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체육의 봄

문창호 道체육회 경기도선수촌 추진지원TF단장

image

‘Opening a New Era for KSOC’. 대한체육회가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의미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지난달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대한체육회장선거는 예상을 깨고 젊은 탁구 영웅이 승리를 거두는 이변이 연출됐다. 또 체육회의 굵직한 현안 중 하나인 ‘2036년 올림픽 유치 신청 국내 후보지 선정’에서도 서울을 제치고 전북이 선정되면서 유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또 한번 이변이 일어났다. 심지어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 출범 105년 만에 첫 여성 사무총장을 발탁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이처럼 요즘 국내외 체육계에는 변화의 요구와 함께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스포츠 대통령’이라 불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최초의 여성, 그것도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 커스티 코번트리가 당선됐다. 42세로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위원장인 그는 2004년과 2008년 올림픽 수영 여자 배영에서 연속 금메달을 딴 ‘짐바브웨 수영 영웅’이다. 특히 코번트리의 당선은 오랜 기간 뿌리 내린 ‘유럽·남성’ 중심의 IOC ‘유리천장’을 깬 대단한(?) 사건이다. 당선 배경을 보면 IOC 위원 109명 가운데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위원들이 최연소 후보(1983년생)인 그녀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겨울 시즌 국내 체육계는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회원 종목단체 회장들을 선출하는 선거가 이어졌다. 경기도체육회도 산하 종목단체 총 69개 가운데 68개 단체가 회장 선거를 마무리했다.

 

지난 겨울은 정치적으로 어지러운 시기였지만 체육계도 그에 못지않은 잡음과 혼선이 이어졌다. 과거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화합’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후보들을 중심으로 갈라졌던 단체 구성원들을 다시 하나로 뭉치는 조치를 가장 먼저 취해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거 후에도 분열된 조직의 ‘화합’보다 권력 주변인들을 위한 ‘끼리문화’, 즉 그들만의 조직문화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선수, 지도자, 동호인, 심판 등을 위해 할 일이 산적한 체육단체에서만은 ‘화합’이 최우선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가 그토록 변화를 갈망하며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다양성을 수용하고 발전적인 ‘진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많은 이변을 연출하며 새롭게 등장한 국내외 체육계 수장들이 과연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갈등과 반목의 겨울이 가고 다시 움트고 있는 ‘체육의 봄’은 또 어떤 모습의 꽃을 피울지 기대가 크다. “오늘 유리천장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 투표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으면 좋겠다”는 사상 첫 여성 IOC 위원장 커스티 코번트리의 당선 소감처럼 이번 봄에는 국내 체육계에도 많은 ‘희망’이 싹틔우길 바라본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