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단속권 이양준비 서둘러라

환경부의 공해단속권 지방이양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지금까지 지방환경청이 관리하는 전국 산업단지 내 오염물질 배출 업체 관리업무가 오는 7월부터 지자체에 위임키로 됐으나 환경부가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미루고 있어 지자체들이 준비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제까지 산업단지는 지방환경청이, 산업단지 이외 지역은 지자체가 맡던 오염단속권이 모두 지자체로 넘어오게 된 것은 지방화·분권화시대에 맞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간 중앙과 지방으로 단속권한이 나눠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단에 대한 지도·단속권이 없는 탓에 사고나 민원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것이 지자체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경기도 등 지자체의 끈질긴 요구로 산업단지 내 공해배출업체 관리권을 지방에 이양키로 결정된 것이 작년 7월이었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법 시행령 개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환경부의 미적지근한 조치때문에 경기도 등 지자체들이 공해업체 관리에 따른 기구편성 및 인력확보 등 준비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관련법 시행령이 빨리 개정돼야 자체 조례를 정비하고 이에 부수되는 추가업무를 추진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런 상황을 모를리 없는 환경부가 아직까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아 석연치 않은 의혹을 받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환경부가 산업단지 내 공해단속권을 계속 고수하려는 의도가 아니길 바라지만, 혹시 시행령 개정작업의 지연이 그동안 철저한 중앙집권체제에서 몸에 밴 권위주의와 독점의식에서 비롯됐다면 이는 지방분권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지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자체의 미숙성과 지방정부의 환경의식 수준을 구실로 단속권 이양을 미루기 위한 의도라면 이 역시 단연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지자제는 중앙집권 양태의 권한이 지방분권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획일주의 행정은 지자제의 바람직한 정착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앙집권체제에서 중앙정부가 독점하던 권한과 업무를 대폭 지방에 이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부는 이제 지자체가 공해업체를 단속하게 될 근거인 시행령을 지체없이 개정함으로써 지자체들이 단속업무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환경부의 신속한 조치를 다시 한번 촉구해 둔다.

예산낭비 심한 해외출장

국제화시대에 외국과의 교류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필요이상의 외국방문은 외화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일부 정치인들과 기관장들이 국익을 빙자한 관광성 외유를 즐겨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으나 이런 관행이 여전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노릇이다. 최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천광역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출장도 마찬가지다. 1998년 6월 출범한 제3대 인천시의원들의 지난해말까지 해외여행 경비가 1인당 평균 503만원씩 모두 1억4천600여만원을 사용했다니 예산 허비가 지나쳤다. 시민 1인당 1년간 납부한 지방세 40만1천600원의 12.5배에 이르는 수치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시의원들의 불필요한 외유도 그렇다. 2000년 10월 시의원들의 해외여행 규정이 바뀌기전까지 시의원들이 다녀온 해외여행 10건 중 7건이 자매도시 초청방문과 교류 등이었다. 이 가운데 모의원은 1998년, 1999년 자매도시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하면서 수백만원의 예산으로 일본의 여름축제를 참관했다고 하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시의원들이 해외여행 목적 대부분이 자매우호도시 협력증진이나 선진지 연수 등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천시와 외국 자매도시간 활발한 문화나 체육교류, 투자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결국 혈세만 낭비한 셈이다. 예를 들면 1999년 4월22일부터 5월4일까지 시의원 7명이 2천965만원을 들여 환경보전 실태와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 파악을 위해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했으나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머문 시간은 고작 1시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IMF 한파로 어려웠던 시기에도 시의원들이 해외여행을 갔다왔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었는 처사다. 아무래도 오는 6월 임기가 끝나니까 재임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심산인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인천광역시의회가 의회내에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는 점이다. 시의원들의 국외여행이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발전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시의원 3명, 대학교수 2명,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명 등 7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라니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계획으로만 끝나서는 안되며 6월 지방선거 이전에 구성해야 한다. 비단 인천시의회만이 아니다. 모든 지방의회가 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설치하기 바란다.

지하 술집과 청소년과 화재

며칠전 성남의 지하 민속주점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대형 참변 때마다 지적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함께 일그러진 청소년문화를 생각케 한다. 다행히 불이 주점 안쪽에서 발생, 손님들이 출입구로 쉽게 대피하는 바람에 11명만 화상을 입는 데 그쳤지, 그렇지 않았으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지하 주점 내부가 바싹 마른 대나무 형태의 인조화분 등으로 장식됐고 천장까지 갈대로 치장하는 등 온통 인화성 물질로 가득찬 것도 문제가 크지만, 화재 당시 지하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20여명의 손님 모두가 남녀 고교생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2개 고교 학생들이 각각 3개팀으로 나뉘어 모임을 갖고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불이 난 주점뿐만 아니라 대학촌을 형성한 이 일대가 10대 청소년을 주 고객으로 하는 노래방, 게임방, 콜라텍, 소주방 등이 몰려 있어 평소에도 학생들로 북적거렸다는 점이다. 약간의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하며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누구도 주민등록증을 확인하지도 않고 술에 취해 비틀거려도 나무라지 않는 그야말로 청소년들에게는 ‘치외법권지역’인 셈이다. 이런 지역이 전국 대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모른 채 덮어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지난 1998년 19세 미만에게 술과 담배를 팔지 못하게 하고 미성년자 출입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등 청소년 보호법이 정비·강화됐기는 했다.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 이후엔 청소년의 술집출입에 대한 경각심도 한층 높았었다. 그러나 이번 화재사고는 이 법이 얼마나 엉터리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또 드러내 주었다. 특히 이번 불난 주점은 올 1월19일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팔다 적발된 전례가 있다. 그런데도 계속 고교생들에게 술을 팔았으니 그 배짱이 가증스럽다. 단속기관 및 행정기관도 문제가 없지 않다. 경찰은 1월19일 단속한 적발내용을 12일이나 지난 1월31일에 구청에 통보했고, 구청은 그로부터 두 달뒤인 지난 3월18일 업주에게 영업정지(4월8일∼6월7일)를 통보했다. 화재발생(16일) 이틀 뒤에나 통보됐으니 뒷북 조치였다. 그 사이에 또 고교생에게 술을 팔다 사고가 난 것이다. 관계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법이 어떻게 준수되어야 하고 행정조치를 더 신속하게 할 수 없는지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또 잘못된 청소년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이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이해하고 중고생들이 젊음을 발산하며 공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출구를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건전한 신용카드 사용을

지난 1년 사이 신용카드 사용액이 무려 2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최근 여신전문금융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 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무려 480조원에 달하여 2000년의 237조원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국민 1인당 1천만원 꼴로 사용한 것이니 우리 사회가 성큼 신용사회로 다가온 느낌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급격히 증가한 요인은 몇가지 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보다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확대하면서 특히 중산층과 봉급자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었다. 매월 카드 사용자에 대한 경품제도 실시와 기업이나 각급 기관의 카드결제 장려책 등도 주된 요인이며, 또한 국민들의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인식 변화도 큰 몫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 내역을 보면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물품 및 서비스 구입보다는 오히려 현금서비스와 같은 급전 이용이 63%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우려되는 내용이다. 신용있는 카드 사용자에 대한 현금서비스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러나 높은 이자를 목적으로 하는 현금서비스가 대종을 이루게 되면 신용카드 사용 목적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현금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신용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경우 과거에 비하여 카드 이용 금리가 낮아 소위 급전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만약 금리가 급등하면 카드회사의 부실채권 증가와 신용불량자 양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오히려 신용불량 사회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하여 우선 카드 사용자들은 무분별하게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일시적 충동이나 유혹에 의하여 마구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용카드회사 역시 단기적인 이익에 어두워 현금서비스 사용을 장려하는 것은 건전한 신용사회 정착에 도움이 되지 못함을 인식해야 한다. 신용카드 사용자와 카드회사 모두 건전한 신용카드 이용을 통하여 신용사회 정착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경선에 바라는 것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이채롭다. 이인제 대세론, 노무현 대안론의 2강이 엎치락 뒷치락 한다. 한화갑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고 노무현이 뜨면서 2강3약 구도를 이루고 있으나 아직은 초반 단계여서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간의 경선 투표에서 가장 경이적인 현상은 광주에서 노무현이 1위를 차지한 사실이다. 터줏대감이라 할 한화합을 3위로 제치면서 경상도 출신의 노무현에게 표를 모아준 것은 가히 대사건이다. 광주에 이어 오는 14일 있을 전남지역 경선투표를 더 두고 봐야 지역감정 해소차원 여부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어떻든 예상치 못한 이변인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20일의 부산 등 영남지역 투표 역시 광주처럼 지역색을 탈피한 표가 비영남출신 후보에게 얼마나 많이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장정은 4월21일 경기도에 이어 27일 서울을 마지막으로 끝날 예정이므로 아직 멀었다. 경선은 일종의 당내 축제행사다. 이러한 경선이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것은 경선후보 서로에게 유익하지 않다. 같은 당내 사람들끼리 갖는 토론이나 정견발표가 마치 다른 상대당 사람을 힐난하는 것처럼 가혹한 것은 당치않다. 경쟁 후보에 대한 비난이 능사가 아니다. 남을 비방하기 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비전의 제시가 더 중요하다. 민주당 경선을 지켜 보면서 의문을 갖는 것은 동지가 적보다 무서울 수 있다는 예감이다. 후보 중엔 동지인 경쟁 후보는 철저한 정적인 반면에 당외의 적대관계 인사와 오히려 밀접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관측되는 이들이 있다. 경선을 통해 단합돼야 할 당이 경선으로 인해 분열의 조짐이 없지 않은 것은 정당정치의 퇴영이다. 민주당의 위기는 경선이후가 고비일 것 같다. 만약에 경선이후 탈락자 가운데 당을 이탈하는 이가 있으면 그것은 모두에게 전도의 불행을 예고한다. 모처럼 선출된 대선후보를 지원할 생각은 없이 각개 약진으로 사분오열 하게 되면 정계개편의 함정에 빠져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가 있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다운 면모를 과시하고자 하는 도량이 정말로 있다면 앞으로 남은 경선이나마 축제분위기로 치르는 일대 전환의 도덕적 용단을 보여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그래야 받을 수 있다.

금융기관의 자위대책 시급하다

무기를 든 은행강도들이 전국 동서남북에서 날뛰고 있으니 ‘도대체 이 나라가 왜 이런가’하는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말 대구에서 엽총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하더니 이달 들어 8일 충남 서산, 9일 서울 중랑구, 12일 전북 군산, 15일 안산, 대전에서 은행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은행 침입, 현금 운송차량 탈취, 현금지급기 털기 등 다양한 형태로 계속되는 강도사건으로 금융기관의 불안은 물론 시민들도 은행출입을 꺼리는 지경이 됐다. 특히 15일 안산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상록수지점 사건은 범죄수법이 흉포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금지급기를 열고 수표를 인출하던 여행원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기절시킨 뒤 수표를 강탈했다니 얼마나 무서운 노릇인가. 이런 상태로 나가다간 기관총과 폭탄을 소지한 강도도 출현할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이렇게 은행강도들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첫째 총기관리상 문제점이 있는 탓이지만 금융기관들의 자체 방위체계가 너무 허술한 것도 그 원인이라고 본다. 경기도의 경우, 1천323개에 달하는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자체 경비원을 고용하지 않고 감시카메라 관리·운영도 미비한 곳이 무려 80%를 차지하고 있는 실상이 말해주듯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현금수송 등을 경비·호송 전문업체에 맡기기는커녕 자체 방범 관련 규정조차 없기 때문이다. 방범 규정이 있다고 하여도 ‘안전대책을 마련한다’등 추상적인 내용인데다 경비원 배치 등 관련 규정이 없다. 현금 호송은 더욱 큰 문제다. 창구업무를 겸하는 일반직원 한두명이 보호장비도 없이 승용차로 수억원을 옮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은행경비와 현금 호송은 전문업체가 맡는다. 필요시 무장을 하며 경찰서와의 비상연락망도 완비돼 있다. 점포는 물론 주차장에도 폐쇄회로 TV 설치는 필수다. 그러나 우리 나라 금융기관들의 자체 방범대책은 너무 미약하고 허술하다. 더구나 일부 은행은 현금을 탈취당해도 보험회사에서 보상받는다는 이유로 자구노력을 게을리하는 곳도 있다니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차제에 금융기관들은 외국 금융기관들의 자위대책 도입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경찰의 범죄예방 및 엄격한 총기관리도 아울러 촉구한다.

‘공무원 노조’결성

헌법은 소득을 위한 심신의 작업을 근로로 표현하고 있다. 노동 또한 심신을 수고롭게 하는 건 사실이나 육체위주의 작업을 노동이라고 보았던 것이 종전의 사회통념이었다. 초창기 노동운동 시절 정신위주 노력의 금융기관 근로자들이 노조를 결성했을 때, 은행원도 노동자냐는 항간의 의문이 있었던 게 그같은 통념 때문이었다. 이젠 시대가 달라져 근로와 노동의 사회개념 또한 일치한 추세에서 정신노동 위주의 피고용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든다고 하여 이상하게 여길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를 이같은 범주에 귀속시킬 것인가엔 신중한 사려가 요한다. 물론 선진국엔 공무원 노조가 없지 않으나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예컨대 국민의 사회보장제도는 선진국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면서 공무원만의 권익을 위한 노조를 추구하는건 이율배반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 결성에 유독 이같은 규제적 의문제기가 가능한 것은 공무원은 영리 목적의 민간기업과 달리 고용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하고 보수는 국민 또는 주민이 낸 세금으로 사회공익을 위해 지출하는 데 있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가진 공무원노조(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연맹)의 물리적 출범 강행은 이런 관점에서 심히 우려스런 바가 많다. 노조는 ‘국민이 우려하는 것처럼 정부와 마찰을 빚고 단체행동을 일삼지 않을 것이며, 공직사회 내부의 부정부패와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선진국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부정부패며 관료주의 타파를 나쁘다 할 순 없겠으나 공무원노조 본연의 소임이 아니다. 권위적, 위계적 통제구조에서 벗어나 국가민주화 수행의 주체로 나선다지만 그같은 명분에 막상 허실이 어떠한가를 잘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노동운동은 성숙된 단계에 있지 않다. 유연한 협상보다는 과격한 투쟁 일변도로 치닫는 과도기적 미숙단계에 있다. 이런 마당에 공무원노조의 출범은 자칫 노동운동의 방향을 공무원이 오도할 수가 있다. 또 공무원법을 어겨가며 불법 집회로 법외노조를 출범한 것은 정부와의 마찰로 불행한 사태가 예견돼 심히 걱정스럽다. 오는 4월말까지 각 시·도지부 결성식을 마친다는 공무원노조의 자체 계획을 그대로 방임할 리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시기란 게 있다. 공무원노조는 지금 법외노조 출범의 강행을 일반의 사회정서가 대체로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잘 헤아려 사태가 악화되는 불행한 현상이 없기를 바란다.

완전공영제를 주목한다

선거완전공영제는 어찌 되는 건지, 후속 논의가 없어 궁금하다.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의 완전공영제 검토 발표 이후,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이근식 행자부장관의 업무보고에서 이의 도입계획이 언급돼 큰 관심을 모았었다. 공영제는 지금도 부분적으로 실시하고는 있다. 선관위 주최의 후보자 합동연설회, 후보자 유인물 제작 및 발송 등이 이에 속한다. 이같은 부분공영제와는 달리 완전공영제는 유지담 중앙선관위원장의 말대로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자금을 한 푼도 쓸 수 없고, 쓰지 않아도 될만큼 각급 선관위가 모든 선거운동을 주관하는 제도이므로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개정이 요한다. 오는 12월 대선부터 도입할 요량이면 논의가 시급한데도 정치권에서는 아직 말이 없다. 완전공영제가 절실한 것은 건국후 반세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선거문화의 후진성에 연유하므로 생각하면 부끄러운 소치이나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정치권의 족쇄를 풀어 부패의 업보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청정정치가 가능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적 고비용의 원인이 되는 정당구조 및 선거제도 가운데 선거제도를 완전공영화 하는 것은 정치사에 혁신적 전환을 이룬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각급 후보자의 난립이 예상된다. 심지어는 자질조차 의심될 후보자들이 쏟아질 것이다. 국비 등으로 이들의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당치 않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제도도 역기능이 없는 건 없다. 후보자 난립은 정당공천 및 유권자의 추천 인원수 강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당연설회 문제도 있다. 이는 세과시의 군중동원을 위해 막대한 선거자금이 뿌려졌을 뿐만 아니라 불법선거의 요인이 돼왔다. 폐지하는 것이 완전공영제의 취의에 합당하다고 보며, 그대신 합동연설회 횟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본란의 판단이다. 어떻든 이런저런 문제를 검토하자면 정치권이 이마를 맞대야 할 마당에 전혀 거론조차 안되고 있다. 그렇다고 여·야가 완전공영제 도입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경선, 한나라당은 내분으로 편할 날이 없는 가운데 빌라공세, 게이트 공세로 정치권이 온통 싸움판 일색이다. 싸우더라도 해야 할 일은 제 때 하는 게 성숙된 정치권의 자세다. 완전공영제에 대한 여·야간 의견 접근의 자리가 조속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운동장 없는 학교 만들어선 안돼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오히려 학교운동장을 잠식하는 부작용을 빚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기 위해 운동장 한 편에 교실을 증설하다보니 학생들의 체육활동 공간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교실증설 공사를 벌인 고교의 경우 도내에선 16개교가 이처럼 운동장 일부를 교실부지로 사용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설기준에 미달하는 운동장에 교실을 지었으니 3개반 이상이 동시에 체육수업을 해야 할 실정에서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같은 사정은 올해 추진하게 될 초·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지식의 주입이 학교교육의 전부일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지육(智育)못지않게 필수적인 게 덕육(德育)과 체육이며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전인교육의 이상을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초·중등 교육은 한창 자랄 나이의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무엇보다 신체의 균형있는 성장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시설기준에 운동장을 의무화하고 각종 스포츠를 권장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입시준비로 시달리게 되는 현실에 비추어 체육교육의 내실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학교 운동장은 비단 체육수업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규정된 시간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비좁은 교실을 벗어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휴식과 오락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정서함양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다. 이와함께 지역 주민들이 활용하는 사회체육시설로서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교육부가 교육여건 개선을 이유로 교실증설을 밀어붙여 운동장을 잠식케 한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조치다.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증가하는 학생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교설립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신설대신 기존 학교 운동장을 잠식하면서까지 교실을 증축하다 보면 운동장 없는 학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같은 조치가 학교를 학원화(學院化)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금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당국은 조급하게 ‘학급당 35명’에 연연해서 운동장 없는 학교를 양산할 것이 아니라 계획성 있게 교육부지를 확보, 학교신설에 주력해야 한다. 교육이 국가발전의 토대라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교육수요를 예측해서 충분한 학교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정부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농촌이 쓰레기 집하장인가

농촌환경이 각종 쓰레기들로 너무 심하게 오염돼 간다. 도로변 농지에 빈병, 페트병, 각종 봉지를 비롯, 폐가전제품 등 대형 폐기물이 도처에 널브러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엔진오일을 담았던 폐기물까지 버려져 있다. 마치 쓰레기 집하장 같은 지역이 도처에서 눈에 띈다.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망치는 것은 물론 악취마저 풍기는 이런 쓰레기들은 통행차량들이 마구 버리거나 야간을 틈타 계획적으로 투기하는 것 들이다. 농민들이 불에 타는 쓰레기는 수거해 소각하고 있으나 소각이 불가능한 폐가구나 폐가전제품 등은 논둑·빈터 등에 쌓아 놓고 있어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 농촌에서 발생되는 쓰레기들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하우스 폐비닐을 비롯한 생활쓰레기들이 농경지 주변에 방치돼 있어 몹시 볼썽 사납다. 시설채소와 화훼농가가 밀집된 지역의 경우, 폐비닐을 비롯해 농약봉지, 술병, 냉장고, 라면봉지 등 각종 쓰레기가 뒤범벅이 된 채 널려 있어 친환경 농산물 생산에 힘쓰고 있는 대다수 농가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렇게 농경지에 폐비닐, 농약병이 범벅이 돼 있는 이유는 정부가 농경지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시행했던 ‘재활용품 수거보상제’를 폐지한 탓도 크다.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반면 폐비닐 수거량은 감소,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촌지역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수거해 온 폐비닐 1㎏당 20원, 농약빈병 1㎏당 유리 150원, 플라스틱 800원을 지급했었다. 그러나 지난 1999년 1월 재활용품 수거 보상제도가 전면 폐지된 이후 폐비닐 수거가 크게 감소, 비닐하우스와 과수원 등지에서 사용된 폐비닐이 토양속에 묻히고 있다. 수거되지 않고 방치된 폐비닐, 농약 빈병 등이 농지에 그대로 묻히거나 자체 소각되면 토양 및 대기가 오염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상태로 방치된다면 농촌지역은 2∼3년 내에 폐비닐 등으로 덮일 것이다. 농촌지역 시·군에서는 농지나 빈터에 모아둔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수거하는 한편 폐비닐 등을 모아둘 수 있는 일정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농촌환경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도로변 농경지와 농촌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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