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활개치는 폭력조직

한동안 주춤했던 조직폭력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서양의 마피아조직이나 일본의 야쿠자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엊그제 경찰에 구속된 폭력조직 부천연합식구파의 행적과 규모를 보면 외국의 폭력조직을 닮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천 북부역 일대에서 활동해온 이 폭력조직의 조직원은 80명으로 이중 51명(구속 36명·불구속 15명)이 입건됐고 아직도 29명이 수배된 상태다. 이들은 이미 와해됐던 2개파의 조직원을 중심으로 폭력조직을 재건, 그동안 울산·평택 등지 공장의 노사분규 현장에서 일당을 받고 구사대로 활동, 폭력을 휘둘러온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서울의 어느 종단내분 마찰현장에도 투입되는 등 돈을 받고 해결사 노릇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조직자금 마련을 위해 유흥업소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왔으며 직영 유흥업소에 미성년자를 접대부로 고용하고 고리사채업을 통해 조직자금을 불법 조달해왔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선량한 시민을 괴롭혀온 조직폭력배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수없이 많고 그 정도가 지나쳐 사회악의 하나로 척결의 대상이 되어왔다. 치안당국이 폭력조직 소탕 전담반을 편성, 꾸준히 단속을 벌여 상당한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법적으로 날뛰는 폭력배들의 위협속에 선량한 시민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언론사 사주 구속과 대북정책에 대한 갈등 등 혼란스런 정정(政情)에 당국과 국민이 온신경을 빼앗긴 사이 독버섯처럼 무서운 속도로 자란 조직폭력단의 온갖 범죄행각에 시민들이 치안부재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더구나 경기·인천지역은 수도권이란 특수여건으로 조직폭력배가 날뛰기 좋은 무대인데다가 신흥조직이 침투, 기존 조직과의 주도권 다툼과 보복전으로 항상 피비린내 나는 집단싸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치안당국은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고 유흥업소 등에서 기생하면서 업주를 괴롭히는 폭력조직의 발호를 차단하고 잔존조직 소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송사리급만 잡아 들이지 말고 두목급도 과감히 색출함으로써 기업화한 폭력조직을 발본색원적으로 척결해야 한다. 아울러 폭력조직을 기업체 노사분규의 해결사로 연결시켜 주는 불법용역업체도 철저히 단속, 엄중처벌해야 할 것이다.

‘ 우대금리 ’도 곧 인하해야

고객들의 예금이자는 덜 주고 대출이자는 그대로 챙기겠다는 은행들의 운영방침은 타당치 못하다. 최근 일부 은행이 실세금리 하락을 반영해 대출금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대출금리 결정의 근간이 되는 ‘우대금리(프라임 레이트)’는 놔둔 채 적용대상이 적은 실세금리연동형 상품의 금리만 내린 것은 마지못해 인하 시늉만 낸 것이다. 신규가입 고객과 변동금리상품을 선택한 고객에게만 해당되는 대출금리 인하는 작년까지 주류를 이뤘던 우대금리 연동대출 고객은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하는 구색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은행권 전체의 여·수신상품(금융채 제외) 금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2·92% 포인트로 지난 7월 2·85% 포인트에 비해 0·07%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은행들이 전체 대출의 60%이상을 기준금리 + 가산금리로 결정하는 우대금리연동형 대출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내릴 경우 예대마진 수익이 수백억원씩 줄어든다고 대출금리 추가인하를 우려하고 있으나 그 이유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동안 수천억원씩 이익을 내지 않았는가. 시장금리 급락에 따라 7월 2차례에 걸쳐 예금금리는 잽싸게 인하하고 8월 콜금리 추가인하 이후 또다시 예금금리를 끌어내리면서 대출금리 인하에는 미적대며 ‘황소걸음 ’으로 눈치만 보고 있음은 비판을 받을만한 얄팍한 상술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대출금리인하 대상은 가계대출자들이 우선 당장 시급하지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에 대한 신규 대출금리는 내려졌으나 기존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므로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콜금리와 수신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지는데 비해 은행들의 대출금리, 특히 기업 대출금리 하락 폭은 너무 적다.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경감,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이 7월과 8월 연속해 콜금리를 인하한만큼 기업대출 금리도 신축적으로 인하하고 여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은행권의 기업대출금이 200조원에 달하므로 금리를 1% 포인트만 낮춰줘도 연간 2조원의 지원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우대금리의 재조정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경기도의 평택항 재정비 계획

경기도가 평택항과 배후지역에 대한 단계별 발전 및 재정투자 계획을 전면 재수립하는 내용의 서해안권 개발계획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계획안은 개방화와 지방화라는 새로운 대세에 발맞추어 평택항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국가 4대 중추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그림을 제시하고 있어 크게 주목되고 있다. 도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경기개발연구원에 의뢰, 마련한 이 계획안은 평택항과 배후지역 212.9㎢를 도시 16.2%, 준도시 2.8%, 보전용지 43.4% 등으로 배분함으로써 합리적인 토지운용방안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평택항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부두와 산업 및 물류유통단지와 연계개발로 배후부지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민간투자 참여를 확대하고 항만개발세 등 재원조달 방안도 제시했다. 이 계획안은 기본적으로 지난 1989년 수립한 평택항 개발계획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이루어져 지방정부의 의견이 감안되지 않았고, 그동안 국·내외 해운항만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려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당초 해양수산부가 수립한 2011년까지의 수도권 항만개발 계획은 물동량 처리능력이 인천항 1억6천만t, 평택항 8천800만t 등 2억4천800만t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기도는 개발계획이 끝날 때면 수도권 항만 물동량이 3억6천만t으로 늘어나 나머지 1억1천200만t을 처리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해수부가 수립한 수도권 항만개발 사업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물동량 처리능력의 부족이 예상돼 기존 계획의 수정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해수부가 평택항 등 수도권 항만기능 재정립 및 재정비 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나 지역의 잠재력 등 지역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지금까지의 항만개발 계획은 중앙정부 중심이어서 지역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극대화했다기보다 획일적인 계획이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앞으로의 항만개발계획은 입안단계부터 실행단계에 이르기까지 해당 지자체와 민간전문가 및 지역의 대표를 참석시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지방자치와 분권화 추세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 투자재원을 민간과 해외에 적극 개방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갈등해소를 위한 조정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평택항 재정비계획 수립에 앞서 경기도 계획안에 대한 해수부의 적극적인 검토와 함께 경기도의 의견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해둔다.

총재회담보다 급한 것

여야 총재회담을 갖는다 하여 국내 정치의 체질이 달라질 것으로 믿는 국민은 별로 있을것 같지않다. 이 정권들어 가진 일곱차례의 회담에서 우리는 그 같은 것을 경험하였다. 때로는 아예 만나지 않은 것보다 못했던 적도 있었다. 불발한 회담 정례화 합의사항처럼 발표에 그치고 만 합의가 대부분이었다. 여야 총재가 마지못해 만나서 사진찍고 밥먹고 각자 좋을대로 동상이몽의 얘기를 나누고 돌아서서는 의미를 제멋대로 부여하고, 합의사항도 그나마 으례 불발에 그치는 것이 그간의 회담이었다. 이번에 여덟번째 만남을 갖는다 하여 뭐가 달라질 것이라는 보장 또한 있는게 아니다. 그래도 만나야 한다고 한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국타개의 길이 열린다고 한다. 본란도 한때는 그러기를 바랬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이번만은 성공적인 회담이 되기위해 여야가 미리 실무팀을 가동한다 하여도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국을 주도할 책임이 있는 김대중 민주당총재에게 있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가 아닌 집권여당의 들러리로 인식하는 한 여야의 생산적 정국확립은 어렵다. 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김총재의 대야 시각이다. 장구한 야당시절 그토록 어려움을 겪었으면 누구보다 포용력이 있을 것으로 알았다. 현실은 판이하다. 누구보다 한술 더 떠 계략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정권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정국경색의 미봉책 돌파구로 수단화돼 온 것이 여야총재회담이다. 그러고는 한숨 돌린 뒤엔 여전히 또다시 정국경색을 자초하곤 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왔다. 정권의 근원적 체질변화 없이 국민에게 총재회담의 성과를 뭘 기대하란 것인지 알 수 없다. 더 급한 것이 있다. 이미 약속된 현안의 국정쇄신방안 발표를 미루지 말고 지금이라도 밝히는 것을 국민은 실속없는 총재회담보다 더 듣고싶어한다. 그리고 국회를 하루빨리 열어 산적한 민생의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 이런대도 집권여당 안에 이를 제대로 직언하는 이가 없다. 직언을 해봐야 소용없는 탓도 있어 그렇겠지만 되레 망언만 난무한다. 총재회담을 영수회담이라고 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다. 여러 사람중, 즉 무리가운데 우두머리가 영수란 어휘로 다분히 권위주의적이다. 본란이 굳이 여야 총재회담이란 말을 고집하는 것은 여야의 총재가 만나는 사실 그대로를 포기하자는 생각에서다.

인천공항 의혹 엄정 규명해야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개발 특혜 의혹사건이 점차 미궁에 빠지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인 이상호 전 개발단장과 국중호 전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되어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나 사건의 진실은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오히려 ‘특혜’ ‘역특혜’ 또는 각종 루머만이 난무하고 있어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으며, 과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 것인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우선 구속된 당사자들이 검찰의 구속내용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상호 전 개발단장은 특혜를 폭로한 자신을 구속한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더구나 역특혜로 사건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외압일지를 가족이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중호 전 청와대 행정관 이외에도 다른 행정관 2명이 이상호 전 단장과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외압의혹이 증대되고 있다. 국중호 전 행정관 역시 자신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전화를 건 사실밖에 없는데 검찰이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히려 사건의 실체를 왜곡시키면서 정치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구속된 두 사람 모두 서로 다른 차원에서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도 몸체는 없이 깃털만 수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의 허브 공항을 목표로 개항된 인천국제공항이 개항된 지 불과 6개월도 되지 못하여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인천공항 근무자들은 어수선해서 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여 외국여행객이 이용하고 싶은 공항으로 조속히 만들어야 되는데, 사건의 실체는 오리무중 속에 공항의 이미지만 나빠지고 있으니 문제가 아닌가. 검찰은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성역없이 수사해야 된다. ‘특혜’ ‘역특혜’의 시비를 반드시 규명하여 더이상 인천국제공항이 의혹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특혜의혹 때문에 유휴지 개발사업을 늦추어서도 안된다. 가뜩이나 미국에 의하여 항공안전등급이 1등급에서 2등급 안전위험국으로 추락하여 한국의 항공기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인천공항까지 각종 의혹으로 뒤숭숭하여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엉망이 되면 누가 한국을 관광하러 오겠는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재삼 촉구한다.

농어촌 보육시설 확대해야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면서 보육시설과 질이 보육법 제정 이전보다 향상은 됐지만 농촌지역은 여전히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읍·면·동에서 보육시설이 없는 지역은 809개이며 이중 76%가 농어촌 지역이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1999년말 군지역 보육시설 가운데 국·공립은 10.6%에 불과한 반면 민간과 가정보육이 89%를 차지한다. 그러나 농촌의 보육시설은 대부분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농촌지역에 보육시설이 없는 이유는 젊은층의 이농 등으로 아동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그나마 넓은 지역에 떨어져 있어 수지 맞추기가 힘들어 운영을 중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농촌지역 보육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운영이 매우 어렵다. 최소한 면 단위에는 보육시설이 있어야 농업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1개 면단위당 1개씩의 국·공립 어린이 집 운영이 힘들다면 현재 있는 어린이 집이라도 문을 닫지 않도록 정부에서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 농촌 보육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근거리 보육시설의 절대부족이다. 이는 정부가 농촌현실을 도외시한채 민간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마을 혹은 이(里) 단위의 탁아방 설치 및 민간시설에 대한 재정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저소득층에 지원되고 있는 보육비는 특히 개선이 시급하다. 보육비 지원이 두 가지로만 나눠진 것도 문제점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월소득 105만원 이하, 재산 3천700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보육료의 40%를 지원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농지와 집을 소유한 농민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 따라서 보육료 지원을 위한 소득 및 재산 기준도 현실화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지원액도 더욱 세분화해야 된다. 연초 대통령이 유치원 공교육을 지시, 농어촌지역부터 유치원에 다니는 만5세 아동의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에게만 적용될 경우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농업인들에게는 유치원 공교육보다 영·유아 보육 정책이 더욱 시급하다고 본다. 정부는 이를 반드시 시책에 반영해야 한다.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사회주의 통일도 통일로 용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더 말할 상대가 안된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그렇게 행동하는 인사들이 있어 우리의 정체성을 흐리게 한다. ‘평양 8·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남측 방북단 가운데 이런 의심을 받게 하는 인사들이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이들은 민족대단결 10대강령, 고려연방제, 통일3대원칙 등을 새긴 이른바 ‘조국통일 3대헌장탑’제막식 행사에 각서를 어기고 참석한 것으로도 모자라 해괴한 언행을 일삼았다. 만경대를 참관한 사실은 탓할 일이 아니나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느니, ‘역사의 자취를 목격했습니다’느니 하는 글을 방명록에 굳이 남긴 것은 도대체 그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통일의 접근은 정체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우리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다. 헌법 전문과 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강조하고 119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다. 이런 정체성을 부인하는 대북접근은 나라를 송두리째 그냥 갖다 바치자는 것밖에 안된다. 이번 방북단의 방북불허의 정부방침이 하룻사이에 전격 허가된 급선회가 통일부가 아닌 고위층의 어떤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지 여겨진다. 그렇지 않고는 정부 방침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수가 없다. 그리고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방북단 가운데 돌출행각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객관적으로 능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측의 김정일국방위원장 서울답방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이래가지고야 당국자간 대화 재개보다 더한 김위원장의 답방이 있다한들 무슨 진정한 대화가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는다. 또 앞으로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친북세력이 설치는 판이다. 예컨대 상호주의를 반통일분자로 매도하는 그들이 무슨 소린들 더 못하겠는가 우려된다. 어쩌다가 나라의 정체성이 이토록 훼손되고 이 정부는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 정부가 이에 할말이 있다면 일부 방북단의 탈선행각에 엄중한 법률적 책임을 물어 더는 국기 문란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제대로 해낼지는 의문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위반했다 해도 처벌조항이 있는게 아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 가뜩이나 북측을 자극할까봐 전전긍긍 하는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하고자 한다.

무작정 교실만 지어라?

행정에는 법과 원칙과 예규란 것이 있다. 이를테면 기존의 가치 기준이다. 교육행정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정부의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이 지닌 졸속성은 이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대통령의 분부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심된다. 후닥닥 해치워서 되는 일이 있고 안되는 일이 있다. 교육여건 개선도 마찬가지다. 교실만 벼락치기로 많이 짓는다고 해서 선진국 수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3년까지 교원수를 2만3천600명가량 늘린다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잡는 그 해에 가면 충원이 불가능하다. 전국 시·도교육감회의에서 제기된 문제점이다. 또 학급을 늘리면 교무실 증축등 증설 수요 또한 감안해야 하는데도 간과했다. 이는 계획결함 이다. 여기에 겹친 졸속성은 불안할 정도다. 전국의 고등학교는 공사판이 될판이다. 도내에는 310개 고교에서 1천60개 교실을 지어야 한다. 오는 9월20일 일제히 착공, 내년 2월까지 완공하라는게 교육부의 지시다. 학교마다 7∼8개 교실에서 15∼16개 교실을 더 지어야 하는데 부지가 마땅치 않은 학교가 대부분이다. 담벽사이 공간이나 운동장을 잠식해 지어야할 학교가 있다. 심지어는 체육관, 과학실험실을 교실로 바꿔야할 지경인 학교도 있다. 운동장, 체육관, 실험실 등을 없애가며 교실만 증축하는 것이 선진국 수준의 교육여건 개선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만약에 이같은 교실증축이 실정법에 저촉돼 무허가 공사로 짓게 된다면 정부가 불법을 조장하는게 된다. 도대체가 갈팡질팡이다. 언제는 교원을 감축한다며 학급수를 줄이더니 이제는 학급 수를 늘리려니까 교실을 지으라고 야단이다. 그것도 6개월 안에 마치라니 학생들은 2학기 내내 공사속에 시달릴 판이다. 평소에는 학교에서 교실 한 칸을 더 지으려 해도 으례 예산이 없다며 외면해 오던 정부가 대통령 임기내에 17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재원은 갑자기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교육환경 개선이나 교실증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절실하다. 문제는 물리적으로 밀어붙이고자 하는 경직된 인식에 있다. 그보다는 안정된 교원수급, 내실있는 공교육과 더불어 교실 개선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뭣하고 있다가 뒤늦게 벼락치기로 서두르느냐는 말을 들어서는 오히려 역기능이 우려된다. 재임중 치적사업으로 매달리지 말고 짜임새 있는 거시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평가받는다.

대우車 독자생존의 길

대우자동차가 엊그제 인천지법에 제출한 정리계획안은 회사의 자력갱생을 위한 구조조정안에 기초한 것으로 독자생존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게 한다. 특히 이 정리계획안은 현재 진행중인 제너럴모터스(GM) 등 제3자와의 매각협상을 고려하지 아니한 독자생존 방안으로 매각협상 결렬에 따른 회사처리 정책방향 등의 혼선을 막고 회사의 급격한 신인도와 가치하락과 같은 과오를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이는 또 GM과의 매각협상에서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우차는 정리계획사업 추정기간을 2011년말까지 10년으로 잡고 매출규모는 우선 2005년까지 국내시장 점유율을 98년의 34%, 세계시장 점유율은 99년의 2.6% 수준으로 회복하고 그 이후는 전체시장 성장률에 비례한 매출물량을 계획하고 있다. 이 기간중 현재까지 인정된 부채 17조1천976억원은 출자전환(8조2천632억원), 변제(4조3천740억원), 주식소각 등 (4조5천595억원) 방법으로 정리하도록 되어 있다. 대우자동차가 제출한 정리계획안은 앞으로 법원의 심리를 거쳐 승인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대우차 노사가 정리계획안의 실행을 위해 합심해서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독자생존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GM과의 매각협상에서 최대의 쟁점인 부평공장이 그동안 과감한 구조조정과 노사간 무분규 선언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98년 6월 이후 3년만에 51억원의 흑자를 낸 사실이 이를 실증해 주고 있다. 대우차 전체로는 지난달에도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내 4월 67억원, 5월 135억원, 6월 17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자구계획에 돌입한 대우차가 정리해고 등을 통해 전체인원의 30%가 넘는 7천410명(부평공장 4천156명)을 줄이는 등 인건비와 재료비·경상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파멸과 회생의 기로에 선 노사가 허리띠를 졸라 매고 노력한 결과로 전 산업계에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우차는 앞으로 이같은 흑자전환의 교훈을 거울삼아 한층 더 분발해야 한다.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합리화로 독자생존 기반을 구축하고 매출증대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으로 영업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부채상환 재원확보에 힘써야할 것이다. 이것만이 대우차가 회생할 수 있는 길임을 명념해야 한다.

마약근절은 강력한 단속뿐이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마약은 소수의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됐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마약사범이 급속히 늘어나 지난해 이미 2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요자가 있어 공급이 있는 것이지만 밀수 대규모화와 밀수조직의 다변화, 그리고 사라졌던 국내 마약공장의 재등장 등으로 국내 마약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심히 불안한 사회현상이다. 한국인이 90년대 초반부터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에 마약제조 공장을 차려놓고 그동안 50여㎏의 히로뽕을 국내로 밀반입해왔는가 하면 국내에도 다량의 히로뽕을 제조하는 마약 공장이 재등장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종 마약류가 올해에만 엑스터시(일명 도리도리) 338정, 야바 2천95정이 압수됐으며 신종 마약류사범 적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7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국내 거주 외국인에 의한 마약범죄도 지난해에 비해 15배나 증가했다니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추세로 나가다간 한국 사회가 마약 천국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6월 대검에 마약부가 신설돼 검찰의 마약사범 일괄 단속 체계는 마련됐지만 국정원 및 관세청 등 유관 기관들과의 일원화된 조직없이는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는 마약조직에 대한 체계적인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더구나 마약 수사의 특수성을 감안, 현재 4억원으로 책정돼 있는 ‘수사비’가 턱없이 부족해 효과적인 단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점조직화된 마약사범 단속에 투입되는 최소비용을 3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한 건당 1천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돼있는 예산 배정이 검찰 수사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어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수사당국의 제1차 목표는 이른바 ‘백색 삼각지대(white Triangle)로 불리는 한·중·일간 마약류 거래 차단이다. 일본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으로 동북아 최대 마약 생산국인 중국의 마약이 한국으로 역류되고 있어 국제협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검찰은 중국 공안부 금독국(禁毒局)과 공조체제를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 경시청과의 연례회의 정착 방안도 마련중이라고 한다. 모든 범법행위가 그러하지만 특히 마약퇴치의 지름길은 달리 있을 수 없다. 계몽도 필요하지만 우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관세청 등 수사 유관기관의 유기적인 통합이 속히 이루어져 마약사범 단속에 더욱 개가를 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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