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있는 곳에 의사가 있어야 하고 환자없는 의사는 있을 수가 없다. 의사가 사회통념상 대우를 받는 것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직업윤리의 고귀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사가 환자를 외면하는 것은 직업윤리에 반한다. 그 어떤 이유도 이유가 될 수 없다. 의료사상 초유의 이런 불행한 집단파업을 지난 의약분업 분쟁때 수차 경험했다. 이로도 모자라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에 반발한 의협의 집단휴가 강행은 다시 한번 윤리성을 생각케 한다. 집단휴가는 집단파업과는 비록 형태가 다르긴 하나 의도적으로 환자를 외면 함으로써 환자들이 고통을 받긴 매한가지다. 집단휴가 첫날 참여율이 경기도내는 3천622곳의 개원의 가운데 195곳으로 5.3%, 인천시내는 1천83곳 가운데 59곳으로 5.4%에 그친 것은 일단 불행중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많든 적든 고의적 집단휴가 사태로 겪는 환자들 고통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병·의원은 다음 진찰 일자를 미리 정하는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환자들과의 약속을 일방으로 파기한 몰염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예약파기로 증세가 악화됐을 경우의 의사들 책임은 윤리성을 떠나 민·형사문제로 번질 수 있다. 환자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의사는 환자에게 그렇지 않아도 최선을 다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집단휴가에 참여한 의사들은 과연 의무에 충실하고 예약된 환자들의 증세악화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한다. 본란은 의약분업 시행착오 때부터 정부시책의 문제점을 지적해오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하는 일이 마땅치 않아 환자를 버리는 것은 의사로서 차마 할일이 아니다. 연관지을 수 없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의사들의 집단의사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의료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할터인데도 되레 신뢰를 잃는 우매한 처사다. 집단휴가는 참여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또 짧으면 짧을 수록 좋다. 평소 격무에 시달리는 의사들도 휴가는 물론 있어야 하지만 집단휴가는 아니다. 기왕 참여한 의사들은 기다리는 환자들 곁으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는 도덕적 용기를 갖기 바란다. 그리고 더는 이같은 불행한 사태가 없어야 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02학년도 고등학교 2종 교과서 내용은 일부에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합격 판정을 받은 고등학교 2종 도서 308권 가운데 일부가 출판사에 따라 심각한 편향성을 보이는가 하면 고등학생들의 판단력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사례나 용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내용들 가운데 A출판사의 사회과 교재 ‘인간사회와 환경’중 ‘지역화와 지방자치’의 경우 다른 지역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태백과 대구 사례를 심층 비교했는데 태백은 1쪽만을 다룬 반면 대구에 대해서는 9쪽이나 할애했다. B출판사의 ‘국어생활’의‘대중문화와 국어생활’에서는 광고 읽기, 텔레비전 읽기, 소설 읽기와 영화 읽기만은 다뤘다. 대표적인 기존 대중문화 매체인 신문과 라디오는 물론 인터넷 등 뉴미디어 매체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같은 책의‘정보화 사회와 국어생활’에서 별도로 정보매체 측면으로서만 방송과 신문을 비교, 뉴미디어를 다루고 있지만 접근방법이나 내용이 완전히 달라 편향성이 문제점으로 남는다. C출판사의 사회교과서는 용어와 삽화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 ‘사회적 쟁점과 합리적 의사결정’에서 근대 서양 시민들의 기본권을 설명하면서 ‘인민’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다. 물론 ‘인민’이라는 용어는 원래 영어의 ‘people ’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지만 남북한 이데올로기 갈등 과정에서 아직은 금기시된 표현이 아닌가.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수십년간 사장돼 있던 단어의 사용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할 대목이다. D출판사의 사회과목‘정치생활과 과제’에서 정치를 늑대의 영역 다툼에 비유하고 늑대들이 으르릉거리는 삽화를 넣은 것은 정치인들을 지나치게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정치 혐오감만을 심어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7차 교육과정의 고교 교과서들 가운데 새 음악 교과서의 경우 트로트, 록 등 대중음악까지 싣는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성,과거에 비해 학생들의 수업참여와 흥미를 불러 일으킬 내용이 많아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재미와 특성만 강조한 나머지 객관성의 결여가 발견된다면 교과서로 사용하기 전 신중한 재검토가 있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교과서의 중요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교과서 집필자들과 각계의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종합평가회를 개최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의 수정여부를 확정하는 등 교육당국은 현명한 대책을 곧바로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지방지치란 중앙집권적 통제로부터 벗어나 지방행정을 주민들의 책임과 부담아래 자율적으로 수행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경기도의 인사행정 등 주요 도정이 중앙집권적 관행을 더 유지하려는 행정자치부의 발목잡기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지자제의 본령을 거스르는 것으로 매우 우려할 일이다. 경기도는 평택항 활성화를 위해 서기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평택항 개발지원단을 지난달 1일 출범시키기로 하고 지난 6월초 행자부에 직제 신설 승인을 요청했으나 타당성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달째 표류하고 있다. 또 제2청 행정부지사의 명예퇴직 신청에 따른 행정2부지사와 2급부시장의 내정과 함께 단행한 실·국장급 인사도 명퇴자에 대한 행자부의 심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발령 했다는 이유로 전보를 유보시켜 발령자들이 장기간 공중에 떠있는 등 주요 행정이 발목 잡혀 있다. 이를 두고 공직자 사이에서는 ‘행자부의 괘씸죄에 경기도가 걸려 들었다’든지 ‘행자부가 요구하는 낙하산 인사에 불응했기 때문’또는 ‘평택항 개발지원단장 자리를 놓고 행자부와 경기도가 파워 게임을 하고 있다’는 등 온갖 추측들이 난무, 공직사회가 어수선하고 사기마저 떨어지고 있다. 이같은 설들이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으나 그럴듯한 주측들이 사실이라면 지방자치발전을 위해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행자부 당국은 경기도 공무원사이에서 왜 이같은 추측들이 나돌게 됐는지 그동안의 행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행자부의 발목잡기가 그동안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몸에 밴 권위주의와 독점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지자제 정착을 위해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경기도의 미숙성을 구실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시도이거나, 강해지는 경기도의 발언권을 꺾으려는 수단이라면 이 역시 우리가 단연코 경계해야할 일이다. 지자제는 ‘중앙집권’에서 ‘지방분권’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지난날의 권위주의적 획일주의 행정은 자율행정을 후퇴시키고 지자제의 바람직한 정착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행자부당국은 과거처럼 지시하고 군림하던 권부(權府)의 색채를 말끔히 씻어내고 민선 단체장 체제하의 지방자치단체들을 지원하고 조정하는 정부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웅도 경기도의 발전과 미래상을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알리는 ‘세계도자기엑스포2001경기도’가 내일부터 이천·여주·광주를 주행사장으로 하여 개최된다. ‘흙으로 빚는 미래를’주제로 오는 10월28일까지 80일간 개최되는 전세계 도자기인들의 축제인 ‘세계엑스포도자기2001경기도’에는 전세계 84개국이 참여하고 5백만명이 국·내외관광객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되는 21세기 최대의 지구촌 축제가 될 것이다. 이번 도자기 축제를 위하여 경기도를 비롯한 해당 시·군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웅도 경기도를 세계에 알리는데 손색이 없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준비하였다. 찌는 더위와 장마 속에서도 성공적인 도자기 축제의 개최를 위하여 수고한 관계자와 실무요원, 그리고 건설요원 여러분의 노고에 대하여 우리 모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야 될 것이다. 천년의 신비를 간직한 한국의 도자기 예술은 한국의 문화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특히 경기도의 역사와 삶의 양식을 대변하는 보고(寶庫)이다. 고려초부터 생활도자기의 뿌리를 가지고 온 여주, 조선백자의 전통을 지닌 이천, 왕실의 어기를 제작해 온 광주는 세계 도자기 예술의 메카일 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삶과 역사를 같이 한 우리의 숨결이다. 때문에 이번 도자기 축제는 단순한 도자예술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한민족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도자기 축제가 경기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생산유발 효과만도 6천억원에 이르며, 소득유발 효과도 1천억원에 이른다는 산술적인 경제적 가치는 기대되는 바 크다. 각종 간접시설의 투자를 통하여 새로 거듭나는 경기도의 건설을 통하여 IMF 이후 침체된 지역경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음식업계 등도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도자기 특수가 예상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희망적인 기대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이 있을때 가능한 것이다. 모든 도민이 도자기 축제의 홍보요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 도자기 축제를 알릴 때 도자기 축제가 목적한 성과를 이룰 것이다. 21세기를 비상하는 웅도 경기의 모습이 이번 도자기 축제를 통하여 새삼 되새겨지기를 전도민들은 갈구한다.
건강하게 보존되고 가꾸어져야할 국토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한 도시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산과 하천·해안 심지어는 인적이 끊겨 있던 심산유곡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수도권지역은 민선 지자체들의 개발의욕 때문에 국토를 훼손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음을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일보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기획보도한 ‘수도권을 살리자’라는 특집기사도 수도권의 자연환경훼손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만큼 심각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변두리 어느곳을 가보더라도 시골풍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층아파트가 우뚝 들어서고 경관좋은 도로변 곳곳엔 러브호텔과 갈비집 등이 무질서하게 난립해 국토의 미관을 해치고 있음을 쉽게 볼수 있다. 과거 정권 밑에서도 어느 정도 국토를 훼손하는 무질서한 개발사업이 있었으나 민선 지자체가 실시된 이후 이러한 자연환경 훼손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사태는 각종 수치를 보더라도 잘 알수 있다. 최근 경기지역에서 해제된 그린벨트 면적이 12개 시·군 25개소의 297만4천101㎡에 달하고 있다. 또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인 경기만 갯벌은 간척사업으로 246㎢가 훼손돼 이제 153㎢밖에 남지 않았다. 산림도 지난 98년 이후 4천973ha가 훼손됐다. 국토보전에 앞장서야 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손발을 맞춰가며 오히려 반대로 치닫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자체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수익성 개발사업이 많아졌는데, 따지고 보면 이것도 공공성보다 지방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많아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재정이 빈약한 지자체로서는 개발이익을 겨냥할 수밖에 없겠으나 지나치게 개발이익에 집착하다 보면 자연환경은 도외시한 채 마구잡이 개발에 뛰어들기 십상이다. 물론 개발이라고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일은 아니다. 때로는 개발이 기존의 상태를 보완해 더 좋게 개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발은 개선보다는 개악쪽에 가까운 경우가 더많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후손에게 아름다운 국토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개발은 국토의 합리적 이용측면에서나 환경친화적인 국토개발의 요청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신중히 가려가며 제한적으로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창간 13주년을 맞이한 오늘은 감회가 유난히 새롭다. 1988년 8월8일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의 열망 속에서 출범한 경기일보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지방언론으로 우뚝 섰다는 자긍심이 충만해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경기일보는 사시(社是)로 내건 민주언론구현, 신뢰사회건설, 지방문화창달을 위해 독자들의 격려를 받으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무엇보다 국익우선을 근본으로 하는 가운데 경기·인천지역 주민과 함께 지방자치시대의 동반자로써 지역발전과 복지향상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정론직필로 언제나 약자와 서민의 입장에 서서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어두운 곳은 밝게, 불결한 곳은 깨끗하게 정화하기 위하여 전사원이 혼연일체가 되었다. 이와 함께 경기일보는 독자들의 성원과 기대에 과연 얼마나 만족스럽게 부응했는가를 항상 자성(自省)하며 부족한 점을 시정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으나 늘 미련은 남게 마련이었다. 그리하여 경기일보는 창간 13주년을 계기로 다시 한번 스스로의 개혁을 통해 면모를 일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경기일보는 ‘ 사고(思考)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방적으로 ’라는 케치 프레이즈 아래 명실상부한 지방언론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지방시대에 발맞춰 지방자치행정을 주시하는 가운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시대적 사명과 역사 의식을 갖고 불의와 독재에 맞서 한국사회를 선도해왔던 영원한 기자정신으로 언론의 역할을 충실이 이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오늘날 언론 여건은 언론개혁과 언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매우 민감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언론이 특권을 감시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언론의 이익과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면 분명한 모순이다. 그러나 언론의 진정한 개혁은 오직 ‘ 자율언론 ’의 성취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이비언론의 문제, 투명해야 하는 경영상의 문제, 해묵은 윤리성 제고의 문제,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 저하의 문제 등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타율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국내적으로는 지방화시대이며 대외적으로는 국제화시대이다. 이같은 시대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타성에만 젖는다면 한국의 언론은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기일보는 이러한 제반 상황을 극복하면서 보다 정의로운 언론, 더욱 깨끗한 언론, 신뢰받는 성숙한 언론을 구현하는 데 가일층 노력하고자 한다. 언론이 공기(公器)로서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제점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창간 13주년을 맞이한 경기일보가 새삼스럽게 언론의 위상과 책임을 천명하는 이유는 스스로 개혁하고 부단히 혁신하면서 경기·인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가운데 독자들에게 더욱 믿음을 주는 신문, 독자가 만족하여 애정을 갖는 신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도와 인천은 자타가 공인하는 남북교류의 현장이며 통일시대의 중심지이다. 그리고 세계의 관문이다. 앞으로 경기일보는 이러한 경기도와 인천지역의 발전과 1천300만 주민의 복지 향상을 위하여 앞에서 천명한 언론의 사명과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정론을 펼치는 데 가일층 매진할 것이다. 특히 창간 13주년을 맞이해 내건‘ 수도권을 살리자 ’라는 슬로건은 지역발전의 저해 요인인 각종 규제의 굴레를 떨쳐 버리고 역동적인 도약의 발판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기획보도를 통해 경기도와 인천의 정치·경제· 행정·교육·환경· 문화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를 활력화하는 데 앞장 설 것이다. 지역의 풍요와 눈부신 번영을 위해 13년 연륜을 토대로 하여 더욱 패기있고 건강한 언론으로 거듭나는 경기일보에 독자들의 보다 깊은 관심과 격려를 당부드려 마지 않는다.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반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2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시베리아 철도를 따라 9박10일간의 여행 끝에 모스크바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한차례 회담을 하였다. 북한과 러시아의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 국제 전략적 안정화, 그리고 양국관계에 대한 긴밀한 현안 문제를 협의, 이를 8개 조항으로 된 모스크바 공동선언을 발표하여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여러가지 점에서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장기간에 걸친 해외여행이고 금년초 중국을 방문한 이후 연이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수년간 이들 국가들이 남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북한과의 관계가 다소 소원하기는 하였으나 전통적인 우방이다. 금년초 중국을 방문하여 개방화 정책을 몸소 체험한 김 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하여 러시아의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한 푸틴과의 유대강화란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공동선언에서 양국은 특히 남북한과 러시아간 철도연결사업에 관심을 표명하였으며,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하여 노력키로 하여 무엇보다도 경제협력의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한 철의 실크로드 재건이 러시아 부흥의 기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북한과의 협력이 긴요한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도착과 때를 맞추어 북한의 대규모 대표단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번 회담이 남북한 관계에 미칠 파장에 대하여 정부는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비록 러시아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를 보냈지만 주한미군 철수에 대하여 러시아가 이해하는 입장을 나타냄으로써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요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군 총참모장이 뒤늦게 러시아 방문에 합류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전개되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경제적 유대강화는 앞으로 한반도 정세 변화에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공연히 김 위원장의 답방만 기대하지 말고 러시아 방문등을 통하여 전개되는 김 위원장의 행태에 대하여 세심한 분석을 통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공약없는 선거는 있을 수 없다. 반대로 공약이 선거의 전부는 아니다. 본보가 어제 보도한 자치단체장 공약 이행실태는 내년의 6·13지방선거에 시사해 주는 의미가 크다. 겨우 20∼30%, 그것도 주로 비예산사업 분야에 걸쳐 이행됐을 뿐이다. 선거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란 말이 나온지는 이미 오래다. 공약이란 으례 그런거라는 관념이 통념화 됐을 정도다. 이때문에 후보자의 공약사항을 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는 별로 있을 것같지 않으나 그래도 일별해 보는게 통상이긴 하다. 공약없는 선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약에 대한 주문은 허풍쟁이 후보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기 보다는 유권자가 허풍공약을 알아보는 의식이 앞서는게 더 중요하다. 우선 백화점의 상품 나열식 선거공약은 믿을 것이 못된다. 그저 듣기좋은 소리만 늘어놓는 공약은 선거공약일 수 없는 무책임한 소리다. 방대한 예산사업을 내거는 것 또한 십중팔구는 부도수표다. 심지어는 법규에 없거나 법규에 위배되는 선거공약을 표방하는 후보자도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지방자치행정이 소임이다. 중앙의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입법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재정이 풍족한 것도 역시 아니다. 그렇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제한된 이런 여건속에서나마 자치행정의 능률을 살리는 것은 단체장의 역량이다. 이에 관련한 주민생활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구체적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선거공약이 돼야 한다. 유의할 것은 되도록이면 공약은 제대로 이행되는게 좋지만 강박관념을 가져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무리한 예산사업을 선거공약이란 이유로 강행하려 드는 것은 독선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공약은 유권자와의 포괄적 사항의 약속이지 개별적 사항의 약속은 아니다. ‘정치인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놔준다고 한다’는 말도 있고 ‘가장 적게 공약하는 사람에게 투표하라, 그가 가장 적게 실망시킬 것이다’라는 말도 있긴 있다. 하나, 공약이 선거의 한낱 장식품으로 더이상 필요악처럼 돼서는 안된다. 연륜에 비추어 이제는 지방자치를 좀더 성숙시킬 단계가 됐다. 단체장의 선거공약 또한 걸맞는 공약다운 공약이 나와야 한다. 내년의 6·13지방선거에서는 검증에 자신있는 좋은 단체장 후보들의 공약이 제시되면 좋겠다.
‘주 5일근무제’에 관련한 대한상의의 우려는 능히 고려할만 하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의 졸속추진을 우려한 노·사가 오히려 신중을 기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또 연간 휴일수가 165∼175일이 돼 많게는 휴일이 연중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게 대한상의가 제기한 새로운 분석 내용이다. ‘주 5일근무제’는 찬반간에 정밀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처럼 휴가 및 임금구조가 복잡한 형편에서는 ‘주 5일제근무’를 실시하더라도 이에대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놓고 실시해야 한다. 예컨대 우리보다 소득이 1.5배 높은 대만의 130일 수준을 넘어서면 국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므로 약정휴가를 연차휴가내에 사용토록 하는 등 휴가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상의의 지적은 이유가 성립된다. 원론적 입장에서는 ‘주 5일근무제’가 나쁜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이를 실시해도 될 단계인가 하는 판단에 대한 속단은 금물이다. 말인즉슨은 노동의 질을 높인다지만 과연 노동의 질이 얼마나 향상될 것인가는 막상 의문이다. 나라빚도 많고 국민의 금융가계 빚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계층간 소득격차는 해마다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런판에 ‘주 5일근무제’를 잘못 실시하면 국민개로(皆勞)의 의무관념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부의 일방적 ‘주 5일근무제안’만으로 내년부터 공공부문에 걸쳐 먼저 실시하겠다며 노사정합의를 압박하고 나서는 것은 더욱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OECD회원국 가운데 우리만이 안하고 있다지만 우리는 불행히도 아직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다른 회원국의 절반에도 못미쳐 선진국이 아니다. 일본만 해도 ‘주 5일근무제’를 정착시키는데 11년이 걸렸다. 국내에서 이에관한 논의가 1년을 훨씬 넘겨가며 진행되고 있다하여 초조해할 이유가 없다. ‘주 5일근무제’는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의약분업처럼 또다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생안정과 기업활동이 조금도 저해되지 않는 충분한 대비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달말까지 합의가 안되면 정부안을 단독으로라도 국회에 상정시키겠다는 생각은 당치않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사정의 원만한 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
경기도 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공립 대안(代案)학교 설립을 추진, 주목을 끌고 있다. 도 교육청은 올해말 이전 예정인 수원 당수초등학교 자리에 고교과정의 대안학교를 세우기로 하고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행정절차와 함께 교직원배치 및 교육과정 운영계획 등을 수립중에 있어 곧 선보일 대안학교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안학교는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모아 전인교육을 시키는 특성화 학교다. 획일적인 공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교육과정과 학습방법을 자유롭게 운영함으로써 학생들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고 남을 배려할 줄 알게 하는 인간교육의 장이다. 입시 경쟁도, 시험 스트레스도 없어 개인의 적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학습장으로 가족적인 분위기속에 모든 학생이 존중되는 학교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이제까지 화성의 두레자연고를 비롯한 전국 11개 대안학교 모두가 ‘사립’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모아 교육하기 때문에 그동안 대안학교는 곧 ‘사립’으로만 인식되었고, 공교육과는 대칭되는 개념으로 알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때 경기도교육청이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안학교를 설립해 획일적인 공교육 시스템과는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교육시키려는 것은 과감하고 진취적인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공립 대안학교는 교육내용의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교육기관이 운영하는 제도권 학교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거부감이다. 제도권 교육이 싫어서 이탈한 학생들이 공립 대안학교에서의 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교육당국은 주입식 교육에 치중하는 일반고교와는 달리 인성과 진로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필수과목 위주의 체험학습과 심성수련에 중점을 둘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안학교란 획일적이고 통제적인 제도교육에 염증을 느낀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인 만큼 개인적성과 특기를 최대한 살려주는 자유로운 학습분위기가 더 중요함을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최근엔 획일적인 교육에 적응못하는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 이들을 위한 대안학교도 발전적으로 설립하는 문제를 검토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