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진짜 같은 거짓말, 거짓말 같은 진짜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image

“진짜래?” 4월1일 만우절이면 느닷없는 뉴스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댔다. “에잇~” 만우절 장난이라는 답변을 들을 때면 깜빡 속은 내가 한심해서, 깜짝 속인 상대가 얄미워 입 밖으로 실망스러운 마음이 새어 나왔다.

 

지인들 사이의 장난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그럴듯한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날인 만우절.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용서가 되는 날이라지만 영국의 BBC며, 미국의 ABC며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내보낸 가짜 뉴스에 속았다가 만우절 장난이라는 걸 알고 나면 괜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사실을 전달해야 할 뉴스매체가 앞장서 가짜 소식을 전하다니.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4월 바보의 날)’, 서양에서 유래한 풍습이라 그런지 나와는 영 맞지 않았다.

 

그러다 간혹 어떤 뉴스는 거짓이기를 바랐다. 2003년 4월1일 홍콩 스타 장국영(장궈룽)의 사망 소식이 그랬고, 1988년 4월1일 천호대교 버스 추락 사고가 그랬다. 만우절에 전해진 거짓말 같은 슬픈 소식이 제발 사실이 아니길, 만우절 장난이길 바랐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만우절은 내게 영 탐탁지 않은 날이었다. 무엇보다 덮어놓고 의심부터 해야 하는 게 피곤했다. 게다가 거짓말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며 믿지 않았는데 사실인 게 확인되고 나면 소식을 전해준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든 게 미안했다. 거짓말이 왜 재미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더니 요즘은 매일이 만우절이다. 가짜 뉴스에 딥페이크까지. 교묘하게 위장해 진짜 같은 거짓말이 넘치는 요즘, 언론의 만우절 뉴스 정도에는 사람들이 속지 않는다. 어떤 게 진짜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허위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거짓이 진짜라고 믿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거짓임이 드러났는데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의 만우절 뉴스가 확연히 줄었다. 언론까지 나서 가짜 뉴스를 만들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차라리 4월1일 하루 가짜 뉴스가 나오던 그때가 좋았다. 영 탐탁지 않았던 만우절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만우절을 즐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스위스에 스파게티가 열리는 나무가 있다고, 남극에서 하늘을 나는 펭귄 무리가 발견됐다고 사람들을 속이던 언론의 만우절 장난이 부활했으면 좋겠다. 만우절 하루를 뺀 나머지 364일은 진짜만 있었으면 좋겠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