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수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대표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원자폭탄 투하 80년, 그리고 한일 수교 60년이다. 이에 원자폭탄에 초점을 두고 3회 정도 글을 써 보려 한다.
미국의 핵무기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후반 나치 독일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소식에 놀란 아인슈타인 등 핵물리학자들의 요청으로 진행된 ‘맨해튼 계획’에서 출발했다. 1945년 7월16일 미국은 뉴멕시코 트리니티에서 첫 핵무기 실험을 성공한 이후 그해 8월6일 히로시마와 8월9일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하했다.
투하한 핵탄두로 두 도시에서 약 70만명이 피폭됐다. 이 중 10만명이 조선인 피폭자다. 생존한 4만3천명이 상처받은 몸으로 귀국했지만 치료받지 못하고 국가의 관심 밖에서 ‘원자병’으로 고통스럽게 연명해야 했다. 현재 남아 있는 피폭자는 1천500여명에 불과하다.
1945년 5월 나치 독일은 항복했지만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후 뒤이은 미국과 소련 간 핵무기 경쟁으로 냉전은 격화됐고 영국, 프랑스 그리고 마침내 중국까지 핵무기를 확보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핵무기 시대의 실상이다.
핵무기 실험은 과거 식민지였거나 내부 식민지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이뤄졌다. 전 세계적으로 2천번이 넘는 핵실험이 있었는데 미국은 미국령 마셜군도 비키니와 네바다에서, 영국은 옛 식민지인 호주에서, 프랑스는 식민지 알제리와 폴리네시아에서, 중국은 신장위구르, 소련은 카자흐스탄 및 북극에서 진행했다.
일본은 유일한 피폭 국가라고 주장하면서 전쟁 국가 이미지를 벗으려 하지만 실험지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수십번, 어쩌면 수백번에 달하는 핵실험 속에 노출된 식민지 피폭자 수백만명의 고통은 세대를 넘겨 2세로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소련이 개발한 핵발전소 시스템과 미국의 ‘핵의 평화적 이용’을 더한 원자력발전소 시대에 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00여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발전소를 통해 우리는 풍부한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1979년 스리마일섬 원자력발전소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거치면서 원전의 안전 신화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곳곳에서 ‘원전 제로 사회’로의 시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32차 반핵아시아평화포럼’이 대만에서 열렸다. 대만은 2025년 5월18일 0시를 기해 마지막 원전의 가동이 중단됐다. 아시아 최초의 ‘원전 제로’ 국가가 된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당시 포럼에 참가한 아시아 13개국은 타이완전력공사 앞에서 축하 행사를 진행했다.
핵무기와 원전은 핵의 쌍생아라고 평가된다. 핵무기 경쟁으로 한때 8만기의 핵무기가 지구를 뒤덮었다. 이는 지구를 수차례 멸절시킬 만한 양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반핵 평화운동으로 핵무기 감축이 실현돼 현재는 1만2천기 정도다.
2017년 세계 비정부기구(NGO) 연대체인 핵무기금지국제캠페인(ICAN) 덕분에 유엔은 핵무기금지협약을 122개국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그해 12월 ICAN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21년 1월 50개국이 비준한 ‘핵무기금지협약(TPNW)’이 발효돼 핵무기의 개발 보유 협박이 불법으로 규정됐고 현재는 73개국이 협약에 가입돼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한반도와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미국 주도의 핵 정책을 지지하는 핵무기 지지 국가로 분류돼 있다. 고개 들고 눈을 떠 보자.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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