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통일도 통일로 용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더 말할 상대가 안된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그렇게 행동하는 인사들이 있어 우리의 정체성을 흐리게 한다. ‘평양 8·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남측 방북단 가운데 이런 의심을 받게 하는 인사들이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이들은 민족대단결 10대강령, 고려연방제, 통일3대원칙 등을 새긴 이른바 ‘조국통일 3대헌장탑’제막식 행사에 각서를 어기고 참석한 것으로도 모자라 해괴한 언행을 일삼았다. 만경대를 참관한 사실은 탓할 일이 아니나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느니, ‘역사의 자취를 목격했습니다’느니 하는 글을 방명록에 굳이 남긴 것은 도대체 그들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통일의 접근은 정체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며 우리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다. 헌법 전문과 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강조하고 119조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다. 이런 정체성을 부인하는 대북접근은 나라를 송두리째 그냥 갖다 바치자는 것밖에 안된다. 이번 방북단의 방북불허의 정부방침이 하룻사이에 전격 허가된 급선회가 통일부가 아닌 고위층의 어떤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지 여겨진다. 그렇지 않고는 정부 방침이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수가 없다. 그리고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방북단 가운데 돌출행각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객관적으로 능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북측의 김정일국방위원장 서울답방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이래가지고야 당국자간 대화 재개보다 더한 김위원장의 답방이 있다한들 무슨 진정한 대화가 되겠는가 하는 생각을 갖는다. 또 앞으로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친북세력이 설치는 판이다. 예컨대 상호주의를 반통일분자로 매도하는 그들이 무슨 소린들 더 못하겠는가 우려된다. 어쩌다가 나라의 정체성이 이토록 훼손되고 이 정부는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
정부가 이에 할말이 있다면 일부 방북단의 탈선행각에 엄중한 법률적 책임을 물어 더는 국기 문란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제대로 해낼지는 의문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위반했다 해도 처벌조항이 있는게 아니다.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 가뜩이나 북측을 자극할까봐 전전긍긍 하는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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