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정책 왜 흔들리나

정부의 신용카드 관련 정책이 줏대없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당초 신용카드 업계의 무분별한 판촉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신용카드 길거리 판매를 규제하기로 했던 방침을 슬그머니 바꾼것은 정책 난맥을 드러낸 하나의 좋은 예다. 금감위는 그동안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신용카드사들의 무분별한 거리 회원 모집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지난 5월 관련 규정에 이를 명문화 시키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금감위 정례회의에서 ‘여신전문금융업 감독 규정’을 개정하면서 이 방침을 바꿔 사실상 길거리 판매를 계속 허용한 셈이 됐다. 불과 두달만에 정부의 주요정책이 갈팡질팡 한 것이다. 금감위는 신용카드의 길거리 판매 규제가 신용카드사의 정상적인 영업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 등 다른 법령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개정안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억지변명으로 금융감독 당국으로서는 할 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업계의 로비에 따라 정책이 바뀌었다는 의혹을 사기 쉽다. 영업규제는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또 각종 법규는 각기 제정취지가 있게 마련이거늘 ‘금융사항’을 도로교통법으로 규제 가능 운운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억지다. 신용사회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신용카드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열경쟁은 어느정도 불가피한 점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벌어지고 있는 업계의 과당경쟁은 그 도가 지나쳐 시장기반 확대라는 순기능보다 오히려 신용카드 산업의 장기적 안정과 발전을 저해하는 역기능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걱정되는 부작용은 신용불량 고객의 양산이다. 가입자의 소득 수준이나 신용상황을 전혀 도외시한 채 마구잡이로 발급한 신용카드는 필연적으로 신용불량 고객의 폭증과 연체 증가를 초래, 경영수지를 악화시킬 게 뻔하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이 무모하게 과당 판촉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같은 수지악화 요인을 엉뚱하게도 신용 우량 고객들에게 모조리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 금리가 아무리 내려가도 카드사의 수수료와 연체금리가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카드업계의 이같은 경영구조적 병폐와 도덕적 해이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따라서 이같은 업계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선 낭비적인 과열 판촉행위의 규제가 절실하다. 청소년의 과소비 방지를 위해서도 보다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안경희씨의 죽음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 부인 안경희씨의 죽음을 각색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굳이 그래야할 이유가 없고 고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이에 언급하는 것은 고인의 빈소에 나타난 조문 정서의 객관적 사실에 비추어 문제의 세무조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아지기 때문이다. 정치권,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줄이은 조문 정서를 의례적이라고 혹자는 의미를 축소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아 결코 단순히 의례적인 것 만은 아닌 깊은 그 무엇이 분명히 깔린 것으로 비친다. 고인은 생전에 남편이 부도덕한 사주로 매도되고 일가 친지들이 줄줄이 불려가 조사당한 것을 무척 괴로워 했다고 전한다. 우리는 대주주 일가, 지인등의 금융계좌를 전례없이 10년전까지 뒤져 사주에게만도 무려 469억원을 매긴 추징세금에 대해 논평할 입장은 아직 아니다. 안경희씨가 차마 감당키 어려운 주검을 스스로 택한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렇다 하여 김병관 사주를 덮어놓고 두둔할 생각 또한 없다.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법원의 확정판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방적 매도 역시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간 군중몰이식으로 동원된 비난 또한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세무조사의 전통적 관례를 깨가며 기정사실처럼 발표된 경위와 진의가 무엇인지 의아해 하는 시각과 견해를 같이한다. 언론개혁은 순수해야 한다. 정부 소유 구조의 언론은 놔둔채 듣기싫은 소리 하는 언론에 칼을 들이대는 것은 결코 순수하다 할 수 없다. 사건은 앞으로 기소하는데도 적잖은 시일이 요할 것 같다. 법원의 확정판결 결과가 주목되지만 이는 더욱 많은 시일이 걸린다. 언론이 권력에 의해 몰매를 맞은만큼 과연 부도덕 한지, 아니면 언론에 난도질을 한 권력이 부도덕한가가 판가름 나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어 답답하고 당장 맞은 몰매는 너무 아프다. 고인은 이를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했다. 한국 언론사에 비정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지방지가 중앙지 사주 부인의 죽음에 언급하는 것을 걸맞지 않게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방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경쟁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의 큰 신문들이 타격받으면 지방지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는것 같으나 당치 않다. 당치 않음을 빤히 알면서 하는 편가르기 책동이다. 작금의 일부 언론이 이에 편승하는 것은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수해복구, 수해대책 겸해야

민·관·군의 수해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수해대책의 소홀한 책임을 따지는 것도 절실하지만 복구가 우선이다. 도내에 1만여명이 투입, 2천200여대의 각종 장비가 동원된 가운데 유실된 도로 및 제방등 공공시설 복구와 함께 침수지역에 대한 작업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적십자사와 독지가 등의 현지지원이 있는가 하면 가전 3사는 가전제품의 무료봉사 등을 벌이고 있긴하나 3천500여명에 이른 이재민 긴급구호가 초미의 관심사다. 또하나 시급한 것은 예산지원이다. 대개의 경우, 예산집행 절차에 매달리다가 사후약 방문이 되는 폐단이 또다시 거듭돼서는 안된다. 지방·중앙을 막론하고 당장 예비비라도 풀어야 한다. 재해대책을 위한 추경편성은 물론 필요하지만 다음의 일이다. 어제도 말했지만 도내만 해도 3천600여채의 가옥등 침수지역에 대한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 콜레라, 장티프스, 이질, 피부병 등 수인성 전염병을 막기위한 현지 대책과 진료활동이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 불행하게 일단 발생되고 나서는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 발병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책임이다. 가로등 누전에 의해 도내 4명, 인천 5명, 서울 6명등 15명이 길가다가 멀쩡한 사람이 감전으로 비명횡사한 것은 정말 해괴하다. 이같은 사고는 사고 자체가 실로 수치스러운 후진국형 인재다. 수해복구작업은 복구작업이면서 오는 19일부터 또 장마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된데 대한 수해대책이기도 하다. 누전사고의 철저한 경찰수사와 더불어 또다시 호우가 내려도 재발하지 않는 안전대책을 거듭 촉구해둔다. 침수지역에 대한 재발없는 대비도 역시 완벽해야 한다. 장기대책과 함께 침수의 원인에 따른 배수시설등 당장의 응급대책을 강구해 엎친데 덮친식의 침수 재발이 없도록 해야 하는것이 자치단체의 임무다. 지금 수재민 가운데는 인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다 그렇다고 할순 없겠으나 과연 평소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대처해 왔는지는 의문인게 사실이다. 특히 자치단체장은 더욱 냉철한 반성이 촉구된다. 심야의 집중호우 때 취약지구를 돌아본 단체장이 얼마나 됐는지조차 심히 의심스럽다. 지금이나마 앞으로의 호우에 수해대책을 겸하는 수해복구 작업에 성실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불량식품 공급업체에 중벌을

최근들어 학교안에서의 집단식중독 사고가 잇따라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급식 공급업소 3곳중 1곳 이상이 유통기간이 경과한 식품원료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식품에 첨가할 수 없는 사카린나트륨으로 음식을 만들어왔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일부 업소는 영업신고조차 하지 않은채 버젓이 학교급식업체로 지정돼 도시락을 공급해 왔다고 하니 급식업체도 큰 문제려니와 학교는 왜 그러한 업체를 선정했는지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불량 급식업체의 비위생적인 음식조리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특히 경기·인천지역이 가장 심한 것으로 드러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경기·인천지역 도시락운반 및 위탁조리업체의 상당수가 유통기간을 넘긴 재료를 보관하거나 사용하고, 건강진단을 받지않은채 조리했다는 것이다.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4월부터 2개월간 경기도·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도시락 공급업체를 합동 점검한 결과 경기지역 12.5%, 인천지역 59.6%의 업체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한다. 이들 불량업체들은 자가품질검사를 실시하지 않은채 도시락제품 등을 제조, 가공해 학교 등지에 공급, 판매했으며 종사자가 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고 식품을 조리했다는 것이다.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표시가 안된 젓갈, 햄, 소시지 등을 사용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불량식품 제조 및 판매는 집단타살행위와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올들어 5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발생 환자는 2천999명(34건)이다. 이 가운데 학교급식 때문에 발생한 환자가 2천177명으로 전체의 72.5%를 차지한다. 식중독 다발(多發)원인으로는 학교 조리시설·조리사 개인위생 불량이 꼽힌다. 불량식품, 특히 학교에 공급하는 도시락을 비위생적으로 조리하는 불법행위 근절대책은 지속적인 단속뿐이다. 업체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은 이제 그 효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도시락공급업체를 선정하는 학교도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불량식품 제조·공급행위자에 대한 중벌적용을 거듭 촉구한다.

수해속에 사는 주민들

주말 호우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강타, 또 적잖은 수해를 냈다. 인천지역 역시 상당한 수해가 났다. 주택 및 농경지 침수 등 재산피해도 피해지만 인명피해가 유별나게 많은 것은 수해대책의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진다. 2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도내 인명피해 가운데 가평, 고양에서 11명이 야영, 낚시, 차량전복 등 급류에 휘말려 희생된 것은 책상머리 재해대책 탓이 아닌지 의심된다. 산간계곡, 하천변, 유원지 등의 행락객 철수지도가 현장위주로 좀더 철저히 이행됐으면 이런 참사는 능히 막거나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구리 산사태 모녀 매몰사, 그리고 광명, 안양에서 길가던 행인이 전주가 쓰러져 감전사 하는등 어이없는 사고에 대해선 그 책임한계를 분명하게 가려내야 할 일이다. 안양에서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겨 일가족 3명이 숨지는등 20여 시·군에서 3천500여채나 빚은 주택가 침수소동은 해당 자치단체가 수방관리를 소홀히 한 완전 인재다. 이번 도내 강우량은 포천 322mm를 비롯, 구리 309mm, 의정부 296mm, 양주·광명 260mm, 김포 233mm, 여주 19mm 등 평균 157.3mm다. 여름철이면 150mm대 강우량의 집중호우는 충분히 예상해야 하는게 지방자치행정의 소임이다. 그런데도 100mm도 훨씬 못되는 수십mm의 호우로 침수를 빚은 시·군이 상당수에 이르러 이처럼 많은 주택 침수소동에다 인명피해까지 낸 것은 도대체 하수구 등 배수관리를 어떻게 한 것인지 심히 의문이다. 배수관리의 요체인 하수시설은 도시 기반시설이다. 기반시설 하나를 제대로 못갖추어 지역 주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그것도 되풀이 하여 끼치는 자치단체장은 그 책임을 깊이 통감해야 한다. 농작물 피해 역시 6개 시·군에서 1천여㏊의 농경지와 100여채의 비닐하우스가 침수된 것 또한 배수시설에 문제가 없는게 아닌지 성찰이 요구된다. 수방시설은 단10%의 미완으로 수해가 되풀이 되면서 이미 진척된 90% 공정을 헛되게 하기가 일쑤다. 적기를 놓친 예산집행의 실책으로 이런 흠이 없었는지 이번 기회에 잘 점검할 필요가 있다. 1천20여가구에 발생한 3천200여명의 이재민 대책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특히 주택가 침수지역에 설상가상으로 발생하기 쉬운 수인성 전염병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기는 아직도 멀었다. 이번 피해를 교훈삼아 주민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여름철 수해대책 강화에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가수반란, 방송측 책임

한국연예인제작협회 회원사 소속 가수들의 MBC출연 거부는 방송사 전횡에 대한 반란이다. ‘시사메거진 2580’프로그램에서 매니저와 가수의 관계를 노예계약으로 묘사한 것이 직접적인 발단이 되긴 했으나 평소 방송사측이 군림해온 잘못된 관행에 대한 항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일부 매니저와 가수간엔 경우에 따라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예관계란 심히 왜곡된 표현으로 이에 반발하는 가수측 주장은 이유가 있다. 아울러 출연거부는 문제의 왜곡부분에 대한 정정 및 사과와 함께 잘못된 제작관행에 대해 쌓였던 앙금이 동맹적 집단행동으로 유발됐다고 보는 것이다. 즉 가수의 불공정한 관계는 매니저가 아니고 바로 방송사측인 것이다. 예컨대 A급 가수라 해도 프로그램 출연료가 겨우 20만원∼30만원 수준이며 인기그룹도 1명당 고작 10만원 정도다. 이러고도 생방송이나 녹화를 막론하고 리허설을 위해 거의 진종일 스튜디오에 매달리다시피 해야한다. 프로그램 제공 광고비는 억대를 거둬들이면서 쥐꼬리 출연로로 혹사하는 것은 방송사측의 오만이다. 브라운관을 타야 대중의 인기를 얻고 또 밤무대 계약이 유리해지는 점을 제작에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출연료만 적은게 아니고 제작과정에서도 부당한 대우가 있곤 한다. 비록 독자 프로그램으로 천만원 단위의 출연료를 받을만큼 아직은 크게 성장하기 전이라지만 많은 가수들이 이같은 혹사를 당하는게 결코 합당하다 할순 없다. 방송사측의 횡포를 드러내는 극단적 사례로 과거 모방송의 가요 인기순위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시청자들의 투표로 순위를 정하는 이 프로에서 프로그램 제작진이 참여하는 1표는 집계 과정에 100표인가, 아뭏든 시청자들 표의 등가성과는 비교가 안되게 많은 표수로 계산했다. 이때문에 순위가 시청자들의 생각과 너무 동떨어진다는 알만한 사람들의 이의가 있을때면 내부규정을 들었으나 내규란 것 역시 제작진이 만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예인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키운다는 매우 잘못된 인식부터 먼저 고치는 것이 잘못된 고질을 개선하는 관건이다. 대중문화의 주인은 대중이지 텔레비전 프로그램 제작진이 아니다. 방송개혁 일환으로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출연거부 파동을 계기로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모방범죄 심각하다

모방범죄가 심각하다. 최근 폭력성 논란의 영화가 히트하면서 그 부작용이 은근히 걱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끝내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관객동원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친구’를 흉내낸 폭력행위 등 범죄행위가 청소년 사이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은 영화 등 영상물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깊이 생각케 한다. 얼마전 안양에서 고교생 3명이 자신들의 여자친구와 놀았다는 사소한 이유로 17세 청소년을 1시간동안이나 집단폭행한 것도 영화 ‘친구’내용을 본뜬 모방범죄이다. 이들은 영화속의 배우가 ‘상대를 때릴 때는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패야 한다’는 대사대로 잔인하게 집단폭행, 중상을 입혔다. 또 안양5동에선 대학생 등 4명이 심야에 도로에 버려진 쇠파이프를 보자 이를 주워 영화장면을 떠올리며 이유없이 쇠파이프를 마구 휘둘러 버스정류장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어쩌자고 영화에서나 가상적으로 있을 무자비한 폭력이 엉뚱하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지가 우선 놀랍다. 그리고 장안의 화제가 되고 유행이 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모방하고 보자는 우리의 줏대없는 사회풍토가 걱정스럽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범죄뿐 아니라 TV·소설 등에서 마구 등장하는 가상범죄에 대해서도 우리사회는 면역기능을 잃어 기상천외한 범죄가 만연할 것이다. 영화 ‘친구’에 대해선 여러 평이 있을 수 있다. 청소년들의 ‘의리’를 돋보이게 한 내용이나 각목과 쇠파이프를 동원한 폭력장면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 효과와 함께 파괴의 묘미를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폭력을 미화하고 깡패를 우상화한 것은 이 영화가 남긴 감동의 뒤안에 드리워진 어둡고 부정적인 그림자다. 비록 영화속의 일이지만 이런 시각은 자칫 우리사회의 건전한 가치관을 왜곡하고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칠 우려가 크다는 점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물론 영화 ‘친구’는 19세 이하 청소년들은 관람할 수 없는 영화다. 그러나 이들의 관람을 막을 수 있는 효율적 방도가 없다는 것이 현실적인 큰 문제다. 따라서 청소년들에게는 유해한 영화를 접근할 수 없게 가정·학교·사회와 치안당국이 대책을 세우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문화재 보존도 전시성인가

인천 최초의 문화재 복원사업으로 그동안 관심이 모아졌던 인천도호부청사가 2년9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13일 그 모습을 드러낸다. 80여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복원한 인천도호부청사는 유서깊은 역사가 깃든 인천의 또 하나의 명물이 될 것이다. 귀중한 문화재를 어렵게 복원한 인천시의 노고는 치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인천시의 문화재 관리·보호정책이 가시적인 것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 인천지역내의 각종 지정문화재와 사적지, 기념물들이 당국의 무관심으로 상당수가 훼손되고 있어 하는 말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도시개발이 비록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문화재 보존이 우선이어야함을 왜 자꾸만 잊는지 답답하다. 더구나 문화재가 있었던 현장조차 보존되지 못한다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9년 인천시가 ‘문학산 일대 문화유적 지표조사 보고서’를 발표할 때만 해도 시의 문화재 정책을 믿었었다. 하지만 올해 실시키로 한 추가용역과 발굴조사를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미루고 있을뿐 아니라 이미 조사 보고된 유적들의 현장보전마저 외면하고 있어 실망이 크다. 남구 학익1동 83 학산서원 터의 경우 인천시의 보존발표가 나온 이듬해 문학터널 공사장의 현장 컨테이너 사무실과 부대시설이 들어서면서 야적장으로 변해 서원터 표지석이 분실됐으며 학익동초교 정문 앞 고인돌은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채 도로에 방치돼 있다. 고려 때 (1317년) 건립된 학림사터도 수풀과 쓰레기더미 속에 방치돼 있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유형문화재 제15호인 용궁사 및 용궁사관음전과 조병수가옥, 논현포대, 강화향교, 교동향교, 강화유수부 동헌 등도 벽체의 균열과 부식이 심한 상태이며 기와가 파손됐거나 지붕이 새는 지경이라고 한다. 삼랑성과 선원사지, 무태돈대등도 관리 소홀로 잡초·잡목만이 무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천시 당국은 인천도호부청사 복원을 계기로 모든 문화재 관리에 가일층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더구나 요즘은 문화재가 훼손, 매몰될 우려가 큰 장마철이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문화재 및 유적은 안전관리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패가망신 주부도박

주부 26명이 낀 억대 도박꾼 40명이 또 경찰에 붙잡혔다. 검·경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도박병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으니 큰 걱정이다. 도박은 사회가 불안하고 가치관이 혼미해질수록 성행한다는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불행하게도 요즘의 우리사회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주부들 사이에서까지 상습도박이 판을 치는 현상은 실로 개탄스러운 망국풍조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경기경찰청에 검거된 도박꾼들도 이들이 어떻게 패가망신의 길을 걷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중의 하나라고 하겠다. 계모임 등을 통해 알게된 주부들이 중심이 된 이들 일당은 도박단이 운영하는 승합차를 이용, 장소를 옮겨가며 개장한 도박판에서 하루에 1억5천만원의 판돈을 걸고 수백차례에 걸쳐 노름을 해왔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현장에서 압수한 돈다발과 수표를 보면서 그 엄청난 규모에 그저 할 말을 잊게 된다. 주부 노름꾼들에게 도박장을 제공한 도박단이 지난해 5월말부터 최근까지 자릿값으로 뜯어낸 돈만도 자그마치 14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노름꾼중 30대 주부는 도박단의 한사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남편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3천여만원을 뜯겼다니 피해자로선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도박의 폐해는 새삼스럽게 지적할 것도 없이 자신과 가정을 황폐화시킬 뿐만아니라 국민을 비생산적 취향에 몰입시킴으로써 무기력하게 만들고 한탕주의를 부추긴다는 데 있다. 그러나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여간해서 헤어나기 어려운 게 도박의 세계다. 재산을 모두 잃고 가정까지 파탄된뒤 후회한들 소용없는 일이며 결국 인생낙오의 큰 대가를 치를 뿐이다. 이처럼 무서운 도박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아예 처음부터 손을 대지 않는다는 단단한 각오와 실천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도박병리를 치유하기 위해 국민의 오락을 건전한 방법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개인 파멸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도박풍조는 어떻게 하든 뿌리를 뽑지 않으면 안된다. 상습도박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저한 단속과 함께 엄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없나

요즈음 대학을 비롯한 교육계가 사립학교법 개정문제로 공방전이 치열하다. 공방전의 주요 쟁점은 대학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과연 사립교육의 육성을 통한 한국교육발전의 전환점이 되는냐 또는 오히려 사학의 발전을 후퇴시켜 한국교육을 망치는 것이 아니냐에 관한 논쟁이다. 그러나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견해의 도출없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전투구만 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제대로 찾지못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논쟁의 초점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한국교육 발전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이념문제를 비롯하여 소송사태까지 이어지는 추잡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수준에서의 교육의 발전을 위한 논쟁이 아니고 잘못하면 밥그릇 싸움으로까지 오해될 정도의 지저분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이대로 가면 교육발전은 커녕 상호 공멸하는 사태로까지 발전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국회에 제출된 사립학교법개정안의 주요 쟁점은 교원의 임면권, 비리임원의 재단 복귀 등의 문제를 현재보다 강화 또는 학교장의 자율권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하여 사학재단은 재단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전교조,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은 개정에 찬성하고 있다. 양측은 각종 매스미디어를 동원하여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각종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으며, 때로는 감정싸움까지 겹쳐 점입가경이다. 그동안 사학이 한국 교육발전에 기여한 공은 대단하다. 더구나 국가재정이 열악한 상태에서 사학은 인재양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학에서 족벌운영, 교원임명관련 부정부패 등으로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세계가 급속하게 변하고 있음에도 학교에 투자는 하지 않고 기업과 같이 이윤만을 챙기려는 재단이 있어 이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문제점이 되고 있는 사립학교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사학이 사회의 공익성을 가지고 교육발전에 기둥이 되도록 해야 된다. 따라서 논쟁의 중심은 소모적인 양태보다는 생산적인 차원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건전한 사학발전은 이기적인 상황이 아니라 공익적 차원에서 논의될 때 가능함을 관련단체나 관계자들은 인식해야 된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