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배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사무처장
어느 마을 한가운데로 작은 도랑이 흐른다. 동네 사람들은 그곳에서 어울려 빨래도 같이하고 멱도 감고 오손도손 살아갔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도랑의 폭이 점점 늘어만 갔고 마을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도랑이 넓어지는 이유를 남 탓이라고 한다. 도랑은 점점 넓어져 이제 도랑을 건너려면 다리가 필요했고 도랑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좌우로 옮겨가야만 했다. 점차 도랑의 폭은 강의 폭으로 변하고, 전에 만들었던 다리는 없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도랑 주위에 살던 사람들은 이 마을은 이어져야 한다며 열심히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양쪽 끝에 살던 사람들이 도랑이 넓어지게 된 건 건너편 사람들 때문이라며 그 사람들과는 절대 같이 살 수 없다며 어렵게 놓은 다리마저 끊어 버리려 했다. 더욱 억울한 것은 도랑 주위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강제로 갈라졌는데 그마저 건너편 사람들과는 절대 살지 못한다고 선언하라고 한다. 저 건너편에는 내 형제와 친구들이 있는데도 그들은 강제로 선택을 강요당한다. 마침내 있던 다리마저 부숴버리고 그들은 서로 영원히 단절하고자 한다. 머지않아 어찌 된 영문인지 강폭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시 옛날처럼 폭이 줄어들어 도랑으로 변할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후 이 마을이 어찌 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반대여서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나무와 돌도 아니고 식물이며 자라는 방법도 거의 비슷한 제일 가까운 축에 속하는 두 식물이다. 이번엔 네가 먼저 올라가고 다음에 내가 올라가고, 그 다음에는 순서를 바꾸면 싸울 일도 다툴 일도 없는 속칭 ‘절친’인 사이인 것이다. 결국 어찌 보면 갈등은 가장 친한 사이끼리 벌어지는 일이다. 다시 보지 않을 만용, 세상 다 필요 없고 나 혼자만 산다는 독불장군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퇴로는 열어 두자.
나라가 어렵고 갈등 천지다. 어느 동네 이야기처럼 있는 다리마저 부숴버리는 바보짓을 하지 말자. 갑자기 다시 훅 다가올, 강폭이 줄어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그 건너에는 형제자매, 친구, 스승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곧 벚꽃이 필 것이다. 우리는 환호할 것이고 벚꽃이 지면 잊을 것이며 어느 나무가 벚나무인지도 모르고 또 1년을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삶인 것이다. 사랑하며 살자. 그 기한도 기껏해야 100년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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