.

 

내 노력이 있고나서야 남도 돕는다. 인류역사 자체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전쟁역사다. 여기서 ‘강(强)’은 당연히 문무겸비다. 문(文)은 철학이다. 일제강점 시공에서 홍익인간이었다면, 홍익자연과 홍익우주가 분단과 기후변화, AI, 우주시대 인류의 비전이다. 대한민국이 합(合)으로 세계무대에 주체적으로 ‘우주의 진선미를 체현해나가는 것’이 통일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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