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민 수원시립미술관장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급격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겪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세대 간 문화격차가 심한 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MZ세대와 달리 베이비붐세대와 시니어 세대는 여가문화의 향유 성향도 매우 다르다. 중장년 이상의 세대는 주로 등산 등 건강관리를 위한 활동이나 TV 시청 등 대중매체 콘텐츠 소비로 여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 관람은 어떨까.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또는 가족과 함께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MZ세대에게 미술관 방문은 낯설기만 한 문화활동이 아니다. 반면 베이비붐세대와 시니어 세대에게 미술관 방문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문화활동 중 하나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미술관을 한번도 방문해보지 않았던 세대이기 때문이다.
1986년 경기 과천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미술관 시대가 시작됐다. 그리고 19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를 통한 선출제도가 시행되면서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1990, 2000년대에 걸쳐 전국적으로 공공미술관 설립이 늘었다. 이러한 문화환경의 변화는 MZ세대가 어린 시절 미술관 방문 경험을 갖게 된 시기와 일치한다.
현재는 서울과 청주에 있는 4관의 국립미술관과 함께 각 지역에 총 80여곳의 공립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사립미술관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등록미술관만 해도 2024년 기준 295곳에 이른다. 우리 주변에 미술관이 많아지면서 미술관은 관람객을 늘리고 이용자의 문화 향유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립미술관은 각급 기관, 기업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미술관 방문이 낯선 중장년층과 시니어 세대의 미술관 방문을 유도하고 주민이 자주 찾는 친근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모두가 누리는 미술관’을 주제로 하는 기획전시 개최와 홍익대와의 협력사업으로 미술심리치료 및 상담을 통한 시민 심리정서 돌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수원시립만석전시관은 노인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하기 위해 수원시 광교노인복지관과 맘밭노인복지관 두 곳의 노인복지기관과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미술관은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 정보 제공,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도모할 계획이다.
지난달 지역의 통장협의회 회원 30여명이 미술관을 방문해 문화자원봉사자인 도슨트의 전시해설을 들으며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문턱을 낮추고 시민과 호흡하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지역을 대표하는 주민단체의 미술관 방문을 확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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